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기원 祈願


 간절한 기원 → 애타게 빌다 / 무척 바라다

 승려들은 부처님께 기원을 드렸다 → 스님은 빛님한테 빌었다


  ‘기원(祈願)’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빎”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고프다·싶다·생각’이나 ‘바라다·바람·받고 싶다·얻고 싶다·하고 싶다’로 손질합니다. ‘뜻·마음·맘·마음꽃’이나 ‘그리다·꿈·꿈꾸다’로 손질하고, ‘비나리·비손·빌다’나 ‘노리다·되다·품다’로 손질하고요. ‘엎드리다·납작·넙죽’이나 ‘절·작은절·쪽절·큰절’로 손질할 만합니다. ‘큰꿈·큰뜻·별·별빛’이나 ‘파란꿈·파란뜻·파랗다·푸른꿈·푸른뜻·푸르다’나 ‘좋다·좋아하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무운장구를 기원합니다

→ 오래살기를 빕니다

→ 잘살기를 바랍니다

《배가본드 24》(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2006) 124쪽


여기저기 학문 성취를 기원하는 학생이 많이 보인다

→ 여기저기 공부 잘되기를 바라는 학생이 많이 보인다

→ 여기저기 공부 잘하기를 비는 학생이 많이 보인다

《도쿄 셔터 걸 2》(켄이치 키리키/주원일 옮김, 미우, 2015) 39쪽


새로 심은 녀석들을 바라보며 기원한다

→ 새로 심은 녀석들을 바라보며 바란다

→ 새로 심은 녀석들을 바라보며 빈다

→ 새로 심은 녀석들을 바라보며 꿈꾼다

→ 새로 심은 녀석들을 바라보며 비손한다

《다이스케, 아스파라거스는 잘 자라요?》(오치 다이스케/노인향 옮김, 자연과생태, 2018) 18쪽


오늘의 어려운 순간도 멋지게 잘 헤쳐 나가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 어려운 오늘도 멋지게 헤쳐 나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 오늘도 어렵지만 잘 헤쳐 나가기를 빌고 또 빈다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곽재식, 북스피어, 2019) 82쪽


정성과 기원을 쌓았습니다

→ 땀과 꿈을 쌓았습니다

→ 마음과 바람을 쌓았습니다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김영화, 이야기꽃, 2022) 26쪽


분명히 누군가가 하얀 빛의 알갱이로 되돌려줄 거라고 기원하고 있어

→ 아마 누가 하얀빛 알갱이로 되돌려주리라 바라

→ 뭐 누가 하얀 빛알갱이로 되돌려주리라 빌어

《25시의 바캉스》(이치카와 하루코/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5)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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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나무가 운다



  가지가 잘린 나무가 운다. 줄기가 잘린 나무가 운다. 다가서는 사람이 사라진 나무가 운다. 부릉부릉 매캐하고 빵빵빵빵 시끄러운 쇳덩이가 새벽부터 밤까지 끝없이 달리는 둘레에서 나무가 운다.


  풀죽임물을 뒤집어쓴 나무가 운다. 윙윙 앵앵 챙챙 날카롭고 시끄럽게 풀을 치는 앙칼진 쇳소리에 나무가 운다. 너른길에 쇳덩이가 넘쳐나느라 사람들이 귀퉁이에 내몰린 채 뒤엉켜서 밀치고 밀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무가 운다. 시골길에서 크고작은 짐승뿐 아니라 자그마한 나비와 풀벌레와 뱀과 개구리와 작은새를 골고루 들이받고서 멀쩡히 씽씽 달려가는 쇳덩이를 바라보는 나무가 운다.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나무가 운다. 어느 날 갑자기 뿌리뽑혀서 사라져야 할는지 두렵고 걱정스러워 나무가 운다. 마당은커녕 높다란 곳에 붕뜬 채 온통 잿더미(시멘트)로 둘러싸인 칸에 사람들이 웃돈을 치르고서 스스로 갇히는 모습을 멀거니 쳐다보는 나무가 운다.


