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하나 새로 만들면서 이름 하나 예쁘고 알맞으며 살가이 지을 줄 모르는 한국사람. '보디'는 무엇이며 '히트'는 무엇일까. 영어로는 이렇게 이름을 지으면서, 우리 말로는 아뭇소리 못하는 한국사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스피 2011-01-12 21:40   좋아요 0 | URL
그거 보면 중국 사람이 대단한것 같더군요.무슨 외국어로든 자국어로 바꾸는 능력이 대단하지요.可口可樂(가구가락)은 코카콜라르 중국식으로 만든건데 뜻도 재미있지만 실제 중국어로 읽어도 코카 콜라와 발음이 비슷하다네요.

파란놀 2011-01-12 22:50   좋아요 0 | URL
나라마다 제 삶자락에 따라 즐겁게 말을 빚어서 쓰면 될 텐데, 우리는 한국사람임을 거의 생각하지 못합니다...
 

 

 편의점부터 작은 가게일 텐데, 이 작은 가게에 또다른 작은 가게가 있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렁이가 흙 똥을 누었어 자연과 만나요 3
이성실 글, 이태수 그림, 나영은 감수 / 다섯수레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한테 ‘어떤 책’ 선물을 할까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 이태수·이성실,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다섯수레,2009)



 그림책은 어른들이 어린이들한테 내어주는 빛깔 고운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그림책으로 지식을 익히도록 한다든지, 그림책으로 성교육을 한다든지, 그림책으로 과학을 더 깊이 알도록 한다든지 하지 않습니다. 그림책이 다루는 갈래는 자연도 있고 과학도 있으며 삶도 있거나 학교도 있는 가운데 성교육도 있을 테지만, 어떠한 갈래를 다루든, 그림책이란 아이들 마음을 따숩게 보듬는 이야기를 베풉니다. 아이들 마음을 따숩게 보듬는 이야기를 베풀지 못한다면 그림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판타지 그림책이라든지 옛이야기 그림책이라든지 자연 그림책이라든지 과학 그림책이라든지 철학 그림책이라든지, 갖은 이름을 붙이는 어른들이지만, 정작 아이들로서는 ‘그림책’이기만 합니다. 그림책은 그림책이지 ‘지식책’이나 ‘정보책’이나 ‘교육책’이 아닙니다. 어른들 또한 이런저런 갈래로 나누어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히려는 생각을 털어야 합니다. 그림책에 글을 넣든 그림을 넣든, 그림책을 쓰거나 엮는 분들은 아이들이 따뜻한 넋과 착한 얼과 보드라운 품을 아낄 수 있게끔 땀을 흘려야 합니다. 아이들이 넉넉한 가슴과 참다운 마음과 싱그러운 눈빛을 사랑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합니다.

 사랑을 담는 책이 되어야 하는 그림책입니다. 믿음을 나누는 책이 되어야 하는 그림책입니다. 서로 좋아하면서 다 같이 즐길 그림책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수수하게 웃고 보배로이 울 수 있는 그림책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 지렁이는 땅속 농부야. 지렁이가 일구어 놓은 땅속에서 감자알이 실하게 여물어 가고 있어. 지렁이 똥은 스펀지 같아서 비가 올 때 물을 머금었다가 식물에게 물이 필요할 때 다시 내주어 잘 자라게 해 ..  (21쪽)


 ‘자연과 만나요’라는 이름으로 세 권째 나온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를 읽습니다. 첫 권은 《개구리가 알을 낳았어》(2001)이고, 둘째 권은 《개미가 날아올랐어》(2002)입니다. 개구리와 개미와 지렁이 차례인데, 세 가지 목숨붙이는 우리 둘레에서 아주 흔하거나 너르‘던’ ‘흙’동무입니다.

 오늘날 한국 삶터에서 개구리이든 개미이든 지렁이든 흔하거나 너른 흙동무가 되지 못합니다. 첫째, 도시에서는 개구리이건 개미이건 지렁이이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도시에서는 그나마 집에 ‘개미’들이 들어온다고도 하지만, 개미가 마음껏 살아가는 터전은 아닙니다. 거미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집에 개미가 있으면 꾹꾹 눌러 죽이거나 파리약을 칙칙칙 뿌리기만 하지요.

