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1] 토크인 인천맘

 혼자 아이 키우며 살아가는 엄마들은 ‘싱글맘’이라고들 합니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엄마들은 ‘서울맘’이라고들 합니다. 서울 아이는 ‘서울키드’일까요. 서울 소년은 ‘서울보이’가 되나요. ‘서울엄마’나 ‘한엄마’나 ‘혼자엄마’ 같은 말을 쓰기란 너무 힘든 오늘날 우리 나라입니다. 인천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분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어도 “인천엄마 수다마당”이나 “인천엄마 이야기꽃”이 되지는 못합니다. (4344.1.1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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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하고 씨름하며 지쳐 떨어져 바닥에 드러눕다가, 아이 옷가지 빨래를 올려다보다.

- 2011.1.6. 

 

저녁에는 그대로 드러누운 채 아이 발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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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무 님 〈비둘기 합창〉을 다시 보면서


 아빠 허벅지를 베고 잠들었던 아이가 오줌이 마려운지 깨어납니다. 오줌을 누이고 다시 눕히려 하는데 눕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아이랑 함께 ‘영화’를 봅니다. 아이는 엄마랑 아빠랑 나란히 앉아서 “영화 보자!” 하고 외치며 조릅니다. 무얼 보면 좋을까 하며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까치 만화가 보여 돌리는데, 영 재미없구나 싶어 이상무 님 만화영화 《태양을 향해 던져라》를 봅니다. 그러고 나서 《비둘기 합창》이랑 《다시 찾은 마운드》를 봅니다. 《비둘기 합창》은 1970년대 달동네 사람들 삶자락 한켠을 그린 작품으로 1980년대에 만화영화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제법 살림을 꾸리는’ 사람들 삶자락이라 할 텐데, 조금 더 살림이 펴서 ‘내 집’이 있다 하더라도 가난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리고, 이무렵 아이들 고무줄놀이나 구슬치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든지, 집에서 어머니나 큰누나가 뜨개질 하는 대목이라든지, 아주 부드러이 담습니다. 다만, 어느 만화이든 “여자 = 집안일”이고 “어머니 = 희생”입니다. 참 딱하다 할 만하지만, 이때를 살아가던 사람들 삶이 이러했기에 이러한 삶을 고스란히 만화와 만화영화로 담습니다. 생각을 활짝 연다든지 꿈을 드높이 펼친다면 훨씬 훌륭하다 할 만하겠지요. 그러나 1970∼80년대처럼 무시무시한 군사독재 때에는 생각을 활짝 열거나 꿈을 드높이는 만화를 그리다가는 하루아침에 이슬처럼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상무 님이 《만화광장》이라는 잡지에 그려서 나중에 낱권책으로 내놓았던 《포장마차》라는 만화책을 헤아린다면, 이상무 님으로서는 당신이 그릴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벼랑’에서 살가우면서 사랑스러운 넋을 보여주었다 할 만합니다. 1970년대 만화를 2010년대 눈길로 섣불리 바라보아서는 이 만화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보여주며 무엇을 즐길 만한지를 알아챌 수 없어요. 1970년대 만화는 1970년대 눈썰미로 읽는 가운데 2010년 오늘을 톺아볼 때에, 우리 터전이 어느 만큼 나아지거나 거듭나거나 발돋움했는가를 꿰뚫어보면서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최규석 님이 ‘패러디’한다면서 그렸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아기공룡 둘리》를 아주 엉터리로 잘못 읽으며 헐뜯은 슬픈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희동이는 ‘사내아이’이거든요. 예전 사람들은 ‘형’이라 안 하고 ‘언니’라 일컬었습니다. 《꺼벙이》를 읽든 《고인돌》을 읽든 《순악질 여사》를 읽든 마찬가지예요. 그무렵 사람들과 삶과 사랑을 헤아리지 않고 ‘(겉훑은) 줄거리’만, 더구나 ‘오늘 눈썰미라는 잣대’로 섣불리 재거나 따지면 작품을 뭇칼질하고야 맙니다.

 아이는 만화영화를 다 보고도 잘 생각을 않습니다. 그러나, 뜨개질하는 엄마 곁에서 스케치북을 펼칩니다. 엄마랑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그림을 그려 줍니다. 아빠는 아주 살짝이지만 쉴 틈을 얻어 글조각을 조금 붙잡습니다.

 이제 식구들 모두 잠들 무렵 아빠도 잠든 다음, 아빠는 새벽 서너 시에 다시 일어나서 조용하면서 호젓한 때에 마음을 가다듬어 ‘집식구 밥벌이’이자 ‘아버지가 걷는 한길’인 글쓰기를 해야겠지요.

