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75 : -가가 표시


빈자리는 있어야 할 누군가가 없다는 표시다

→ 빈자리는 있어야 할 누가 없다는 뜻이다

→ 있어야 할 사람이 없기에 빈자리이다

→ 있을 사람이 없으니 빈자리이다

《세 엄마》(김미희, 글항아리, 2021) 196쪽


있어야 할 누가 없으니 빈자리입니다. 있을 사람이 없어서 빈자리예요. ‘누군가가’는 ‘누가’로 바로잡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사람’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표시(表示) : 겉으로 드러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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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76 : 외지 점점 만원 이루는 중이었


무덤은 죽어서 찾아오는 외지 사람으로 점점 만원을 이루는 중이었다

→ 무덤은 죽어서 찾아오는 바깥사람 탓에 더욱 붐빈다

→ 무덤은 죽어서 찾아오는 먼사람 때문에 더 북적인다

→ 무덤은 죽어서 찾아오는 이웃이 늘어 자꾸 넘친다

《아내와 걸었다》(김종휘, 샨티, 2007) 133쪽


밖에서 오는 사람이 늘어서 붐빈다는군요. 멀리서 오는 사람 때문에 북적이고요. 이웃이 늘어나니 자꾸 넘쳐요. “점점 만원을 이루는 중이었다”는 말결이 아리송한 일본옮김말씨입니다. “갈수록 붐비다”나 “이내 북새통이다”나 “조금씩 들어차다”라든지 “차츰 가득하다”로 손볼 만합니다. ㅍㄹㄴ


외지(外地) : 1. 자기가 사는 곳 밖의 다른 고장 ≒ 외방 2. 나라 밖의 땅 3. 식민지를 본국(本國)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점점(漸漸) : 조금씩 더하거나 덜하여지는 모양 ≒ 초초(稍稍)·점차·차차

만원(滿員) : 정한 인원이 다 참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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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님은 어디에?



제비꽃이 핀다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겨울오리 찾아올 한가을에


참새가 노래한다

나락 익는 가을날에

새봄에 꽃잔치 이룰 적에


저 멀리 별은

밤마다 찾아오고서

반딧불이가 반짝이네


이제 꿈을 그린다

내가 나를 돌아볼 오늘을

너랑 만나는 새벽이슬을


2025.9.30.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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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6
오자키 이라 지음, 박소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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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16.

책으로 삶읽기 1055


《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6》

 오자키 이라

 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5.30.



《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6》(오자키 이라/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을 읽었다.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읽는다. 일본에서는 이미 열걸음이 나왔으나, 한글판은 언제 뒷걸음을 옮길는지 모를 뿐 아니라, 오자키 이라 님이 선보인 다른 그림꽃도 어영부영 안 옮길는지 모른다. 모든 사내가 얼뜨기이지는 않고, 모든 가시내가 철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야말로 숱한 사내는 얼뜬짓을 일삼고, 참으로 숱한 가시내는 철없는 사내를 살살 다독이면서 가르쳐 주기 일쑤이다. 사랑을 바란다면 ‘사랑’을 할 노릇인데, 철없고 얼뜬 숱한 사내는 ‘사랑’이 아닌 ‘짝짓기’에서 멈출 뿐 아니라, ‘짝지은 집에서 할 일’을 안 배운다든지, ‘짝짓는 길에 알아볼 일’에 무디기 일쑤이다. “여보, 밥 줘.” 하면 밥이 짠 하고 나올까? 터무니없고 웃기는 소리이다. 그렇지만 이런 얼뜨기에 스스로 갇힌 사내가 수두룩하고, 요사이는 가시내도 나란히 철을 잃어가려고 한다. 둘이 맞물리면서 이 그림꽃이 못 읽히거나 안 읽힐 수도 있겠다고 느낀다.


ㅍㄹㄴ


“절대로 싫어요. 음, 그야 그럴 수밖에요. 예를 들어 공장에서 나온 산업 폐기물은 자기 공장에서 처리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다시 쓸 수 있게 만들든지 삶든지 굽든지.” (54쪽)


“뭘 하고 싶었던 건지는 몰라요. 외설적인 말을 입에 담음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건지, 여자의 반응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건지. 그런 타입의 변태를 만나버렸지 뭐예요. 기분 나쁜 건 저뿐이죠. 그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어 혼자 엑스터시를 느끼는 그런 인간 … 기분 나빠서 토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 안 하세요?” (99, 100쪽)


“별거혼이 당신이 말하는 ‘여성의 귀찮은 일을 전부 내팽개치기’ 위한 제도라면, 동거혼은 당신이 집안일을 전부 내팽개치기 위한 제도겠네요.” (133쪽)


“이렇게 귀찮은 짓은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 (135쪽)


#尾崎衣良 #深夜のダメ??鑑


+


아직도 담배꽁초를 길에 버릴 만큼 시민의식이 바닥인 사람이 있단 말인가

→ 아직도 담배꽁초를 길에 버릴 만큼 삶넋이 바닥인 사람이 있단 말인가

→ 아직도 담배꽁초를 길에 버릴 만큼 살림넋이 바닥인 사람이 있단 말인가

62쪽


제가 있으면 무조건 신용받을 테니까요

→ 제가 있으면 그냥 믿을 테니까요

→ 제가 있으면 그대로 미쁠 테니까요

88쪽


여자들의 인내 위에 성립됐을 뿐이라는 것도 모른 채

→ 가시내가 참았기 때문인 줄도 모른 채

→ 순이가 받아줬기 때문인 줄도 모른 채

10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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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서 당장 나가
권민지 지음 / 찰리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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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16.

