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행성
김소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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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7.29.

만화책시렁 762


《먼지 행성》

 김소희

 아름드리미디어

 2024.3.20.



  서울·큰고장에서 일하거나 지내려면 찬앓이(냉방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이제는 배움터(학교)·너른터(공공기관)에 깃들어야 하면 나란히 찬앓이에 걸릴 만합니다.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 이 나라 사람들은 찬바람이(에어컨)를 조금이라도 오래 켜면 목이 쉬거나 숨이 막힌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바람날개(선풍기)로는 성에 안 찬다는 몸으로 바뀌었고, 찬바람이를 펑펑 틀어놓은 바깥에 나가면 볕앓이(온열질환)에 걸린다면서 호들갑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둘러싼 모든 풀꽃나무는 여름볕을 반기며 즐기고 고마워합니다. 사람이 얻는 모든 먹을거리는 ‘해바람비’를 고스란히 품어야 싱그럽고 튼튼하고 알찹니다. 우리는 스스로 가두리(감옥 양식장)에 틀어앉은 채 비탓에 볕탓에 추위탓에 갖은 남탓을 하는 ‘현대물질문명서울기득권사회’에 길들면서 입만 벙긋벙긋합니다. 《먼지 행성》을 읽었습니다. 푸른별 사람들이 쓰레기를 다른 먼 별에 내다버리는데, 다른 먼 별에는 ‘떨거지’로 밀려난 사람이 쓰레기를 추스르며 밑바닥일을 한다는 줄거리요, 어쩌다 ‘쓰레기더미’에 얹혀서 먼지별에 온 어린 가시내를 막바지에 푸른별로 떠나보낸다는 얼거리예요. 이 꾸러미를 가만히 읽으면 ‘동생애·페미니즘·입양·반려묘·고공농성·노동권·여행·힐링·환대·가족주의·PC’를 하나로 묶었구나 싶습니다. 외치고 싶은 뜻을 밝히는 줄거리나 얼거리는 안 나빠요. 다만, 목소리에 온힘을 쏟은 나머지, 이야기를 잃고 삶을 잊는군요. 한집안(가족)이라고 한다면, 먼지별을 떠나야 할 적에 집모임(가족회의)을 열 테지요. ‘동성애 부부’ 둘끼리 몰래 길을 잡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어른이 머리를 맞대면 새롭게 풀어낼 길은 얼마든지 나옵니다. 또한 먼지별에서 누리는 살림살이는 푸른별 사람이 누리는 살림살이랑 똑같아요. 자, 그러면 ‘먼지별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먼지별 아무 데나 똑같이 버리면 되나요? 목소리로는 삶도 못 바꾸지만, 노래도 안 됩니다. 목으로만 소리를 지르면 목이 쉬게 마련입니다. 뱃속에서 울리는 소리여야 비로소 노래요, 사람은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스스로 빛줄기인 줄 알아보아야 사랑입니다. ‘붓’에만 힘을 쏟기보다는, ‘붓을 쥐기까지 이 삶을 이루는 푸른별 들숲메바다와 온 이웃사람’부터 고루고루 돌아볼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ㅍㄹㄴ


“왜 우리는 매일 일만 했을까? 왜, 쓰레기장 밖은 위험하다고만 생각했을까? 츄리와 나오는 내게 이름을 주었는데.” (76쪽)


“어쨌든 리나를 언제까지나 이곳에서 키울 순 없어.” “리나는 구식 프로그램으로 독학해서 고등 코스까지 마친 똑똑한 애야.” (78쪽)


“관리인이 이곳에 있는 걸 아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너무 폭력적이고 일방적이에요! 퇴직과 이주 과정을 진행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18쪽)


‘그제야 알았다. 우리들은 처음부터 구조대를 바랄 수 없었다는 걸.’ (149쪽)


+


《먼지 행성》(김소희, 아름드리미디어, 2024)


태양과 멀어 그만큼 춥고 어두운,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 행성

→ 해랑 멀어 그만큼 춥고 어두운, 풀이 거의 자라지 않는 별

6


쓰레기 별이라 부른다

→ 쓰레기별이라 한다

6


먼지로 뒤덮인 이곳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 우리는 먼지로 뒤덮인 이곳에서 살아간다

10


뭐든 같이 의논하는 게 나아

→ 뭐든 같이 얘기해야 나아

28


두 사람 덕분에 나는 버려지지 않고 새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 나는 두 사람을 한집안으로 새로 만났다

→ 나는 두 사람을 우리집으로 새롭게 만났다

41


거대한 얼음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얼음더미가 커다랗게 쌓인다

→ 얼음메가 커다랗게 생겨난다

103


너무 폭력적이고 일방적이에요

→ 너무 거칠고 멋대로예요

→ 너무 사납고 몰아붙여요

118


헤어지는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헤어지며 아플 때보다 훨씬 낫다

153


다른 이들의 더러움을 모두 끌어 안은

→ 다른 이들 쓰레기를 모두 끌어안은

→ 사람들 쓰레기를 모두 끌어안은

154


거기에 나의 가족이 있었다

→ 거기에 우리집이 있었다

→ 거기에 우리숲이 있었다

15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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