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영어] 젠더gender



젠더 : x

gender : 1. 성, 성별 2. 성; 성 구분

ジェンダ-(gender) : 젠더. 성. 성별. (사회·문화적) 성차(性差)



‘gender’를 ‘젠더’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말이지는 않습니다. “젠더 차별적인 성격 때문”은 “성차별을 하기 때문”으로 손질할 노릇입니다. “남녀 차별·여남 차별”처럼 담아내거나, “여남을 가르다”나 “한쪽을 따돌리다”로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배움길을 닦는 분들이 이처럼 영어를 붙여야 뭔가 새로운 듯 여기시기도 하지만, 우리말을 쓰는 이웃하고 삶과 생각을 나누려 한다면, 우리말로 알맞고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두가름·둘가르기·두갈래·두갈랫길’이나 ‘두그루·두길’이나 ‘둘·두·두빛’이라 할 만합니다. ‘갓벗·가시버시’나 ‘순이돌이·순돌이’라 할 만하지요. ‘몸·몸뚱이·겉몸’이나 ‘결·길’이나 ‘살결·살빛·암수·누구’를 쓸 수 있습니다. ㅍㄹㄴ



자신에게 주어진 젠더, 즉 성 역할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낄

→ 내 몸, 내 길을 가만히 가볍게 느낄

→ 우리 몸빛을 맑고 넉넉히 느낄

《나의 첫 젠더 수업》(김고연주, 창비, 2017) 32쪽


이러한 젠더 차별적인 성격 때문에

→ 이렇게 순이돌이를 가르기 때문에

→ 이렇게 순돌이를 금긋기 때문에

→ 이렇게 한쪽을 따돌리기 때문에

《이임하의 여성사 특강》(이임하, 철수와영희, 2018) 167쪽


젠더 경계를 넘나드는 더 넓은 선택지를 보여준다면

→ 둘을 넘나드는 길을 더 넓게 보여준다면

→ 두그루를 넘나드는 길을 넓게 보여준다면

→ 두길을 더 넓게 넘나들도록 보여준다면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부너미, 민들레, 2019) 134쪽


학교에서는 사회엔 다양한 젠더가 있고 이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 배움터에서는 둘레에 여러 길이 있고 이 때문에 따돌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민나리·김주연·최훈진, 오월의봄, 2023)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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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풀타임full time



풀타임(full time) : 정해진 하루 근무 시간 내내 일하는 방식. 또는 그런 일

full time : 풀타임의(부분적으로가 아니라 정상적인 시간 동안 근무나 공부를 하는)

フル·タイム(full time) : 1. 풀 타임(정해진 하루의 근무 시간을 완전히 근무하는 일) 2. 전일 근무하는. 상근의. 전임의 3. 경기 끝



영어 낱말책은 ‘full time’을 ‘풀타임의’로 풀이하니 얄궂습니다. “내내 일하는”이나 “오롯이 일하는”이나 “제대로 일하는”으로 풀어낼 만해요. 우리말로는 ‘늘·노상·언제나’나 ‘하룻내·하루 내내’로 풀어냅니다. ‘내내·내도록·내처’나 ‘그러안다·껴안다·끌어안다·부둥켜안다·얼싸안다’나 ‘떠맡다·도맡다·떠안다·맡다·안다·품다’라 할 만합니다. ‘무엇을 하든·하는 일마다·바리바리’나 ‘오롯이·온통·제대로·통틀다’라 할 수 있어요. ㅍㄹㄴ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책을 꾸준히 쓰기란 정말 어렵더군요

→ 내도록 일하면서 책을 꾸준히 쓰기란 참말 어렵더군요

→ 일을 도맡으면서 책을 꾸준히 쓰기란 아주 어렵더군요

→ 일을 떠안으면서 책을 꾸준히 쓰기란 몹시 어렵더군요

《나의 첫 젠더 수업》(김고연주, 창비, 2017) 6쪽


괜찮은 애 하나 풀타임 쓰면 좋죠

→ 알찬 애 하나 내내 쓰면 고맙죠

→ 참한 애 하나 오래 쓰면 즐겁죠

→ 멋진 애 하나 오롯이 쓰면 낫죠

→ 나은 애 하나 제대로 쓰면 반갑죠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노현웅과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18) 199쪽


파트타임으로 하는 게 아니라 풀타임으로 하는 겁니다

→ 살짝 하지 않고 늘 합니다

→ 한동안이 아닌 언제나 합니다

→ 가볍게가 아니라 하루 내내 합니다

《용수 스님의 사자》(용수, 스토리닷, 2021)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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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젠더 수업 창비청소년문고 27
김고연주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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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8.3.

