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68 : 지금 아래 일요일 하오 -경


지금은 흐린 하늘 아래 바람 부는 일요일 하오 네 시경

→ 이제 흐린 하늘 바람 부는 해날 낮 네 시 무렵

→ 오늘은 흐린 하늘 바람 부는 해날 낮 네 시쯤

《돌아올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김명기, 걷는사람, 2022) 29쪽


“흐린 하늘 아래”는 틀린말씨입니다. “흐린 하늘”이라고만 쓰거나 “흐린 하늘에”로 쓸 노릇입니다. 일본사람은 ‘sunday’를 ‘일요일’로 옮겼습니다. 우리로서는 ‘해날’로 옮길 만합니다. 이제는 해날 낮 어느 무렵인지 헤아릴 수 있습니다. 어느 즈음이나 쯤인지 읽을 만하고요. ㅍㄹㄴ


지금(只今) : 말하는 바로 이때

일요일(日曜日) : 월요일을 기준으로 한 주의 마지막 날

하오(下午) : = 오후(午後)

-경(頃) : 1.  (시간이나 날짜 따위를 나타내는 대다수 명사 또는 명사구 뒤에 붙어) ‘그 시간 또는 날짜에 가까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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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69 : 오만방자한 문장 타투 게 다행


오만방자한 문장으로 타투를 새기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철없는 글씨를 몸에 새기지 않아 얼마나 숨돌렸는지 모른다

→ 쪼잔한 글을 몸에 그리지 않아 얼마나 한숨돌렸는지 모른다

→ 도도한 글씨를 살에 새기지 않았기에 망정이다

→ 그래도 막나가는 글을 살그림으로 새기지 않았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9쪽


몸에 새긴 글이나 그림을 영어로 ‘타투’라 하니, “문장으로 타투를 새기지”라 하면 겹겹말입니다. 수수하게 “글씨를 몸에 새기지”나 “글을 살그림으로 새기지”로 손질합니다. 지우기 어렵게 몸에 창피하구나 싶은 글씨를 새긴다면, 철없거나 막나가는 글을 판다면, 여러모로 걱정스럽거나 아찔 할 만합니다. 건방지거나 괘씸하게 굴지 않았기에 숨을 돌립니다. ㅍㄹㄴ


오만방자 : x

오만(傲慢) :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

방자(放恣) : 어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없이 무례하고 건방지다

문장(文章) : 1. = 문장가 2. 한 나라의 문명을 이룬 예악(禮樂)과 제도. 또는 그것을 적어 놓은 글 3. [언어]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 ≒ 문(文)·월·통사(統辭)

tattoo : 1. 문신 2. (군대의) 분열 행진 3. 문신을 새기다

다행(多幸) :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음 ≒ 행(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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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70 : 결국 휴화산 기저 -고 있 거


결국 터지지도 못하는 휴화산이면서 기저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다

→ 끝내 터지지도 못한 주제에 밑에선 부글부글한다

→ 뭐 터지지도 못하면서 밑바닥에선 끓는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19쪽


아직 터지지 않지만 터지려 하기에 ‘쉼갓’이요 ‘쉼불갓’입니다. 그냥 ‘휴화산’이라 하면 터지지 않은 곳이니, “터지지도 못하는 휴화산”이라 하면 겹말입니다. “터지지도 못하면서”나 “터지지도 못한 주제에”로 다듬습니다. 못 터지면서 끓는다는데,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다” 같은 옮김말씨는 “부글부글한다”나 “끓는다”로 다듬습니다. ㅍㄹㄴ


결국(結局) : 1. 일이 마무리되는 마당이나 일의 결과가 그렇게 돌아감을 이르는 말 2. 어떤 일이 벌어질 형편이나 국면을 완전히 갖춤

휴화산(休火山) : [지구] 옛날에는 분화하였으나 지금은 분화를 멈춘 화산 ≒ 수면화산·쉬는화산·식화산·휴식화산

기저(基底) : 1. 어떤 것의 바닥이 되는 부분 2. = 근저(根底) 3. [수학] 주어진 벡터 공간에 속하는 원소의 모임으로, 임의의 벡터를 그 집합에 속하는 벡터들의 일의적(一意的)인 일차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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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71 : 언중에 의해 사용되지 사실상 사어死語


