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80 : 덕분에 나는 -지지 가족 -게 되었


두 사람 덕분에 나는 버려지지 않고 새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 나는 두 사람을 한집안으로 새로 만났다

→ 나는 두 사람을 우리집으로 새롭게 만났다

《먼지 행성》(김소희, 아름드리미디어, 2024) 41쪽


우리말은 임자말 ‘나는’을 사이에 안 넣습니다. 옮김말씨 “새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는 “새 집안을 만났다”로 다듬을 노릇이되, “두 사람”이 “나를” “새롭게 한집안으로 맞아들인다”는 뜻을 들려주려는 보기글이기에 아주 새롭게 고쳐써야 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 두 사람을 + 한집안으로 + 새로 만났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두 사람은 그저 둘이서 살아왔는데, 둘이서 이룬 작은집에 나를 받아들인 얼거리이거든요. ㅍㄹㄴ


덕분(德分) :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 덕(德)·덕윤·덕택

가족(家族) :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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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6. 루



  아직 우리말 가운데 ‘루’로 첫머리를 여는 낱말은 없지 싶습니다. 우리말은 어쩐지 ㄹ로 첫머리를 그리 안 열려고 해요. 그러나 사이나 끝에 깃드는 ‘루’는 꽤 많습니다. “미루나무 한 그루”를, 그루잠을, “머루를 먹는 마루”를, 그늘나루에 버스나루에 기차나루를, 여러 루를 혀에 얹다가, ‘루루’처럼 내는 소리도 우리말로 삼을 만할 텐데 싶습니다. 굳이 서양말 ‘lu-lu’만 생각하기보다, 새나 풀벌레가 내는 소리로 떠올릴 수 있고, 휘파람을 불며 나오는 소리로 여길 수 있습니다. 고루 나누고 두루 펴는 길이란 무엇일까요. ‘루’를 돌려서 ‘로’로 오면, 서로서로 반갑습니다. 이대로도 새롭고 그대로 가도 나쁘지 않은데, 아무래도 마음을 그대로 바라보는 길이 한결 나으리라 느껴요. 하나하나 따진다면, 여는 소리가 있고, 받치는 소리가 있으며, 몸을 이루는 소리가 있다가, 마무르는 소리가 있어요. 우리 몸에 손이며 발이 따로 있고, 머리카락하고 온갖 털에 손발톱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처음이거나 복판이라고 여길 수 없습니다. 여는 소리로는 드문 ‘루’라 하더라도, 갖가지 소리로 어우러지는 ‘루’이기에, 우리는 하루를 더욱 즐겁게 누리고, 오늘을 새로 가다듬는 마음을 슬기로이 가꿀 만하지 싶습니다. 한 마디에 두 마디를 엮으며 말이 태어나고, 두 마디에 석 마디를 맺으면서 생각이 자랍니다. 무럭무럭 크는 마음이 모루처럼 듬직하고 단단한 길을 이루어 갑니다.


ㅍㄹㄴ



한 그루를 심었더니

꽃피고 씨맺고 퍼져서

석 그루 서른 그루 퍼져

두루두루 푸른 고을


마루에선 뛰지 말라지만

고갯마루는 뛰어넘고

물결마루는 넘실 타고

하늘마루는 깡총 날아


미루기보다는 제꺽 하지

후루룩 먹어도 맛있어

도루묵 아니라 힘껏 하고

호로록 빨고서 방울 뿜어


오늘 하루는 어떤 날?

어제 하루는 무슨 빛?

앞골 들마루에 가면

새까만 머루 한창이야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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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행성
김소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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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7.29.

만화책시렁 762


《먼지 행성》

 김소희

 아름드리미디어

 2024.3.20.



