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3.

숨은책 55


《紅軍從軍記》

 에드가 스노 글

 인정식·김병겸 옮김

 동심사

 1946.5.25.



  “서울시 黃金町 二丁目 靑木빌딩”에 있었다는 ‘동심사’에서 펴낸 《紅軍從軍記》입니다. ‘황금정 이정목’은 오늘날 ‘을지로2가’입니다. 옮긴이 가운데 한 사람이 인정식 님입니다. 인정식 님 딸은 인병선 씨요, 인병선 씨는 신동엽 씨하고 짝을 지어 살림을 이룹니다. 서울 삼선동 〈삼선서림〉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날 적에는 ‘에드가 스노’라서 시큰둥했다가, 옮긴이하고 얽힌 실타래를 헤아리면서 고이 품었습니다. 일본굴레에서 벗어난 1946년은 갖은 책을 마음껏 펴내던 책나래 한복판입니다. 비록 종이도 찍음터도 모자라지만, 아직 한글로 글을 쓸 줄 아는 붓이 드물지만, 조그맣게라도 여미는 꾸러미는 그저 빛소금이던 무렵입니다. 《홍군종군기》는 1985년에 이르러 《중국의 붉은 별》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나옵니다. 새물결을 바라면서 새살림을 그리는 새글을 여미고, 새글을 새이웃과 나누면서 새하루를 일굽니다. 널리 배우려 한다면 온곳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둡니다. 우리 발걸음도 살피고 이웃 발자취도 헤아립니다. 일본굴레를 털면서 바로세울 일거리가 많기에 꿋꿋하게 다시 배우면서 온통 새삼스레 추스르면서 한 발짝씩 걷습니다. 오랜책 한 자락은 오랜배움길을 보여주는 오랜씨 한 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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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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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2.

숨은책 1071


《朝鮮 農村問題辭典》

 인정식 글

 신학사

 1948.10.15.



  처음에는 일본사람이 세운 〈경성문고〉라는 책숲이었고, 여러 손길을 거치고 조선총독부가 돌보다가 1945년을 맞이하고서 서울 〈종로도서관〉이 오늘날처럼 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1948년에 32723째로 깃든 《朝鮮 農村問題辭典》인데, ‘1977.12.31. 제적’이라는 손글씨가 적히고서 버림받습니다. 버림받는 숱한 책은 그냥 헌종이로 팔리지만, 작은책 하나는 용케 살아남습니다. 가까스로 헌책집 일꾼 손에 닿았으며, 저는 이 책을 2004년 10월 21일에 서울 〈숨어있는 책〉에서 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책숲에서 들이는 책이 꾸준하게 많다면 ‘책시렁’을 나란히 늘일 노릇이지만 막상 안 늘립니다. 오래 묵은 책부터 ‘알뜰히’ 솎아서 ‘신나게’ 내버립니다. 그래야 새책을 ‘신나게’ 사들여서 갖추거든요. 책숲마다 책이 늘어나면 작은 골목집을 한 채씩 장만해서 ‘1948년 책’이며 ‘1958년 책’이며 ‘1968년 책’을 둘 만해요. 멀쩡한 책을 헌종이로 버리기보다는 ‘작은 골목책숲’을 늘리는 길을 가면 될 텐데, 나라(정부·교육청)에서는 그닥 마음이 없습니다. 인정식 님은 ‘시골 이야기’를 1948년에 엮어냅니다만, 2025년에 ‘시골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시골사람으로 시골살림을 짓는 사람부터 드뭅니다. 그나저나 〈종로도서관〉은 그 옛날, 책 안쪽에  부엉이 무늬를 새겨서 “注意 침을 칧어지 마시고 책장을 만지시오” 하고 글씨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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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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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2.

숨은책 1070


《아기와 비둘기》

 최병엽 글

 아동문예

 1991.6.25.



