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2.


《獄中書簡》

 디이트리트 폰회퍼 글/고범서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7.4.15.



마치 ‘신영복’이라도 된 듯, 또는 ‘김구’처럼 나라찾기에 온몸을 바치기라도 한 듯, 스스로 떠벌이고 자랑하기를 못 그치는 ‘조국’이라는 “옛 서울대 법학과 나으리”가 계시다. 이분은 시늉(코스프레)도 잘하고, 장사(북콘서트)도 잘하고, 벼슬도 잘 쥐고, 비싼밥도 잘 자신다. 다만, 이녁이 아닌 수수한 들사람이 나라일을 맡거나 길잡이로 서거나 일꾼으로 서지 않기를 바라는 티를 늘 낸다. 늘 이녁이 한가운데에 서서 우두머리로 찰칵찰칵 찍혀야 한다고 여긴다. 헌책집에서 본회퍼 님 책을 스치면 으레 새삼스레 쥐곤 한다. 이미 읽은 책이어도 다시 들추면서 곱새긴다. 2016년에 한글판이 새로 나온 《獄中書簡》이다. 눈물과 땀을 이슬과 비로 녹여낸 하루가 흐르는 꾸러미라고 여길 만하다. 모든 사람이 본회퍼 님 같을 수야 없다지만, 모든 사람한테는 ‘넋’과 ‘숨’이 있다. 누구나 스스로 마음에 살림씨앗을 심는다. 저마다 마음이라는 바다에 생각씨앗을 심는다. 하느님 이야기를 담았다는 꾸러미를 보면 “처음에 말씀이 있었다” 같은 대목이 있다. 우리 옛말에는 “말이 씨가 된다”가 있고, 둘은 나란하다. 참하거나 착한 길도 씨앗이되, 꾸미거나 거짓스런 길도 씨앗이다. 알맹이로 갈는지 쭉정이로 길들는지 스스로 갈 뿐이다.


《옥중서신, 저항과 복종》(디트리히 본회퍼/김순현 옮김, 복있는사람, 2016.9.19.)


#WiderstandundErgebung #DietrichBonhoeffer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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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낙과 落果


 낙과를 줍기 위해 → 떨어져서 주우려

 열매가 무르익어 낙과하다 → 열매가 무르익어 지다


  ‘낙과(落果)’는 “열매가 나무에서 떨어짐. 또는 그 열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다·없다·없어지다·있지 않다’나 ‘고꾸라지다·꼬꾸라지다·가꾸러지다·까꾸러지다·거꾸러지다·꺼꾸러지다’로 풀어낼 만합니다. ‘곤두·곤두박질·곤두박다·곤두박이’나 ‘궁둥방아·엉덩방아·미끄럼·미끄덩·미끄러지다’로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나가떨어지다·나떨어지다·뒹굴다·나뒹굴다·날아내리다·날아앉다’나 ‘내려가다·내려서다·내려앉다·내려오다’로 풀어낼 수 있어요. ‘떨려나가다·떨어져나가다·떨어지다·떨구다·떨어뜨리다·떨어트리다’로 풀어내고요. ‘쓴맛·안되다·지다·지는길·지는꽃’으로 풀어내며, ‘엎어지다·자빠지다’나 ‘자르다·잘라내다·잘리다’로 풀어낼 만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낙과(落科)’를 “1. [역사] 과거 시험에 응하였다가 떨어짐 = 낙방 2. [법률] 소송에서 짐 = 패소”처럼 풀이하면서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혹은 썩어서 낙과(落果)가 되는걸요

→ 또는 썩어서 떨어지는걸요

→ 아니면 썩어서 뒹구는걸요

《마이의 곤충생활 2》(아메갓파 쇼죠군/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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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타로tarot



타로(tarot) : 14세기경부터 유럽에서 사용된 그림 카드. 본래 22매의 우의화(寓意畵) 카드와 56매의 점수 카드로 되어 있으나 지금은 점수 카드를 32매로 줄였다. 점치기나 게임에 사용한다

tarot : 타로 카드(특별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카드로 주로 점을 치는 데 사용됨)

タロット(tarot) : タロットカ?ド의 준말. 타로, 타로 카드



먼나라에서는 먼나라 말씨로 ‘tarot’를 합니다. 우리는 먼나라 말소리 그대로 ‘타로’로 옮겨서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먼나라에서 나누는 ‘tarot’를 곰곰이 짚으면, 별빛을 담아낸 그림으로 이야기와 삶을 풀어내더군요. 별 한 톨을 언제나 씨앗 한 알처럼 여기면서 사람과 살림과 사랑을 헤아리고요. 이런 얼거리를 본다면, 우리 나름대로 다독여서 ‘별꽃그림’이나 ‘별빛그림’으로 새말을 짓듯 옮길 만하구나 싶습니다. ㅍㄹㄴ



