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70 : 결국 휴화산 기저 -고 있 거


결국 터지지도 못하는 휴화산이면서 기저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다

→ 끝내 터지지도 못한 주제에 밑에선 부글부글한다

→ 뭐 터지지도 못하면서 밑바닥에선 끓는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19쪽


아직 터지지 않지만 터지려 하기에 ‘쉼갓’이요 ‘쉼불갓’입니다. 그냥 ‘휴화산’이라 하면 터지지 않은 곳이니, “터지지도 못하는 휴화산”이라 하면 겹말입니다. “터지지도 못하면서”나 “터지지도 못한 주제에”로 다듬습니다. 못 터지면서 끓는다는데,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다” 같은 옮김말씨는 “부글부글한다”나 “끓는다”로 다듬습니다. ㅍㄹㄴ


결국(結局) : 1. 일이 마무리되는 마당이나 일의 결과가 그렇게 돌아감을 이르는 말 2. 어떤 일이 벌어질 형편이나 국면을 완전히 갖춤

휴화산(休火山) : [지구] 옛날에는 분화하였으나 지금은 분화를 멈춘 화산 ≒ 수면화산·쉬는화산·식화산·휴식화산

기저(基底) : 1. 어떤 것의 바닥이 되는 부분 2. = 근저(根底) 3. [수학] 주어진 벡터 공간에 속하는 원소의 모임으로, 임의의 벡터를 그 집합에 속하는 벡터들의 일의적(一意的)인 일차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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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71 : 언중에 의해 사용되지 사실상 사어死語


언중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 말은 사실상 사어死語다

→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옛말이다

→ 사람들이 안 쓰면 죽은말이다

→ 사람들이 안 쓰는 말은 죽는다

→ 사람들이 안 쓰면 사라진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26쪽


낱말책에 실리기에 널리 쓰는 말이지 않습니다. 낱말책에 안 실리기에 안 써야 할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두루 안다고 여기기에 낱말책에 싣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잊어가기에 낱말책에 안 싣지 않습니다. 어느 무렵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잊힐 수 있으나, 어느 무렵에 들불처럼 일어나거나 살아나곤 합니다. 모든 낱말은 때와 곳과 사람에 따라서 깊이 잠들기도 하고, 활짝 깨어나서 피어나기도 합니다. 남들이 안 쓰기에 죽은말이 아니에요. 내가 등돌리고 안 쓰니까 죽습니다. 둘레에서 안 쓰니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부터 사랑을 담아서 쓰면 모든 낱말은 씨앗으로 깃들어 이윽고 낱말숲으로 푸르게 퍼집니다. ㅍㄹㄴ


언중(言衆) : [사회 일반]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언어 사회 안의 대중(大衆) ≒ 말무리

의하다(依-) : 무엇에 의거하거나 기초하다. 또는 무엇으로 말미암다

사용(使用) : 1.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씀 2. 사람을 다루어 이용함. ‘부림’, ‘씀’으로 순화

사실상(事實上) : 1. 실제로 있었던 상태. 또는 현재에 있는 상태 2. 실지에 있어서

사어(死語) : [언어] 과거에는 쓰였으나 현재에는 쓰이지 아니하게 된 언어. 또는 그런 단어 ≒ 죽은말·죽은언어·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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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60. 플라타너스