다듬읽기 266


《나의 첫 젠더 수업》

 김고연주

 창비

 2017.11.10.



《나의 첫 젠더 수업》을 보면, 겉모습을 따지지 말자고 하면서, 또한 ‘서양사람처럼 뜯어고쳐야 예쁘지 않다’는 줄거리를 다루면서, 정작 책겉에 넣은 그림에 ‘서양사람 같은 예쁜 얼굴’이다. 게다가 ‘서양 서울사람 같은 얼굴’이고, 시골사람이나 땀흘려 흙과 세간을 만지는 일꾼은 아예 못 낀다. 아홉 사람 가운데 시골사람은 그냥 없다. ‘다 다르게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쁘게 차려입고 마실을 다니는 서울사람 모습이다. 그야말로 ‘젠더감수성 제로’이지 않나?


‘사계절의 기원(91쪽)’을 왜 서양 옛이야기에서 찾아야 할까? 우리는 우리 철이 있다. 우리가 봄·여름·가을·겨울이라 이르는 수수한 말결에 깊넓게 우리 삶이야기가 흐른다. 또한 철눈에 따라 오랜 살림얘기가 있다.


‘남자들은 얼마나 가사 노동을 나누어 맡고 있을까?(138쪽)’를 처음부터 다시 짚을 노릇이다. 요즈음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갓사내 모두 집안일을 할 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집일’을 아예 안 하고서 셈겨룸(시험공부)에만 사로잡힌 온나라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스무 살까지 집일을 해본 적조차 없는 아이들이 스무 살에 이르면 저절로 ‘집일을 어질게 나누거나 맡는 어른’이 될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양성 쓰기 문화 운동(150쪽)’을 말하지만, 앞으로 이름이 끝없이 길게 늘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은 어떡할 셈인가? 더구나 ‘엄마씨’는 ‘엄마를 낳은 아빠씨’이지 않은가? 고작 서른 해나 쉰 해 앞도 못 내다볼 뿐 아니라, 엄마아빠를 나란히 헤아리는 이름이 아니기까지 하다. 엄마씨이든 아빠씨이든 하나만 쓰면 된다. 아예 새롭게 ‘내 씨’를 지어도 된다. 엄마씨랑 아빠씨를 다 안 써도 된다.


‘가부장제에서는 남자도 고달파(161쪽)’ 같은 자리에서 정작 사내가 어떻게 무엇이 얼마나 고달픈지 짚지 못 하거나 않는다. 왜 숱한 아버지는 집에 와서 말을 못 섞었을까?


‘여성을 혐오하는 말들(176쪽)’은 다루되, ‘사내를 미워하는 말’은 아예 안 건드린다. 미움말은 어느 한켠에서만 쏘아대거나 내뿜지 않는다. 둘이 싸우기에 둘 다 똑같이 내뱉거나 윽박지르는 미움말이다.


181쪽을 보아도 마찬가지. “애꿎은 순이와 싸울 까닭이 없는 돌이”이듯, “애꿎은 돌이와 싸울 까닭이 없는 순이”이다. 싸워야 한다면 ‘나랏놈’과 ‘나라’와 ‘벼슬아치’와 ‘감투꾼’하고 싸울 노릇이다. 2025년 ‘장관 후보자’를 보라. 이진숙·강선우는 겨우 끌어내린 듯하되, 이들을 ‘순이’라서 끌어내리지 않았다. 골때리는 짓을 한참 해온 막짓꾼이기 때문에 끌어내렸다. 그런데 강선우 같은 사람은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일컬으면서 막말을 일삼기도 했다.


