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글쓰기

 


  밥을 하고 국을 할 때에 으레 숟가락을 쓴다. 지짐판에 무얼 지지거나 무칠 때에도 으레 숟가락을 쓴다. 달걀을 부치거나 달걀말이를 할 때에는 뒤집개를 쓰지만 여느 때에는 그냥 숟가락을 쓴다. 밥냄비에서 밥을 풀 때에도 숟가락을 쓴다. 버릇이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숟가락이 손에 익다 보니 다른 연장보다 숟가락을 쓸 때에 한결 수월하다. 그렇다고 다른 연장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다른 연장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 찬찬히 쓰다 보면 알뜰살뜰 잘 익힐 만하겠지. 그런데 내 몸은 버릇처럼 숟가락을 먼저 집는다. 다른 연장보다 숟가락에 손이 먼저 간다.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기보다, 몸은 그저 저절로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


  굳은 몸이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아주 저절로 움직이는 몸이란 나를 스스로 지키는 몸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나 스스로 내 몸을 제대로 아끼거나 사랑하자면, 저절로 움직이는 결보다 가장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찾아야지 싶다. 사람들이 ‘버릇’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얄궂거나 뒤틀린 말투를 안 바로잡거나 안 가다듬으면서 함부로 쓰는 일이랑 내가 숟가락으로 밥을 하는 일이란 무엇이 다를까. 사람들이 국립공원 바닷가에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버릇이랑 내 버릇이랑 얼마나 다를까. 나는 버릇처럼 걷고 버릇처럼 자전거를 타지만, 여느 사람들은 버릇처럼 자가용 열쇠를 찾아 부릉부릉 몰며 가까운 나들이가 되든 먼 나들이가 되든 움직인다.


  나는 버릇이 아닌 삶을 헤아릴 사람이다. 나는 익숙한 결이 아니라 아름다운 결을 살필 사람이다. 나는 굳어진 대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라 슬기롭게 움직일 사람이다. (4345.6.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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