  우리 아버지는 1991년에 《아기와 비둘기》라는 노래책을 ‘동심천사주의’로 이름높은 ‘아동문예’란 곳에서 얼추 250만 원을 펴냄터에 바쳐서 내놓습니다. 다른 글바치(시인)도 이렇게 돈을 바쳐서 책을 냈다지요. 〈소년중앙〉 글보람(신춘문예)을 타면서 콧대를 높인 그분은 “교감이자 신춘문예 당선시인이 13평짜리 코딱지만 한 집에서 살면 얼굴이 안 선다”고 여기면서, 빚을 내어 48평짜리 인천 연수동 새 잿더미(아파트)로 갑자기 옮기기로 합니다. 지난날을 돌이키면 ‘늘 창피한 울 아버지’인데, 그분이 안 창피했다면, 그분이 ‘코딱지 13평 작은집’을 안 떠나려 했다면, 저도 그냥 인천에 뿌리를 내려서 작은책벌레로 조용히 살았을 텐데 싶더군요. 작은책벌레는 작은숲을 잃으면서 먼길을 돌았습니다. 작은책벌레는 ‘동심천사주의’가 아닌 ‘아이곁에서’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수수한 어버이로 삶을 누리면서 늘 우리 아이들하고 하루를 노래하려는 마음입니다. 옛집 마루에 멧더미처럼 쌓였던 《아기와 비둘기》는 딱 한 자락 남았습니다. 다 어디를 떠돌겠지요. 이 창피한 노래책 겉에 깃든 ‘비둘기한테 모이 주는 아이’는 제 어린날 모습입니다. 그분은 어느 날 인천 송도유원지로 언니랑 저를 데려가서 제 모습을 신나게 찍으셨어요. 이러고 얼마 뒤에 이 책이 나왔습니다. 얼굴몫(초상권)을 바라지는 않습니다만, 아이가 새랑 노는 모습을 이녁 책에 담고 싶다면 먼저 물어보기라도 하고, 고맙다는 말 한 마디라도 해야 할 테지만, 아이한테 늘 술담배 심부름을 시키던 그분은 늘 그저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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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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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2.

숨은책 1069


《할매하고 손잡고》

 권정생 글

 올바름

 1990.9.20.



  “대구시 동구 신암1동 714번지”에 있었다는 ‘올바름’이라는 곳에서 펴낸 《할매하고 손잡고》입니다. 이런 책이 있는 줄 2013년에 처음 알았고, 그 뒤로 헌책집을 돌고돈 끝에 열한 해가 지나고서야 드디어 저도 한 자락을 손에 쥐었습니다. 제가 만난 헌책은 1991년에 어느 분이 아이한테 건넨 손길이 묻었습니다. 1991년 9월에 ‘권정생 이야기책’을 받은 아이는 놀라운 사랑씨앗을 누린 셈입니다. 더구나 이 값진 책을 기꺼이 내놓아 헌책집에서 새롭게 이웃한테 퍼질 수 있었으니, 작은씨앗 한 톨로 작은숲을 베풀었습니다. 권정생 님이 남긴 글을 죽 보면, ‘시골·아이·작은·별·눈물·할매·할배·일하는 손·걷는 발·밥 한 그릇’ 같은 이야기가 줄줄이 흐릅니다. 권정생 님하고 마음동무인 이오덕 님도 이런 이야기를 꾸준히 남겼습니다. 두 분이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서울’도 ‘돈·이름·힘’도 아니요, ‘아파트·자동차·부동산·대학교’도 아닙니다. 두 분은 따갑게 나무라는 글도 제법 남겼되, 작은사람으로서 작은시골에서 작은마음을 짓는 작은씨앗을 늘 심었다고 느낍니다. 오늘날 누가 “할매하고 손잡고”나 “아이하고 손잡고” 같은 글감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만할까요? 이 여름에 같이 땀흘리는 이웃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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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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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2.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

 시몬 베유 글/이민경 옮김, 갈라파고스, 2018.12.13.



낮에 노포나루로 간다. 대구로 건너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빈자리가 많아 널널하다. 맨뒤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면서 멧숲바라기를 한다. 무릎에 책을 얹고서 멀거니 바깥을 본다. 푸르게 일렁이는 숲자락을 지켜본다. 부산하고 대구 사이는 ‘깊숲’이로구나. 어린날 내가 자라던 인천은 옆에 부천과 서울이 있는데, 옛 부천은 복사밭이 아름다웠으나 이제 모두 사라졌고, 인천과 부천·서울 사이에는 들숲이 아예 없다. 대구에 닿아 〈이육사 기념관〉을 구경한다. 엉성한 얼거리에 놀랐다. 〈코스모스북〉을 들르고서 〈북셀러 호재〉에서 책을 장만한다. 〈물레책방〉까지 마실하고서 부산으로 돌아간다. 큰고장에는 마을책집이 곳곳에 많다. 그렇지만 큰고장 이웃님은 마을책빛을 누릴 틈이 너무 밭아 보인다.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는 잘 나온 글이요 책이라고 느낀다. 책이름을 살짝 돌려서 “나라가 아닌 내가 해야 합니다”라든지 “나라가 아닌 아이가 해야 합니다”라든지 “나라가 아닌 어른이 해야 합니다”처럼 생각해 볼 만하다. 우리 삶은 우리가 지을 노릇이요, 우리 새길은 우리 손으로 빚을 노릇이며, 우리 꿈과 사랑은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가꿀 노릇이다. 어떤 우두머리도 아닌 ‘나·너·우리’가 할 일이다.


#Leshommesaussisensouviennent #Uneloipourlhistoire #SimoneW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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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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