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문학동네 시인선 122
배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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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1.30.

노래책시렁 523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배영옥

 문학동네

 2019.6.11.



  아무리 고되거나 힘겹게 일을 하더라도 노래하던 겨레입니다. 한겨레뿐 아니라, 푸른별 온겨레는 저마다 살림을 지은 바탕으로 일노래와 살림노래와 놀이노래가 오래오래 흘렀어요. 글은 몰라도 입으로 노래했고, 노래를 종이에 적지 않았어도, 온삶으로 부르는 노래는 온마음으로 남아서 두고두고 이었습니다. 그러나 배움터(학교·서당·서원)를 다닌 사람은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모름지기 ‘노래’란 스스로 우러나오는 빛살입니다. 남이 가르치거나 시킬 적에는 ‘노래’가 아닌 ‘늪’이자 ‘굴레’입니다.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는 ‘시’입니다. 조금도 노래가 아닙니다. 노래로 다가서려 하지도 않습니다. 배움터나 글판에서 서로 가르치고 배워서 틀에 맞추는 ‘시’에 머뭅니다. 글삯을 받고 책을 내려면 ‘시’를 써야 할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어떤 ‘시’에서도 삶은 묻어나거나 흐르지 않더군요. 삶을 슬쩍 내비치는 듯 꾸미고, 삶을 살짝 흉내내는 언저리에서 맴돌다가 사그라들기에 ‘시’입니다. ‘시쓰기’는 안 나쁘되, 노래나 글이 아닌 ‘시’만 쓰려고 하면 자꾸자꾸 허울에 갇혀요. 허우대만 키우는 굴레인 ‘시문학’입니다. 이제는 모든 틀과 담과 힘에다가 붓까지 내려놓고서 맨몸으로 노래할 때이지 않을까요?


ㅍㄹㄴ


원하지 않아도 / 언제나 길들여 나오는 토마토케첩처럼 / 숱한 감정에 나를 살아보기도 했다 (그림자와 사귀다/16쪽)


비누는 비누의 이름보다 좀더 슬픔을 가진 / 뼈대의 감정에 가까워지고 (뼈대의 감정/23쪽)


어제 그제의 네 구두가 아니라, 어제 그제 그끄저께의 네 속옷들이 아니라, 젖내 풍기는 젖먹이의 배냇저고리가 아니라, 네가 태어나기 이전 너와집 아궁이의 다 타버린 재가 아니라, (재활용함/39쪽)


+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배영옥, 문학동네, 2019)


