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소리 - 이와아키 히토시 단편집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애니북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으로 빛내는 소리를 살린다
 [만화책 즐겨읽기 145] 이와아키 히토시, 《뼈의 소리》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그러나 나 스스로 못 느끼는 사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보다, 이냥저냥 휩쓸리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생각을 알뜰히 다스리지 못하면 남들이 쌓은 울타리에 갇힌 채 울타리에 갇힌 줄 못 느끼면서 휩쓸리기도 합니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할 일을 합니다. 그러나 나 스스로 사랑을 심어 돌보지 않으면, 그만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일에 이끌리거나 휘말리곤 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할 일을 내 온 사랑으로 예쁘게 꾸릴 때에 비로소 내 몸과 마음을 튼튼히 지키면서 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책 한 권 찾아 읽을 때에도 늘 그래요. 나는 내가 꼭 읽고픈 책을 읽어야 합니다. 남들이 입에 침이 닳도록 부추기는 책을 굳이 읽어야 하지 않아요. 잘 팔리는 책이나 꾸준히 사랑받는다는 책을 읽어야 하지 않아요. 내 마음을 따사롭게 보듬으면서 내 생각을 맑게 보살피는구나 싶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글쓴이가 누구이건 펴낸곳이 어디이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낯선 이가 쓴 책이건 낯익은 이가 쓴 책이건 대단하지 않아요. 참말 내 삶을 북돋울 만한 책인가 아닌가를 내 눈길로 헤아릴 노릇입니다.

 

 

 


- ‘여기서 자살하는 사람은 한 해에 두세 명 정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도시에서 온 여행자가 많다. 도시, 회색 하늘, 소음, 혼잡, 혹은 생존경쟁에서의 도피. (11쪽)
- “도쿄에서 왔나요?” “어, 응.” “여기 참 멋있죠? 난 여기가 정말 좋아요.” “…….” “쓰레기 같은 거, 버리시면 안 돼요.” (13쪽)
- “있죠, 여기서 보이는 도시는, 왠지 바다 같아 보이지 않아요?” “바다?” “네, 지저분한 바다요.” (25쪽)


  들새와 멧새가 노래하는 소리는 ‘새소리’를 ‘노랫소리’로 여기는 사람한테만 들립니다. 새소리를 노랫소리로 여기지 않는 사람은 숲속을 걷더라도 새가 노래하는 소리뿐 아니라, 새가 지저귀거나 울부짖는 소리조차 느끼지 못해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 한복판에서 일하거나 살아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소리’를 얼마나 잘 듣거나 느낄까요. 내 곁 착한 이웃이 아프다 하거나 고단하다 할 적에, 이렇게 외치거나 울부짖는 소리를 얼마나 잘 듣거나 느낄까요.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렇지만 꼭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내가 살아야 할 곳은 사랑이 넘치는 곳이어야지, 사람들이 있는 데가 아니에요. 내가 살아야 할 곳은 내 사랑을 따스히 북돋우면서 나부터 사랑스럽게 활짝 웃는 보금자리여야 해요.


  사랑이 없으면 시골 숲속이나 바닷가에서 살더라도 마음이 메마릅니다. 사랑이 있으면 커다란 도시 높다란 아파트에서 살더라도 마음이 넉넉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이 있을 때에 사람이요, 사랑이 없을 때에 사람이 아닙니다.

 

 

 


- “몸의 균형은 괜찮군. 하지만 아무리 봐도 생기가 없어. 특별히 아픈 덴 없는 것 같은데.” (42쪽)
- “그 사진, 마치 다른 사람 몸에 자네의 머리만 올려놓은 것 같더군. 대체 자신의 몸을 뭐라고 생각하나?” “그야 당연히 고깃덩어리죠.” “뭐?” “고기요! 난 인간이 아니에요. 고깃덩어리죠. 거기 있는 찰흙처럼요. 섹스? 너무 좋죠. 사실 피임도 필요없어요. 내 몸은, 낙태수술 했던 의사가 돌팔이여서.” (53쪽)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던 등짝이 햇볕에 벌겋게 탔습니다. 등짝이 소리를 지릅니다. 등짝이 이 모양 되도록 마구 놀면 어쩌느냐고 소리를 지릅니다. 나는 등짝이 지르는 소리를 들으며 끙끙 앓습니다. 등짝이 울부짖는 소리가 잦아들어야 비로소 끙끙 앓는 일도 그치겠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빨래를 합니다. 다음날에도 비가 내릴는지 모르니 늦은저녁에 몸을 씻으며 빨래를 몽땅 합니다. 어차피 다 마르려면 오래 걸릴 테니 일찌감치 해서 집안 곳곳에 널자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옷가지는 아주 더디더디 마르면서 노래를 합니다. ‘나 이만큼 말랐어요’ ‘나 꽤 많이 말랐어요’ 하고 노래를 합니다. 옷걸이에 꿴 빨래를 뒤집습니다. 더 잘 마르라고 뒤집습니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지고 볼에 댑니다. 식구들 입는 옷가지마다 내 손길이 곱다시 뱁니다. 내가 가장 좋은 넋으로 빨래를 해야 식구들은 가장 좋은 따순 손길이 밴 옷을 입습니다. 내가 가장 좋은 꿈으로 밥을 해야 식구들은 가장 좋은 너른 손길이 담긴 밥을 먹습니다.


