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무안나루 떼죽음 (2024.12.30.)

― 광주 〈소년의 서〉



  이름은 누가 어떻게 붙이느냐도 대수롭지만, 이 이름을 어떻게 맞아들여서 품느냐부터 그야말로 대수롭습니다. 처음부터 깊넓게 뜻을 담을 수 있고, 이름을 받은 우리가 손수 이모저모 씨앗을 심고 돌보듯 차근차근 북돋울 수 있어요. 몰래 감추거나 숨기는 꿍꿍이로 이름을 꾸밀 수 있어요. 사람들이 속기를 바라면서 뒷짓으로 헛이름을 붙이는 무리가 있습니다.


  2024년 12월 29일 아침 9시 즈음, 전라남도 무안나루에서 날개가 갑자기 펑 터졌습니다. 아주 어처구니없습니다. 멀쩡한 날갯길(활주로)에서 멈추는가 싶더니 펑 하면서 숱한 사람이 슬프게 목숨을 잃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놓고서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나 ‘용산 참사’처럼 이름을 안 붙이는군요. ‘제주항공 참사’라고 슬그머니 덧씌우고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라고까지 뜬금없이 이름을 내겁니다.


  2025년 8월까지 지켜보노라니, 새로 나라지기가 선 뒤에라야 겨우 ‘무안참사가 일어난 까닭’을 길잡이(조종사)한테 돌리는군요. 날개가 갑자기 하늘에서 멈추었지만, 길잡이는 끝까지 온힘을 다해서 몸으로 내렸고(동체착륙), 아주 잘 내렸으며, 모두 숨돌리면서 살았다고 여겼는데, 날갯길 끝에 뜬금없는 잿더미(시멘트 구조물)가 있는 줄 아무도 몰랐기에 갑자기 몽땅 터지고 말았습니다.


  어쩌다가 2024년 12월 30일에 광주마실을 했습니다. 시골에서는 알 길이 없던 이야기를 광주에서 들으며 한참 생각했습니다. 〈소년의 서〉는 오늘 쉼날인 듯싶어 책집 앞에서 발걸음을 돌립니다.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골버스나루를 살피니, ‘무안참사’가 있기 앞서 ‘전라도 민주당 벼슬꾼’은 남몰래 하루아침에 무안나루에 ‘국제공항 정기노선’을 열었고, 두멧시골 고흥에까지 ‘무안나루에서 해외여행 가자’는 알림판을 큼직하게 세웠더군요. 이 알림판은 2025년 8월에도 고스란합니다. 숨기지도 치우지도 않고 버젓합니다.


  한겨울은 서로 겹겹이 안고 달래면서 포근하게 품는 철입니다. 여러모로 보면, 세월호가 전라남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뒤에 나라지기 박근혜 씨는 끌어내렸지만, 전남도지사나 전남 벼슬아치는 이녁 벼슬자리를 지켰습니다. 무안참사가 있고서 여덟 달이 흐르는 사이에 어떤 벼슬아치도 붙들리지 않았고, 벼슬을 잃지 않았고, 짚기(특검)조차 안 합니다.


  떼죽음으로 슬픈 나라이되, 떼죽음이 벌어져도 어느 누구도 옷을 안 벗고 사슬터(감옥)에 붙들려가지 않습니다. 언제나 ‘나라’란 거짓꾼입니다. ‘나라’ 따위가 아니라, ‘나·너·우리’를 바라보고 서로 다독이는 보금자리를 돌볼 일입니다.


