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7.


《날마다, 기타》

 김철연 글, 싱긋, 2023.2.3.



아침에 두바퀴를 달린다. 해가 나올 동 말 동하면서도 살짝 비추다가 비가 솨아아 내리기도 한다. 오늘은 바람이 가볍되, 엊그제마냥 날지 않고 걷는 흰새를 곧잘 만난다. 새도 걷는다. 꼭 바람만 갈라야 하지 않는다. 매미소리가 우렁찬 늦여름이다. 저녁에는 아이들이 곁님하고 〈UP〉을 함께 본다. 이 그림꽃(만화영화)이 처음 나오던 무렵에 큰아이를 무릎에 앉히고서 함께 보던 일이 떠오른다. 큰아이는 예전에 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그림꽃을 얼마나 자주 보았는지 다 잊은 듯싶다. 《날마다, 기타》를 읽었다. 단출하면서 조촐히 글님 삶을 들려주었다고 느낀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날마다 누리는 길이 있게 마련이고, 이 길을 늘 사랑으로 토닥이면 넉넉하다. 더 잘 하거나 아주 훌륭해야 하지 않다. 작든 크든 따질 일이 없다. 스스로 하는지 살피고, 몸소 짓는지 헤아리고, 손수 돌보는지 짚으면 된다. 배울 줄 알기에 나누면서 가르치고, 가르칠 수 있기에 들으면서 받아들인다. 바람에 묻어나는 노래를 헤아리기에, 발바닥으로 디디는 땅바닥에 울리는 소리에도 노래가 흐르는 줄 느낀다. 햇빛과 별빛에 감도는 노래를 살피기에, 손바닥으로 뜨는 샘물 한 모금에서도 노래가 솟는 줄 알아본다. 삶에서 사랑을 찾으면 모두 노래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6.


《나는 고딩 아빠다》

 정덕재 글, 창비교육, 2018.3.5.



새로 낸 책을 우리 어버이하고 책숲이웃한테 부치려고 글자루에 담는다. 이제 두바퀴를 달리려 하니 비가 온다. 비가 멎기를 기다리면서 작은아이랑 밥을 한다. 멎은 비는 다시 오고, 길바닥이 마를까 싶으면 다시 오며 저녁에 이른다. 오늘은 쉬어야겠구나. 마당과 뒤꼍을 거닐던 작은아이는 “오늘 꾀꼬리를 봤어요. 멧숲 쪽으로 날아가던데요.” 하고 말한다. 《나는 고딩 아빠다》를 읽으며 매우 아쉽더라. 억지로 푸른씨 눈길을 끌려는 글감을 짜내려 할 까닭이 없이, ‘이만 한 나이에는 이런 글감을 좋아하겠지’ 하고 여기지 말고, 어린씨이건 푸른씨이건 어른씨이건, 우리가 서로 오롯이 ‘사람’이라는 숨빛으로 어울리며 살아갈 길을 알맞게 살펴서 적으면 될 뿐일 텐데? ‘청소년시’라든지 ‘동시’ 같은 이름은 늘 허울스럽다고 느낀다. 그저 ‘노래’이면 된다. 어린이 곁에서는 ‘어린노래’를 부르고, 푸름이 옆에서는 ‘푸른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어른스럽게 ‘어른노래’를 부를 노릇이다. 무리짓기나 끼리짓기가 아닌, 살림짓기와 사랑짓기를 노래하면 넉넉하다. ‘돈자리 찾기’가 아닌 ‘일살림 찾기’를 바라보며 노래하면 그만이다. 아이들은 ‘철드는 길을 가는 사람’이다. 아이들은 ‘초딩·중딩·고딩’이 아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 다음별 컬렉션 3
오카다 다쓰노부 지음, 김보나 옮김 / 나는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8.12.

까칠읽기 90


《다시,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

 오카다 다쓰노부

 김보나 옮김

 나는별

 2024.6.27.



