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55 : 피부를 가진 종종 뺨 위의


새하얀 피부를 가진 탓에 종종 뺨 위의 주근깨가 도드라져 보였다

→ 새하얀 살결이라서 뺨에 난 주근깨가 곧잘 도드라진다

→ 살빛이 하얀 탓에 주근깨가 도드라지기도 한다

→ 하얀살이라서 주근깨가 돋보이기 일쑤이다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류예지, 꿈꾸는인생, 2022) 30쪽


“하얀 피부를 가지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우리는 살갗이나 눈이나 팔다리를 ‘가지지’ 않습니다. “하얀 살갗이다”나 “살갗이 하얗다”라 해야 합니다. “까만 눈을 가지다”가 아닌 “눈이 까맣다”라 해야 하고요. 주근깨는 “뺨 위”가 아닌 “뺨에” 납니다. 뺨에 난 주근깨가 곧잘 도드라질 만합니다. 그런데 주근깨는 얼굴이나 뺨에 나니 “종종 뺨 위의 주근깨가 도드라져 보였다” 같은 대목은 “주근깨가 도드라지기도 한다”나 “주근깨가 돋보이기 일쑤이다”로 손질합니다. ㅍㄹㄴ


피부(皮膚) : [수의] 척추동물의 몸을 싸고 있는 조직. 신체 보호, 체온 조절, 배설, 피부 호흡 따위의 기능을 한다

종종(種種) : [명사] 모양이나 성질이 다른 여러 가지 [부사] =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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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빛과 볕 (2025.11.22.)

― 부산 〈책과 아이들〉



  책이름은 어떻게 붙이든 안 대수롭지만, 더 들여다보면, 책이름이 바로 줄거리입니다. 어떻게 책이름으로 갈피를 잡느냐에 따라서 풀잇길이 바뀌게 마련입니다. 여태껏 숱한 굴레가 있고, 아직 곳곳에 굴레가 가득하되, 예나 이제나 어질게 지은 숱한 아름집과 아름살림부터 살펴서 풀어내고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어야지요. 이러면서 어떤 굴레집이 남았는지 짚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싶습니다.

 

  흔히 “생명은 소중하다”라든지 “흑인은 소중하다” 같은 목소리를 내는데, 이 목소리는 안 나쁘되, 거꾸로 ‘피해자의식 강요’로 기울면서 미움씨를 심더군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든지 “꽃이 사람보다 아름답다”도 언제나 거꾸로 ‘다른 한쪽을 깎아내리는 미움씨’로 기우뚱해요. 정 목소리(구호)를 내려고 한다면, “우리는 모두 숨결(생명)이야”라든지 “우리는 모두 아름답다(소중)”처럼 사랑씨를 심는 말빛을 헤아릴 노릇이에요.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자칫 “어른은 안 지켜도 되는가?”처럼 거꾸로 치달을 수 있기에 “아이를 사랑하고, 어른으로 어깨동무하자”처럼 말씨앗을 가다듬어 봅니다.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2025년 ‘내가 쓰는 내 사전’ 마무리모임을 꾸립니다. 오늘은 ‘빛’과 ‘볕’ 두 낱말을 짚으면서 ‘햇살·햇빛·햇볕’이 어떻게 다르면서 ‘빛·빚·비·빚다’가 맞물리는지 들려줍니다. 햇살은 때(시간)를 알리고, 햇빛은 몸(모습)을 밝히고, 햇볕은 숨(살림)을 북돋웁니다. 없기에 비고, 비기에 빚을 질 테지만, 비었기에 비(빗물)와 씨(흙)를 손수 비벼서 빚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방교육·예방주사’가 아닌, 또한 ‘목소리(명분·교훈)’가 아닌, 아이어른이 함께 살림을 짓고, 밥을 짓고, 흙을 돌보는 하루를 모든 배움터가 조촐히 펴면 넉넉합니다. 없애자고 목소리를 외칠수록 못 없애요. 스스로 보금자리부터 사랑하며 살림을 짓는 하루를 아이랑 손잡으면서 펼 적에, 어느새 모든 부스러기를 치울 수 있습니다. 모든 응어리는 차분히 풀 수 있습니다.


