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om 엄마, 고마워요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10.2.

사진책시렁 169


《Dear Mom》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신현림 옮김

 바다출판사

 2001.12.5.



  한때 구름처럼 팔리다가 잊히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책은 바람(유행)이 아닙니다만, 온나라는 으레 바람타기를 좋아하더군요. 이 바람에 휩쓸려 어느 책과 보임꽃(영화)이 우루루 기울고, 저 바람에 휘말려 다른 줄거리에 와르르 쏠립니다. 한가을로 접어든 열쨋달 첫날에 우리집 마당에 살며시 내려앉은 반딧불이가 어느새 부엌으로 들어왔더군요. 어디에 틈이 있어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마루에서 마당으로 드나드는 길에 슬쩍 묻어서 들어올 만합니다. 반딧불이는 들숲이 아닌 사람집에 깃들어 무엇을 보았을까요? 큰아이가 살살 잡아서 마당으로 내보냈는데, 작은풀벌레는 어떤 밤을 보낸 셈일까요? 《Dear Mom》이 갓 나온 2001년 무렵을 돌아봅니다. 우리나라 책숲(도서관)은 아직도 빛책(사진책)을 거의·아예 안 들이기 일쑤이지만, 이 책은 용케 책숲에 깃들었고 꽤 읽혔습니다. 나쁘다고 할 책은 아니지만, 빛꽃(사진)이라면 꼭 ‘재미나거나 우스꽝스럽거나 남다르게 비틀거나 꾸며서 찍어야 하는’ 줄 잘못 알리고 퍼뜨린 책 가운데 하나로 삼을 만합니다. 더구나 한글판이 왜 “엄마한테”나 “엄마야”가 아닌 “Dear Mom”이어야 했을까요? 빛으로 담는 그림이란, 그저 빛이란 뜻입니다. 반딧불이마냥 밤을 밝힐 만한 빛이기에 찰칵 하고 담는 오늘 하루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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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자와 셔터 걸
키리키 켄이치 지음, 우서윤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10.2.

사진책시렁 180


《카나자와 셔터 걸》

 키리키 켄이치

 우서윤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9.12.15.



  멀리 찾아가서 찍어야 훌륭하거나 대단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곳’이 멀 테지만, ‘그곳’에서 사는 사람은 ‘집’이고 ‘마을’입니다. 숱한 사람은 ‘먼길(출사)’을 가야 제대로 멋있게 찍어서 빛난다(예술)고 여기는데, 참말로 빛나게 담는 ‘빛꽃’을 이루자면 “오늘 내가 살아가는 집과 마을과 이웃”을 찰칵찰칵 담을 노릇입니다. 《카나자와 셔터 걸》은 일본에서 카나자와라는 어느 고을에서 나고자란 아이가 그저 ‘카나자와 한켠과 골목과 마을’을 찰칵찰칵 담으면서 ‘빛길’을 걷고 싶은 꿈을 조촐히 키우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이러면서 ‘멋’을 찾고 담는 여러 또래를 보여주고, ‘그리운 엄마’를 찾아서 독일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젊은이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찍을 수 있되, 좋아하는 대로 찍으면 좁다른 틀에 갇힙니다. 저마다 바라보는 대로 찍을 만하되, 바라보기만 하면 다가서지 못 하고 스미지 않습니다. 손에 쥔 조그마한 쇠로 담을 모습이란 언제나 ‘나·너·우리·집·마을·둘레’부터입니다. 내가 나부터 담는 눈일 적에 둘레를 알아채요. 내가 나를 담고 너를 마주할 적에 우리가 있는 집과 마을을 알아봅니다. 이윽고 “빛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묻고 풀어요. 멀리 가면 겉멋입니다.