우리나라에 ‘그림책 테라피’가 들어와서 종이(자격증)를 내어준 지 조금 된다. 예전에도 오늘도 매한가지인데, 우리는 ‘그림책 테라피’를 해야 할 까닭이 없고, ‘그림책 테라피 자격증’을 따거나 나눠줘야 하지 않다. 우리는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한결같이 ‘그림책읽기’하고 ‘그림책쓰기’를 하면 넉넉하다.


《다시,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를 읽었다. 가만히 보면 ‘그림책읽기’하고 비슷하되, 아이가 없이 어른만 있는 데에서 ‘이 줄거리는 이런 뜻’이라고 알리고, ‘저 붓끝은 저렇게 빗대는 마음’이라고 밝히는 길이 ‘테라피’로구나 싶다. 그렇지만, 그림책은 ‘다시 읽고 새로 읽고 거듭 읽을’ 적마다 늘 새록새록 맞아들여서 언제나 처음 마주하듯 즐겁게 마음을 북돋우는 이야기꽃인걸. 이렇게 읽거나 저렇게 짚어야 할 그림책이란 없다. 오늘은 이 삶을 느끼고, 모레는 저 삶을 살피고, 어제는 그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마주하는 그림책일 뿐이다.


‘누가 나를 달래(위로) 주기를 바라는 뜻’이 번지면서 ‘그림책 테라피’를 퍼뜨린다고 느낀다. 그런데 남이 나를 달래 줄 수 없는 줄 알아야 한다. 남한테 우리 멍울이나 생채기를 맡겨야 하지 않다. 우리 스스로 우리 멍울을 들여다보고 쓰다듬으면서 새롭게 한 발짝씩 내딛는 이 삶을 사랑으로 가꾸면 된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달래고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사랑을 지핀다. 아니, 아이들은 놀며 배우려고 그림책을 곁에 둔다. 아이들은 노래하며 이 삶을 사랑하려고 그림책을 쥔다. 어른도 아이처럼 그림책을 마주하면서 읽으면 된다. 남이 떠먹이는 얼거리나 줄거리대로 그림책을 읽다가는 그만 제풀에 걸려서 넘어질 수밖에 없다. 남이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몽땅 내려놓고서, 더디 걸리거나 힘을 잔뜩 들여야 하는 오랜 가시밭길을 그저 가만히 느긋이 나아갈 노릇이다.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는 옛말을 떠올리면 된다. 남이 쓰다듬거나 다독여 주면 가장 빠를 듯싶지만, 오히려 가장 멀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 빛을 잊어버린다.


부디 ‘테라피’를 접자. ‘테라피’이든 ‘위로·위안·환대’이든 다 걷어내자. 이러면서 그저 ‘읽’으면 된다. ‘읽다’라는 우리말은 ‘일다 + 익다’이다. 스스로 바람과 물결을 일으키듯, 스스로 헤아리면서 알아가는 길인 ‘읽다’요, 스스로 헤아리면서 바람과 물결을 일으키기에 열매가 익어가듯 찬찬히 품을 들이고 오래오래 품으면서 시나브로 무르익는 길인 ‘읽다’이다.


읽지 않고서 ‘테라피’라든지 ‘강의·수업·학습’을 할 적에는 으레 망가진다. 뜻(주의주장)이 아니라 마음을 읽고 나누는 그림책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그림책 테라피’가 아니라 언제나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이웃하고 나란히 앉아서 사근사근 ‘그림책읽기’를 하면 즐겁다.


ㅍㄹㄴ


물론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둘러싸여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의식하면 마음이 밝아진다는 것이 이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서 저는 소개했던 것입니다. (32쪽)


아무래도 어른들은 그림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44쪽)


그림책을 깊이 읽고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은 어쩌면 내 안에 펼쳐져 있는 세계를 거울에 비춰 보고 재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51쪽)


+


《다시,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오카다 다쓰노부/김보나 옮김, 나는별, 2024)


세상과 삶이 그만큼 더 좋아지고 윤택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 삶터와 삶이 그만큼 나아가고 빛나리라 믿습니다