우리가 지난 발자국을 제대로 짚거나 톺는다면, 모든 ‘웃사내질’은 ‘나랏일·벼슬·글을 거머쥔 사내’가 했고, ‘웃사내’는 ‘시골사람’을 똑같이 억누르고 짓밟으면서 갈라치기를 일삼은 줄 알 테지. 지난날 임금붙이는 중국 한문을 ‘수글’이라 여겼다. 그들 임금붙이는 오늘날 우리가 쓰는 우리글(한글·훈민정음)을 놓고는 ‘암글’이라 여겼다. 이 뿌리는 아직 고스란하다. 중국 한문과 ‘일제강점기 일본말’과 ‘해방 뒤 영어’가 온통 수글이다. 《나의 첫 젠더 수업》은 겉보기로는 한글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온통 수글밭이다. ‘나의 + 젠더 + 수업’이라는 말씨조차 죄다 수글이다. 앞으로 모든 아이들이 어깨동무하고 서로돕기로 새롭게 피어나는 사랑을 익히는 길에 이바지를 하려면, 부디 제대로 배워서 풀어낼 수 있기를 빈다. 함께 일하면 되고, 쉽게 말하면 된다. 서울에 갇히지 않으면서 시골하고 동무할 노릇이다. 부디 들숲메바다를 품고 바라보기를 빈다. 들숲메바다와 살림살이가 없이 입(지식·이론)으로만 읊는 글은 언제나 부질없고 덧없더라.


ㅍㄹㄴ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어요. 슬픈데도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부수려고 노력해야 하지요. ‘눈물을 참을 필요는 없어.’ 하고요. 애꿎은 여자들과 싸울 문제가 아니랍니다. (181쪽)


+


- 나의 첫 젠더 수업 → 나는 첫 둘 . 둘을 처음 배우다 . 나와 너를 처음 보다 . 나너를 처음 보기 . 몸을 처음 배우기 . 갓사내 처음 배우기 . 몸빛 처음 배우기


우리는 언제쯤 우리말로 우리 몸을 짚고 살피고 말할 때를 맞이할까? ‘성(性)’도 ‘젠더(gender)’도 그저 ‘힘말(권력용어)’일 뿐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몸’을 서로 다른 줄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르면서 한마음으로 어울리는 사랑을 찾아나서면서 함께 즐겁게 빛날는지 생각하고 이야기할 노릇이지 않은가?


다른 몸이 ‘다른’ 줄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길은 따돌림(차별)이 아니다. 다른 몸이니 다른 줄 살펴보고 받아들이는 눈길이란 어깨동무요 ‘한우리(하늘빛으로 하나인 우리)’이다.


+


《나의 첫 젠더 수업》(김고연주, 창비, 2017)


다른 사람과의 동행을 통해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배척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나를 찾지 않고, 등돌리며 내가 누구인지 말하려는 사람이 늡니다

→ 이웃과 함께 나를 찾기보다, 고개돌리며 내가 누구인지 말하려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5쪽


누군가가 혐오를 담은 말과 함께

→ 누가 미움말로

→ 누가 막말로

→ 누가 말주먹으로

5쪽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책을 꾸준히 쓰기란 정말 어렵더군요

→ 내도록 일하면서 책을 꾸준히 쓰기란 참말 어렵더군요

→ 일을 도맡으면서 책을 꾸준히 쓰기란 아주 어렵더군요

→ 일을 떠안으면서 책을 꾸준히 쓰기란 몹시 어렵더군요

6쪽


지난한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 고되어도 참고 기다려

→ 버거워도 견디면서

7쪽


여러분이 그런 저의 마음을 느끼면 좋겠어요

→ 여러분도 이런 마음을 함께 느껴 봐요

→ 여러분도 이 마음을 같이 느껴요

7쪽


그 이후에야 사람들은 색색깔의 옷을 취향대로 골라 입을

→ 사람들은 그 뒤에야 여러 빛깔로 옷을 골라 입을

→ 사람들은 그 뒤부터 온갖 빛깔 옷을 골라 입을

18쪽


그런데 남녀의 성차에 대해 실제로 연구를 해 본 학자들은 그런 고정관념에 대한 근거를 별로 찾을 수 없었다고 해요

→ 그런데 갈래빛을 헤아린 사람들은 그런 틀이 낡을 뿐이라고 말해요

→ 그런데 두빛을 찬찬히 따진 사람들은 그런 굴레가 알맞지 않다고 해요

26쪽


자신에게 주어진 젠더, 즉 성 역할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낄

→ 내 몸, 내 길을 가만히 가볍게 느낄

→ 우리 몸빛을 맑고 넉넉히 느낄

32쪽


우리는 서구적인 외모를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 우리는 하늬나라 얼굴을 아름답다고 여겨요

