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군대폭력 (2025.9.7.)

― 부산 〈책과 아이들〉



  마당이 있는 마을책집인 〈책과 아이들〉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이하며 아침을 누리는데, 이동안 풀벌레노래가 내내 흐릅니다. 서울이어도 ‘마당집’이라면 풀벌레노래뿐 아니라 새노래로 하루를 누립니다. 시골이어도 ‘마당없는집’이라면 노래가 없이 메마릅니다.


  흙날인 엊저녁에 전주에서 부산으로 오는 시외버스는 널널했습니다. 두 고장을 오가는 사람이 드물다는 뜻일 텐데, 이만큼 쇠(자가용)를 모는 사람이 많을 테고, 함께 이 땅을 누리며 둘레를 헤아리는 눈길도 옅을 테지요.


  고흥에서 낫 두 자루하고 숫돌을 장만해서 부산으로 들고 왔습니다. 마당집 풀베기에 이바지하겠지요. 낫날이며 부엌칼을 숫돌로 삭삭 벼리는 하루를 누리면, 어느새 땅과 풀과 바람하고 한결 가까이 마주할 만합니다.


  첫가을 들머리에 바뀐 해길을 읽는 이웃은 얼마나 될까요? 가을해는 나날이 더 눕는데, 해가 누울수록 낮볕이 덜 더운 줄 얼마나 느낄까요? 그저 “아직도 더워!” 하면서 찬바람(에어컨)만 틀려고 한다면, 밤에 별바라기를 할 마음을 틔우지 못 한다면, 미닫이를 열고서 풀노래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른다면, 삶도 잊고 말아요.


  숱한 순이는 ‘꼰대나라(가부장권력)’에 시달린 응어리·생채기·멍울·고름을 스스로 말글로 담고 책으로 묶으면서 풀고 품고 알리고 나눕니다. 숱한 순이는 서로 응어리글과 생채기글과 멍울글과 고름글을 토닥이고 함께 읽으면서 이곳이 ‘꼰대나라’라는 허울을 벗고서 ‘아름누리’로 나아갈 길을 밝힙니다. 이 곁에서 머슴인 돌이도 ‘싸움나라(전쟁폭력국가)’에 억눌리고 짓밟히느라 아프고 다치고 슬픈 몸과 마음을 고스란히 말글로 옮기면서 함께 울고 웃는 길을 밝혀야지 싶어요.


  총칼을 앞세우면 어깨동무(평화·평등)를 죽입니다. “페미니즘 때문에 남자가 역차별을 받지 않”습니다. “전쟁국가라는 굴레를 순이돌이가 함께 풀어내지 않기에 다같이 시달리고 괴롭”습니다. 이른바 ‘우리싸움(젠더 워)’을 우리 스스로 끊고 털어낼 노릇이에요. 우리끼리 싸우며 서로 할퀴는 짓을 멈출 일이에요. 우리끼리 싸우고 물어뜯으라고 등을 떠미는 저놈(권력자)들 속내를 읽어내야겠고, 이제부터 ‘위아래(신분·계급·지위)’라는 수렁을 걷어치우고서 ‘아이곁에서 나란히 슬기로운 어른’으로서 함께 손잡고 걸어가야지 싶습니다.


  머슴인 돌이가 스스로 ‘군대폭력’이 무엇인지 낱낱이 털어놓는 글과 책이 늘어나야지 싶습니다. 군대폭력이 언제나 ‘학교폭력·사회폭력·가정폭력’으로 뻗습니다. 모든 주먹질을 털어내고서, 하늘빛으로 물들이는 사랑씨앗을 함께 심어가요.


ㅍㄹㄴ


《자코미누스, 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레베카 도트르메르/이경혜 옮김, 다섯수레, 2022.1.5.첫/2022.5.15.2벌)

#RebeccaDautremer #Les riches heures de Jacominus Gainsborough (2018년)

《첼로, 노래하는 나무》(이세 히데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7.15.첫/2023.1.12.8벌)

《한 권으로 꿰뚫는 탈핵》(천주교창조보전연대, 무명인, 2014.3.11.)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하라다 마사즈미/오애영 옮김, 우리교육, 1995.1.10.)

《개.똥.승. - 네 발 달린 도반들과 스님이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진엽, 책공장더불어, 2016년 11.13.)

《유기 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고다마 사에/박소영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12.10.)

《동물주의 선언》(코린 펠뤼숑/배지선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8.23.첫/2021.9.21.2벌)

#CorinePelluchon #Manifeste Animaliste (2017년)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제인 구달·마크 베코프/최재천·이상임 옮김, 바다출판사, 2003.11.10.)

#The Ten Trusts #What We Must Do to Care for the Animals We Love (2003년)

#JaneMorrisGoodall #MarcBekoff

《사쿠라》(다바타 세이이치/박종진 옮김, 사계절, 2014.4.28.)

《오스카의 비밀》(디터 마이어 글·프란치스카 부르크하르트 그림/김경연 옮김, 다림, 2015.6.17.)

#OskarTiger

《너의 초록에 닿으면》(배미주, 창비, 2024.8.16.첫/2024.11.19.3벌)

《기록자들》(임성용, 걷는사람, 2021.1.1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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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2.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정세진 글, 개미북스, 2023.7.31.