  글월 한 장 띄울 적에도 내 온 사랑을 담습니다. 짧은 글월이든 긴 글월이든 내 마음을 담는 글월입니다. 나는 보고서를 쓰지 않아요. 나는 서류를 만들거나 논문을 쓰지 않아요. 나는 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루를 누린 이야기를 글 한 자락에 살포시 얹어요.

 


- ‘돌이나 찰흙은 고기와는 다르다. 하물며 생명이라면 더욱더.’ (70쪽)
- ‘어라? 여긴 어디지? 아름답다.’ ‘하라다, 하라다.’ ‘어?’ ‘알아듣겠어? 나야.’ ‘마유미. 마유미니?’ ‘네 수신능력은 정말 대단하구나. 안녕, 잘 지내야 해.’ ‘자, 잠깐만!’ (99쪽)


  이와아키 히토시 님이 그린 만화책 《뼈의 소리》(애니북스,2006)를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뼈가 부르는 소리, 뼈가 지르는 소리, 뼈가 내는 소리, 뼈가 들려주는 소리, 뼈가 부서지는 소리, 뼈가 허물어지는 소리, 뼈가 녹는 소리, 뼈에 담긴 소리 …… 들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내 뼈는 나한테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옆지기 등판을 주무르거나 아이들 팔다리를 주무르며 생각합니다. 내 살붙이들 몸은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가. 이 작은 아이들은 하루하루 얼마나 자라면서 이 작은 몸을 이루는 뼈가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가.

 

 


- “구멍 뚫린 두개골 같은 거 그리면 재미있어?” “…….” “어, 아니, 그거 말고도 좀더 예쁜 꽃이나 사과 같은 것도 있잖아.” “형태가 변해 가는 건 싫어. 특히 생물 따윈.” (172쪽)
- “나카무라는 가족이 죽거나 하면, 당연히 울겠지?” “어, 응, 그야 그렇겠지. 넌 안 울어?” “응.” (179쪽)


  마을 들새와 멧자락 멧새가 우리 집 마당으로 뻔질나게 찾아듭니다. 들새와 멧새는 우리 집 마당 한켠 후박나무에 앉아서 바삐 배를 채웁니다. 새들은 후박열매를 맛나게 따먹습니다. 새들은 후박열매가 좋은 줄 아니까 따먹겠지요. 우리 집 뒤꼍 뽕나무에도 앉아, 높은 가지에 달린 오디를 바지런히 따먹기도 합니다. 나는 들새와 멧새를 말끄러미 바라봅니다. 새들이 맛나게 먹으니 사람도 맛나게 먹을 만하겠지요. 내가 후박알이랑 오디를 홀랑 땄으면 새들은 우리 집에서 먹이를 못 찾고는 다른 데를 누비겠지요.


  후박나무는 열매를 맺어 향긋한 내음으로 새들을 부릅니다. 나는 후박나무를 늘 즐겁게 올려다보면서 어떤 새들이 이 나무한테 찾아들까 하고 마음으로 부릅니다. 새들이 후박나무 가지에 앉아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날개가 나뭇잎 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열매를 똑똑 끊는 소리를 듣습니다. 배불리 먹은 새들이 다시 날갯짓 신나게 하면서 멀리멀리 날아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날마다 재미있습니다. 나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할 적에 내 하루는 날마다 재미있습니다. 이것을 하거나 저것을 해야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푸근하고 생각이 환할 적에 언제나 재미있구나 싶어요. 어떤 놀이나 일을 해야 보람찬 하루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생각으로 짓는 하루요, 하루하루 누리며 새삼스레 짓는 생각입니다. 생각이 밝히는 하루요, 하루하루 즐기며 새롭게 밝히는 생각입니다.


