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꽃이 되어
이순자 지음, 고정순 그림 / 원더박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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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21.

그림책시렁 1645


《깨꽃이 되어》

 이순자 글

 고정순 그림

 원더박스

 2025.9.11.



  할머니가 할머니로 서는 길은 아주 쉽습니다. ‘나이먹기’가 아닌 ‘낳이짓기’를 하면 됩니다.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로 사는 길은 무척 쉬워요. ‘나이들기’가 아닌 ‘철들기’를 하면 됩니다. 할머니는 아기를 못 낳는다고 여깁니다만, 할머니는 온숨결이 사랑으로 피어나고 깨어나도록 북돋우는 손길을 펼 줄 아는 ‘참나이’를 품는 자리입니다. 할아버지는 젊은이만큼 일을 못 한다고 여깁니다만, 할아버지는 집살림을 포근히 돌보고 추스르면서 푸르게 지피는 손길을 나눌 줄 아는 ‘배움나이’로 가는 자리입니다. 《깨꽃이 되어》는 어느 할머니가 시골집으로 옮기면서 맞닥뜨리는 삶을 가볍게 옮깁니다. 이순자 님이 이미 써놓고서 떠난 글에 줄거리를 조금 입힌 셈이에요. 글을 되살린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되, 굳이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귀엽게’ 그려야 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할머니입니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입니다. ‘할-’이라는 앞머리는 ‘한-’하고 나란해요. 워낙 ‘한어미·한아비’라 이르던 말씨입니다. 하늘과 같고, 함께 가꾸고, 해처럼 하얗고 환하게 어진 사람이기에 ‘한-·할-’을 붙이는 이름입니다. 귀염할매나 귀염할배가 아닌, 어질고 철들어 새빛을 낳는 얼거리로 붓끝을 놀리지 못한 대목이 아쉽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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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버린 아이들 - 세상과 만나는 작은 이야기
김지연 지음, 강전희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21.

그림책시렁 1658


《나라를 버린 아이들》

 김지연 글

 강전희 그림

 진선출판사

 2002.7.1.



  지난 2000년에 《연변으로 간 아이들》이라는 뜻깊은 빛책이 나왔고, 2001년에는 《노동자에게 국경은 없다》라는 조그마한 책이 나왔습니다. 이윽고 《나라를 버린 아이들》이 나오는데, 어린이한테 빛책(사진책)은 좀 어렵다고 여기며, 빛꽃을 그림으로 바꾼 얼거리로 꾸린 듯합니다. 김지연 님이 글과 빛꽃으로 담은 이야기는 “나라를 버린 아이들”이기도 할 테지만 “나라가 버린 아이들”이라고 먼저 말해야 맞다고 느낍니다. 남북녘 모두 아이를 버리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남녘은 불굿(입시지옥)에 아이를 팽개치고, 북녘은 불늪(전쟁터)에 아이를 몰아넣습니다. 남북녘 모두 ‘어린이’를 헤아리는 길(정책)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돌보는 어버이와 어른’을 살피는 길도 나란히 없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모든 나라는 어린이를 한복판에 두어야 합니다. 어린이를 보살피고 사랑해야 어른입니다. 어린이가 꿈을 심고 가꾸면서 돌보는 길을 걸어가도록 북돋아야 어른이요, 나라(정부)답고, 배움터(학교)라고 하겠습니다. 어린이를 한복판에 안 놓는 탓에 자꾸 총칼(전쟁무기)에 힘을 쏟고 돈을 들입니다. 어린이를 늘 안 살피기에 딴청에 딴짓을 일삼으면서 갖은 더럼짓(부정부패)을 일삼는 꼰대투성이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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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2025.10.18. 미처 못 마치면



  미처 못 마치면 다음에 느긋이 추스르면 된다. 하루아침에 번쩍하고 끝내야 하지 않고, 오늘 바로 끝장을 볼 일이 아니다. 낳은아이뿐 아니라 이웃아이를 살피고 돌보며 배운 어른이라면, 아이가 늘 어른을 가르치는 줄 알 테니까 ‘느긋길’을 몸과 마음으로 나아가면 되는 줄 느끼게 마련이다.