  손등에 나비를 앉힐 줄 모르고서 손전화만 쥔 채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사람물결을 내려다보는 나무가 운다. 꽃가루를 미워하고 그늘을 싫어하면서도 뙤약볕을 꺼리는 알쏭달쏭한 사람들 마음에 헷갈리는 나무가 운다. 땅을 북돋울 거름으로 돌리려고 가랑잎을 떨구는 나무인데, “왜 이렇게 잎을 많이 떨궈서 귀찮게 해!” 하고 사납게 쏘아보는 사람이 많아, 나무는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서 운다.


  나무가 운다. 풀이 운다. 꽃이 운다. 나비가 울고 풀벌레가 운다. 개구리가 울고 구렁이가 운다. 하늘소가 울고 꾀꼬리가 운다. 소쩍새가 울고 왜가리가 운다. 다들 운다. 오직 사람만 안 운다. 서울사람도 안 울고 시골사람도 안 운다. 책을 쥐건 책을 팽개치건 이제 우는 사람은 드물다. 우는 시늉인 사람은 많고, 돈이 없어 우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나무한테 마음이 없는가? 나무한테 이야기가 없는가? 나무한테 숨결이 없는가? 나무한테 눈귀가 없는가? 나무한테 팔다리가 없는가? 나무한테 머리와 몸이 없는가? 나무한테 넋과 얼이 없는가? 나무한테 빛이 없는가? 나무한테 사랑이 없는가?


  나무는 울면서 죽어간다. 나무는 웃으면서 살고 싶다. 나무는 온누리 뭇숨결하고 들숲메를 이루면서 바다를 품는 파란별을 그리는 꿈으로 노래하고 싶다. 나무는 나를 바라보고, 나무는 너를 바란다. 나무는 너를 만나고 싶고, 나무는 나를 반기고 싶다. 2025.9.2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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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꽃이 되어
이순자 지음, 고정순 그림 / 원더박스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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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21.

그림책시렁 1645


《깨꽃이 되어》

 이순자 글

 고정순 그림

 원더박스

 2025.9.11.



  할머니가 할머니로 서는 길은 아주 쉽습니다. ‘나이먹기’가 아닌 ‘낳이짓기’를 하면 됩니다.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로 사는 길은 무척 쉬워요. ‘나이들기’가 아닌 ‘철들기’를 하면 됩니다. 할머니는 아기를 못 낳는다고 여깁니다만, 할머니는 온숨결이 사랑으로 피어나고 깨어나도록 북돋우는 손길을 펼 줄 아는 ‘참나이’를 품는 자리입니다. 할아버지는 젊은이만큼 일을 못 한다고 여깁니다만, 할아버지는 집살림을 포근히 돌보고 추스르면서 푸르게 지피는 손길을 나눌 줄 아는 ‘배움나이’로 가는 자리입니다. 《깨꽃이 되어》는 어느 할머니가 시골집으로 옮기면서 맞닥뜨리는 삶을 가볍게 옮깁니다. 이순자 님이 이미 써놓고서 떠난 글에 줄거리를 조금 입힌 셈이에요. 글을 되살린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되, 굳이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귀엽게’ 그려야 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할머니입니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입니다. ‘할-’이라는 앞머리는 ‘한-’하고 나란해요. 워낙 ‘한어미·한아비’라 이르던 말씨입니다. 하늘과 같고, 함께 가꾸고, 해처럼 하얗고 환하게 어진 사람이기에 ‘한-·할-’을 붙이는 이름입니다. 귀염할매나 귀염할배가 아닌, 어질고 철들어 새빛을 낳는 얼거리로 붓끝을 놀리지 못한 대목이 아쉽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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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버린 아이들 - 세상과 만나는 작은 이야기
김지연 지음, 강전희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21.

그림책시렁 1658


《나라를 버린 아이들》

 김지연 글

 강전희 그림

 진선출판사

 2002.7.1.



