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91 : 수리 부두 -진다


수리할 배가 부두에 닿으면 엄마 손길도 바빠진다

→ 손질할 배가 나루에 닿으면 엄마도 바쁘다

→ 고칠 배가 뱃터에 닿으면 엄마도 바쁘다

《깡깡깡》(이영아, 빨간콩, 2023) 19쪽


손을 대면서 고칩니다. 손질을 하는 동안 어느새 바뀝니다. 차분히 가꾸고 다듬는 사이에 새롭게 피어납니다. 배는 나루에 닿아요. 배가 닿는 나루는 뱃터이자 뱃나루입니다. 모두 바삐 움직입니다.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바쁘기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즐겁게 일합니다. ㅍㄹㄴ


수리(修理) : 고장 나거나 허름한 데를 손보아 고침

부두(埠頭) : 배를 대어 사람과 짐이 뭍으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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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찬앓이와 할머니 (2024.7.25.)

― 부산 〈책과 아이들〉



  한여름 끝자락에 사흘째 찬앓이(냉방병)로 끙끙거립니다. 이런 몸으로 용케 고흥에서 부산으로 시외버스를 달리고, 큰가게에 들러서 과일물과 복숭아와 소젖을 장만하고서 전철을 달려 〈책과 아이들〉까지 닿습니다. 갈수록 여름에 찬바람을 벗어날 길이 사라집니다. 시골집에서는 땀을 실컷 흘리고서 샘물로 씻으면 어느새 더위가 식는데, 시골버스만 타더라도 소름이 돋도록 춥고, 시골가게에서도 또 큰고장으로 옮기는 시외버스에서도 으레 다시 소름이 돋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찬앓이’라는 이름을 잊는지, 어디서나 더 차갑게 펑펑 틀어댑니다.


  저녁에 ‘동심읽기’ 모임을 꾸리면서 그림책 《말론 할머니》하고 《닉 아저씨와 뜨개질》하고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하고 《왜요?》를 나란히 놓고서 이야기를 폅니다. 하늘길을 누구랑 나란히 걸어가는지 돌아봅니다. 이 삶에 동무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헤아립니다. 스스로 즐겁게 놀이하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봅니다. 언제나 우리 스스로 묻기에 스스로 길을 알아냅니다.


  더 많은 아이들하고 함께해도 즐거울 테지요. 얼굴을 하나하나 마주보면서 몇몇 아이하고 함께해도 즐거울 테고요. 어느 곳에서든 ‘마음나눔자리’라고 느낍니다. 언제나 ‘생각나눔마당’이라고도 느껴요.


  책집이란, 모든 책이 드나들고 만나듯, 모든 사람이 드나들며 어울리는 터전인, 바로 마을이자 숲이자 배움터라고 느낍니다. 굳이 ‘학교·비학교(언스쿨링)’로 금을 긋거나 어렵게 말하기보다는 ‘우리집 배움터’를 바탕으로 ‘우리마을 배움터’에 ‘우리책숲 배움터’로 차근차근 바라보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굳이 일본말로 ‘자기주도’라 하기보다는 ‘스스로’ 하는 길을 헤아리면, 언제 어디에서나 다 다른 새길이 피어난다고 봅니다.


  이리하여 혼잣말로도, 아이들하고 밥을 먹다가도 “언제나 고맙습니다.” 하고 한마디를 읊습니다. 엊저녁부터 오늘밤을 거쳐 이튿날 새벽까지 그야말로 골골대며 잘 누워서 찬앓이를 풀어내 봅니다. 큰고장 이웃님을 마주하려면 찬앓이를 바라보고서 여름땀을 들여다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시골에 있는 이웃님하고도 나무바람을 쐬자고, 나무를 더욱 심고 가꾸자고, 새가 새똥으로 나무를 심으면 반갑게 보살피자고 이야기합니다.


  머나먼 모레에는 말론 할머니마냥 숲이웃하고 환하게 피어나면 됩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는 풀꽃나무를 품는 푸른 손끝으로 집살림을 일구면 됩니다. 오늘까지 살아낸 어제는 기쁘게 되새기고 되짚으면서 이야기 한 자락을 쓰면 됩니다.


ㅍㄹㄴ


《말론 할머니》(엘리너 파전 글·에드워드 아디조니 그림/강무홍 옮김, 비룡소, 1999.1.22.)