 개구리이든 개미이든 지렁이이든, 너른 땅에 흙이 소담스레 있어야 합니다. 흙이 없이는 개구리이든 개미이든 지렁이이든 살아가지 못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들 목숨붙이뿐 아니라, 어떠한 목숨붙이라도 흙이 있어야 삽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벌레이든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갑니다. 흙을 아끼지 않는다면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다이 살 수 없습니다. 흙을 밟거나 만지지 않으면서는 사람 목숨이 산 목숨이 아닙니다. 흙을 고이 여기면서 흙내음이 물씬 나면서 흙기운으로 밥을 차리며 일하지 않고서야 사람 넋이 착하거나 참답거나 고울 수 없습니다.

 끔찍한 막공사라든지 막개발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오직 하나입니다. 정치꾼 몇몇 사람이나 언론매체 몇 군데 때문이 아닙니다. 재벌회사 몇몇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꾐수를 부리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흙하고 멀어진 채 돈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나 스스로 흙하고 가까이 지내면서 조용하고 착하게 어깨동무하는 삶이라면, 그 어떤 막공사나 막개발이나 부정부패가 생길 수 없습니다. 동네에 커다란 할인마트가 들어서는 일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나서지 않아도 됩니다. 동네 작은 가게를 즐겨 다니면 될 뿐입니다. 큰 할인마트에 안 가면 그만이에요. 몸에 나쁘지만 값이 싼 먹을거리를 안 먹으면 됩니다. 유행을 따지지 않고 상표를 가리지 않으면 됩니다. 시골 장터와 도시 저잣거리를 즐겨 다니면 됩니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라는 책이 아니라, 내 마음을 살찌우는 책이랑 내 넋을 보듬는 책이랑 내 눈길을 따사로이 어루만지는 책을 즐겁게 읽으면 돼요.


.. 도시에서 시골로 옮겨 그림을 그리면서 마당 곳곳에 지렁이 똥이 새삼스럽게 보였어요. 아침에 마당이 있는 조그만 텃밭을 둘러볼 때마다 새로운 지렁이똥이 소복소복 쌓여 있었어요 ..  (그린이 말/이태수)


 흙을 밟고 살아가니 지렁이똥을 만납니다. 지렁이똥만 만나겠습니까. 멧기슭에 고라니가 산다면 겨우내 먹을거리를 찾아 사람집 둘레에 내려와서 똥 질금질금 눌는지 모릅니다(이럴 일이야 드물겠지만). 고라니똥을 볼 수 있겠지요. 버섯을 딴다든지 이냥저냥 멧길을 거닐면 고라니똥을 마주할 수 있어요. 염소를 풀어 기른다면 곳곳에서 염소똥을 볼 만합니다. 멧자락 어느 한켠에는 멧토끼똥이 있을 테지요. 사람 눈으로는 보기 어렵지만, 틀림없이 개미도 똥을 눌 테고, 개구리이며 뱀이며 똥을 누겠지요. 모든 목숨붙이는 흙에서 먹이를 얻고 흙에서 잠자리를 마련하면서 흙으로 똥오줌을 돌려줍니다. 사람들도 흙과 함께 살아갈 때에는 흙밥을 헤아리고 흙똥을 곱씹습니다. 내 삶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고울까를 돌아보면서 흙기운을 가득 품고 흙넋을 예쁘게 끌어안습니다.

 그림책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는 앞서 나온 ‘자연과 만나요’ 두 권과 나란히 예쁘장한 그림책이기도 하지만, 앞서 나온 《개구리가 알을 낳았어》랑 《개미가 날아올랐어》랑 견주면 조금은 다른 결입니다. 한결 흙내음이 나는 그림책입니다. 이야기 결은 아직 ‘자연 지식 그림책’에 더 가깝지만, 차츰 ‘자연 이야기 그림책’으로 달라지면서, ‘자연 삶 그림책’으로 나아가겠다고 느낍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찬찬히 걸어가노라면, 어느 때부터인가는 ‘자연 지식’이든 ‘자연 삶’이든 모두 내려놓고 ‘그림책’ 하나로 빛나겠지요. 지식도 삶도 이야기도 흙과 같이 수수하면서 투박한 가운데 보들보들 스며나는 그림책으로 거듭나겠지요.


