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2025.10.18. 미처 못 마치면



  미처 못 마치면 다음에 느긋이 추스르면 된다. 하루아침에 번쩍하고 끝내야 하지 않고, 오늘 바로 끝장을 볼 일이 아니다. 낳은아이뿐 아니라 이웃아이를 살피고 돌보며 배운 어른이라면, 아이가 늘 어른을 가르치는 줄 알 테니까 ‘느긋길’을 몸과 마음으로 나아가면 되는 줄 느끼게 마련이다.


  오늘 못 마치거나 마감이 닥쳐 아슬아슬하더라도 걱정거리는 없다. 끝에서도 더 끝까지 달리면서 짚고 되새기고 익힐 곳이 있다는 뜻이다. 그저 더 하고 새로 또 하고 신나게 거듭거듭 일구면 느긋하다. “없는 틈을 낸다”는 ‘느긋’이 아니다. 누구한테나 똑같이 밤이 찾아오고 새벽이 깃들고 아침이 환하다. 우리는 언제나 오늘을 맞이하면서 하루를 살아낸다. “있는 틈을 기꺼이 살리”기에 느긋할 수 있다.

 

  사람 곁에 다 다른 숱한 새가 찾아와서 다 다르게 노래한다. 새는 노래로 사람을 일깨우고 일으킨다. 사람 곁으로 다 다른 나무와 풀꽃이 자라서 다 다르게 푸르다. 풀꽃나무는 다 다르게 푸르기에 넌지시 밝히고 속삭인다. 새가 다르고 풀꽃나무가 다르고 들숲메바다가 다르다. 사람도 매한가지이다. 너랑 내가 다르기에 새롭게 만나서 나란히 다가가고 다가오는 삶을 이룬다.


  나는 너한테 내 목소리로 사근사근 말을 건다. 너는 나한테 네 목소리로 나긋나긋 속살인다. 우리는 한참 수다꽃이다. 이 수다꽃은 함께 살리고 북돋우는 말꽃이다. 풀은 풀꽃이고, 나무는 나무꽃이고, 말은 말꽃이고, 사람은 사람꽃이고, 일은 일꽃이고, 노래는 노래꽃이다. 미처 못 마치면 쉬면 된다. 미처 못 마쳤으니 다시금 쉬고서 새롭게 기운을 차려 끝내면 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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