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키려면 지친다 (2025.7.26.)
― 부산 〈파도책방〉
나라 곳곳에 ‘책골목’이 있는데, 으레 ‘헌책집골목’입니다. 지난 온해(100년)에 걸쳐 온누리 모든 책골목은 어느 나라나 ‘헌책집이 줄지은 마을’입니다. 책을 아직 ‘잘 모르는’ 분은 모르게 마련인데, ‘새책집’은 “다 다른 마을책집”하고는 멉니다. ‘헌책집’은 그야말로 “온통 다른 마을책집”입니다. 새책집은 “샛터(도매상)에 시키면 받을 수 있는 책”만 다루게 마련이라, 웬만한 마을책집은 “팔릴 만한 새책”을 놓느라 비슷하거나 똑같다고 할 곳이 수두룩합니다. 헌책집은 “아직 안 사라진 책”도 곧잘 다루지만 “이미 사라진 책”을 널리 다루기에, 헌책집지기가 들이는 손품과 다리품에 따라 책시렁이 달라요.
헌책집이라는 곳은 “팔릴 만한 책”을 잔뜩 갖추고 싶더라도 이렇게 못 합니다. “팔릴 만한 책”은 잘 안 나오고, 헌책집에 들이기 무섭게 싹 팔려요. 온누리 모든 헌책집은 “팔릴 만한 책”을 갖추려고도 애쓰지만, 이보다는 “책손이 처음으로 알아보면서 품을 책”에 훨씬 품을 들이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새책집이라면 “잘 안 팔릴 뿐 아니라, 책손이 안 건드리는 책”은 물리면(반품) 그만입니다. 이와 달리 헌책집은 이미 헌책집지기가 온돈을 들여서 갖추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무 책이나 못 들여”요. 더구나 헌책집은 작은크기로 꾸리는 곳이 많아서, “얼마나 팔릴는지 몰라도 책손이 처음으로 알아볼 만한 책을 책집지기부터 알아보며 솎고 추리고 가려서 품는 얼개”입니다.
부산 보수동 〈파도책방〉에 깃듭니다. 요즈막에 ‘보수동 아테네학당’을 둘러싼 실랑이가 이럭저럭 말이 나오는 듯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보수동책골목에 있는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도 〈아네테학당〉도 여태까지 막상 ‘헌책·헌책집·책골목’하고 얽힌 이야기꽃(강의·수업·프로그램)은 아예 안 폈습니다. 그들은 ‘그냥저냥 인문강좌’는 열었되, 보수동책골목 같은 ‘헌책’을 다루는 책집지기 손길과 눈길에 어떤 뜻과 살림이 묻어났는지는 터럭만큼도 안 쳐다봤어요.
우리는 보수동책골목을 비롯한 헌책집에 마실을 할 적에 어떤 책을 눈여겨보거나 장만하면서 어떻게 읽어내고 어떻게 삭이면서 스스로 북돋울 만할까요? 이제부터 ‘아닌’ 길이 아닌, ‘안’에서 ‘안는’ 길로, 서로 ‘아는(알아가는)’ 길로 바꾸고 가꾸어쟈지 싶습니다. ‘앞’을 보며 ‘아우를’ 책빛을 읽어야지 싶어요.
지키려면 지칩니다. 지키지 말고 지을 노릇입니다. 헌책집지기가 “잊힌 책”을 “읽힐 책”으로 지폈듯, 책손은 “이야기를 짓”듯 “읽을 책을 지을” 일입니다. 부산도 보수동도 책집도 ‘지키’지 말고, ‘지으’면 됩니다.
ㅍㄹㄴ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타고르/이상영 옮김, 다보, 1990.11.5.)
《城》(프란츠 카프카/박환덕 옮김, 범우사, 1984.1.15.첫/1991.5.10.증보1벌)
- 서울대 교수·문학박사
《사랑의 유산》(루시 모드 몽고메리/오현수 옮김, 대교베텔스만, 2005.10.10.첫/2005.12.8.2벌)
#A Tangled Web #LucyMaudMontgomery
《나의 첫 젠더 수업》(김고연주, 창비, 2017.11.10.첫/2019.8.26.12벌)
- 나의 첫 젠더 수업 → 몸을 처음 배우기 / 갓사내 처음 배우기 / 몸빛 처음 배우기
《김성근이다》(김성근, 다산라이프, 2011.12.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