→ 나라와 삶이 그만큼 거듭나고 반짝이리라 믿습니다

8쪽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 반짝이는 그림책입니다

→ 눈부신 그림책입니다

→ 빛나는 그림책입니다

25쪽


이 질문은 어린이를 향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 어린이한테 묻는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 어린이한테 물어보는 듯하지 않습니다

26쪽


아이들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겠는데

→ 아이를 애틋해 하는 줄 알겠는데

→ 아이를 애틋이 보는 줄 알겠는데

28쪽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화나게 하거나 울게 할 수 있습니다

→ 문득 말 한 마디로 달래 주거나 불태우거나 울릴 수 있습니다

→ 그저 말 한 마디로 다독이거나 불지르거나 울릴 수 있습니다

67쪽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게 있습니다

→ 삶이 아무리 흘러도 고스란한 일이 있습니다

→ 아무리 오래 흘러도 그대로인 빛이 있습니다

87쪽


일 중독에서 벗어나는 작은 실천을 하기 바랍니다

→ 일앓이에서 벗어나게 작은길부터 가기 바랍니다

→ 일벌레를 벗도록 작게 하루를 짓기 바랍니다

112쪽


아무래도 사람은 기대하기 마련이니까요

→ 아무래도 서로 바라게 마련이니까요

22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키려면 지친다 (2025.7.26.)

― 부산 〈파도책방〉



  나라 곳곳에 ‘책골목’이 있는데, 으레 ‘헌책집골목’입니다. 지난 온해(100년)에 걸쳐 온누리 모든 책골목은 어느 나라나 ‘헌책집이 줄지은 마을’입니다. 책을 아직 ‘잘 모르는’ 분은 모르게 마련인데, ‘새책집’은 “다 다른 마을책집”하고는 멉니다. ‘헌책집’은 그야말로 “온통 다른 마을책집”입니다. 새책집은 “샛터(도매상)에 시키면 받을 수 있는 책”만 다루게 마련이라, 웬만한 마을책집은 “팔릴 만한 새책”을 놓느라 비슷하거나 똑같다고 할 곳이 수두룩합니다. 헌책집은 “아직 안 사라진 책”도 곧잘 다루지만 “이미 사라진 책”을 널리 다루기에, 헌책집지기가 들이는 손품과 다리품에 따라 책시렁이 달라요.


  헌책집이라는 곳은 “팔릴 만한 책”을 잔뜩 갖추고 싶더라도 이렇게 못 합니다. “팔릴 만한 책”은 잘 안 나오고, 헌책집에 들이기 무섭게 싹 팔려요. 온누리 모든 헌책집은 “팔릴 만한 책”을 갖추려고도 애쓰지만, 이보다는 “책손이 처음으로 알아보면서 품을 책”에 훨씬 품을 들이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새책집이라면 “잘 안 팔릴 뿐 아니라, 책손이 안 건드리는 책”은 물리면(반품) 그만입니다. 이와 달리 헌책집은 이미 헌책집지기가 온돈을 들여서 갖추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무 책이나 못 들여”요. 더구나 헌책집은 작은크기로 꾸리는 곳이 많아서, “얼마나 팔릴는지 몰라도 책손이 처음으로 알아볼 만한 책을 책집지기부터 알아보며 솎고 추리고 가려서 품는 얼개”입니다.


  부산 보수동 〈파도책방〉에 깃듭니다. 요즈막에 ‘보수동 아테네학당’을 둘러싼 실랑이가 이럭저럭 말이 나오는 듯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보수동책골목에 있는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도 〈아네테학당〉도 여태까지 막상 ‘헌책·헌책집·책골목’하고 얽힌 이야기꽃(강의·수업·프로그램)은 아예 안 폈습니다. 그들은 ‘그냥저냥 인문강좌’는 열었되, 보수동책골목 같은 ‘헌책’을 다루는 책집지기 손길과 눈길에 어떤 뜻과 살림이 묻어났는지는 터럭만큼도 안 쳐다봤어요.