  오늘 못 마치거나 마감이 닥쳐 아슬아슬하더라도 걱정거리는 없다. 끝에서도 더 끝까지 달리면서 짚고 되새기고 익힐 곳이 있다는 뜻이다. 그저 더 하고 새로 또 하고 신나게 거듭거듭 일구면 느긋하다. “없는 틈을 낸다”는 ‘느긋’이 아니다. 누구한테나 똑같이 밤이 찾아오고 새벽이 깃들고 아침이 환하다. 우리는 언제나 오늘을 맞이하면서 하루를 살아낸다. “있는 틈을 기꺼이 살리”기에 느긋할 수 있다.

 

  사람 곁에 다 다른 숱한 새가 찾아와서 다 다르게 노래한다. 새는 노래로 사람을 일깨우고 일으킨다. 사람 곁으로 다 다른 나무와 풀꽃이 자라서 다 다르게 푸르다. 풀꽃나무는 다 다르게 푸르기에 넌지시 밝히고 속삭인다. 새가 다르고 풀꽃나무가 다르고 들숲메바다가 다르다. 사람도 매한가지이다. 너랑 내가 다르기에 새롭게 만나서 나란히 다가가고 다가오는 삶을 이룬다.


  나는 너한테 내 목소리로 사근사근 말을 건다. 너는 나한테 네 목소리로 나긋나긋 속살인다. 우리는 한참 수다꽃이다. 이 수다꽃은 함께 살리고 북돋우는 말꽃이다. 풀은 풀꽃이고, 나무는 나무꽃이고, 말은 말꽃이고, 사람은 사람꽃이고, 일은 일꽃이고, 노래는 노래꽃이다. 미처 못 마치면 쉬면 된다. 미처 못 마쳤으니 다시금 쉬고서 새롭게 기운을 차려 끝내면 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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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78 : -지는 느낌 -던 게 기억난


오도독 깨물어지는 느낌이 재미나서 더 울지 못했던 게 기억난다

→ 오도독 깨물면 재미나서 더 울지 않았다고 떠오른다

→ 오도독 깨물면 재미나서 더 안 울었다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황선미, 비룡소, 2014) 14쪽


“깨물어지는 느낌이”라는 우리말은 없습니다. “깨물면”으로 바로잡습니다. “울지 못했던 게 기억난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울지 못했다고 떠오른다”나 “울지 않았지 싶다”로 손볼 만하고, 단출히 “안 울었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기억(記憶) :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정보·통신]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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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79 : 난파 직전 진두지휘 아내 -ㅁ을 전합


난파 직전인 배를 진두지휘하느라 애쓰는 아내 손수연 씨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뒤집히려는 배를 이끄느라 애쓰는 곁님 손수연 씨도 고맙습니다

→ 휘청거리는 배를 거느리느라 애쓰는 짝꿍 손수연 씨도 고맙습니다

《보물섬의 비밀》(유우석, 창비, 2015) 142쪽


너울치는 바다에서 배가 견디지 못 하면 가라앉거나 뒤집힐 수 있습니다. 큰물결에 휘청휘청 흔들흔들 아찔아찔하다면 다들 넋을 잃고서 허둥지둥일 만합니다. 이때에 차분히 이끌고 어질게 거느리는 키잡이가 있으면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곁에서 지켜보고 돌아보기에 곁님입니다. 나란히 헤아리고 살피면서 걸어가기에 짝꿍입니다. 서로 고맙습니다. 고마워서 절을 합니다. 고맙기에 허리를 숙입니다. ㅍㄹㄴ


난파(難破) : 항해 중에 폭풍우 따위를 만나 부서지거나 뒤집힘

직전(直前) : 어떤 일이 일어나기 바로 전 ≒ 즉전(卽前)

진두지휘(陣頭指揮) : 전투나 사업 따위를 직접 앞장서서 지휘함

전하다(傳-) : 1. 후대나 당대에 이어지거나 남겨지다 2. 어떤 것을 상대에게 옮기어 주다 3. 남기어 물려주다 4. 어떤 사실을 상대에게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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