 오늘도 참 긴 하루였고, 아직 저녁밥상 설거지가 남았습니다. 이듬날에는 잠방 이불과 담요를 털어야지요. 지난주부터 음성읍내 장마당이 모두 닫히는 바람에 먹을거리 사러 읍내에 나갈 수 없이 되었는데, 참 걱정입니다. 발굽병이니 구제역이니 뭐니 한달지라도, 시골사람이랑 이런 병이 뭐라고. 이런 병은 도시에서 고기를 더 값싸게 더 많이 먹으려 드니까 생기는 병인데, 시골에서 고기를 거의 안 먹으면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라고. 장마당 장사꾼들은 어찌 살림을 꾸리고, 장마당에서 먹을거리를 마련하던 우리 같은 시골사람은 어찌하라고. (4344.1.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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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해 앞서 쓴 글입니다. 짧게 쓴 글에서 제 마음을 이렇게 짧게 적바림할 수 있는 매무새를 잘 추슬러야겠다고 다시금 되뇝니다.) 



 헌책방 헌책 느끼기


 나한테 즐거움과 기쁨을 베풀어 주는 온갖 책을 마음 가볍게 만날 수 있는 곳이 헌책방이라고 느낍니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나한테 즐거울 책을 찾는 가운데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이 헌책방이라고 느껴요. 해묵은 책이건 낡은 책이건 빳빳한 책이건 크게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느 책이건 나 스스로 내 손에 집어들어서 반갑게 읽을 수 있다면 나한테 좋은 책이라고 믿습니다. (4339.1.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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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 앞서 쓴 글을 되읽습니다. 일곱 해 앞서하고 오늘하고 제 생각이나 삶은 다르지 않습니다. 혼자만 건사하기보다, 이렇게 올려 놓고 함께 읽고 싶습니다.)



 책을 말하는 책을 사서 읽다가


 저도 언젠가는 ‘책을 말하는 책’을 한 권 펴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나서 이런 책을 내고프지는 않아요. ‘책을 말하는 책’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채 읽히기 때문입니다. ‘책을 말하는 사람’들이 보는 책이 너무 한편으로 기울어진 채 울타리가 드높기 때문입니다. 사상과 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서양사상과 서양철학에 너무 기울어진 한편, 번역을 보는 눈도 참 낮습니다. 모든 책이 말로 이루어지고 모든 사상과 철학을 말로 나눈다는 대목을 살핀다면 말을 얼마나 알맞고 제대로 쓰느냐는 무척 큰 대목입니다. 그러나 글쟁이나 지식인이 쓰는 ‘어렵고 딱딱한 말’로만 사상과 철학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 좁다란 마음이 슬프고 딱합니다.

 ‘책을 말하는 책’을 가만히 보면, 어린이책은 거의 빠지기 일쑤입니다. 더러 어린이책을 한두 권쯤 다룬다고 해도 얕잡아보기 일쑤입니다. 제대로 모르거나 여느 때에는 눈길마저 안 두니까요.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제대로 살펴보고 애틋한 눈길로 이야기하는 책도 드뭅니다. 이런 책은 그저 몇몇 전문가들만 당신들끼리 아는 말과 이야기로 글을 쓸 뿐입니다. 그러니 이런 책을 즐길 수많은 사람들 앞에 더욱 높은 울타리가 쳐지는 셈입니다.

 엊그제 《강유원-책》(야간비행,2003)과 《서경식-소년의 눈물》(돌베개,2004)을 사서 조금씩 읽습니다. 《책》은 쓸데없는 군소리가 너무 많군요. 《소년의 눈물》은 출판사에서 편집 장난을 친 탓에 책값이 터무니없이 비쌀 뿐더러 번역이 참 어설픕니다. 원고지로 500장을 겨우 넘길까 말까 한 조그마한 책인데 쪽수를 부풀려 만 원짜리로 만들어 버리는 ‘옛날 인문사회과학출판사’ 모습에 눈물이 핑 돌 뿐입니다. 돈 좀 벌었나요. 그래서 눈이 풀렸나요. 아니면 돈에 눈이 멀어 눈이 풀렸나요.