필자는 없고 필사만 남겨지리라

→ 글님은 없고 글씨만 남기리라

→ 글보는 없고 글월만 남으리라

→ 글꾼은 없고 글만 남으리라

12쪽


먼저 다녀간 누군가의 배후를 궁금해하리라

→ 먼저 다녀간 뒷자리가 궁금하리라

→ 누가 먼저 다녀간 뒷내가 궁금하리라

12쪽


내가 당신의 방패가 되어주었다면

→ 내가 너를 감싸 주었다면

→ 내가 너를 막아 주었다면

→ 내가 자네를 보듬었다면

→ 내가 그대를 돌봤다면

13


어느 날 과거와 미래의 다른 얼굴이 나를 찾아온다면

→ 어느 날 어제와 모레가 다른 얼굴로 나를 찾아온다면

→ 어느 날 뒷날과 앞날이 다른 얼굴로 나를 찾아온다면

17


신(神)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질 때부터

→ 하늘이 우리한테 물어볼 때부터

→ 님이 우리한테 물을 때부터

18


의자를 관(棺)처럼 떠받드는

→ 걸상을 주검널처럼 떠받드는

→ 걸상을 널처럼 떠받드는

20


이곳은 흰 공간에 아무것이나 채워넣은 것처럼

→ 이곳은 흰데 아무렇게나 채워넣은 듯

→ 하얀 이곳에 아무렇게나 채워넣은 듯

21


비누는 비누의 이름보다 좀더 슬픔을 가진 뼈대의 감정에 가까워지고

→ 비누는 비누란 이름보다 좀더 슬픈 뼈대라는 마음에 가깝고

→ 비누는 비누란 이름보다 좀더 슬프게 뼈대 마음에 가깝고

23


짧은 주석 하나 없이 한 생애가 저리 일목요연할 수 있다니

→ 덧말 하나 없이 한살이가 저리 가지런할 수 있다니

→ 붙임말 짧게 없이 한삶이 저리 번듯할 수 있다니

28


당신의 빛나는 손바닥을 가진 적이 있지

→ 네 빛나는 손바닥을 만진 적이 있지

→ 그대 빛나는 손바닥을 쥔 적이 있지

33


당신 손바닥 위에서 나는 검불처럼 잠들기도 했지

→ 나는 네 손바닥에서 검불처럼 잠들기도 했지

→ 난 그대 손바닥에서 검불처럼 잠들기도 했지

33


정리되지 않은 시구(詩句) 속을 헤맬 때도

→ 글월을 못 추스르고 헤맬 때도

→ 노래를 못 가다듬고 헤맬 때도

3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던진 돌멩이

→ 누가 나한테 던진 돌멩이

40


태양 아래 포도나무 잎사귀만 무성하게 푸르고

→ 햇볕에 포도나무 잎사귀만 푸르게 우거지고

→ 뙤약볕에 포도잎만 짙푸르고

→ 여름볕에 포도잎만 짙푸르고

44


숨은 배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 숨은 뒤를 들여다볼 수 있는

→ 숨은 쪽을 들여다볼 수 있는

60


포시랍다는 말의 온기로 그 말의 사랑으로 그 말의 넉넉함으로 나는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고

→ 포시랍다는 따뜻한 말로 사랑으로 넉넉하여 나는 아직 철딱서니가 없고

67


내게 서너 개의 가면이 있습니다

→ 나는 탈이 서넛 있습니다

→ 난 서너 가지 탈이 있습니다

70


송홧가루 덮인 연못 아래

→ 솔꽃가루 덮인 못에

→ 솔꽃가루 덮인 물밑에

75


들판으로부터, 햇빛으로부터, 바람으로부터, 바다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 들판에서, 햇빛에서, 바람에서, 바다에서, 조금씩 멀어간다

→ 들판을, 햇빛을, 바람을, 바다를, 조금씩 멀리한다

87


어느 날 나는 신원 불명의 변사체로 발견될 것이다

→ 어느 날 나는 알 길 없는 주검으로 나온다

→ 어느 날 나는 수수께끼로 죽은 채 나타난다

90쪽


날로 새로워지는 혁명은 아직 한참 멀었고

→ 날로 새롭기는 아직 한참 멀고

→ 날로 갈아엎기는 아직 한참 멀고

→ 날로 거듭나기는 아직 한참 멀고

99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 아무래도 새나라에 들어온 듯하다

→ 아무래도 새나라에 건너온 듯싶다

→ 아무래도 새나라에 내딛은 듯하다

10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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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 판다 키바 창작 그림책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황진희 옮김 / 키즈바이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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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30.

그림책시렁 1681


《코딱지 판다》

 미야니시 타츠야

 황진희 옮김

 키즈바이브

 2023.9.15.



  사람은 개미보다 훨씬 크다고 여기지만, 나무에 대면 코딱지만 합니다. 이 별에 대면 코딱지보다 훨씬 작고, 별누리를 헤아리면 아예 끼지도 못 할 만큼 부스러기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크기도 하지만 작기도 한 사람인데, 더없이 작은 들꽃 한 송이가 피어나면, 참으로 작은 꽃송이가 베푸는 꽃내음에 훅 잠기곤 합니다. 아주 조그마한 꽃가루가 날려도 꽃빛을 느낄 수 있어요. 《코딱지 판다》는 어찌 보면 ‘코딱지’처럼 작고, 달리 보면 ‘꽃가루’처럼 가볍게 흩날리며 둘레를 밝히는 작은이라고 여길 만한 아이가 노니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엄마아빠가 낳아서 몸이 조그마한 아이는 천천히 자랍니다. 천천히 크면서 뛰놉니다. 뒹굴고 넘어지고 자빠지다가도 새삼스레 일어나서 다시 뛰놀고 쉬고 먹고 자면서 느긋이 피어납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어쩐지 코딱지 같고 꽃가루 같은 어린이를 너무 안 들여다봅니다. 어린이가 걸어다닐 길을 내야 하지 않을까요? ‘덩치 큰 꼰대끼리 노닥거리는 판’은 이제 치우고서, 어린이가 뛰놀 빈터와 빈틈과 들숲메를 푸르게 돌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린이는 ‘학교·학원’에 발목이 잡히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학교·학원’에 가두려고 낳지 않습니다. 잘 생각할 일입니다.