  우리 곁에 서는 나무가 숱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온 터전에는 언제나 뭇나무가 우거졌습니다. 나무가 없이는 숨쉬지 못 하고, 나무가 없이는 집짓지 못 하고, 나무가 없이는 살림이며 세간을 마련하지 못 하고, 나무가 없이는 들숲메가 메마르기에,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은 살아가지 못 합니다. 이 별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는 다 다른 땅과 하늘과 날과 철에 따라서 그야말로 다르게 싹트고 자라고 뻗습니다. 사람은 다 다른 나무를 다 다르게 마주하고 품으면서 “사람도 서로 다르면서 나란한 숨빛”인 줄 배웁니다. 풀 한 포기도 서로 다르고, 나무 한 그루도 서로 달라요. 더구나 까마득하게 솟거나 커다랗게 서는 나무라지만 나무씨 한 톨은 매우 작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씨앗·열매를 보면서 ‘방울나무’로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줄기빛·줄기무늬를 보면서 ‘버즘나무’로 이름을 붙이기도 한 ‘플라타너스(platanus)’입니다. 여름바람을 잎빛으로 시원하게 달래는 나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푸른들에 파란하늘 같은 바람을 일으키는 나무라면, 여름뿐 아니라 봄가을에도 푸른숨을 내놓아 이바지하고, 겨울에도 푸른빛을 베풀며 이바지합니다. 그냥 부는 바람은 없어요. 모래벌에서는 메마르고 뜨겁게 훅훅 부는 바람입니다. 바다에서는 바닷방울 기운을 품는 바람입니다. 나무 곁에서는 나무가 다독이면서 어루만지는 바람입니다. 풀밭에서는 작은 풀꽃이 북돋우는 바람입니다. 방울처럼 밝게 노래하는 바람 한 줄기를 헤아리면서 큰나무 굵은줄기를 쓰다듬습니다.



플라타너스 (방울나무·버즘나무)


처음은 누구나 씨앗으로

첫길은 언제나 뿌리부터

첫눈은 살그머니 하늘로

이제부터 바람을 머금고


껑충껑충 큰나무 보면서

높이높이 하얀별 보다가

줄기가 굵고 가지를 내어

잎을 활짝 벌린다


조금씩 자라는 동안

줄기껍질을 벗어

꽃지고 맺는 열매는

동그랗게 알알이


단열매나 아름꽃 아니나

푸른잎으로 물결 이루어

바닷소리를 고루 퍼뜨려

한여름을 파랗게 식힌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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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달이 나오는 <월간토마토>에 실은 글이다.

아마 2025년 5월호에 실었지 싶다.

다달이 올려놓으려고 하지만

어쩐지 다달이 깜빡깜빡 잊는다.

.

.

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25


나는 열 살에 처음 한자를 익혔는데, 한자를 익히고 보니 ‘어른들이 그냥 쓰는 얄궂거나 아리송한 말’이 하나둘 보였다. 어머니나 둘레 어른하고 곧잘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어머니, ‘수돗물’이란 말 참 아리송하지 않아요?” “왜? 뭐가?” “‘수도’라 하면 ‘물길’이란 뜻인데, ‘수돗물’은 ‘물길물’이잖아요?” “그런가? 그러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 잘 모르겠지만, 말을 바꿔야 하지 않아요?” “말을 바꿔? 어떻게? 귀찮아, 그냥 써.” 마흔 해 앞서인 1984년 무렵에는 그냥 ‘수돗물’을 써야 하나 싶어 입에 안 붙었으나, 이제는 ‘꼭짓물’로 바꿔서 써 본다. 말이 안 된다고 느끼는 한 사람부터 바꾸면 될 일이지 싶다.



꼭짓물

‘수도’라는 한자말은 매우 아리송하다. 우리말로 옮기면 그저 ‘물 + 길 = 물길’인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물길물(수돗물)’이라는 엉뚱한 말을 쓴다. 엉뚱말을 늘 쓰면서도 엉뚱한 줄 못 느끼기 일쑤이다. ‘물길꼭지(수도꼭지)’란 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도록 마련한 살림을 가리키는데, “꼭지를 틀어 물이 나오는 살림”이라면 수수하게 ‘물꼭지’라 하면 된다. 집에서 물꼭지만 틀어도 물을 쓰는 살림길이라면, 슬쩍 앞뒤를 바꾸어 ‘꼭짓물’이라 할 수 있다. 낱말을 참 쉽게 짓는다고 여길 만한데, ‘물길(수도水道)’이라는 낱말부터 그저 수수하고 쉽다.