 강유원 님은 한결 재미나고 신나게 책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김규항 님은 강유원 님 책을 두고 “신문기자들이 보기에 아주 기분 나빠할 책”이지 않겠느냐며 즐겁게 웃는데, 정작 소담스레 돌아볼 대목이란 ‘신문기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독자’를 생각해야 합니다. 신문기자가 이렇게 보건 저렇게 보건 아랑곳할 일이 아닙니다. 독자인 우리들, 책손이자 책을 즐기는 우리들이 우리 삶으로 어떻게 바라보며 곰삭일 만한 책인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김규항 님 말마따나 《책》이라는 책은 신문기자나 전문서평가라고 이름을 내미는 사람들한테는 ‘한방 먹이는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촐하고 털털하게 책을 좋아하는 독자한테는 ‘껄끄럽거나 말이 지나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긴, 이런 책도 있긴 있어야 하는데, ‘책을 말하는 책’이 너무 비좁고 치우친 채 막상 파고들어야 할 속살과 따숩게 보듬어야 할 수수한 삶하고는 동떨어졌다 보니 《책》이란 책이 책다운 제구실을 얼마 못한다는 생각까지 드는군요.

 책을 말하는 책이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책을 좋아하거나 넓은 눈으로 책을 볼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책을 보는 일도 그 나름대로 뜻이나 재미가 있겠군’ 하고 느끼면서 집어들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나한테는 썩 달갑거나 좋은 책은 아니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한테는 도움이 되거나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끔 이끌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마음으로 책을 말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농사는 골고루 지어야 하고, 일과 놀이가 하나로 어우러지며 따로 쉬는날 없어도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듯 책을 말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고단한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고단한 일을 살짝살짝 쉬며 담배 한 개비 피워무는 때에 뒷주머니에서 꺼내어 읽을 수 있듯 책을 말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일이 놀이 같으면 힘들지 않고 따로 쉴 까닭이 없답니다. 놀이가 고된 일 같으면 즐길 수 없으나, 일이 놀이이며, 놀이가 일이 된다면 이때에는 삶입니다. 책읽기는 어떨까요. 일인가요, 놀이인가요. 일이자 놀이인가요. 버스에서도 읽고 전철에서도 읽으며 방구석에서도 읽다가는 공원에서도 읽는 한편, 밥 먹고 난 뒤에도 읽는다면 그야말로 우리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눈여겨보고 싶습니다. ‘삶이 되는 책’, ‘밥과 같은 책’, ‘물과 바람과 햇볕과 같은 책’을 말하고 싶고, 우리가 즐기는 책이란 바로 이렇게 내 삶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즐거움을 담아야지 싶습니다. 책을 말하는 책도 그렇고요. 온갖 책을 다 읽거나 고전이라는 책까지 두루 읽거나 새로 나오는 좋은 책을 틈틈이 찾아서 읽거나 헌책방에 묻힌 책을 두 손에 시커먼 먼지를 묻혀 가면서 캐내는 일도 좋습니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내 삶을 찾을 수 있다면 어떠한 책읽기이든 좋고 어떠한 책을 집어들든 좋습니다.

 내 삶을 찾지 않는 책읽기는,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내 삶을 찾는 책읽기는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몸이 고단하지 않고, 오히려 신나는 일이라고 봅니다. 책을 읽다가 밤을 꼬박 새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마음은 맑고 깨끗합니다. 책을 읽다가 그냥 잠이 들고 하품이 쏟아지는데에도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이럴 땐 얼마나 괴롭습니까? 우리는 책을 읽다가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날이 새는 줄 모르며, 배가 고픈 줄 모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그저 재미가 있는 책이라서가 아닙니다. 내 몸과 마음을 살피거나 돌아보는 한편, 우리 삶을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책읽기이기 때문입니다.

 나 또한 책을 말하는 책을 펴내고 싶다는 생각은 여기에 뿌리를 둡니다. 우리 삶을 넓고 깊이 돌아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을 느끼고 살피며 헤아리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면서 즐기는 일에 뿌리를 둡니다. 책 하나가 모든 것이 아닙니다만, 책 하나로 여태껏 뜨지 못한 눈을 새롭게 뜰 수 있습니다. 책이 길을 열어 주지 않습니다. 책을 읽은 우리 스스로 길을 열어젖힐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갖춥니다. 책을 읽은 우리 스스로 새길을 열고 가시밭길 또한 헤쳐 나가면서 내 삶을 가꿉니다.

 책을 말하는 일이란, 내 넋과 꿈과 사랑을 말하는 일입니다. 우리 삶을 말하는 일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두를 말하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사회라든지 제도라든지 문화라든지 정치라든지 경제라든지 자연이라든지 환경이라든지 가리지 않고 하나하나 살펴보고 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일을 하는 저부터 즐거울 수 있다고 봐요. 이런 일을 즐겁게 해낸다면, 제가 이룬 열매를 즐길 분들도 즐거울 수 있을까요. 즐거울 수 있겠지요. 그래서 나는 부지런히 애쓰고 힘을 모아서 책을 말하는 책 한 권 꼭 펴내고 싶습니다. (4337.10.20.물.처음 씀/4344.1.13.나무.글투 다듬음.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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