[2쪽] 굴을 파기 시작했어 → 굴을 파 / 굴을 파는구나
[5쪽] 피부로 숨을 쉬어서 → 살갗으로 숨을 쉬어서
[5쪽] 축축한 흙이 필요해 → 축축한 흙이 있어야 해
[6쪽] 지렁이는 스트레칭 선수야 → 지렁이는 쭉쭉이를 잘하지
[6쪽]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줘 →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줘
[6쪽] 둥근 마디로 이어져 있지 → 둥근 마디로 이어졌지
[13쪽] 하지만 걱정하지 마 →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
[13쪽] 새살이 돋아날 거야 → 새살이 돋아나니까 / 새살이 돋아나거든
[15쪽] 지렁이는 안전하지 못해 → 지렁이는 느긋하지 못해 / 지렁이는 걱정스러워
[17쪽] 지렁이 똥이 쌓여 있어 → 지렁이 똥이 쌓였어
[21쪽] 감자알이 실하게 여물어 가고 있어 → 감자알이 알차게 여물어
[21쪽] 지렁이 똥은 스펀지 같아서 비가 올 때 물을 머금었다가
→ 지렁이 똥은 비가 올 때 물을 머금었다가
[21쪽] 식물에게 물이 필요할 때 → 푸나무가 물을 바랄 때
[22쪽] 더 깊이 굴을 파고 겨울을 준비해 → 더 깊이 굴을 파고 겨울을 맞이해
[24족] 농부가 쟁기질을 시작했어 → 농부가 쟁기질을 해
[24쪽] 흙을 뒤엎기 시작했나 봐 → 흙을 뒤엎는가 봐 / 이제 막 흙을 뒤엎는가 봐



 살가우며 구수하게 자연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를 읽으며 여러 군데 손질할 곳을 살핍니다. 이 그림책은 여느 어른도 함께 읽을 만하지만, 누구보다 어린이 스스로 읽으며 즐기도록 마련한 책인 만큼, 몸글에서 고쳐야 할 대목을 열여섯 군데만 짚어 봅니다. 다른 어린이책에서도 이 대목을 어렵잖이 보는데, 어린이책을 쓰는 어른들은 ‘어린이 말’과 ‘어린이가 배울 말’과 ‘어린이가 쓸 말’을 한결 깊이 살펴 주면 고맙겠습니다. 이래저래 흔히 쓰는 한자말이건 여러모로 익숙하게 쓰는 말투이건, 다듬거나 손질해야 한다면 다듬거나 손질해야 합니다.

 “-하기 始作했어”나 “-이 必要해”는 한자 말투이기 앞서 일본 말투입니다. “-ㄹ 거야”처럼 ‘것’을 함부로 넣으면 우리 말투가 아닙니다. 우리 말투는 ‘그렇지만(그러하지만)’이지 ‘하지만’이 아니에요. 겨우나기란 겨울을 맞이하는 일이기에 “겨울을 준비해”라 해도 틀리지 않으나, 아이들 삶과 말을 헤아린다면 “겨울을 맞이해”로 적바림해야 알맞습니다. 감자알이든 씨알이든 굵거나 알차게 여뭅니다. 축구나 농구에서는 ‘도움주기’라는 낱말을 쓰기도 하지만 “도움을 주다”가 아니라 “도와주다”가 제대로 적는 우리 말입니다. ‘스트레칭’이나 ‘스펀지’ 같은 말마디야 흔히 쓰기는 하지만, 지렁이와 흙을 이야기하는 삶하고는 영 걸맞지 않습니다. 이런 말마디는 굳이 안 써도 되며, 글과 이야기에 소롯이 녹아나도록 풀어서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어린이를 생각하는 그림책에는 그림부터 살가이 담아야 하고, 글 또한 살가이 여미어야 합니다. 말끝을 입말 투로 맞추는 데에 마음을 쓰는 일도 훌륭하지만, 입말 투 아닌 글말 투라 하더라도 옳고 바르며 참답다 할 우리 말투를 살릴 때에 비로소 글맛을 즐깁니다. (4344.1.13.물.ㅎㄲㅅㄱ)