#みやにしたつや #ちびちびパンダ (꼬마꼬마 판다)


ㅍㄹㄴ


《코딱지 판다》(미야니시 타츠야/황진희 옮김, 키즈바이브, 2023)


장난감 상자 안에 숨어 살고 있어

→ 장난감 꾸러미에 숨어서 살아

1쪽


휴∼, 연필 덕분에 살았다

→ 후유, 붓이 있어 살았다

5쪽


어디선가 로켓이 발사되어 바퀴벌레를 맞혔어

→ 어디선가 불살이 날아서 바퀴벌레를 맞혔어

→ 어디선가 화살꽃을 쏴서 바퀴벌레를 맞혔어

8쪽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어

→ 밑으로 밑으로 떨어졌어

19쪽


무사히 높다란 나무에 내렸어

→ 높다란 나무에 잘 내렸어

20쪽


휴∼, 다행이야

→ 아이고 잘됐다

→ 아, 살았다

20쪽


잠자리가 날아와서 구해 주었어

→ 잠자리가 날아와서 살려 주었어

→ 잠자리가 날아와서 도와주었어

3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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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쓸모없어, 네 오지랖



  쓸모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 쓸모있는 일이 남달리 있을까? 그렇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퍽 많은 분들이 쓸모없는 일에 너무 기울지 싶다. 스스로 사랑하고, 모든 일놀이를 사랑으로 기쁘게 할 수 있을 텐데, 사랑하고 사랑받는 모든 곳에서 즐겁게 이 사랑을 받아들이고 펴는 분은 뜻밖에 드물지 싶다.


  아니, 사랑하고 사랑받는 온하루를 기쁘게 노래하는 분은 많다고 해야겠지. 많이 배우거나, 많이 쥐거나, 많이 드날리거나, 많이 부리는 이야말로 사랑이 없는 채 움직인다고 느낀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한테는 ‘많이’나 ‘적게’가 없다. 남이 보기에는 많거나 적어 보일 테지만, 사랑살림일 적에는 “늘 스스로 즐겁게”일 테니까.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무렵을 떠올린다. 그때 동무들은 “야, 너 그런 책 왜 읽어? 그 책이 시험(수능)에 나온대?” 하고 묻는다. “아마, 이 책이나 이 책을 쓴 사람이 남긴 다른 글은 시험에 안 나올 듯해.” “그래? 알면서도 읽어? 시간 안 아까워?” “책을 꼭 시험에 나와야만 읽니? 읽어야 할 책이니 읽고, 배워야 할 책이니 배워.” “시험에 안 나오는 책을 뭐 하러 읽어? 정 읽고 싶으면 대학교에 붙고 나서 읽으면 되잖아.” “그래? 오늘 안 읽는 책을 나중에 가서 읽을 수 있을까? 내가 보기론 말야, 코앞에 시험이 닥쳤다고 해서 안 읽는 책은 있지, 시험이 끝난 뒤에도 안 읽어. 그래서 나는 오늘 읽을 책을 그저 읽을 뿐이야.” “…….” “너, 생각해 봐.” “뭘?” “내가 ‘시험에 나올 턱도 없는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할 시험공부는 스스로 끝냈기 때문에 ‘시험에 나오든 안 나오든’ 스스로 읽어. 그리고 ‘시험에 안 나오는 책’이라 하더라도, ‘내가 이 삶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길에 이바지하는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들 시험문제를 더 잘 풀지 않을 수 있지만, 거꾸로 이 책을 읽기 때문에 한결 느긋해. 생각을 깊고 넓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시험문제에 안 나오는 책’을 읽으면서 더 ‘시험공부 대비를 잘할’ 수 있어.” “야, 네가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 “응, 그러니까 내가 뭔 소리를 하는지 알고 싶으면 너도 이럴 때에 책 좀 읽어 봐. 추천도서나 권장도서에 아예 들어간 적 없는 책을 읽으면, 너도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열일고여덟 살 무렵이던 1991∼92년에 동무하고 나눈 말은 오지랖이었을까? 바보스런 멋이었을까? 얼토당토않은 핑계였을까? 그러나 푸른배움터 여섯 해 내내 ‘중간·기말시험’뿐 아니라, 1993년 9월과 11월에 있던 우리나라 첫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러 가는 길에도 ‘수험서 아닌 책’을 잔뜩 챙겼다. 나는 ‘수능 1교시·2교시’가 끝나고서 숨돌리는 틈뿐 아니라, 도시락을 먹는 낮밥 무렵에도 ‘수험서 아닌 그냥 책’을 펼쳐서 읽으며 마음을 다독이고 다스리면서 이다음에 치를 셈겨룸을 헤아렸다.


  이날 저녁에 만난 또래는 “너 진짜 미쳤구나. 그때에 수험서를 한 쪽이라도 더 보았으면 10점은 더 나오지 않아? 아니 20점도 더 나오겠다.” “아니야. 안 나올 점수는 그때 더 들여다본다고 해서 나오지 않아. 나올 점수는 알아서 나와. 그리고 나는 그때 ‘그냥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랬기에 시험을 더 잘 치를 수 있었어.”