  지난 2000년에 《연변으로 간 아이들》이라는 뜻깊은 빛책이 나왔고, 2001년에는 《노동자에게 국경은 없다》라는 조그마한 책이 나왔습니다. 이윽고 《나라를 버린 아이들》이 나오는데, 어린이한테 빛책(사진책)은 좀 어렵다고 여기며, 빛꽃을 그림으로 바꾼 얼거리로 꾸린 듯합니다. 김지연 님이 글과 빛꽃으로 담은 이야기는 “나라를 버린 아이들”이기도 할 테지만 “나라가 버린 아이들”이라고 먼저 말해야 맞다고 느낍니다. 남북녘 모두 아이를 버리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남녘은 불굿(입시지옥)에 아이를 팽개치고, 북녘은 불늪(전쟁터)에 아이를 몰아넣습니다. 남북녘 모두 ‘어린이’를 헤아리는 길(정책)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돌보는 어버이와 어른’을 살피는 길도 나란히 없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모든 나라는 어린이를 한복판에 두어야 합니다. 어린이를 보살피고 사랑해야 어른입니다. 어린이가 꿈을 심고 가꾸면서 돌보는 길을 걸어가도록 북돋아야 어른이요, 나라(정부)답고, 배움터(학교)라고 하겠습니다. 어린이를 한복판에 안 놓는 탓에 자꾸 총칼(전쟁무기)에 힘을 쏟고 돈을 들입니다. 어린이를 늘 안 살피기에 딴청에 딴짓을 일삼으면서 갖은 더럼짓(부정부패)을 일삼는 꼰대투성이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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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2025.10.18. 미처 못 마치면



  미처 못 마치면 다음에 느긋이 추스르면 된다. 하루아침에 번쩍하고 끝내야 하지 않고, 오늘 바로 끝장을 볼 일이 아니다. 낳은아이뿐 아니라 이웃아이를 살피고 돌보며 배운 어른이라면, 아이가 늘 어른을 가르치는 줄 알 테니까 ‘느긋길’을 몸과 마음으로 나아가면 되는 줄 느끼게 마련이다.


  오늘 못 마치거나 마감이 닥쳐 아슬아슬하더라도 걱정거리는 없다. 끝에서도 더 끝까지 달리면서 짚고 되새기고 익힐 곳이 있다는 뜻이다. 그저 더 하고 새로 또 하고 신나게 거듭거듭 일구면 느긋하다. “없는 틈을 낸다”는 ‘느긋’이 아니다. 누구한테나 똑같이 밤이 찾아오고 새벽이 깃들고 아침이 환하다. 우리는 언제나 오늘을 맞이하면서 하루를 살아낸다. “있는 틈을 기꺼이 살리”기에 느긋할 수 있다.

 

  사람 곁에 다 다른 숱한 새가 찾아와서 다 다르게 노래한다. 새는 노래로 사람을 일깨우고 일으킨다. 사람 곁으로 다 다른 나무와 풀꽃이 자라서 다 다르게 푸르다. 풀꽃나무는 다 다르게 푸르기에 넌지시 밝히고 속삭인다. 새가 다르고 풀꽃나무가 다르고 들숲메바다가 다르다. 사람도 매한가지이다. 너랑 내가 다르기에 새롭게 만나서 나란히 다가가고 다가오는 삶을 이룬다.


  나는 너한테 내 목소리로 사근사근 말을 건다. 너는 나한테 네 목소리로 나긋나긋 속살인다. 우리는 한참 수다꽃이다. 이 수다꽃은 함께 살리고 북돋우는 말꽃이다. 풀은 풀꽃이고, 나무는 나무꽃이고, 말은 말꽃이고, 사람은 사람꽃이고, 일은 일꽃이고, 노래는 노래꽃이다. 미처 못 마치면 쉬면 된다. 미처 못 마쳤으니 다시금 쉬고서 새롭게 기운을 차려 끝내면 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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