  이와아키 히토시 님은 당신 나름대로 지은 생각이 있어 만화를 그릴 수 있었고, 당신 깜냥껏 밝히던 생각이 있어 이렇게 《뼈의 소리》를 내놓을 수 있었겠지요.


  마음으로 듣는 소리를 만화로 담습니다. 마음으로 부르는 소리를 만화로 그립니다. 마음으로 나누는 소리를 만화로 옮깁니다. 마음으로 빛내는 소리를 만화로 살립니다. (4345.6.30.흙.ㅎㄲㅅㄱ)

 


― 뼈의 소리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김완 옮김,애니북스 펴냄,2006.8.16./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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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02] 똑똑, 누구셔요

 

  “똑똑, 누구십니까. 꼬마입니다.” 하고 첫머리를 여는 어린이노래를 아이하고 함께 부릅니다. 이 노래를 듣고 부르는 아이들은 누구나 방문을 열기 앞서 ‘똑똑’ 두들긴 다음 안쪽에서 “누구셔요?” 하고 묻는 소리를 기다리겠지요. 아이가 방에 있을 적에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들긴다면, 아이는 문 바깥에 대고 “누구셔요?” 하고 묻겠지요. 엊저녁 읍내 고흥고등학교에 볼일이 있어 찾아가서는 이곳 선생님 두 분을 뵙고 ‘국어교사실’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등학교가 참 시원스레 생겼고, 교실이며 골마루가 참 환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예전하고 견주니 참 밝고 상큼해요. 그런데 국어교사실 문 한쪽에 ‘노크’ 하고 들어오라는 쪽글이 하나 붙습니다. 얼핏 스치듯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아무한테도 ‘국어교사실 노크 쪽글’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말마디는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느낄 노릇이거든요.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누구나 어릴 적에는 ‘노크’보다는 ‘똑똑’이라는 소리말을 듣고 자랐을 테니, 아이들 스스로 어떤 말로 생각을 드러내어 나눌 때에 아름다울까 하고 돌아볼 수 있어야 해요. 그나저나, 우리 집 다섯 살 아이하고 고등학교에 찾아가 골마루를 지나는데, 이곳 아이들이 우리 아이를 바라보며 귀엽네, 하다가는 한 아이가 “장화 신었네.” 하고 말하는데, 곁에 있던 다른 아이는 “와, 레인부츠네.” 하고 말합니다. (4345.6.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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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숟가락 글쓰기

 


  밥을 하고 국을 할 때에 으레 숟가락을 쓴다. 지짐판에 무얼 지지거나 무칠 때에도 으레 숟가락을 쓴다. 달걀을 부치거나 달걀말이를 할 때에는 뒤집개를 쓰지만 여느 때에는 그냥 숟가락을 쓴다. 밥냄비에서 밥을 풀 때에도 숟가락을 쓴다. 버릇이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숟가락이 손에 익다 보니 다른 연장보다 숟가락을 쓸 때에 한결 수월하다. 그렇다고 다른 연장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다른 연장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 찬찬히 쓰다 보면 알뜰살뜰 잘 익힐 만하겠지. 그런데 내 몸은 버릇처럼 숟가락을 먼저 집는다. 다른 연장보다 숟가락에 손이 먼저 간다.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기보다, 몸은 그저 저절로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


  굳은 몸이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아주 저절로 움직이는 몸이란 나를 스스로 지키는 몸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나 스스로 내 몸을 제대로 아끼거나 사랑하자면, 저절로 움직이는 결보다 가장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찾아야지 싶다. 사람들이 ‘버릇’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얄궂거나 뒤틀린 말투를 안 바로잡거나 안 가다듬으면서 함부로 쓰는 일이랑 내가 숟가락으로 밥을 하는 일이란 무엇이 다를까. 사람들이 국립공원 바닷가에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버릇이랑 내 버릇이랑 얼마나 다를까. 나는 버릇처럼 걷고 버릇처럼 자전거를 타지만, 여느 사람들은 버릇처럼 자가용 열쇠를 찾아 부릉부릉 몰며 가까운 나들이가 되든 먼 나들이가 되든 움직인다.