  서울·큰고장에서 일하거나 지내려면 찬앓이(냉방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이제는 배움터(학교)·너른터(공공기관)에 깃들어야 하면 나란히 찬앓이에 걸릴 만합니다.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 이 나라 사람들은 찬바람이(에어컨)를 조금이라도 오래 켜면 목이 쉬거나 숨이 막힌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바람날개(선풍기)로는 성에 안 찬다는 몸으로 바뀌었고, 찬바람이를 펑펑 틀어놓은 바깥에 나가면 볕앓이(온열질환)에 걸린다면서 호들갑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둘러싼 모든 풀꽃나무는 여름볕을 반기며 즐기고 고마워합니다. 사람이 얻는 모든 먹을거리는 ‘해바람비’를 고스란히 품어야 싱그럽고 튼튼하고 알찹니다. 우리는 스스로 가두리(감옥 양식장)에 틀어앉은 채 비탓에 볕탓에 추위탓에 갖은 남탓을 하는 ‘현대물질문명서울기득권사회’에 길들면서 입만 벙긋벙긋합니다. 《먼지 행성》을 읽었습니다. 푸른별 사람들이 쓰레기를 다른 먼 별에 내다버리는데, 다른 먼 별에는 ‘떨거지’로 밀려난 사람이 쓰레기를 추스르며 밑바닥일을 한다는 줄거리요, 어쩌다 ‘쓰레기더미’에 얹혀서 먼지별에 온 어린 가시내를 막바지에 푸른별로 떠나보낸다는 얼거리예요. 이 꾸러미를 가만히 읽으면 ‘동생애·페미니즘·입양·반려묘·고공농성·노동권·여행·힐링·환대·가족주의·PC’를 하나로 묶었구나 싶습니다. 외치고 싶은 뜻을 밝히는 줄거리나 얼거리는 안 나빠요. 다만, 목소리에 온힘을 쏟은 나머지, 이야기를 잃고 삶을 잊는군요. 한집안(가족)이라고 한다면, 먼지별을 떠나야 할 적에 집모임(가족회의)을 열 테지요. ‘동성애 부부’ 둘끼리 몰래 길을 잡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어른이 머리를 맞대면 새롭게 풀어낼 길은 얼마든지 나옵니다. 또한 먼지별에서 누리는 살림살이는 푸른별 사람이 누리는 살림살이랑 똑같아요. 자, 그러면 ‘먼지별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먼지별 아무 데나 똑같이 버리면 되나요? 목소리로는 삶도 못 바꾸지만, 노래도 안 됩니다. 목으로만 소리를 지르면 목이 쉬게 마련입니다. 뱃속에서 울리는 소리여야 비로소 노래요, 사람은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스스로 빛줄기인 줄 알아보아야 사랑입니다. ‘붓’에만 힘을 쏟기보다는, ‘붓을 쥐기까지 이 삶을 이루는 푸른별 들숲메바다와 온 이웃사람’부터 고루고루 돌아볼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ㅍㄹㄴ


“왜 우리는 매일 일만 했을까? 왜, 쓰레기장 밖은 위험하다고만 생각했을까? 츄리와 나오는 내게 이름을 주었는데.” (76쪽)


“어쨌든 리나를 언제까지나 이곳에서 키울 순 없어.” “리나는 구식 프로그램으로 독학해서 고등 코스까지 마친 똑똑한 애야.” (78쪽)


“관리인이 이곳에 있는 걸 아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너무 폭력적이고 일방적이에요! 퇴직과 이주 과정을 진행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18쪽)


‘그제야 알았다. 우리들은 처음부터 구조대를 바랄 수 없었다는 걸.’ (149쪽)


+


《먼지 행성》(김소희, 아름드리미디어, 2024)


태양과 멀어 그만큼 춥고 어두운,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 행성

→ 해랑 멀어 그만큼 춥고 어두운, 풀이 거의 자라지 않는 별

6


쓰레기 별이라 부른다

→ 쓰레기별이라 한다

6


먼지로 뒤덮인 이곳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 우리는 먼지로 뒤덮인 이곳에서 살아간다

10


뭐든 같이 의논하는 게 나아

→ 뭐든 같이 얘기해야 나아

28


두 사람 덕분에 나는 버려지지 않고 새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 나는 두 사람을 한집안으로 새로 만났다

→ 나는 두 사람을 우리집으로 새롭게 만났다

41


거대한 얼음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얼음더미가 커다랗게 쌓인다

→ 얼음메가 커다랗게 생겨난다

103


너무 폭력적이고 일방적이에요

→ 너무 거칠고 멋대로예요

→ 너무 사납고 몰아붙여요

118


헤어지는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헤어지며 아플 때보다 훨씬 낫다

153


다른 이들의 더러움을 모두 끌어 안은

→ 다른 이들 쓰레기를 모두 끌어안은

→ 사람들 쓰레기를 모두 끌어안은

154


거기에 나의 가족이 있었다

→ 거기에 우리집이 있었다

→ 거기에 우리숲이 있었다

15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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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빈손으로



집을 나설 적에는

아직 비운 종이와 등짐이고

이제

밖에서 이곳과 저곳을 돌며

빈종이에는 글씨를 담고

빈짐에는 책을 채운다


빈몸으로는 가볍겠지

책짐으로는 무겁겠지

나는

아직 빈손이기에

새로 읽고 다시 익힌다


2025.7.26.흙.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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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ㅅ



한여름이 저물려는 오늘

부산에서 매미소리를 듣는 아침인데

한참 사근사근 즐거운 소리를 누리다가

부릉부릉 콰릉콰릉 펑펑펑

소독차 지나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매미를 다 죽이려는 셈일까

부산 칠암바다에 제비가 날던데

작은새 큰새 모두 죽이려고 하는가


한동안 콜록거린다

드디어 죽음소리는 사라지고

의젓하고 꿋꿋한 매미소리를 새로 듣는다


2025.7.27.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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