+


[데스크칼럼] '무안 참사' 책임, 고인에 떠넘긴 국토부·한국공항공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17/0001093630?sid=103


무안공항 참사 "조종사 과실" 조사결과에 유족·조종사 반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8/0000962579?sid=102


무안공항 참사서 쏙 빠진 한국공항공사 '책임 회피' 논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17/0001093217?sid=101


무안군, 관광객에 최대 5만원 숙박할인 혜택 제공 - 특별재난지역 포함으로 무안 방문 숙박 할인 확대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18010008320


[제주항공 참사 그 후 8개월]전남도·무안군, 공항 조기 활성화에 안간힘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29833


[제주항공 참사 그 후 8개월]179명 희생…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29823


[취재파일] 무안공항 참사② 30년 경력 미 NTSB 전문가의 시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1282608?sid=101


돈 아끼려 '죽음의 벽' 세웠다?…NYT가 본 '제주항공 참사' 원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5231947?sid=104


공항 '콘크리트 둔덕'은 불법…무안공항 참사 방지법 통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451342?sid=100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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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내포독자



 숨겨진 내포독자를 가정하여 → 숨은눈을 헤아려

 어떤 내포독자를 설정하였는가 → 누가 읽어 주기를 바랐는가


내포독자 : x

내포(內包) : 1. 어떤 성질이나 뜻 따위를 속에 품음 2. [철학] 개념이 적용되는 범위에 속하는 여러 사물이 공통으로 지니는 필연적 성질의 전체. 형식 논리학상으로는 이것과 외연은 반대 방향으로 증가 혹은 감소한다

독자(讀者) : 책, 신문, 잡지 따위의 글을 읽는 사람 ≒ 간객



  먼나라에서 처음 나타난 낱말을 우리나라로 받아들일 적에는 우리말로 옮기면 됩니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으레 일본말씨나 일본한자말로 옮기지요. 이른바 ‘implied reader’를 일본에서는 ‘內包讀者’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적잖은 분이 일본한자말 소리를 그대로 따서 ‘내포독자’로 쓰는군요. 여러모로 짚는다면, ‘숨다·숨은·숨은눈·숨은이’로 옮길 수 있습니다. ‘앞날·앞으로·앞눈’으로 옮겨도 됩니다. ‘처음·첨·처음으로’나 ‘첫눈·첫눈길·첫눈빛’으로 옮겨도 어울려요. ㅍㄹㄴ



책이 나왔을 때 읽게 될 실제독자가 아닌 내포독자, 즉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독자다

→ 책이 나오면 곧 사읽을 사람이 아닌, 앞으로 읽어 주기 바라는 사람이다

→ 책이 나오면 바로 읽을 사람이 아닌, 처음으로 만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동화 쓰는 법》(이현, 유유, 2018)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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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슬로 퀵퀵 슬로



슬로 퀵퀵 슬로 : x

slow  : 1. 느린, 더딘, 천천히 움직이는 2. 완행의 3. 미적거리는, 지체하는 4. 이해가 느린, 둔한 5. 한산한, 활기가 없는 6. (시계가) 늦은 7. (필름이) 감광도가 낮은 8. 느리게, 천천히, 더디 9. 천천히 가다; 속도[활동]를 줄이다[둔화시키다]

スロ-(slow) : 슬로, 늦음, 느림

quick : 1. (속도상으로·걸리는 시간이 짧아서) (재)빠른[신속한] (→double quick) 2. (동작·활동 등이) (재)빠른 3. 신속한, 즉각적인, 지체 없는 4. (재)빨리, 신속히 5. ‘…이 빠른’, ‘빨리 …하는’의 뜻 6. (손톱 밑의) 속살[생살]

クイック(quick) : 1. 퀵 2. (다른 외래어 앞에서) ‘빠르다’ ‘민첩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말



배우거나 가르치는 자리에 굳이 영어나 한자말을 넣어야 잘 배우거나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노래이건 춤이건 이야기이건 매한가지입니다. “슬로 퀵퀵 슬로”처럼 말을 해야 잘 알아듣지 않아요. 우리말로 “느릿 휙휙 느릿”이라 하면 됩니다. “천천 빨리 천천”이라 나타낼 수 있습니다. ㅍㄹㄴ



배우는 건 ‘슬로 퀵퀵 슬로’뿐, 드레스도 없고 음악도 없었다

→ ‘느릿 휙휙 느릿’만 배울 뿐, 옷도 없고 노래도 없다

→ ‘천천 빨리 천천’만 배울 뿐, 빔도 없고 노래도 없다

《동화 쓰는 법》(이현, 유유, 20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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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랠리rally