타로 점에 자신이 있거든

→ 별빛그림 보기 잘하거든

→ 별꽃그림 잘 짚거든

《할망소녀 히나타짱 9》(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5)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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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포터블portable



포터블 : x

portable : 1. 휴대가 쉬운 2. 휴대용 제품

ポ?タブル(portable) : 1. 포터블 2. 갖고 다닐수 있는. 이동식의. 휴대용의



영어 ‘portable’을 한자말 ‘휴대용’으로 옮기는 영어 낱말책입니다. 그러나 우리말을 헤아린다면 ‘가지다·갖다’나 ‘간직하다·갖추다·건사하다’로 옮겨야 어울립니다. ‘곁·곁으로·곁길·곁짐·곁빛·곁꽃’이나 ‘들고가다·들고다니다·들다’로 옮길 만합니다. ‘손·손꽃·손살림·손차림’이나 ‘쌈지·주머니·줌’으로 옮길 수 있어요. ‘머금다·있다·쥐다·쥠’이나 ‘움큼·품·품속·품꽃·품다·품는’으로 옮겨도 되어요. ‘지니다·차다·챙기다’나 ‘작다·작은·작은것·자그맣다’나 ‘조그맣다·쪼꼬미·짜리몽땅’으로 옮길 만하고요. ㅍㄹㄴ



짜잔! 포터블

→ 짜잔! 곁짐

→ 짜잔! 들고가는

→ 짜잔! 품는

→ 짜잔! 손꽃

《그래도 아유무는 다가온다 1》(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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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8. 이름없는



  “이름없는 풀”은 없습니다. “이름모를 풀”도 없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풀과 나무와 벌레와 새한테 다 다르게 이름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살림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스스로 마주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마음을 담아서 붙인 이름이 있어요. 오랜 옛날부터 들숲메바다를 품고서 살림을 지은 사람들이 몸소 바라보고 느끼고 살핀 마음으로 붙인 이름이 있습니다. 한자말로 하자면 ‘무명화·무명초’는 없어요. 우리가 스스로 이름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기에 “아직 이름을 모르는 풀꽃나무”라고 해야 맞습니다. “아직 이름을 묻지 않았기에 이름을 알 길이 없는 풀꽃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숱한 사람들한테 저마다 이름이 있어요. “이름없는 사람”이나 “이름모를 사람”은 없어요.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물어볼 노릇입니다. 늘 우리가 몸소 다가설 일입니다. 지켜보거나 들여다보면서 눈길과 눈길이 만나요. 두 눈길이 닿으면서 숨결이 이어요. 숨결이 잇는 사이에 따사롭고 너그럽게 바람이 일어요. 한 발 가까이 다가갑니다. 풀꽃 곁에 쪼그려앉습니다. 나무줄기를 어루만지다가 뺨을 댑니다. 팔을 뻗어서 팔등에 나비를 앉힙니다. 걷다가 멈춰서 풀벌레가 베푸는 노랫가락에 귀를 기울입니다. 서로 가까이 있기에 숨소리를 읽습니다. 서로 멀리 있어도 숨꽃을 헤아립니다. 내가 너한테 이르고, 네가 나한테 이릅니다. 마음을 얹은 소리인 말로 이르고, 사뿐사뿐 즐겁게 내딛는 발걸음으로 오늘 이곳에 이릅니다. 둘이 나란히 이르니 비로소 ‘이름’이 깨어나고 태어나고 피어나고 솟아납니다.



이름없는


“이름이 뭐니?” 하고 물으면

“글쎄, 네가 생각해 봐.”

“이름을 알려줘.” 하고 되물으면

“네가 생각하는 대로 불러.”


“이름없는 꽃이 어디 있니?” 하면

“그러니까 네가 지어 주렴.”

“내가 아무렇게나 지어도 돼?” 하니

“아니, 사랑으로 지어 줘.”


“널 가리키는 이름 있잖아?” 하니

“난 네가 지을 이름이 궁금해.”

“난 이름 잘 못 짓는데.” 하니까

“그냥 마음으로 보고 느껴 봐.”


“그냥 알려주면 안 되니?” 하는 말에

“그저 네 눈빛으로 품으면,

  네가 늘 즐겁게 만나고 싶으면,

  그 생각대로 이름이 피어나.”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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