  나는 버릇이 아닌 삶을 헤아릴 사람이다. 나는 익숙한 결이 아니라 아름다운 결을 살필 사람이다. 나는 굳어진 대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라 슬기롭게 움직일 사람이다. (4345.6.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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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보는 눈 185 : 가장 좋은 책을 읽기

 


  나는 언제나 내 마음으로 느낄 ‘가장 좋은 책’을 읽습니다. 나는 둘째로 좋다고 여기거나 셋째로 좋다고 느끼는 책은 안 읽습니다. 언제나 그때그때 내 마음에 가장 좋다고 여기거나 느낄 책을 읽습니다. 다만, 오늘 내가 가장 좋다고 여기거나 느낄 책을 읽는다지만, 며칠이 지나고 보면 오늘 읽은 책보다 모레나 글피에 읽을 책이 한결 좋다고 여기거나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레가 지나고 보름이 지난 뒤 돌아보면, 예전에 가장 좋다고 느끼거나 여기며 읽던 책이 여러모로 후줄근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오늘 이곳에서 가장 좋다고 여기는 책을 장만해서 가장 좋은 넋을 추슬러 가장 좋은 손길로 책장을 넘깁니다.


  나는 언제나 내 몸으로 느낄 ‘가장 좋은 밥’을 먹습니다. 나는 둘째나 셋째로 좋은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노상 가장 좋다고 여기거나 느낄 밥을 먹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보금자리가 나로서는 가장 좋다고 여길 보금자리이지, 둘째나 셋째로 좋다고 여길 데가 아닙니다. 더없이 마땅한데, 이럭저럭 괜찮거나 이냥저냥 낫다 싶은 삶을 누릴 수 없습니다. 나들이를 다니든 먼먼 여행을 하든, 가장 가고 싶은 데를 골라 가장 누리고 싶은 하루를 누립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가장 빛나는 슬기와 깜냥으로 내 꿈을 펼칩니다.


  《람타, 현실 창조를 위한 입문서》(아이커넥,2012)를 읽습니다. 《아나시타시아 6 : 가문의 책》(한글샘,2011)을 읽습니다. 사람들마다 달리 받아들일 텐데, 어떤 분한테는 마음에 아무것 남기지 못하는 책이 될는지 모르나, 나한테는 내 넋을 새롭게 가꾸고 착하게 돌보는 길잡이책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만화책 《악마와 러브송》 열석 권을 챙겨서 읽고, 만화책 《나츠코의 술》 열두 권 또한 챙겨서 읽습니다. 나는 만화책을 모두 온돈을 치러 깨끗한 판으로 장만합니다. 글책이든 그림책이든 사진책이든 한 번 읽고 그치는 일이 없습니다. 만화책도 한 번 읽고 덮지 못합니다. 옆지기와 함께 읽고 아이들도 뒷날 함께 읽습니다. 곧, 적어도 네 사람이 한두 차례는 읽을 책입니다. 만화책이라서 아무 만화책이나 장만할 수 없을 뿐더러, 그림책이라서 ‘유치’한 책일 수 없어요. 늘 가장 예쁘고 빛나는 넋을 담는 책이요, 한결같이 마음을 살찌우면서 북돋우는 책이에요.


  가장 좋다고 여기는 책을 장만하는 만큼, 나는 내 주머니 가장 좋은 돈을 꺼내어 책값을 치릅니다. 내가 가장 좋은 땀을 흘려 번 돈으로 내가 가장 좋다고 여기는 책을 장만합니다. 내가 가장 좋다고 여기는 보금자리에서 내가 가장 좋다고 여기는 말미를 마련해서 읽습니다.


  내가 사랑할 짝꿍이란 나 스스로 가장 사랑할 짝꿍입니다. 사랑스러운 짝꿍과 누리는 하루란 가장 사랑스러운 나날입니다. 콩 한 알을 심든 벼 한 포기를 심든 가장 좋은 논밭에서 가장 좋은 땀을 흘립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가장 좋은 목숨물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을에 가장 좋은 여름비가 내려, 가장 좋게 흙을 적시고 가장 좋게 도랑물이 흐릅니다. 논개구리는 가장 좋은 목청을 뽑아 가장 좋은 노래를 부릅니다. 깊은 밤 가장 좋은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내 곁 가장 좋은 살붙이하고 가장 좋은 꿈을 꾸며 잠듭니다. (4345.6.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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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글을 다 쓰고서 다음 권을 주문할까 싶었으나, 나 스스로 가장 좋은 넋으로 읽는 책이라 한다면, 다 읽고 나서 몇 달이 지난 뒤에도 사랑스레 쓸 느낌글이 되리라 믿는다. 만화책 '불새'도 외전만 남기고 다 읽지 않았던가. '나츠코의 술' 11권까지 내처 읽고 나서 12권을 주문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만화책을 그린 만화쟁이한테 고맙다는 인사말을 올린다. 이토록 아름다운 만화책을 알아볼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운 마음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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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코의 술 애장판 12
오제 아키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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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6월 3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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