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내년 來年


 내년 1월 → 다음 첫달

 내년 여름부터 사업에 착수한다 → 새해 여름부터 일한다

 늦어도 내년 안으로는 도로가 뚫릴 것이다 → 늦어도 이듬해에는 길을 뚫는다

 금년 아니면 내년 → 올해 아니면 새해


  ‘내년(來年)’은 “올해의 바로 다음 해 ≒ 내세·내자·익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다음해·담해’나 ‘다음·담’으로 고쳐씁니다. ‘뒷해·이듬해’나 ‘새해’로 고쳐쓸 만해요. ‘앞·앞꽃·앞에서·앞에 있다’나 ‘앞길·앞목·앞줄·앞날·앞으로’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내년 봄에는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에요

→ 이듬해 봄에는 아이가 태어나요

→ 새해 봄에는 아이가 태어나요

《백귀야행 3》(이마 이치코/강경원 옮김, 시공사, 1999) 116쪽


올해도 작년 자리 내년에도 올해 자리 해마다 제자리서

→ 올해도 지난해 자리 이듬해도 올해 자리 해마다 제자리서

《고양이와 통한 날》(이안, 문학동네, 2008) 35쪽


내년 봄에 심으면

→ 새봄에 심으면

→ 다음 봄에 심으면

《어이없는 놈》(김개미, 문학동네, 2013) 28쪽


내년에는 좀더 많은 반디가 날아오겠지. 기다림의 시간은 더디다

→ 새해에는 반디가 좀더 많이 날아오겠지. 기다리는 하루는 더디다

→ 이듬해는 반디가 더 많이 날아오겠지. 기다리는 나날은 더디다

《지율 스님의 산막일지》(지율, 사계절, 2017) 186쪽


그리고 또 내년에는

→ 그리고 또 이듬해

→ 그리고 또 새해에는

→ 그리고 또 다음해

《마음꽃 열두 달》(한태희, 한림출판사, 2017) 24쪽


내년에도 나 데리고 올 거지?

→ 이듬해도 나 데리고 오지?

→ 다음해도 나 데려오지?

《손가락만 까딱하면》(황미숙, 고래책빵, 2021) 41쪽


올해에는 무승부지만 내년에는 결판이 나겠지

→ 올해에는 비기지만 새해에는 끝이 나겠지

《아무도 모르지》(박철, 창비, 2024)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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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서 收書


 사서의 기본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수서(收書)는 물론 → 책지기 바탕일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임을 비롯해

 도서를 구입해 정리하는 수서(收書) 업무 → 책을 사서 갈무리하는 책갈무리


  ‘수서(收書)’는 낱말책에 없습니다. 영어로는 ‘acquisition’이라 하고 “1. 획득, 습득 2. 취득물, 이득, 뜻밖에 얻은 귀한 물건[사람]; 입수 도서 3. (기업) 인수, 매입(한 물건) 4. (레이더나 광학 장치에 의한 인공위성·미사일 등의) 포착(捕捉)”을 뜻한다고 해요. 이 영어를 일본에서는 ‘수서’로 옮겼지 싶은데, 우리나라는 ‘책들임·책차림’이나 ‘책갈무리·책갈망’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책빛·책눈’이나 ‘책살림·책삶’이라 할 만하고, ‘책노래·책맞춤’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수서’를 여섯 가지 싣는데 모두 털어낼 만합니다. 물에서 사는 일은 ‘물살이’라 하면 됩니다.



