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02] 똑똑, 누구셔요

 

  “똑똑, 누구십니까. 꼬마입니다.” 하고 첫머리를 여는 어린이노래를 아이하고 함께 부릅니다. 이 노래를 듣고 부르는 아이들은 누구나 방문을 열기 앞서 ‘똑똑’ 두들긴 다음 안쪽에서 “누구셔요?” 하고 묻는 소리를 기다리겠지요. 아이가 방에 있을 적에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들긴다면, 아이는 문 바깥에 대고 “누구셔요?” 하고 묻겠지요. 엊저녁 읍내 고흥고등학교에 볼일이 있어 찾아가서는 이곳 선생님 두 분을 뵙고 ‘국어교사실’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등학교가 참 시원스레 생겼고, 교실이며 골마루가 참 환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예전하고 견주니 참 밝고 상큼해요. 그런데 국어교사실 문 한쪽에 ‘노크’ 하고 들어오라는 쪽글이 하나 붙습니다. 얼핏 스치듯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아무한테도 ‘국어교사실 노크 쪽글’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말마디는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느낄 노릇이거든요.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누구나 어릴 적에는 ‘노크’보다는 ‘똑똑’이라는 소리말을 듣고 자랐을 테니, 아이들 스스로 어떤 말로 생각을 드러내어 나눌 때에 아름다울까 하고 돌아볼 수 있어야 해요. 그나저나, 우리 집 다섯 살 아이하고 고등학교에 찾아가 골마루를 지나는데, 이곳 아이들이 우리 아이를 바라보며 귀엽네, 하다가는 한 아이가 “장화 신었네.” 하고 말하는데, 곁에 있던 다른 아이는 “와, 레인부츠네.” 하고 말합니다. (4345.6.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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