그림책시렁 1656


《내 방에서 당장 나가》

 권민지

 찰리북

 2025.9.25.



  목소리(권리)를 낼 일이되, 목소리(주장)만 낼 노릇이 아닌, 목소리(뜻·마음)를 밝혀서, 목소리(새길)를 노래로 여는 삶을 지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내 방에서 당장 나가》는 ‘덩치곰’과 ‘새앙쥐’를 사이에 놓고서, 덩치곰이 힘으로 우락부락 밀어붙이는 바보짓을 나무라는 줄거리입니다. 그런데 모든 일은 마찬가지입니다. ‘생쥐떼’가 ‘곰네’ 곳곳에 또아리를 틀면서 이리 파먹고 저리 쏠면 어쩌지요? 이 그림책은 ‘덩치곰·새앙쥐’로 ‘사람살이’를 빗대는데, 곰한테도 쥐한테도 몹쓸일입니다. 곰과 쥐는 이 줄거리대로 살지 않으니까요. 아무래도 ‘가부장권력 마초남성폭력’으로 무너지는 ‘여린 가시내’라는 얼거리로 짠 듯싶습니다.


  2025년은 2005년이나 1985년이나 1965년뿐 아니라 1865년이나 1755년이나 1455년에 댈 길이 없을 만큼 ‘숨통을 트는’ 터전입니다. 그러나 2025년이 1985년보다 좀 숨통을 트기에 ‘살기에 낫다’고는 여기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노릇입니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했기에 숨통을 틀까요? 모르거나 잊어버린 분이 많을 텐데, 1985년 한복판은 “청바지가 엄청나게 찢겨버린 무렵”입니다. 여대생이나 여공이나 여학생이 모처럼 목돈을 모아서 청바지를 사입었더니, 아빠뿐 아니라 엄마가 갈기갈기 찢어버린 일이 마을과 집집마다 흔했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던 나라에서 용케 살아남았고, 그저 ‘살아남기’만 할 뜻이 아닌, ‘함께살기’로 갈아엎어서 가꾸려는 뜻인 나날입니다. 2005년 무렵까지도 ‘가정폭력·학교폭력·사회폭력’을 아무리 외쳐도 안 듣기 일쑤였습니다. 이를테면, 아이가 길잡이(담임·교사)한테 여러 아이 주먹질(학교폭력)을 알려주어도 못 본 체하거나 거꾸로 ‘맞은아이’를 더 괴롭히며 구석에 내몰기까지 했습니다. ‘여성귀가안심길’이란 가시내뿐 아니라 사내도 마음놓고 못 다닌다는 뜻입니다. 힘을 부리는 주먹꾼은 모든 사람을 밟고 괴롭힙니다.


  그림책에 붙인 “내 방에서 당장 나가”라는 말은, 미움씨를 흩뿌리는 몸짓입니다. 쟤가 저렇게 했으니 쟤를 얼마든지 미워해도 되고, 괴롭혀도 된다는 몸짓입니다. 쟤는 쟤가 한 대로 내 손으로 앙갚음을 톡톡히 해주겠다는 몸짓입니다.


  잘 짚을 수 있기를 빕니다. 아이도 어른도 앙갚음을 하면서 미움씨를 흩뿌리는 나라는, 언제나 ‘굴레질(가부장권력·독재사회·군대질서)’로 치닫습니다. 얼뜨기로 막나가는 그들한테 앙갚음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얼뜨기가 뉘우치거나 눈물을 흘릴까요? 아니올시다. 얼뜨기는 되로 받은 앙갚음을 말로 갚게 마련입니다. 얼뜨기이잖아요. 얼뜨기는 스스로 잘못한 줄 까맣게 모를 뿐 아니라, 아예 마음이 없습니다. 바야흐로 ‘덩치곰’과 ‘새앙쥐’는 끝없이 죽이고 죽는 불싸움으로 달려갈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불싸움을 벌여서 이 삶터를 이만큼 바꾸어내지 않았습니다. 1455년부터 2025년에 이르는 사이에 어떻게 얼뜨기를 하나씩 물리치거나 털어내면서 이 삶터를 가꾸었는지 차분히 되짚기를 빕니다. 우리는 우리가 심은 씨앗대로 거둡니다. 미움씨와 주먹씨와 죽임씨를 뿌리면 고스란히 미움씨와 주먹씨와 죽임씨가 자라서 퍼집니다. “어떻게 바꿔야 할는지 모르겠다”면 배울 노릇입니다. “바꿀 마음보다는 앙갚음을 하고 싶다”면 이 삶은 내내 불수렁(지옥)일 뿐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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