  불(부아)을 내면, 불기둥이 솟아서 막힌 데를 뚫거나 바꿀 수 있어요. 그러나 불(화火)을 자꾸 내면 어느새 버릇이 되거나 길들면서 ‘틈새뚫기’가 아닌 ‘불질하기’를 되풀이하더군요. 불질(화)을 어쩌다 살짝 낼 수 있되, 이 불씨를 가만히 잠재우고서 햇빛이나 별빛이나 꽃빛처럼 서로 밝히는 빛살이며 함께 살리는 햇볕으로 나아가야지 싶어요. 둘레(사회)가 따뜻(다정)하든 안 따뜻하든 말이지요. 저놈이 안 따뜻하다고 저놈을 탓하거나 손가락질할 까닭이 없어요. 너랑 내가 따뜻하게 한집안을 일구면서 한마을을 가꾸고 한별(지구)을 품으면 늘 느긋합니다.


ㅍㄹㄴ


《작은삶》(숲하루, 스토리닷, 2025.11.30.)

《부엌의 드래곤 3》(시마다 리리·미요시 후루마치/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8.23.)

《부엌의 드래곤 4》(시마다 리리·미요시 후루마치/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12.20.)

#台所のドラゴン #縞田理理 #みよしふるまち

《애벌레를 위하여》(이상권 글·오정택 그림, 창비, 2005.10.31.첫/2007.10.20.2벌)

《압록강은 흐른다(외)》(이미륵/정규화 옮김, 범우사, 1989.3.20.첫/1993.7.30.3벌)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파블로 네루다박병규 옮김, 민음사, 2008.3.5.첫/2011.5.2.4벌)

《간디 자서전》(M.K.간디/함석헌 옮김, 한길사, 1983.12.10.첫/2015.1.15.3판28벌)

《감동을 주는 부모 되기》(이호철, 보리, 2009.1.5.첫/2013.7.15.4벌)

《최초의 인간 루시》(도날드 요한슨·메이틀랜드 에디/이충호 옮김, 푸른숲, 1996.7.1.첫/1996.7.30.2벌)

《길 위의 소년》(페터 헤르틀링 글·페터 크노르 그림/문성원 옮김, 소년한길, 2002.2.15.첫/2002.9.20.2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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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네 이웃이 책을 낼 때



  이웃이 내는 책을 반긴다. 이웃 아닌 이가 내는 책도 반긴다. 그저 모든 책을 반긴다. 우리집 너머로 날아가는 새를 반긴다. 멧숲에 둥지를 짓고서 새끼새를 돌보는 온누리 모든 새를 반긴다. 시골버스를 모는 일꾼을 반긴다. 시외버스를 모는 일꾼을 반긴다. 우리 곁님과 두 아이를 반긴다. 낯모르는 모든 어른을 반기고, 처음 마주하는 모든 아이를 반긴다.


  나는 모든 책을 곁에 두면서 말씨를 묻고 말결을 가꾸고 말꽃을 노래하는 하루를 살아갈 줄 몰랐다. 나는 모든 아이가 스스로 어질게 눈뜨며 의젓이 서려는 길에 동무하는 작은아재로 살림하는 오늘을 일굴 줄 몰랐다. 나는 우리 곁님뿐 아니라 온누리 누구나 저마다 어른인 줄 깨달으며 살가이 암꽃수꽃으로 어울릴 바람마루를 그리며 살아갈 줄 몰랐다. 모두 몰랐고, 몽땅 모르니까 왜 이렇게 모르는 투성이인지 알아보고 싶어서 뚜벅뚜벅 걷는다.


  왼길이 훌륭하지 않고 오른길이 멍청하지 않다. 오른길이 낫지 않고 온길이 머저리이지 않다. 외곬로 싸우니 얼뜨고, 이야기없이 다투니 엉성하고 사랑없이 치고받으니 모자라다. 우리는 왼길이나 오른길이 아닌, 한길과 열길과 온길과 즈믄길과 사람길을 가면 넉넉하고 느긋하다.


  그런 난 어떤 길을 바랐을까? 어릴적에는 가운길을 떠올렸는데, 가운길로는 좀 모자라다고 느꼈다. 꽃길? 푸른길? 숲길? 들길? 멧길? 바닷길? 하늘길? 가만히 보면 가운길은 꽃길도 푸른길도 숲길도 들길도 멧길도 바닷길도 하늘길도 품는다. 이 모든 길은 바로 한 마디 ‘사랑’이 품으면서 아름답다. 그래, 난 오롯이 하나, 사랑이라는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을 바라는구나.