48쪽


쉽게 상처받지 않는 튼튼한 심장을 만들어야 해요

→ 쉽게 안 다칠 튼튼한 마음이어야 해요

→ 쉽게 안 멍들 튼튼한 가슴이어야 해요

60쪽


이 세상에서 백설 공주가 제일 예쁩니다

→ 온누리에서 하얀눈이가 가장 예쁩니다

60쪽


그럼 낭만적 사랑은 어떻게 완성될까요

→ 그럼 달콤한 짝꿍과 어떻게 살까요

→ 그럼 따스한 님과 어떻게 지낼까요

69쪽


이렇게 조혼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결혼 연령이 늦추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이렇게 미리꽃을 타박하면서, 짝을 맺는 나이를 늦추어 갔습니다

→ 이렇게 이른맺이를 나무라면서, 짝맺는 나이를 늦추어 갔습니다

7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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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3.

숨은책 55


《紅軍從軍記》

 에드가 스노 글

 인정식·김병겸 옮김

 동심사

 1946.5.25.



  “서울시 黃金町 二丁目 靑木빌딩”에 있었다는 ‘동심사’에서 펴낸 《紅軍從軍記》입니다. ‘황금정 이정목’은 오늘날 ‘을지로2가’입니다. 옮긴이 가운데 한 사람이 인정식 님입니다. 인정식 님 딸은 인병선 씨요, 인병선 씨는 신동엽 씨하고 짝을 지어 살림을 이룹니다. 서울 삼선동 〈삼선서림〉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날 적에는 ‘에드가 스노’라서 시큰둥했다가, 옮긴이하고 얽힌 실타래를 헤아리면서 고이 품었습니다. 일본굴레에서 벗어난 1946년은 갖은 책을 마음껏 펴내던 책나래 한복판입니다. 비록 종이도 찍음터도 모자라지만, 아직 한글로 글을 쓸 줄 아는 붓이 드물지만, 조그맣게라도 여미는 꾸러미는 그저 빛소금이던 무렵입니다. 《홍군종군기》는 1985년에 이르러 《중국의 붉은 별》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나옵니다. 새물결을 바라면서 새살림을 그리는 새글을 여미고, 새글을 새이웃과 나누면서 새하루를 일굽니다. 널리 배우려 한다면 온곳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둡니다. 우리 발걸음도 살피고 이웃 발자취도 헤아립니다. 일본굴레를 털면서 바로세울 일거리가 많기에 꿋꿋하게 다시 배우면서 온통 새삼스레 추스르면서 한 발짝씩 걷습니다. 오랜책 한 자락은 오랜배움길을 보여주는 오랜씨 한 톨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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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2.

숨은책 1071


《朝鮮 農村問題辭典》

 인정식 글

 신학사

 1948.10.15.



  처음에는 일본사람이 세운 〈경성문고〉라는 책숲이었고, 여러 손길을 거치고 조선총독부가 돌보다가 1945년을 맞이하고서 서울 〈종로도서관〉이 오늘날처럼 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1948년에 32723째로 깃든 《朝鮮 農村問題辭典》인데, ‘1977.12.31. 제적’이라는 손글씨가 적히고서 버림받습니다. 버림받는 숱한 책은 그냥 헌종이로 팔리지만, 작은책 하나는 용케 살아남습니다. 가까스로 헌책집 일꾼 손에 닿았으며, 저는 이 책을 2004년 10월 21일에 서울 〈숨어있는 책〉에서 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책숲에서 들이는 책이 꾸준하게 많다면 ‘책시렁’을 나란히 늘일 노릇이지만 막상 안 늘립니다. 오래 묵은 책부터 ‘알뜰히’ 솎아서 ‘신나게’ 내버립니다. 그래야 새책을 ‘신나게’ 사들여서 갖추거든요. 책숲마다 책이 늘어나면 작은 골목집을 한 채씩 장만해서 ‘1948년 책’이며 ‘1958년 책’이며 ‘1968년 책’을 둘 만해요. 멀쩡한 책을 헌종이로 버리기보다는 ‘작은 골목책숲’을 늘리는 길을 가면 될 텐데, 나라(정부·교육청)에서는 그닥 마음이 없습니다. 인정식 님은 ‘시골 이야기’를 1948년에 엮어냅니다만, 2025년에 ‘시골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시골사람으로 시골살림을 짓는 사람부터 드뭅니다. 그나저나 〈종로도서관〉은 그 옛날, 책 안쪽에  부엉이 무늬를 새겨서 “注意 침을 칧어지 마시고 책장을 만지시오” 하고 글씨를 넣었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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