  ‘오지랖’이란 뭘까? ‘옷자락’을 가리키는 낱말일 텐데, 옷자락이 넓으면, 품이 넓어서 푸근하게 품을 줄 아는 마음이기도 하다. 오지랖이 넓기에 겨울에도 나눌 수 있고, 너른 옷자락을 잘라서 건넬 수 있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아닌 ‘끼어들기’를 하는 사람은 다르다. ‘끼어들기’를 하는 사람은 늘 말썽을 일으키고, ‘쑤석거린다’고 할 만하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은 오지랖이 아닌 끼어들기를 하니까. 알지 않기에 뒷말이나 남말이나 쑥덕질을 할 테고.


  오지랖은 쓸모없는 짓일까. 오지랖은 그냥 바보짓이고 귀찮거나 성가시게 구는 짓일까. 오지랖이라고 하는 ‘품’이 넓은 사람이란, 언제나 스스로 넓게 펴고 살림을 짓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오지랖이 없다면 ‘품’이 좁거나 밭은 나머지, 오히려 ‘나(스스로)’부터 스스로 돌아볼 줄 모르고 바라볼 줄 모르게 마련이라, 이때에는 ‘남’을 헤아릴 그릇이 안 된다고 느낀다. 둘레를 볼 만큼 느긋하고 넉넉하기에 오지랖이요, 둘레를 안 보고 냅다 달려들기에 끼어들기일 테지.


  굳이 ‘쓸모있는’ 뭘 해야 하지 않다. ‘쓸모있는’ 글을 써야 하지 않다. 지난날 ‘쓸모있는’ 글이란, ‘애국·충성·효도·교훈’이었고, 오늘날 ‘쓸모있는’ 글이란, ‘돈·이름·힘’이라고 느낀다. 돈되거나 이름팔거나 힘센 글을 써야 할까? 누구나 스스로 사랑하는 글을 써야 하지 않나? 쓸모있을 글이 아니라, 스스로 이 삶을 사랑하면서 나랑 너를 아우르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글을 쓸 일이지 않나? 글삯이 톡톡해야 글을 쓴다는 이름꾼(유명작가)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나는 글삯이 0원이어도 기꺼이 쓴다. 나는 나부터 스스로 살리고, 곁님과 아이들과 이웃이 어깨동무하면서 푸르게 피어날 숲길을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 2025.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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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인복 人福


 인복이 많다 → 사람이 많다

 인복이 있다 → 빛살이 있다

 인복이 박하다 → 사람길이 궂다

 인복을 타고나다 → 사랑을 타고나다

 인복이 있는 사람 같다 → 빛이 있는 사람 같다


  ‘인복(人福)’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는 복 ≒ 인덕”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사람·사람들’이나 ‘사람값·사람길·사람몫’이라 할 만합니다. ‘사람꽃·사람빛·사람사랑’이라 할 수 있어요. ‘빛·빛살·빛발’이나 ‘사랑·사랑멋·사랑맛’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인복(認服)’을 “어떤 일을 인정하여 복종함”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인복은 타고났다

→ 사람은 타고났다

→ 사랑은 타고났다

→ 빛은 타고났다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나호선, 여문책, 2022)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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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맛의


 어떤 맛의 밥일까 → 어떤 맛인 밥일까

 예전의 맛의 기억으로 복원해서 → 예전 맛을 떠올리고 되살려서

 반가운 맛의 국밥이다 → 국밥맛이 반갑다


  ‘맛 + -의’ 얼거리라면 ‘-의’를 털면 되고, ‘-인’으로 토씨를 손볼 만합니다. ‘-이’로 토씨를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이런) 맛의 술이야” 같은 짜임새라면 “(이런) 술맛이야”로 손볼 수 있어요. ㅍㄹㄴ



같은 맛의 과일 시럽을 채도를 달리해서 시식하게 한 실험

→ 같은 맛인 과일 단물을 빛결을 달리해서 맛보기

→ 맛이 같은 과일 달콤물을 빛을 달리해서 맛선

《색의 놀라운 힘》(장 가브리엘 코스/김희경 옮김, 이숲, 2016) 69쪽


자네들이 모르는 맛의 술이야

→ 자네들이 모르는 맛인 술이야

→ 자네들이 모르는 술맛이야

《모야시몬 5》(이시카와 마사유키/김시내 옮김, 시리얼, 2019) 39쪽


처음 맛본 어죽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맛의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 처음 고깃밈을 맛보며 맛결을 새삼스레 일깨웠다

→ 처음 고깃보미를 맛보며 맛빛을 새롭게 일깨웠다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129쪽


맛의 감각을 잊었을지도 몰라요

→ 맛을 잊었을지도 몰라요

→ 혀맛을 잊었을지도 몰라요

《플라타너스의 열매 9》(히가시모토 토시야/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4)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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