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호사 豪奢


 호사를 누리다 → 배부르다 / 잘먹다 / 떵떵거리다

 호사를 부리다 → 흥청망청 / 돈잔치 부리다

 분수에 넘치는 호사를 부린다는 건 → 주제에 넘친다면 / 주제모르고 호강한다면


  ‘호사(豪奢)’는 “호화롭게 사치함. 또는 그런 사치 ≒ 분사”를 가리킨다지요. ‘멋·멋길·멋꽃·멋살림’이나 ‘뉘·호강’으로 손질합니다. ‘달달하다·달콤하다·단꿈·봄꿈·사랑꿈’이나 ‘배불리·배부르다·등 따습고 배부르다’로 손질하고, ‘돈지랄·돈잔치·헤프다’나 ‘흔전만전·흥청망청·떵떵거리다’로 손질해요. ‘걱정없다·근심없다·좋다’나 ‘잘살다·잘먹다·잘 있다·잘 지내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넉넉하다·넘치다·들어차다’나 ‘가득하다·건하다·그득하다·흐드러지다’로 손질해도 되어요. ‘지나치다·차고 넘치다·흘러넘치다’나 ‘탕·팡·팡팡·펑·펑펑·퐁·퐁퐁·펑펑 쓰다’로도 손질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호사’를 다섯 가지 더 실으나 몽땅 털어냅니다. ㅍㄹㄴ



호사(好士) : 훌륭한 사람

호사(好事) : 1. 좋은 일 2. 일을 벌이기를 좋아함

호사(好詞) : 좋은 글귀나 시가

호사(胡使) : 예전에, 중국 청나라에서 오던 사절 = 호차

호사(豪士) : 호기롭고 날랜 사람



호령하며 권세부리며 호사한 글방에서 멍든 세상 구경하면서

→ 을러대며 거머쥐며 돈지랄 글칸에서 멍든 나라 구경하면서

→ 으르렁 뽐내며 배부장나리 글집에서 멍든 삶터 구경하면서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김명식, 학민사, 1989) 102쪽


저녁 식사에 약간의 호사를 부리는 것이 허락되어 있다

→ 저녁자리에 살짝 멋을 부려도 된다

→ 저녁밥을 조금 넉넉히 즐겨도 좋다

→ 저녁을 꽤 배불리 먹어도 봐준다

《책이 모인 모서리 여섯 책방 이야기》(소심한책방·손목서가·고스트북스·달팽이책방·유어마인드·동아서점 쓰고 펴냄, 2019) 8쪽


평생 꿈도 못 꿀 호사다

→ 꿈도 못 꿀 호강이다

→ 꿈도 못 꿀 봄꿈이다

→ 꿈도 못 꾸도록 넘친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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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기저 基底


 그런 사상을 기저에 깔고 있다 → 그런 생각을 깔아놓는다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저의 갈등 구조를 포착할 수 있어야 → 올바로 알려면 밑에서 다투는 얼개를 읽을 수 있어야


  ‘기저(基底)’는 “1. 어떤 것의 바닥이 되는 부분 2. = 근저(根底) 3. [수학] 주어진 벡터 공간에 속하는 원소의 모임으로, 임의의 벡터를 그 집합에 속하는 벡터들의 일의적(一意的)인 일차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집합”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기둥·기틀·들보·대들보·큰들보’나 ‘띠·띳장·말뚝·바닥’으로 다듬습니다. ‘바탕·바탕길·바탕꽃·바탕틀·바탕판’이나 ‘받치다·받침·받침판·받침나무·받나무·받이’로 다듬어요. ‘밑·밑동·밑빛·밑거름·밑바닥·밑바탕’이나 ‘밑절미·밑꽃·밑짜임·밑틀·밑판·밑받침’으로 다듬고, ‘밑밭·밑밥·밑뿌리·밑싹·밑씨·밑자락·밑줄기’로 다듬지요. ‘깔다·깔판·깔나무·베다·베개’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단물·엄지·자위’나 ‘돋다·솟다·뿌리·섶’으로 다듬고, ‘모·싹·싹눈·싹트다’나 ‘움·움트다·트다·틔우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이밖에 한자말 ‘기저(機?)’를 “1. 베틀의 북 2. 문사(文辭)의 결구(結構)를 이르는 말”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모든 감각의 기저에서 촉각(觸覺)을 발견한다

