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에서 낯 씻는 어린이

 


  마을에 빨래터가 있기에 언제라도 손과 낯을 씻을 수 있다. 빨래도 할 수 있고, 물도 길을 수 있다. 그리 멀지 않던 지난날까지 마을사람 누구나 이곳에 모여 빨래를 했다고 한다. 마을 집집마다 땅을 파서 집에서 물을 쓸 수 있은 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라 한다. 마을 빨래터란 마을 샘터요, 마을 샘터란 늘 흐르는 좋은 물이다. 깊은 골짜기에서 흙이 거르고 풀과 나무가 기운을 북돋우는 물이다. 아이는 빨래터 물을 홀로 차지하며 논다. (4345.6.2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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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포대기 놀이

 


  산들보라를 업을 때에 쓰는 포대기를 곱게 접어 놓으면 자꾸 어지럽게 풀린 채 마룻바닥에 굴러다닌다. 누가 이렇게 하나 싶어 알쏭달쏭했는데, 바로 산들보라가 어머니와 아버지 몰래 포대기를 들고 놀다가 제 깜냥껏 풀어서 던졌구나 싶다. 제법 잘 걸어다닐 수 있으니 두 손을 마음껏 쓸 수 있고, 두 손을 마음껏 쓰면서 이것저것 집고 돌아다닌다거나, 마루문을 열고 섬돌 밑으로 이것저것 던지곤 한다. 차츰 팔뚝힘이 붙고 천천히 다리힘이 튼튼해지겠지. 너는 언제나 재미난 하루를 누리겠구나. (4345.6.2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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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악마와 러브송>을 이틀에 걸쳐 거의 다 읽다. 처음에는 앞 몇 권만 읽으려 하다가, 벌써 이레째 몸앓이를 하며 고단한 나날이 이어지니, 조용히 몸과 마음을 쉬고자 한 권 두 권 읽다가, 벌써 13권 마지막까지 읽을 차례가 된다. 사이사이 늘어진다 싶은 대목이 있어도, 탄탄하게 잘 엮은 오래된 줄거리를 예쁘게 잘 묶었다.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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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러브송 13- 완결
토모리 미요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2월
4,500원 → 4,050원(10%할인) / 마일리지 220원(5% 적립)
2012년 06월 2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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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타리 책읽기

 


  돌울을 타고 자라는 하늘타리 하얀 꽃이 피었다. 처음에는 무슨 솜뭉치가 바람에 날려 돌울에 붙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낱낱이 가는 실이 타래처럼 엮여 저마다 흐드러진 잎사귀 모양인 꽃봉오리였다. 돌울에 피어났기에 담쟁이꽃인가 생각했는데, 하늘타리꽃이라 한다. 하늘타리꽃은 이렇게 어여쁘면서 하얗게 맑구나. 천천히 타면서 감쌀 울타리 있고, 이 울타리 한켠에서 짙푸른 잎사귀 빛낼 수 있으며, 햇살과 바람과 빗물이 싱그럽게 찾아드는 곳에서 고운 꽃송이 한껏 터지는구나. (4345.6.2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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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살아가며 쓰는 글

 


  나는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나는 시골에서 늘 바라보는 여러 가지를 내 글에 담습니다. 이를테면, 처마 밑 제비들을 글로 담고, 대문을 열면 펼쳐지는 마을 논자락과 밭자락을 글로 담습니다. 새벽 네 시 오십 분부터 이듬날 새벽 두 시 반까지 울리는 멧새 노랫소리를 글로 담습니다. 여름날 논개구리 노랫소리를 글로 담고,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글로 담습니다. 자동차 거의 드나들지 않는 고요한 시골마을에서 듣는 모든 풀소리와 바람소리를 글로 담습니다.


  나는 도시에서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도시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온갖 이야기를 내 글에 안 담습니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을 뿐, 바로 오늘 도시에서 살아가지 않습니다. 나는 도시를 모릅니다. 대통령이 누구인지 모르며, 대통령이 일하거나 지낸다는 푸른기와집이랑 우리 시골마을 보금자리랑 끝없이 멉니다. 그러니, 나는 정치 이야기이든 경제 이야기이든 사회 이야기이든 스포츠 이야기이든 연예인 이야기이든 내 글에 안 담습니다. 우리 시골집에는 텔레비전도 없으니,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온갖 이야기라든지, 이를테면 방송국 파업 이야기도 내 글에 담길 수 없습니다. 나는 하나도 모르는 이야기요, 나하고는 아주 멀찌감치 떨어진 이야기인걸요.


  그런데 나는 한미자유무역협정 이야기도 내 글에 안 담습니다. 중앙정부가 맺은 무역협정은 시골사람 삶하고 아주 동떨어진걸요. 시골사람 삶을 헤아리지 않으며 중앙정부끼리 맺는 무역협정은 생각할 값어치도 글로 쓸 보람도 없습니다. 시골마을 냇물까지 파헤치는 4대강사업도 이와 같아요. 우리 작은 시골마을 냇물에조차 시멘트를 퍼붓는 짓을 하는데, 나는 늘 내가 바라보는 자리에서 부대끼는 이야기를 글로 담을 뿐입니다. 곧,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자동차한테 치여 죽은 들참새 이야기를 글로 담습니다. 드문드문 지나가던 자동차한테 밟혀 죽은 논자락 우렁이 이야기를 글로 담습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고, 아이들이 노상 듣는 바람소리와 새소리와 벌레소리를 글로 담아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웃 어르신들은 당신 딸아들 이야기를 굳이 나누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 딸아들 모두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돈만 벌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당신 딸아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떤 꿈을 생각하는지 하나도 모르니까, 비록 당신들이 낳은 딸아들이라 하더라도 당신 딸아들 삶을 참말 하나도 몰라요. 하나도 모르니까 얘기할 수 없어요. 얘기할 만한 얘기란, 서로서로 들판에서 허리 굽혀 하는 논일과 밭일 얘기입니다. 날씨 얘기를 하고, 바람 얘기를 합니다. 풀과 나무 얘기를 합니다. 제비와 까마귀 얘기를 해요.


  나는 시골에서 살아가며 글을 씁니다. 나는 내가 발 디딘 보금자리를 사랑하며 글을 씁니다. 나는 내가 숨을 쉬고 생각을 빛내는 터전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길어올리면서 글을 씁니다. 내가 쓰는 글은 내 삶이고,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면, 그이는 내 삶과 사랑과 꿈을 읽는 셈입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꿈과 사랑 담은 얘기를 읽는 셈이에요. (4345.6.2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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