랠리(rally) : 1. [체육] 탁구·테니스·배드민턴·배구 따위에서, 양편의 타구가 계속 이어지는 일 2. [체육] 자동차 경주의 하나. 일반 도로의 정해진 구간을 규정된 시간과 속도로 달려서 실점의 차이로 우열을 가린다. 주로 장거리 구간에서 밤낮의 구별 없이 행한다 3. [체육] 권투에서, 서로 계속 때리는 일

rally : 1. (특히 어떤 생각·정당을 지지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대회] 2. 랠리(자동차·오토바이 등의 경주) 3. (원조·지지를 위해) 결집[단결]하다[시키다] 4. 회복되다, 원기[활기]를 되찾다

ラリ-(rally) : 1. 랠리 2. (테니스·탁구·배구 등에서) 계속 공을 쳐넘기기 3. 정해진 코스를 일정 시간 내에 달리는 자동차 경주의 일종



영어 ‘랠리’를 우리 낱말책에까지 싣지만 털어낼 노릇입니다. 우리말로 ‘겨루다·다투다·싸우다’나 ‘실랑이·아웅다웅·앞다투다’로 고쳐씁니다. ‘치고받다·툭탁거리다·티격태격’이나 ‘엎치락뒤치락·엎치락잦히락·오르내리다·옥신각신·이랬다저랬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오가다·오고가다·오락가락·주고받다’나 ‘너울거리다·너울길·너울판·너울꽃’으로 고쳐쓰면 되어요. ‘널놀이·널방아·널찧기’나 ‘널뛰다·널뛰기·널질·널타기’로 고쳐쓰고, ‘물결치다·물고물리다·미닥질·밀고당기다·밀당’이나 ‘슥삭놀이·슥삭방아·쓱싹놀이·쓱싹방아’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찰랑이다·철렁하다·출렁이다·치렁대다’나 ‘추다·춤·춤추다·춤사위·춤짓·춤꽃·춤빛’으로도 고쳐씁니다. ㅍㄹㄴ



이대로 랠리하자

→ 이대로 치고받자

→ 이대로 주고받자

→ 이대로 겨루자

→ 이대로 다투자

《루리 드래곤 2》(신도 마사오키/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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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시간차 時間差


 시간차 인상 → 띄엄띄엄 올림 / 틈새 올림

 시간차 폭격 → 사잇치기 / 틈새치기

 국지성 호우가 시간차를 두고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군데군데 뜸하게 소나기가 옵니다

 시간차를 두고 계속되었다 → 틈을 두고 잇는다 / 드문드문 잇는다


  ‘시간차(時間差)’는 “시간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이나 행동이 있을 때, 그 시간의 간격”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기슭·기스락·깃·깃새’나 ‘떨어지다·떨구다·떨어뜨리다·떨어트리다’로 손봅니다. ‘바라지다·벌어지다·벌이다’나 ‘사이·사잇자리·사잇터·샛자리·샛터’로 손보지요. ‘드문드문·띄엄띄엄·뜸하다’로 손볼 만하고, ‘춤·허리춤’이나 ‘틈·틈바구니·틈새·틈새자리·틈자리’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일단 뒤늦게나마 깨우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허나 시간차공격이라 할까

→ 암튼 뒤늦게나마 깨우치는 듯하다. 그러나 사이치기라 할까

→ 암튼 뒤늦게나마 깨우치는구나 싶다. 그런데 옆치기라 할까

《나의 국토 나의 산하》(박태순, 한길사, 2008) 353쪽


시간차로 공격하지 마

→ 틈새로 들이치지 마

→ 사이치기 하지 마

《그래도 아유무는 다가온다 1》(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 141쪽


나를 위로하려고 한 말인가?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뭐지? 이 시간차공격은?

→ 나를 다독이려고 한 말인가?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뭐지? 이 틈새치기는?

《정의의 편》(사토 마도카·이시야마 아즈사/이소담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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