―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 (이태수 그림,이성실 글,다섯수레 펴냄,2009.3.20./95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읽는 이 손에 걸레를


 ㄱ. 책만 읽는 바보가 되지 않게 애쓰기.
 ㄴ. 책만 아는 도깨비가 되지 않게끔 마음쓰기.
 ㄷ. 책만 찾는 기계가 되지 않도록 용쓰기.



 어릴 적부터 책을 즐겨 읽거나 많이 읽거나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틈틈이 손에서 책을 빼앗을 줄 알아야 한답니다. 책을 빼앗은 손에는 걸레나 빗자루나 낫이나 호미나 쟁기를 쥐어 주어야 한다더군요. 걸레로 방을 훔치고 비로 집안 구석구석을 쓸도록 일을 시켜야 한다지요. 낫으로 풀을 베거나 호미로 김을 매거나 쟁기로 논밭을 갈도록 시켜야 한대요. 빨래를 한 아름 품에 안겨 아이가 입은 옷, 이 가운데 적어도 양말과 신발쯤은 제 손으로 빨도록 시켜야 한다더라고요. 아이가 먹은 밥그릇과 수저는 마땅히 아이 손으로 설거지를 하도록 시켜야 좋다고 해요.

 이렇게 하지 않고 책만 딥다 파면, 책만 좋아라 읽는다면, 이 아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서 큰다지요. 삶을 놓치거나 느끼지 못한다지요.

 고시 공부를 하는 분들을 생각해 봅니다. 고시 공부를 하는 분 삶을 보면 엉망이기 일쑤입니다. 당신 삶뿐 아니라 식구나 이웃 삶도 엉망이에요. 오로지 이 한 사람을 뒷배하느라 둘레에 있는 모든 사람 삶을 다 바쳐야 합니다. 그런데 애써 숱한 사람들 땀방울을 들여 고시에 붙었달지라도 삶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공무원이 되어 쇠밥그릇을 마련할 뿐, 오롯이 꾸리는 삶으로 거듭나지 않습니다. 이제, 공무원이 되었으니 손수 밥하고 빨래하며 살림하는 매무새를 기르지 않습니다. 삶을 깨우치는 공부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예 돈 잘 버는 도깨비나 기계로 머물 뿐, 사람을 사랑하거나 삶을 믿는 착한 넋을 보살피지 못해요. 이제는 교사가 되는 이 또한 됨됨이를 갖춘 교사가 아니라 지식만 갖춘 교사 굴레에서 허덕입니다. 책 읽는 사람뿐 아니라 책 만드는 사람마저 도깨비나 기계 테두리에서 맴돕니다.

 이 나라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은 머리에 담은 지식으로는 똑똑하지만, 손을 쓰거나 몸을 쓰거나 마음을 쓰면서 어깨동무하는 데에까지 똑똑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웃을 헤아리거나 동무를 보살피거나 살붙이를 아끼는 데에는 얼마나 똑똑한지 알쏭달쏭합니다.

 운동을 잘 하는 아이나 어른 들은 운동을 참 잘합니다. 야구이든 축구이든 농구이든 배구이든 골프이든 수영이든 피겨스테이팅이든 참 잘합니다. 그러면 이들 운동선수는 운동경기 말고 다른 자리에서는 당신 삶을 얼마나 잘 꾸리는가요.