  우리는 보수동책골목을 비롯한 헌책집에 마실을 할 적에 어떤 책을 눈여겨보거나 장만하면서 어떻게 읽어내고 어떻게 삭이면서 스스로 북돋울 만할까요? 이제부터 ‘아닌’ 길이 아닌, ‘안’에서 ‘안는’ 길로, 서로 ‘아는(알아가는)’ 길로 바꾸고 가꾸어쟈지 싶습니다. ‘앞’을 보며 ‘아우를’ 책빛을 읽어야지 싶어요.


  지키려면 지칩니다. 지키지 말고 지을 노릇입니다. 헌책집지기가 “잊힌 책”을 “읽힐 책”으로 지폈듯, 책손은 “이야기를 짓”듯 “읽을 책을 지을” 일입니다. 부산도 보수동도 책집도 ‘지키’지 말고, ‘지으’면 됩니다.


ㅍㄹㄴ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타고르/이상영 옮김, 다보, 1990.11.5.)

《城》(프란츠 카프카/박환덕 옮김, 범우사, 1984.1.15.첫/1991.5.10.증보1벌)

- 서울대 교수·문학박사

《사랑의 유산》(루시 모드 몽고메리/오현수 옮김, 대교베텔스만, 2005.10.10.첫/2005.12.8.2벌)

#A Tangled Web #LucyMaudMontgomery

《나의 첫 젠더 수업》(김고연주, 창비, 2017.11.10.첫/2019.8.26.12벌)

- 나의 첫 젠더 수업 → 몸을 처음 배우기 / 갓사내 처음 배우기 / 몸빛 처음 배우기

《김성근이다》(김성근, 다산라이프, 2011.12.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7. 모르는책



  누구나 읽고 쓰는 오늘날입니다. 글을 읽기도 하지만, 마음을 읽기도 합니다. 책을 펴거나 쓰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짓기도 합니다. 서로 눈빛을 읽기도 하고, 가만히 하늘과 바다와 들숲을 읽기도 하지요. 책은 꾸준히 새로 태어나되 막상 책을 곁에 두는 사람은 줄어든다고 하지만, 여러모로 보면 ‘종이꾸러미’도 책이요, 이야기꾸러미와 살림꾸러미와 씨앗꾸러미도 책입니다. 씨앗 한 톨로도 오롯이 책이요, 이슬과 빗물 한 방울도 새삼스레 책이에요. 다른 누가 “이슬이란 무엇인가?” 하고 찾아나서면서 밝힌 꾸러미를 읽을 수 있고, 우리 스스로 “이슬은 언제 어떻게 맺어서 어느 목숨붙이한테 이바지하면서 철마다 새로운가?” 하고 지켜보면서 알아낼 수 있습니다. 날씨알림을 듣고서 날씨를 어림할 수 있고, 우리 스스로 바람결과 구름결과 별빛을 헤아리면서 날씨를 읽고 새겨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숲이 고스란히 책숲(도서관)이라고 느껴요. 들녘이 언제나 들숲(생활박물관)이로구나 싶어요. 바다가 언제나 바다숲(해양박물관)일 테지요. 어느 날 문득 ‘모르는책’이라는 낱말을 손바닥에 얹어 보았습니다. 굳이 한 낱말로 ‘모르는책·눈익은책·익숙한책’처럼 엮으면서 ‘배우는책·때우는책’에 ‘익히는책·첫걸음책’처럼 글결을 맞추어 봅니다. 모르기에 읽고서 배웁니다. 이제 조금 알아보기에 아직 모르는 길을 찾아나섭니다. 모르는 줄 알기에 다시 읽고, 가만히 눈을 틔우면서 새록새록 눈길을 열고 싶어서 끝없이 읽고 돌아봅니다.


ㅍㄹㄴ


모르는책


너는 으레

‘모르는책’은 안 들추고

‘눈익은책’에 손을 뻗네

이렇게 책이 수북한데


나는 줄곧

‘익숙한책’은 지나치고

‘처음인책’을 들여다봐

이처럼 책이 더미인데


너는 자꾸

‘배우는책’은 치워 놓고

‘때우는책’을 옆에 둔다

온삶이 배움날인데


나는 새삼

‘익히는책’을 또 읽는다

‘첫걸음책’은 늘 설레니

다시금 보고서 살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