수서(手書) : 손수 글이나 편지를 씀. 또는 그 글이나 편지. 편지에서 손아랫사람에 대하여 쓰는 말이다 ≒ 수간·수찰·수한·수함

수서(手署) : 손수 서명함

수서(?書) : [미술] 팔체서(八體書)의 하나. 병기(兵器) 위에 썼다

수서(水棲) : 물에서 삶 ≒ 물살이

수서(首鼠) : 구멍에서 머리를 내밀고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쥐라는 뜻으로, 머뭇거리며 진퇴나 거취를 정하지 못하는 상태를 이르는 말 = 수서양단

수서(隋書) : [책명] 중국 이십오사(二十五史)의 하나



수서는 한 권의 책이 도서관에 들어와 각 자료실 서가에 꽂히기 직전까지의 모든 업무를 말한다

→ 책들임은 책 하나가 도서관에 들어와 자료실마다 책꽂이에 꽂히기 앞서까지 모든 일을 말한다

→ 책갈무리는 책이 도서관에 들어와 자료실 책꽂이에 꽂히기 앞서까지 하는 모든 일을 말한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강민선, 임시제본소, 2018) 127쪽


사서이면서 나는 수서(사서가 직접 선별하여 구매하거나 기증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검수 및 회계, 정리 과정을 거쳐 도서관에 들여오는 작업)를 할 수도

→ 책지기이면서 나는 책들임(책지기가 손수 골라 장만하거나 받아서 살피고 갈무리하여 책을 놓는 일)을 할 수도

《사서의 일》(양지윤, 책과이음, 2021)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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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안에서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신유진 옮김 / 보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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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5.

그림책시렁 1623


《그늘 안에서》

 아드리앵 파를랑주

 신유진 옮김

 보림

 2025.5.23.



  우크라이나 옛이야기 ‘손싸개(장갑)’가 있어요. 한겨울 어느 날 길에 떨어진 손싸개 하나를 본 숲짐승이 하나둘 포근히 안기면서 겹겹이 어울리는 아름길을 들려주는 줄거리예요. 이런 줄거리하고 맞물리는 《그늘 안에서》인데, 이 프랑스 그림책은 ‘어깨동무·손잡기·함께(연대)’ 나누는 길을 밝히겠다고 하면서 “한 여자아이”를 내세웁니다. 아마 프랑스말로 본다면 “한 여자아이”일 텐데, 온누리 어느 곳에서든 아이들을 굳이 ‘순이·돌이’로 안 가릅니다. 그저 ‘아이’로 여깁니다. ‘어린이’와 ‘어른’이라는 낱말도 그저 ‘두 갈래 몸빛’을 고루 고이 나타낼 뿐입니다. 우리가 ‘함께(연대)’ 어느 일을 하면서 어느 길을 간다고 할 적에는 어느 자리에 있든 안 따집니다. 이름이나 돈이나 힘이 있어야 ‘함께’ 손을 잡는 사이로 여기지 않아요. 거꾸로 이름과 돈과 힘이 없다고 여기기에 서로 만나서 함께 걷습니다. 그림책이며 동화책은 그저 ‘어린이책’이라 일컫습니다. 왜 ‘어린이책’이라 할까요? 어깨동무란, 누구나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우리 스스로 여태 잊은 사랑을 이제부터 새롭게 깨달아서 모든 낡은 굴레를 부드럽게 녹이고 풀어서 나아갈 길”이거든요. ‘함께’란 무엇일까요? 바위 그늘을 쪼개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서, 씨앗을 빈터에 심어서 함께 돌보아 나무로 가꾸는 삶이겠지요.


#Un abri #AdrienParlange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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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소독약



비가 그치고서

해가 넉넉히 드리우는 여름에

시골도 서울·큰고장도

논밭이며 골목이며 아파트에 큰길까지

하얗게 죽임물을 뿌린다


이름은 ‘소독약’이라지만

나비와 지렁이와 새까지 잡아죽이는

그저 ‘독약’이라고 느낀다


파리와 모기와 바퀴벌레는 멀쩡하다

몇 가지 벌레를 미워하다 보니

사람은 사람 스스로 미워하며 죽인다


2025.7.27.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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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ㅇ을



오늘을 맞이하기까지

어떻게 걸었을까 하고

이제까지 무엇을 보고 들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나 하고

이야기를 한다


어른스럽지 않다면

아이마냥 노는 마음으로

일노래를 부르면 되지


어이없어 보여도

오순도순 나눌 말을 떠올리며

어제랑 이곳을 이으며 알아가면 되고


2025.8.10.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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