→ 모든 밑느낌에서 더듬새를 찾는다

→ 모든 바탕결에서 손빛을 본다

《신지식의 최전선》(최혜실, 한길사, 2008) 202쪽


나는 앞으로 많은 형식의 변화를 겪겠지만, 그 기저만큼은 변치 않을 것이다

→ 나는 앞으로 많이 달라지겠지만, 내 바탕만큼은 바뀔 뜻이 없다

→ 나는 앞으로 여러모로 바뀌겠지만, 내 뿌리만큼은 그대로 가려 한다

→ 나는 앞으로 이래저래 달라지겠지만, 내 밑틀만큼은 바꾸지 않으려 한다

《아무튼, 서재》(김윤관, 제철소, 2017) 12쪽


기저질환을 가진 어린이들과 보호자들 또한 긴장 속에서 지내고 있다

→ 밑앓이인 어린이와 어버이도 애태우며 지낸다

→ 속앓이인 어린이와 엄마아빠도 떨면서 지낸다

《뉘앙스》(성동혁, 수오서재, 2021) 189쪽


결국 터지지도 못하는 휴화산이면서 기저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다

→ 끝내 터지지도 못한 주제에 밑에선 부글부글한다

→ 뭐 터지지도 못하면서 밑바닥에선 끓는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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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사어 死語


 사어가 있다 → 옛말이 있다 / 묵은말이 있다

 사어를 복원하다 → 죽은말을 살리다


  ‘사어(死語)’는 “[언어] 과거에는 쓰였으나 현재에는 쓰이지 아니하게 된 언어. 또는 그런 단어 ≒ 죽은말·죽은언어·폐어”를 가리킨다고 합니다만, ‘죽은말·죽다·죽어가다’나 ‘숨진말·묵은말’로 고쳐쓸 만합니다. ‘옛말·옛날말·지난말’이나 ‘사라진말·스러진말’로 고쳐씁니다. ‘사라지다·그냥 사라지다·없다·없어지다’로 고쳐써도 되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사어’를 다섯 가지 더 싣는데 싹 털어냅니다. ㅍㄹㄴ



사어(司馭) : [역사] 조선 시대에, 궁중의 가마나 말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아

사어(沙魚/?魚) : 1. [동물] 잉엇과의 민물고기

사어(私語) : 1. 드러나지 아니하게 가만히 속삭임. 또는 그런 말

사어(射御) : 활쏘기와 말타기를 아울러 이르는 말.전체 보기

사어(梭魚) : [동물] 꼬치고깃과의 바닷물고기



어떤 사람의 사어가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살아 있는 단어라는 사실을

→ 어떤 사람한테 옛말이 다른 사람한테는 아직 삶말인 줄을

→ 어떤 사람한테 숨진말이 다른 사람한테는 아직 살림말인 줄을

《영어의 탄생》(사이먼 윈체스터/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05) 209쪽


사어死語가 있으면 신어新語도 있다

→ 죽은말이 있으면 새말도 있다

→ 묵은말이 있으면 새말도 있다

→ 지난말이 있으면 새말도 있다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 4쪽


이제는 아예 사어死語가 되어버렸다

→ 이제는 아예 묵은말이 되어버렸다

→ 이제는 아예 옛말이 되어버렸다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 177쪽


언중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 말은 사실상 사어死語다

→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옛말이다

→ 사람들이 안 쓰면 죽은말이다

→ 사람들이 안 쓰는 말은 죽는다

→ 사람들이 안 쓰면 사라진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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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고양이 3
후카야 카호루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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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14.

책으로 삶읽기 1058


《밤을 걷는 고양이 3》

 후카야 카호루

 김완 옮김

 미우

 2018.7.29.