꼭짓물(꼭지 + ㅅ + 물) : 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 으레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물을 쓰는 길을 가리키는데, 큰못에 가둔 물을 길게 이어서 언제 어디에서나 쓸 수 있도록 다스리는 물이다. (← 수도水道, 수돗물水道-)



비나리물

새벽에 처음 길어서 마음을 고이 다스리면서 내놓는 물이 있다. 새벽에 내놓는 ‘새벽물’일 텐데, 물 한 그릇을 마주하고서 고요히 추스르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가만히 비손을 한다. 비나리를 이루려는 정갈한 손짓과 몸짓이 어울린다. 바로 오늘 하루를 새롭게 열면서 가꾸려는 꿈과 사랑이 만난다. 빌고 바라고 그리고 꿈을 심으면서 마음빛을 물빛으로 적신다.


비나리물 (비나리 + 물) : 동이 트려고 하는 아직 어둡고 이른 새벽에 우물이나 냇가에서 처음 뜨고는, 그릇·사발·대접에 놓은 다음에 마음 가득히 꿈·사랑을 빌면서 올리는 물. (= 비손물·새벽물. ← 정화수井華水, 정한수井-水)



속꽃나무

영어로 ‘fig’라 일컫는 나무를 한자말로는 ‘無花果’로 적는다. 우리는 한글로 ‘무화과’로 적는데, 이 나무는 “꽃을 안 맺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꽃”이 아닌 “속으로 말리면서 맺는 꽃”일 뿐이다. 어린날 이 나무를 마을에서 흔히 보았다. 마을어른은 으레 ‘무아가’라든지 ‘뫄가’처럼 소리를 내셨다. 뭔 나무라는 소리인지 잘 알아듣지 못 했으나 그러려니 했다. 나중에 시골로 삶터를 옮긴 뒤, 마당 한켠에서 자라는 이 나무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면서 해마다 이름을 곰곰이 돌아보았다. 말벌이 속으로 드나드는 모습을 늘 지켜보는데, 개미와 노린재와 작은 딱정벌레와 무당벌레도 속으로 드나들며 단물을 누리더라. 여러모로 본다면, 우리로서는 “속으로 맺는 꽃”이라는 뜻으로 ‘속꽃·속꽃나무’처럼 이름을 새로 붙일 만하다. 큰꽃과 작은꽃이 있고, 들꽃과 숲꽃과 멧꽃이 있다. 시골꽃과 서울꽃이 있고, 아이꽃과 어른꽃이 있다. 이른꽃에 늦꽃이 있으며, 아침꽃과 밤꽃이 있다.


속꽃 (속 + 꽃) : 속에 맺는 꽃이나, 속으로 맺는 꽃. 꽃이 겉으로 안 드러나기에 마치 꽃이 없다고 여기지만, 속으로 가만히 말려서 들어가듯 도톰하고 통통하게 부풀면서 맺는 꽃. (← 무화과無花果)

속꽃나무 (속 + 꽃 + 나무) : 속꽃을 내놓는 나무. 한봄을 지나면서 느긋이 사람손 비슷한 모습인 잎을 내놓은 뒤에, 조그마한 망울처럼 꽃을 천천히 내놓고서 속으로 꽃을 맺으면서 열매를 남기는 나무. (← 무화과나무無花果-)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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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타투tattoo



타투 : x

tattoo : 1. 문신 2. (군대의) 분열 행진 3. 문신을 새기다

タトゥ-(tattoo) : 태투, 문신(文身)



몸에 무엇을 새길 적에 한자말로는 ‘문신(文身)’이라 하고, 영어로는 ‘tattoo’라 한다지요. 우리말로는 ‘몸글·몸글씨’나 ‘몸그림·몸그림씨’로 옮길 만합니다. ‘몸무늬’나 ‘무늬’로 옮겨도 돼요. ‘살그림·살결그림·살갗그림’으로 옮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오만방자한 문장으로 타투를 새기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철없는 글씨를 몸에 새기지 않아 얼마나 숨돌렸는지 모른다

→ 쪼잔한 글을 몸에 그리지 않아 얼마나 한숨돌렸는지 모른다

→ 도도한 글씨를 살에 새기지 않았기에 망정이다

→ 그래도 막나가는 글을 살그림으로 새기지 않았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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