언중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 말은 사실상 사어死語다

→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옛말이다

→ 사람들이 안 쓰면 죽은말이다

→ 사람들이 안 쓰는 말은 죽는다

→ 사람들이 안 쓰면 사라진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26쪽


낱말책에 실리기에 널리 쓰는 말이지 않습니다. 낱말책에 안 실리기에 안 써야 할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두루 안다고 여기기에 낱말책에 싣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잊어가기에 낱말책에 안 싣지 않습니다. 어느 무렵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잊힐 수 있으나, 어느 무렵에 들불처럼 일어나거나 살아나곤 합니다. 모든 낱말은 때와 곳과 사람에 따라서 깊이 잠들기도 하고, 활짝 깨어나서 피어나기도 합니다. 남들이 안 쓰기에 죽은말이 아니에요. 내가 등돌리고 안 쓰니까 죽습니다. 둘레에서 안 쓰니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부터 사랑을 담아서 쓰면 모든 낱말은 씨앗으로 깃들어 이윽고 낱말숲으로 푸르게 퍼집니다. ㅍㄹㄴ


언중(言衆) : [사회 일반]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언어 사회 안의 대중(大衆) ≒ 말무리

의하다(依-) : 무엇에 의거하거나 기초하다. 또는 무엇으로 말미암다

사용(使用) : 1.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씀 2. 사람을 다루어 이용함. ‘부림’, ‘씀’으로 순화

사실상(事實上) : 1. 실제로 있었던 상태. 또는 현재에 있는 상태 2. 실지에 있어서

사어(死語) : [언어] 과거에는 쓰였으나 현재에는 쓰이지 아니하게 된 언어. 또는 그런 단어 ≒ 죽은말·죽은언어·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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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60. 플라타너스



  우리 곁에 서는 나무가 숱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온 터전에는 언제나 뭇나무가 우거졌습니다. 나무가 없이는 숨쉬지 못 하고, 나무가 없이는 집짓지 못 하고, 나무가 없이는 살림이며 세간을 마련하지 못 하고, 나무가 없이는 들숲메가 메마르기에,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은 살아가지 못 합니다. 이 별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는 다 다른 땅과 하늘과 날과 철에 따라서 그야말로 다르게 싹트고 자라고 뻗습니다. 사람은 다 다른 나무를 다 다르게 마주하고 품으면서 “사람도 서로 다르면서 나란한 숨빛”인 줄 배웁니다. 풀 한 포기도 서로 다르고, 나무 한 그루도 서로 달라요. 더구나 까마득하게 솟거나 커다랗게 서는 나무라지만 나무씨 한 톨은 매우 작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씨앗·열매를 보면서 ‘방울나무’로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줄기빛·줄기무늬를 보면서 ‘버즘나무’로 이름을 붙이기도 한 ‘플라타너스(platanus)’입니다. 여름바람을 잎빛으로 시원하게 달래는 나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푸른들에 파란하늘 같은 바람을 일으키는 나무라면, 여름뿐 아니라 봄가을에도 푸른숨을 내놓아 이바지하고, 겨울에도 푸른빛을 베풀며 이바지합니다. 그냥 부는 바람은 없어요. 모래벌에서는 메마르고 뜨겁게 훅훅 부는 바람입니다. 바다에서는 바닷방울 기운을 품는 바람입니다. 나무 곁에서는 나무가 다독이면서 어루만지는 바람입니다. 풀밭에서는 작은 풀꽃이 북돋우는 바람입니다. 방울처럼 밝게 노래하는 바람 한 줄기를 헤아리면서 큰나무 굵은줄기를 쓰다듬습니다.



플라타너스 (방울나무·버즘나무)


처음은 누구나 씨앗으로

첫길은 언제나 뿌리부터

첫눈은 살그머니 하늘로

이제부터 바람을 머금고


껑충껑충 큰나무 보면서

높이높이 하얀별 보다가

줄기가 굵고 가지를 내어

잎을 활짝 벌린다


조금씩 자라는 동안

줄기껍질을 벗어

꽃지고 맺는 열매는

동그랗게 알알이


단열매나 아름꽃 아니나

푸른잎으로 물결 이루어

바닷소리를 고루 퍼뜨려

한여름을 파랗게 식힌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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