《닉 아저씨와 뜨개질》(마가렛 와일드 글·디 헉슬리 그림/창작집단 바리 옮김, 중앙출판사, 2002.4.10.)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14.6.30.첫/2020.6.10.4벌)

《왜요?》(린제이 캠프 글·토니 로스 그림/바리 옮김, 베틀북, 2002.10.15.첫/2014.3.20.13벌)

#Why? #LindsayCamp #TonyRoss

《꼬마 삼보 이야기》(허문선 글·홍성지 그림, 계림닷컴, 2004.1.15.첫/2007.3.30.11벌)

#TheStoryofLittleBlackSambo #HelenBannerman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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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06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남 고흥에서 부산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는지 궁금하네요.없다면 아프신 중에도 몇 번씩 버스를 갈아타셨을 것 같아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네요.
저도 예전에 영월에서 서산까지 간 적이 있는데 직선 거리는 얼마 안되는데 영월에서 대전 대전에서 서산가는 시외 버스를 두번 갈아 탔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곳을 들르다 보니 한 8시간 버스를 탄 기억이 납니다.

파란놀 2025-09-22 08:53   좋아요 0 | URL
하루에 석 걸음 있습니다.
고흥과 부산 사이로 터전을 옮긴 분이
꽤 많으신 듯하더군요.
 
깡깡깡 빨간콩 그림책 32
이영아 지음 / 빨간콩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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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5.

그림책시렁 1622


《깡깡깡》

 이영아

 빨간콩

 2023.12.29.



  어디에나 사람이 살아갑니다. 사람 곁에는 새가 납니다. 새 곁에는 애벌레가 있습니다. 애벌레 곁에는 풀과 나무가 있습니다. 풀과 나무 곁에는 냇물이 흐릅니다. 냇물 곁에는 들숲메가 있습니다. 들숲메 곁에는 구름이 흐르고, 구름 곁에는 바다가 일렁여요. 바다 곁에서는 바람이 춤을 추고, 바람 곁에서는 별이 반짝이며, 별 곁에서는 해가 따뜻합니다. 그리고 해를 쬐는 사람이 있습니다. 《깡깡깡》은 부산 어느 마을에서 ‘배손질’을 하는 아지매가 어떻게 하루를 살림하고 살아가는지 차분히 보여줍니다. 온누리 어느 곳에서는 보금자리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논밭을 일구는 어버이가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일터를 드나들거나 가게를 꾸리는 어버이가 있어요.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하루를 짓는데, 누구나 매한가지로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땀을 내고 아이들을 마주하며, 아이들은 어버이를 새록새록 사랑으로 바라봅니다. 깡깡깡 소리가 울리도록 땀흘리느라 귀가 멍하고 온몸이 욱씬거리지만, 어머니를 지켜보고 기다리는 아이들을 헤아리면서 기운을 냅니다. 다 다른 일터와 일자리와 마을과 논밭과 들숲메바다에서 지내는 어버이는 서로 다르지만 나란하게 오늘을 노래합니다.


+


《깡깡깡》(이영아, 빨간콩, 2023)


깡깡이 마을은 근대 조선산업의 발상지이다

→ 깡깡이마을에서 오늘날 배무이가 비롯한다

3쪽


온종일 배를 수리하는 소리로 요란하다

→ 하룻내 배를 고치는 소리로 가득하다

→ 노상 배를 손질하는 소리로 넘실댄다

10쪽


엄마의 작업 도구는 망치와 쇳솔, 빛바랜 수건 몇 장이 전부이다

→ 엄마 연장은 망치와 쇳솔과 빛바랜 수건 몇이다

→ 엄마는 연장으로 망치와 쇳솔과 빛바랜 수건 몇을 챙긴다

17쪽


수리할 배가 부두에 닿으면 엄마 손길도 바빠진다

→ 손질할 배가 나루에 닿으면 엄마도 바쁘다

→ 고칠 배가 뱃터에 닿으면 엄마도 바쁘다

19쪽


삽시간에 땀으로 흠뻑 젖는다

→ 곧장 땀으로 흠뻑 젖는다

→ 이내 땀으로 흠뻑 젖는다

23쪽


내가 고친 배가 태평양 바다를 항해한다 아이가

→ 내가 고친 배가 너른바다를 가른다 아이가

→ 내가 고친 배가 허허바다를 누빈다 아이가

40쪽


나는 엄마의 웃는 얼굴이 제일 좋다

→ 나는 엄마가 웃는 얼굴이 참 곱다

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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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메이저major