ㅍㄹㄴ


‘오래된 민가를 개축한 정취 있는 고서점 〈오요요쇼린〉. 요 며칠 시간이 나면 들르고 있다. 그곳엔 지금까지 몰랐던 일본 사진가의 사진집이 많이 있다.’ (48쪽)


“밤하늘이 예뻐. 분명 아빠는 이 사진을 찍고 싶었던 걸 거야.” (78쪽)


“사진은 잔혹해. 마음과는 다르게, 엄마의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모습을 비추잖아.” (104쪽)


“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카나자와 거리 스냅사진을 찍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표현하고 싶은 것도 찾지 못하고 그저 의미 없이 셔터를 누르는 그게 진짜 사진일까요?” (124쪽)


“별 뜻 없이 찍은 사진이 어떤 사람에게는 일생을 좌우하는 커다란 계기가 되는 힘을 갖고 있어. 그 사진을 본 이후로 우연이 아니라 사진가가 될 수 있게 노력해서 사진가가 된 거야.” (129쪽)


‘힘든 순간, 도망치고 싶어지는 순간, 지루한 순간, 벽에 부딪치는 순간, 틀림없이 네 곁에는 카메라가 있을 거야. 어떤 일이 일어나도 분명 괜찮을 거야.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찍자.’ (167쪽)


#桐木憲一 #金澤シャッタ-ガ-ル


+


《카나자와 셔터 걸》(키리키 켄이치/우서윤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9)


이번 달부터 은어 낚시가 해금됐거든

→ 이달부터 은고기 낚시가 풀렸거든

23쪽


“루어낚시로 은어를 낚는걸세.” “오오, 드라이피싱이네요.”

→ “제물낚시로 은고기를 낚네.” “오오, 미끼낚시네요.”

→ “허방낚시로 은고기를 낚네.” “오오, 미끼낚시네요.”

23


오래된 민가를 개축한 정취 있는 고서점

→ 오래집을 고쳐서 고즈넉한 옛책집

→ 오랜 살림집을 바꾼 그윽한 헌책집

48쪽


평범한 저는 장래에 사진의 길을 선택하는 건 무리일지도 몰라요

→ 저는 수수해서 앞으로 빛길을 고르기는 어려울지도 몰라요

→ 저는 그저 그래서 나중에 빛꽃길을 가기는 힘들지도 몰라요

12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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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2025.10.2. 운동권 아닌 작은이



  ‘대학교’에 들어가서 ‘학생운동’을 한 탓에 억지로 싸움터(군대)에 끌려간 사람도 제법 있지만, 모든 ‘운동권 대학생’이 끌려가지는 않았다. 나는 1995년 4월에 수원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고서 11월에 싸움터에 끌려가듯 들어갔는데, 대학교를 그만두려고(자퇴) 하니 한 달 만에 데려가더라. 그무렵 1995년에 신체검사를 받을 때에도, 1995년 11월에 훈련소에 들어간 때에도, 훈련소를 마치고서 ‘자대배치’를 받는 기나긴 길에도, 위(상관)는 우리(훈련병)더러 “너희 집안이나 친인척 빽”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이 있으면 꼭 말해야 한다고 하더라.


  수원병무청 신체검사를 받을 적에는 국가대표 여자농구선수인 어느 분 동생이 옆에 있었는데, 나더러 “넌 면제받을 눈과 코가 있는데 왜 면제를 안 받니? 면제받는 법을 알려줄까?” 하면서 차근차근 알려주기까지 했다. 그때 신체검사를 하던 의무관 여럿도 내 눈과 코를 보더니 ‘넌 왜 진단서를 안 떼오’느냐면서 ‘진단서를 떼오면 면제인데, 집에 전화해서 어머니한테 진단서 떼는 비용 25만 원을 보내라’고 하라고, 신체검사 그 자리에서 얘기했다. 공중전화 있는 곳을 문득 보았는데, 줄줄이 서서 누구한테 전화하는 사람이 많더라.


  1995년에 나는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며 한 달에 16만 원 일삯을 받는 터라 25만 원이라는 돈은 무척 컸다. 그래서 무슨 뜬금없이 목돈을 내라 하는지 알 길도 없고, 면제대상이면 면제를 매기면 될 텐데, 왜 집에 전화해서 어머니더러 수원병무청 의무관 앞으로 25만 원을 보내야 하는지 알 턱도 없어서 전화도 안 하고 의무관이 들려준 말도 흘려넘겼다. 이리하여 그냥 군대에 척 들어갔고, 강원도 양구 꽃등(최전방 철책)까지 갔다.