어제는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다녀왔다. 오늘은 큰아이하고 순천을 다녀올까 하다가 다음으로 미룬다. 이제 큰아이한테 이름쪽(주민등록증)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열손그림(십지문十指紋)을 뜬다고 하네. 왜 아직도 이 짓을 하나? 멀쩡한 아이들 손그림을 나라가 왜 뜨는가? 말썽이나 잘못을 일으킨 사람은 떠야 하지 않나? ‘십지문’이라는 일본말을 그대로 쓰는 얼뜬 모습도 얄궂다.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를 천천히 읽는다. 거의 서울에서 살지만, 아이들하고 곧잘 제주살이를 한다는, 여름살이는 제주에서 누린다고 하는 나날을 그러모은 꾸러미이다. 얼핏 보면, “돈 좀 있으니까” 여름에 제주살이를 한다고 여길 테지. 곰곰이 보면, “땀흘려서 번 돈으로 아이들하고 기쁘게 철빛을 누리려는 마음”이기에 서울에서 한동안 벗어난다고 여길 테고. 돈 좀 있기에 책을 사읽지 않는다. 돈이 없어도 “없는 돈 박박 긁고 털어서 책을 사읽”는 사람이 꽤 있다. 돈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기 때문에 기꺼이 시골살이를 하고, 신나게 책을 사읽고, 기쁘게 아이를 낳아서 온사랑으로 품고 돌본다. 모든 사랑은 모든 사람 마음에 흐른다. 짝을 맺거나 안 맺거나, 아이를 낳거나 안 낳거나, 스스로 사랑이라면 누구나 들숲바다부터 품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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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1.


《생명을 보는 눈》

 조병범 글, 자연과생태, 2022.2.17.



작은아이가 우리집 후박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다가 무화과나무 쪽으로 건너가는 꾀꼬리 두 마리를 보았단다. 작은아이가 곰곰이 보노라니, 꾀꼬리처럼 깃빛이 노랗기에 잘 보일 만한 새는 오히려 꼭꼭 숨어서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직박구리나 멧비둘기처럼 투박한 깃빛이라든지 까막까치처럼 까만새는 굳이 안 숨는 듯하단다. 작은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듣는다. 옳구나. 참새도 굳이 안 숨는다. 훤히 보인다. 작은새는 드디어 파랑새를 본 날도 “파랑새는 잘 보일 듯한데 얼마나 잘 숨는지 몰라요.” 한다. 《생명을 보는 눈》을 읽는 내내 아쉬웠다. 사람이라는 숨빛뿐 아니라, 온누리 뭇숨결을 바라볼 적에는, 말 그대로 ‘바라본’ 삶을 쓸 노릇이다. ‘바라본’ 바가 아니라, ‘서울(도시문명사회) 틀에 맞춘’ 눈으로 보려고 하면 뒤틀리게 마련이다. 어떤 새도 ‘연구대상’이 아니다. 어떤 풀꽃나무도 ‘학술대상’이 아니다. 어떤 미꾸리나 좀수수치도 ‘관찰대상’이 아니다. 그저 숨결이요 숨빛이자 숨붙이인걸. 그저 밝게 보면 된다. 그저 숲빛으로 스며들면서 나란히 보면 된다. 이리 재거나 저리 따지거나 그리 틀박지 않으면 된다. ‘학자’가 아니라 ‘이웃’이자 ‘동무’요 ‘한마을 한집안’으로 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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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11 : 덤 선물



덤으로 주는 선물이지

→ 덤으로 주지

→ 덤이야


덤 : 1.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 2. [체육] 바둑에서, 맞바둑의 경우 흑이 백에게 몇 집을 더 주는 일 ≒ 공제 3. → 우수리

선물(膳物) :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 ≒ 물선



  무엇을 줄 적에 한자말로 ‘선물’이라 합니다. ‘덤’이란 “더 주는” 일이나 살림을 가리켜요. “덤으로 주는 선물”은 겹말입니다. “덤이야”라 하거나 “덤으로 주지”라 할 노릇입니다. ㅍㄹㄴ



이건 덤으로 주는 선물이지. 이번엔 특별하다네

→ 덤으로 주지. 오늘은 다르다네

→ 덤이야. 오늘은 유난하다네

《눈 내리는 날》(기쿠타 마리코/편집부 옮김, 비로소, 2001)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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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10 : 꿈에 그리던 이상형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 꿈에 그리던 님을

→ 꿈에 그리던 그분을

→ 꿈에 그리던 사랑을


꿈 :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이상형(理想型) :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유형



  꿈에 그리는 모습이기에 한자말로 ‘이상형’이라 합니다. 겹말인 “꿈에 그리던 이상형” 같은 대목에서는 ‘이상형’을 덜어낼 노릇이에요. “꿈에 그리던 님”이나 “꿈에 그리던 사랑”으로 손질합니다. ㅍㄹㄴ



길을 가다 우연히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을 때

→ 길을 가다 얼핏 꿈에 그리던 님을 만날 때

→ 길을 가다 문득 꿈에 그리던 그분을 만날 때

→ 길을 가다 꿈에 그리던 사랑을 만날 때

《마흔 살 위로 사전》(박성우, 창비, 2023)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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