 크나큰 도시에서는 틀림없이 돈으로 살아갑니다. 돈으로 밥을 사고 집을 사며 옷을 삽니다. 동무를 만나도 돈을 쓰고 어버이를 모셔도 돈을 쓰며 학교를 다녀도 돈을 씁니다. 돈이 없이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아니, 돈이 아니고서야 도시에서 살아남을 길이 없습니다. 아주 드물게 몇몇 사람은 돈이 아니고서도 도시에서 살아남을 테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한테는 돈보다 보배로울 삶이란 없습니다. 이리하여 도시사람한테는 돈을 조금은 멀리하면서 책을 살짝이나마 가까이해야 한다 말할는지 모릅니다만, 제아무리 돈밖에 모른다는 도시사람한테도 책보다는 걸레랑 호미랑 쟁기를 쥐어 주어야지 싶습니다. 돈만 아는 사람한테 책을 쥐어 준대서 삶을 스스로 아름다이 일구는 뜻을 헤아리거나 깨달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책만 읽는 바보 아닌, 돈만 바라는 바보 아닌, 삶을 헤아리는 살림꾼이 되도록 이끈다면 참 좋겠지요. 책만 아는 도깨비 아닌, 돈만 아는 도깨비 아닌, 삶을 아는 마음벗이 되도록 돕는다면 아주 기쁘겠지요. 책만 찾는 기계 아닌, 돈만 찾는 기계 아닌, 삶을 찾는 목숨붙이가 되도록 어깨동무를 한다면 몹시 고맙겠지요.

 아이한테 책과 함께 걸레랑 호미랑 짐꾸러미를 쥐어 줍니다.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책을 읽으며 집안을 치웁니다. 아이가 신고 벗는 신발을 스스로 가지런히 놓도록 이끌고, 아이 앞에서 어버이부터 말씨를 곱게 가다듬습니다. 아이와 손을 맞잡으며 멧길을 걷고 아이를 품에 안으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때때로 자동차를 얻어 탈 때면 앞만 보아야 합니다. 자동차를 타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든지 바깥이 얼마나 덥거나 추운지 느끼기 힘듭니다. 자동차를 달리면 길에 밟혀 죽는 작은 목숨을 알아챌 수 없고, 온 들판 가득한 풀과 꽃과 나무한테 말을 걸지 못합니다.

 바람소리와 새소리와 물소리를 담은 책이 더러 있을 테고, 요사이는 꾸준히 나오기도 합니다. 바람소리를 담을 수 있는 책이란 아주 훌륭합니다. 새소리 깃든 책이란 매우 빼어납니다. 물소리 흐르는 책이란 참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바람소리는 책 아닌 우리 마을에 있습니다. 새소리는 멧자락 어디에나 있습니다. 물소리는 골짜기와 냇물 가에서 마주합니다. 삶과 삶터가 있어 책과 지식이 있습니다. (4335.7.2.처음 씀/4344.1.11.불.고쳐씀.ㅎㄲㅅㄱ)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스피 2011-01-12 21:23   좋아요 0 | URL
ㅎㅎ 좋은 글입니다^^
 


 주먹과 글쓰기


 서울 볼일 마치고 일산집 들른 다음 시골집으로 돌아가려고 전철로 강변역으로 오다. 버스는 늦는다. 떠날 때부터 6분이나 늦는 버스를 겨울바람 맞으며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아줌마 하나가 아이를 퍽 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리 숙숙 걸어간다. 아이는 바닥에 자빠져서 운다. 뒤에서 할머니 한 분이 “쯔쯔, 저런 나쁜 사람이 다 있나. 울지 마렴.” 하고 말한다. 아빠는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랜다. 아이는 고개를 푹 파묻으며 울먹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뒤에서 또 어떤 아줌마가 아이를 툭 치고 지나간다. 아, 어떻게 사람들이 이 모양인가. 이들을 사람이라 말할 만한가. 당신들도 아이를 낳아 기른 어머니들 아닌가 하고 꽥 소리지르려다가 꾹 참는다. 탈만 사람 가죽일 뿐이니 소리를 지른들 무엇하랴. 속은 시커먼 쓰레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아이를 섬기지 않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주먹다짐·발길질·총칼·대포·전투기·탱크·미사일…… 따위가 춤추는 싸움판 나라로 흐른다. 나라가 싸움판 나라로 흐르기 앞서 우리 삶과 우리 마을부터 싸움판이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으니 군대를 만들고, 사람을 아끼지 않으니 경제성장에 목을 맨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아이를 사랑하는 넋과 사람을 아끼는 얼을 밑바탕으로 다스리는 살림꾼이어야 한다. (4344.1.10.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