《밤을 걷는 고양이 3》(후카야 카호루/김완 옮김, 미우, 2018)은 앞선 두걸음에 대면 갈팡질팡하면서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어수선하다. 첫머리를 잘 잡거나 얼거리를 잘 짜더라도 ‘마감(꼬박꼬박 날짜에 맞춰서 그려내야 하는 때)’에 목을 매면 이런 일이 나기도 한다. 꾸준하게 그려서 띄우는 일은 안 나쁘되, 꼬박꼬박 날짜를 맞추려고 하면 으레 이리저리 뒤죽박죽 엉키게 마련이다. 낮에 땀흘려 일한 숱한 사람들이 밤에 마음을 달래도록 애쓰는 밤고양이라는 길을 ‘너무 잘 그려’야 한다거나 ‘아주 훌륭히 매듭지’어야 한다거나 ‘눈물웃음을 짜내’야 한다고 여기지 않기를 빌 뿐이다.


ㅍㄹㄴ


“힘들기는 하지만, 힘든 것과 불행은 다르니까. 너희가 있어서 기쁘거든!” (9쪽)


“내가 당하는 건 약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난, 그렇다고 강해지고 싶지는 않아.” (23쪽)



#夜廻り猫 #深谷かほる


+


누군가는 반드시 가장 약한 존재가 되니까

→ 누구는 반드시 가장 작아야 하니까

→ 누가 반드시 가장 낮아야 하니까

23쪽


보아하니 호청년이거늘

→ 보아아니 멋있거늘

→ 보아하니 그림같거늘

10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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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24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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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14.

책으로 삶읽기 1065


《와카코와 술 24》

 신큐 치에

 조아라 옮김

 AK comics

 2025.9.15.



《와카코와 술 24》(신큐 치에/조아라 옮김, AK comics, 2025)을 읽었다. 혼술 아가씨는 예나 이제나 혼술로 하루를 녹인다. 일터에서 맺힌 앙금을 혼술로 녹이느라 앞으로도 이 꾸러미는 고스란히 이을 만하다. 그런데 이렇게 잇는 ‘혼술·혼밥·혼마실·혼놀이’를 보노라면 그다지 ‘혼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마시거나 먹는 사람은 혼자이되, 늘 다른 여러 사람이 애써서 차리고 마련하고 내놓고 베푼다. 집에서 혼자 심고 가꾸고 거두어서 혼자 차리고 짓고 갈무리하는 길이 아니라면, 막상 ‘혼-’이라고 하기에는 안 맞지 않을까? 쓰는(소비하는) 모습만으로 ‘혼-’이라 섣불리 붙여도 될까? 게다가 숱한 다른 손님이 북적거리는 곳에 ‘또래나 동무나 이웃하고 찾아오지 않았’다고 여기는 ‘혼-’으로 여기는데, ‘혼술’이라기보다는 ‘서울술’이라 해야 맞다. 붐비는 곳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를 바탕노래로 삼아서 서울내기로서 서울멋을 누리는 모습이니, ‘맛과 멋을 따지는 길’에서 맴돌기만 한다.


ㅍㄹㄴ


북쪽 지방의 술은 산뜻해서 좋다. (9쪽)


쓴맛은 과해도 괴롭고 부족해도 불만이다. 살아가는 게 참 녹록지 않다. (36쪽)


돼지고기와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를 볶은 요리. 단지 그것뿐인데 내가 하면 절대 이런 비주얼이 나오지 않는다. (104쪽)


+


예쁘게 볶아진 깨

→ 예쁘게 볶은 깨

6


적새우도 처음 봐

→ 붉새우도 처음 봐

10


시간차공격이 특기인 풋고추

→ 틈새치기 잘하는 풋고추

→ 사이치기 뛰어는 풋고추

15


시끌벅적한 대화가 흥을 돋우는 가운데 사장님은 묵묵히 요리를 만드시고

→ 시끌벅적 얘기하며 즐겁고 가게지기는 말없이 밥을 지으시고

29


혀 위로 전해지는 감칠맛

→ 혀끝에 닿는 감칠맛

→ 혀로 다가오는 감칠맛

55


술꾼의 선택의 기로는 앞으로도 계속

→ 술꾼은 앞으로도 갈림길

→ 술꾼은 내내 너울목

68


기름을 가차 없이 흡수한 밀가루 피는 배덕의 맛이 느껴진다

→ 기름을 듬뿍 머금은 밀가루 겨는 맛을 뒤집는다

→ 기름을 잔뜩 머금은 밀가루 옷은 맛을 거스른다

7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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