  적잖은 ‘운동권 대학생’이 틀림없이 군대에 억지로 끌려가서 이슬(의문사)로 눈물앓이를 해야 했지만, ‘빽있는 운동권 대학생’은 안 끌려갔다. ‘운동권 아닌 대학생’조차 이미 군부대에서는 ‘신상조사’를 해놓은 줄 군대에 들어가서 알았는데, ‘운동권 아닌 시위 단순참가자’조차 강원도 철책(지오피)으로 끌려온 줄 지켜보기도 했다. 또한 운동권도 대학생도 아니지만 이슬(의문사)로 떠난 사람이 수두룩하다. 2008년에 나온 《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이 군의문사를 다룬 첫 책이다. 2009년에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종합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2025년에 《파괴된 청춘》이라는 책이 나온다. 숱한 사내가, 아니 돈없고 이름없고 힘없는 사내가 겪고 치르며 아파야 하던 멍을 다룬 책이다. 책겉에는 ‘강제징집이라는 국가폭력에 대한 최초고발’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그렇지만 어쩐지 쓸쓸하다. 이미 피눈물로 애쓴 사람들이 일군 책이 여럿 있는걸. 굳이 ‘첫목소리’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까? 무엇보다도 ‘운동권 대학생’만 이슬로 떠나야 하지 않았는데, 그저 수수하게 살던 숱한 젊은이가 이슬이 되어야 했는데, 이슬이 되지 않았어도 어마어마하게 두들겨맞고 시달리고 들볶이고 추레질(성폭력)로 다쳤는데, 너무 ‘운동권 대학생’한테만 눈길을 맞춘 듯싶다.


  그들(운동권 대학생)도 몸바쳤을 테지만, 그들이 아닌 ‘우리(수수한 순이와 돌이)’가 있다. ‘훈련병 가혹행위 여중대장 의문사’가 2024년에 벌어졌는데, 이런 일을 짚거나 따질 수 있을까? ‘여중대장’이 아닌 ‘남중대장’과 ‘남소대장’과 ‘남하사관’과 ‘남장교’ 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짓은 아직도 고스란하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과 앞날을 나란히 놓고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언제쯤 온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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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보존식품



 보존식품을 철저히 준비했다 → 동고리를 살뜰히 챙겼다

 매일 보존식품만 먹었다 → 늘 건사밥만 먹었다 / 내내 오래밥만 먹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보존식품으로 → 뜻밖일을 헤아리는 살림밥으로


보존식품(保存食品) : [식품]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알맞게 가공한 식품



  오래도록 두는 밥이 있습니다. 나중을 헤아려서 건사하는 밥입니다. 이때에는 ‘오래밥·건사밥·나중밥’이라 하면 됩니다. ‘곁거리·곁감·곁밥’이라 할 만합니다. ‘덧·덧거리·덧감·덧밥·덤밥’이라 할 수 있어요. ‘도시락·동고리’라 해도 어울립니다. ‘살림밥·든든밥’이나 ‘하루밥’이라 할 만하고요. ㅍㄹㄴ



보존식품 주제에

→ 건사밥 주제에

→ 덧밥 주제에

→ 나중밥 주제에

《후다닥 한끼》(오카야 이즈미/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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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신년음식



 금년엔 신년음식을 준비하지 않았다 → 올해엔 새해밥을 챙기지 않았다

 이색적인 신년음식을 경험했다 → 남다른 첫날밥을 맛보았다

 각자 준비한 신년음식으로 → 저마다 차린 설날밥으로


신년음식 : x

신년(新年) : 새로 시작되는 해 = 새해

음식(飮食) : 1.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이나 국 따위의 물건 ≒ 식선(食膳)·찬선(饌膳) 2. = 음식물



  새해에 먹는 밥이라면 ‘새밥’이라 할 만합니다. ‘새해밥·새해첫밥·새해꽃밥’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첫밥·첫날밥·첫꽃밥’이라 해도 되어요. ‘설밥·설날밥’이라 할 수 있고요. ㅍㄹㄴ



신년음식이라기보다 그냥 평소에 자주 먹는다는 점이랄까

→ 새해밥이라기보다 그냥 늘 먹는달까

→ 새해꽃밥이라기보다 그냥 자주 먹는달까

→ 새해첫밥이라기보다 그냥 노상 먹는달까

《후다닥 한끼》(오카야 이즈미/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4)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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