메이저(major) : [음악] = 장조(長調)

major : 1. 주요한, 중대한 2. 심각한 3. 장조의 4. (대학생이 공부하는) 전공의 

メジャ-(major) : 메이저. 장음계. 거물. 유력자. 다수의. 중요한. 국제 석유 자본



우리 낱말책은 ‘메이저’를 ‘장조’로만 풀이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메이저·마이너’처럼 쓰면서 ‘큰물·작은물’로 가르곤 합니다. “메이저 리그”이든 “메이저 잡지”이든 “메이저 출판사”이든 모두 ‘큰’이나 ‘큰곳·큰판·큰터·큰마당·큰마루·큰바닥·큰자리·큰나라·큰누리·큰그루·큰잔치’로 풀어낼 만합니다. ‘한물·한판·으뜸·첫째’나 ‘이름꽃·이름빛·이름나다·이름높다’로 풀어내어도 어울려요. ㅍㄹㄴ



먹는 사람이 많이 줄긴 했지만 맛은 여전히 메이저급

→ 먹는 사람이 많이 줄긴 했지만 맛은 아직 훌륭해

→ 먹는 사람이 많이 줄긴 했지만 맛은 아직 대단해

→ 먹는 사람이 많이 줄긴 했지만 맛은 아직 으뜸자리

《와카코와 술 6》(신큐 치에/문기업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6) 46쪽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는 메이저 잡지 《모닝》으로 진출했다

→ 어느 만큼 사랑을 얻고는 큰 달책 《모닝》으로 나아갔다

→ 어느 만큼 사랑을 받고는 큰물인 《모닝》으로 옮겼다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조영주, 파사주, 2018) 94쪽


메이저 시장으로 나가는 커다란 발판이 된다

→ 큰판으로 나가는 커다란 발판이 된다

→ 너른마당으로 나가는 커다란 발판이 된다

《마메 코디 3》(미야베 사치/이수지 옮김, 소미미디어, 2018) 6쪽


변명을 하자면, 이건 일종의 블루오션이다. 처음부터 메이저는 없다

→ 핑계를 들자면, 새물결이다. 처음부터 큰곳은 없다

→ 둘러대자면, 새바람이다. 처음부터 큰마당은 없다

《파도수집노트》(이우일, 비채, 2021)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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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빅big



빅 : x

big : 1. (치수·정도·양 등이) 큰 2. 나이가 더 많은, 성장한 3. (중요도가) 큰, 심각한 4. 거대한, 거창한 5. 유행하는, 인기 있는 6. 열성적인 7. 자주[많이] 하는 8. 후한, 친절한

ビッグ(big) : 1. 빅 2. (일본어 독자 용법) 수익 만기 수취형 대부 신탁. 반년마다의 수익이 대부신탁에서 복리로 재운영되는 2년·5년 만기 신탁 3. 거대한. 큰



‘big’은 영어이니 우리 낱말책에 없습니다. ‘커다랗다·크다랗다·큼직하다’나 ‘크다·크낙하다·크넓다·큰큰’으로 풀어냅니다. ‘대단하다·놀랍다·거룩하다·드넓다’나 ‘말-·되게·된통·더미·덩어리·덩이’로 풀어요. ‘숱하다·지지리·한몫·함박·함지박’이나 ‘어마어마·엄청나다’로 풀고, ‘까다롭다·어렵다·힘겹다’로 풀 만합니다. 그런데 으레 ‘빅 + 무엇’ 얼개로 쓰는 터라, 이때에는 뒷말을 헤아려 여러모로 다르게 옮길 수 있습니다. ㅍㄹㄴ



말 그대로 빅매치였다

→ 말 그대로 큰판이다

→ 말 그대로 큰마당이다

→ 말 그대로 큰자리이다

《감시국가》(글렌 그린월드와 네 사람/오수원 옮김, 모던타임스, 2015) 21쪽


빅프렌드 나가츠카, 연락처 셋

→ 큰동무 나가츠카, 알림이 셋

→ 든든벗 나가츠카, 알림길 셋

《목소리의 형태 3》(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5) 5쪽


노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주목받을 수 있는 BIG 찬스예요

→ 노엘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눈길받을 수 있는 엄청난 자리예요

→ 노엘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눈길받을 수 있는 대단한 자리예요

《마메 코디 3》(미야베 사치/이수지 옮김, 소미미디어, 2018)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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