  이 나라에 젊은작가도 늙은작가도 아닌, 여성작가도 남성작가도 아닌, 푸른글님과 작은글님과 노래글님과 들숲글님과 시골글님과 살림글님과 별빛글님과 들꽃글님과 이슬글님이 깨어나기를 빈다. 사랑을 그리고 나너우리를 그린다. 말씨앗을 그린다. 보금자리숲을 그리고 어깨동무를 그리는 글님을 기다린다. 2025.11.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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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 A와 B 모두를 위한 그림책 95
사라 도나티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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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25.

그림책시렁 1678


《좋은 친구 A와 B》

 사라 도나티

 나선희 옮김

 책빛

 2025.10.30.



  짧은 말 한 마디나 글 한 줄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지음이 모든 삶과 살림과 사랑을 탈탈 털어서 담게 마련이에요. 이러한 말이나 글을 듣는 모든 분이 마음을 연다면 고스란히 씨앗으로 담아서 키울 테고, 아직 받아들일 마음이 아니라면 스르르 잊혀서 녹겠지요. 지음이라는 자리에 선 사람은 늘 모든 말글에 모든 삶과 살림과 사랑을 고스란히 오롯이 담아요. 다 털어내기에 늘 새롭게 짓는 첫발을 내딛습니다. 짤막하든 길든 지음이 스스로 이녁 말글에 온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스스로 새길을 못 갑니다. 《좋은 친구 A와 B》는 ‘나·너’를 ‘A·B’처럼 영어로 나타냅니다. 왜 이래야 할까요? 어린이한테 영어를 가르치니 영어를 그냥 드러내도 되나요? 적어도 ‘ㄱ·ㄴ’이나 ‘가·나’로 옮길 노릇입니다. 한글과 우리말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나·너’나 ‘ㄱ·ㄴ’이나 ‘가·나’를 안 쓸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너를 보고, 너는 나를 봅니다. ㄱ하고 ㄴ은 첫걸음이자 두걸음이면서, 우리가 두다리로 걷고 두손으로 짓듯 늘 함께하고 나란하면서 서로 헤아리는 빛을 나타냅니다. 이웃나라에서는 ‘A·B’로 두빛과 두아름과 두걸음을 그린다면, 우리는 ‘나·너’나 ‘ㄱ·ㄴ’으로 동무와 두레를 지피는 줄 들려줘야지요.


#A&B Bons Amis #SaraDonati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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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11.


《내가 사랑한 서점》

 서점을잇는사람들 엮음, 니라이카나이, 2025.11.11.



그저 집에서 폭 쉬는 하루이다. 앞꿈치하고 발가락이 욱씬거린다. 등허리를 펴면서 발바닥·발가락·앞꿈치를 주무르며 돌아본다. 쉬잖고 걷고 서고 뛸 적에는 온몸 가운데 발이 먼저 알린다. 가을볕을 가만히 쬔다. 빨래를 해서 말린다. 오늘이 ‘책날’이라고 한다. 그분들은 “책의 날”처럼 일본말씨를 쓰는데, 어버이날과 어린이날과 한글날처럼 ‘바다날’과 ‘숲날’과 ‘책날’이라 해야 맞다. 더구나 한자 ‘冊’이 아닌, 우리말 ‘채우다·채다·채·챙기다·차다·참·참하다·착하다·차곡차곡·차근차근·찬찬·천천·찰랑·출렁·춤·추다’로 잇는 ‘ㅊ’과 ‘ㅏ’와 ‘ㅁ’을 바라보아야 어울릴 텐데. 《내가 사랑한 서점》을 읽었다. 1/5 즈음은 책사랑과 책살림을 짚고 다룬다면, 4/5는 “그냥그냥 그립기는 한데 썩 곁에 두지 않던 마을책집을 어렴풋이 떠올리는 줄거리”로 맴돈다. 꼭 모든 책집을 단골로 드나들던 이야기를 적어야 하지는 않지만 ‘그냥손님’하고도 먼 ‘사라진 책집’을 놓고서 쓴 글이 너무 많다. 책집지기 목소리만 모은 대목은 뜻있되 ‘책집마실’을 서른 해에 마흔 해에 쉰 해를 잇는 책벌레 목소리를 조금쯤 나란히 놓았다면 이 책이 한결 빛나고 알차면서 ‘아쉬운 글’을 메웠을 텐데 싶구나.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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