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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 ㅣ 다음별 컬렉션 3
오카다 다쓰노부 지음, 김보나 옮김 / 나는별 / 2024년 6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8.12.
까칠읽기 90
《다시,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
오카다 다쓰노부
김보나 옮김
나는별
2024.6.27.
우리나라에 ‘그림책 테라피’가 들어와서 종이(자격증)를 내어준 지 조금 된다. 예전에도 오늘도 매한가지인데, 우리는 ‘그림책 테라피’를 해야 할 까닭이 없고, ‘그림책 테라피 자격증’을 따거나 나눠줘야 하지 않다. 우리는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한결같이 ‘그림책읽기’하고 ‘그림책쓰기’를 하면 넉넉하다.
《다시,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를 읽었다. 가만히 보면 ‘그림책읽기’하고 비슷하되, 아이가 없이 어른만 있는 데에서 ‘이 줄거리는 이런 뜻’이라고 알리고, ‘저 붓끝은 저렇게 빗대는 마음’이라고 밝히는 길이 ‘테라피’로구나 싶다. 그렇지만, 그림책은 ‘다시 읽고 새로 읽고 거듭 읽을’ 적마다 늘 새록새록 맞아들여서 언제나 처음 마주하듯 즐겁게 마음을 북돋우는 이야기꽃인걸. 이렇게 읽거나 저렇게 짚어야 할 그림책이란 없다. 오늘은 이 삶을 느끼고, 모레는 저 삶을 살피고, 어제는 그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마주하는 그림책일 뿐이다.
‘누가 나를 달래(위로) 주기를 바라는 뜻’이 번지면서 ‘그림책 테라피’를 퍼뜨린다고 느낀다. 그런데 남이 나를 달래 줄 수 없는 줄 알아야 한다. 남한테 우리 멍울이나 생채기를 맡겨야 하지 않다. 우리 스스로 우리 멍울을 들여다보고 쓰다듬으면서 새롭게 한 발짝씩 내딛는 이 삶을 사랑으로 가꾸면 된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달래고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사랑을 지핀다. 아니, 아이들은 놀며 배우려고 그림책을 곁에 둔다. 아이들은 노래하며 이 삶을 사랑하려고 그림책을 쥔다. 어른도 아이처럼 그림책을 마주하면서 읽으면 된다. 남이 떠먹이는 얼거리나 줄거리대로 그림책을 읽다가는 그만 제풀에 걸려서 넘어질 수밖에 없다. 남이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몽땅 내려놓고서, 더디 걸리거나 힘을 잔뜩 들여야 하는 오랜 가시밭길을 그저 가만히 느긋이 나아갈 노릇이다.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는 옛말을 떠올리면 된다. 남이 쓰다듬거나 다독여 주면 가장 빠를 듯싶지만, 오히려 가장 멀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 빛을 잊어버린다.
부디 ‘테라피’를 접자. ‘테라피’이든 ‘위로·위안·환대’이든 다 걷어내자. 이러면서 그저 ‘읽’으면 된다. ‘읽다’라는 우리말은 ‘일다 + 익다’이다. 스스로 바람과 물결을 일으키듯, 스스로 헤아리면서 알아가는 길인 ‘읽다’요, 스스로 헤아리면서 바람과 물결을 일으키기에 열매가 익어가듯 찬찬히 품을 들이고 오래오래 품으면서 시나브로 무르익는 길인 ‘읽다’이다.
읽지 않고서 ‘테라피’라든지 ‘강의·수업·학습’을 할 적에는 으레 망가진다. 뜻(주의주장)이 아니라 마음을 읽고 나누는 그림책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그림책 테라피’가 아니라 언제나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이웃하고 나란히 앉아서 사근사근 ‘그림책읽기’를 하면 즐겁다.
ㅍㄹㄴ
물론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둘러싸여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의식하면 마음이 밝아진다는 것이 이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서 저는 소개했던 것입니다. (32쪽)
아무래도 어른들은 그림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44쪽)
그림책을 깊이 읽고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은 어쩌면 내 안에 펼쳐져 있는 세계를 거울에 비춰 보고 재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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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오카다 다쓰노부/김보나 옮김, 나는별, 2024)
세상과 삶이 그만큼 더 좋아지고 윤택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 삶터와 삶이 그만큼 나아가고 빛나리라 믿습니다
→ 나라와 삶이 그만큼 거듭나고 반짝이리라 믿습니다
8쪽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 반짝이는 그림책입니다
→ 눈부신 그림책입니다
→ 빛나는 그림책입니다
25쪽
이 질문은 어린이를 향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 어린이한테 묻는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 어린이한테 물어보는 듯하지 않습니다
26쪽
아이들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겠는데
→ 아이를 애틋해 하는 줄 알겠는데
→ 아이를 애틋이 보는 줄 알겠는데
28쪽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화나게 하거나 울게 할 수 있습니다
→ 문득 말 한 마디로 달래 주거나 불태우거나 울릴 수 있습니다
→ 그저 말 한 마디로 다독이거나 불지르거나 울릴 수 있습니다
67쪽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게 있습니다
→ 삶이 아무리 흘러도 고스란한 일이 있습니다
→ 아무리 오래 흘러도 그대로인 빛이 있습니다
87쪽
일 중독에서 벗어나는 작은 실천을 하기 바랍니다
→ 일앓이에서 벗어나게 작은길부터 가기 바랍니다
→ 일벌레를 벗도록 작게 하루를 짓기 바랍니다
112쪽
아무래도 사람은 기대하기 마련이니까요
→ 아무래도 서로 바라게 마련이니까요
22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