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마루똥

 


  어린 산들보라가 바지에 쉬를 한다. 바지를 벗기고 마룻바닥을 걸레로 훔친다. 오줌으로 젖은 바지를 곧장 빨거나 대야에 담근다. 어린 산들보라는 이동안 새삼스레 쉬를 더 누기도 하고 똥을 누기도 한다. 마침 바지를 벗은 때라 오줌이든 똥이든 바닥에 질펀하게 흐른다. 어린 산들보라가 눈 똥을 치우며 생각한다. 밥을 잘 안 먹는 듯하더니 그래도 먹기는 먹었으니 이렇게 수북하게 똥을 눌 테지. 언제나 똥오줌 치우기에 바쁘지만, 마룻바닥 한복판에 질펀히 눈 똥을 치우다가 사진 한 장 남긴다. (4345.7.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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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접기 어린이

 


  빛종이를 접는다. 집을 만들고 네모를 만든다. 천천히 어떤 꼴 하나를 이룬다. 바지런히 손을 놀리고, 접힌 종이가 쌓인다. 아이 뒤에 서서 어깨너머로 가만히 바라본다. (4345.7.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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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7-01 10:33   좋아요 0 | URL
한참 종이접기에 재미들릴 때네요^^

파란놀 2012-07-02 19:52   좋아요 0 | URL
종이접기뿐 아니라 종이오리기에도
마음을 쏟더라구요...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296) 향하다向 15 : 위를 향하고 있었다

 

먼저 화분의 풀을 둘러봤더니 놀랍게도 낮에는 축 늘어져 있던 잎들이 꼿꼿하게 위를 향하고 있었다
《우오즈미 나오코/오근영 옮김-원예반 소년들》(양철북,2012) 19쪽

 

  “화분(花盆)의 풀을 둘러봤더니”는 “화분에 있는 풀을 둘러봤더니”나 “꽃그릇에서 자라는 풀을 둘러봤더니”나 “꽃그릇에 난 풀을 둘러봤더니”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축 늘어져 있던”은 “축 늘어졌던”으로 손질하고, “-하고 있었다”는 “-했다”로 손질합니다.


  익숙하게 쓰는 말투를 굳이 다듬거나 손질하지 않아도 된다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익숙하게 쓰는 말투인 만큼 사랑스레 다듬거나 어여삐 손질할 때에 한결 빛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주 쓰는 말투이기에 이냥저냥 그대로 둘 수 있지만, 자주 쓰는 말투인 만큼 한껏 싱그러이 빛나도록 가다듬거나 추스를 수 있어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생각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바뀝니다. 고칠 수 없다고 여기면 고칠 수 없습니다.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고칠 수 있습니다. 비틀린 정치나 사회를 고칠 수 없다고 여기면 고칠 수 없으나, 슬픈 굴레와 틀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고칠 수 있어요.

 

 잎들이 꼿꼿하게 위를 향하고 있었다
→ 잎들이 꼿꼿하게 섰다
→ 잎들이 꼿꼿하게 위로 뻗었다
→ 잎들이 꼿꼿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 잎들이 꼿꼿하게 하늘로 곧게 뻗었다
→ 잎들이 꼿꼿하게 하늘을 보았다
 …

 

  ‘向하다’ 같은 외마디 한자말이야 이냥저냥 쓸 수 있습니다. 이 한 마디를 가다듬을 줄 안대서 더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향하다’ 같은 외마디 한자말은 얼마든지 씻을 수 있습니다. 이 한 마디를 비롯해 숱한 얄궂은 외마디 한자말을 말끔히 털 수 있습니다.


  이냥저냥 쓴대서 나쁜 말투는 아닙니다. 그저, 생각이 모자랄 뿐입니다. 스스로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니 그대로 둘 뿐이요, 스스로 더 널리 헤아리지 못하니 그냥 쓸 뿐입니다.


  생각할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랑할 수 있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살아갈 수 있어야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생각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삶을 낳으며 삶은 아름다움을 낳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낳지 못하고, 생각하는 사람일 때에 아름다움을 낳습니다.


  나라말을 지킨다거나 겨레말을 북돋운다는 거룩한 뜻 때문에 글다듬기나 말다듬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내 삶을 생각하고 내 넋을 사랑하면서 내 하루를 아름다이 누리고 싶으니 글다듬기나 말다듬기를 합니다. (4345.7.1.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먼저 꽃그릇에서 자라는 풀을 둘러봤더니, 놀랍게도 낮에는 축 늘어졌던 잎들이 꼿꼿하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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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안 곳곳마다 보금자리를 이루는 새들이나 벌레들이나 짐승들이나 푸나무들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책 하나로 묶어 내는 흐름이 곱게 이어지면 좋겠다.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제주 탐조일기
김은미.강창완 지음 / 자연과생태 / 2012년 7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7월 0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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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스캐너 소리 듣는다

 


  얼마만에 듣는 필름스캐너 소리인지 모릅니다. 몇 달만에 필름스캐너를 돌리는가 가만히 어림합니다. 한 해 남짓 묵힌 필름을 현상소에 맡겨 사흘만에 받고는 이른아침에 필름 한 통 여섯 장씩 필름스캐너에 앉힙니다. 가장 크게 긁는 사진파일이기에 여섯 장을 파일로 긁기까지 꽤 오래 걸립니다. 서른여섯 장을 모두 긁으려면 한 시간 이삼십 분 남짓 걸립니다. 필름 여섯 장을 필름스캐너에 앉히고 빨래를 하더라도 스캐너는 그대로 천천히 움직입니다. 필름 한 장 크기는 고작 35밀리미터. 35밀리미터 필름 한 장을 파일로 긁기까지 몇 분 걸립니다. 필름스캐너는 아주 꼼꼼히 아주 천천히 아주 낱낱이 아주 찬찬히 이야기 하나 빚습니다. 사진기에 필름을 감아 찍을 때에도 더디 걸리고, 다 찍은 필름을 빼내어 현상을 맡길 적에도 더디 걸리지만, 현상된 필름을 필름스캐너에 앉혀 파일을 이루기까지 또 더디 걸립니다.


  나는 더디 걸리는 오랜 길을 더 좋아하거나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더디 걸리며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알아채고 몇 번 손길을 타면 금세 태어나는 디지털파일이라 해서 안 아름답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스스로 아름다운 넋이라면 어떠한 기계로 찍는 사진이든 모두 아름답습니다. 더구나, 내가 쓰는 필름사진기는 ‘아주 값진’ 기계라거나 ‘값진’ 기계는 아닙니다. 낮고 작은 기계입니다. 그래, 돈셈으로 치면 낮고 작은 기계라 할 텐데, 나는 내가 쓰는 필름사진기한테 늘 말을 겁니다. 나는 네가 좋아. 나는 네가 사랑스러워. 나는 네가 믿음직해.


  나한테 필름사진기를 빌려준 분이 이 사진기에 담은 꿈과 사랑을 생각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나한테 필름값을 빌려준 분이 이 필름마다 담은 꿈과 사랑을 헤아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필름스캐너는 아주 천천히 움직입니다. 어느 한 가지 이야기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꼼꼼히 써레질을 합니다. 흙일꾼 할배는 소를 몰아 논을 갈고, 나는 필름을 필름스캐너에 앉혀 내 사랑을 꿈꿉니다. 좋습니다. 이 소리를 들으며 사진 하나 태어나는 날을 맞이하고 싶어 사진을 찍는지 모르겠습니다. (4345.6.3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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