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베개 글쓰기

 


  여수에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아이한테 팔베개랑 무릎이불 베풀어 새근새근 재운다. 팔베개를 한 손으로 빈책을 살며시 받친다. 다른 한 손에 연필을 쥔다. 천천히 꾹꾹 눌러 글을 쓴다. 버스 창밖으로 빗소리를 듣는다. 바깥에는 바람이 볏포기를 살랑이는 소리 가득하겠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온통 푸른 숲과 들이 우거져 마음이 좋다. (4345.7.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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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개구리는
고른 목소리
한밤 내내
노래하고요,

 

아버지는
고단한 목청
한 시간 즈음
자장노래 부르다
픽 곯아떨어져요.

 


4345.6.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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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개기와 책읽기

 


  빨래를 갠다. 갤 빨래가 참 많다. 궂은 날씨에 제대로 안 마른 빨래를 해가 쨍쨍 난 날 말리는 한편, 새 하루에 새롭게 한 빨래가 모이니 얼추 사흘치 빨래쯤 되는 듯하다. 그래도 이럭저럭 둘째 바지를 입힐 만큼 옷이 된다. 지난달 즈음, 둘째 옷을 한 상자 얻지 못했으면 아마 둘째 바지를 제대로 못 입혔을는지 모르겠다고 느낀다. 아니, 이렇게 옷을 못 얻었으면, 둘째 오줌가리기를 늦추면서 낮에도 늘 기저귀를 대야 했겠지. 오줌가리기를 하는 때라 낮에는 기저귀를 푼 채 두니 둘째 바지 빨래가 날마다 수북하게 나온다.


  개야 할 빨래를 방바닥에 죽 펼친다. 첫째 아이는 아버지가 빨래를 개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도 “나도 갤래.” 하고 나서지 않는다. 그동안 으레 “나도 개야지.” 하면서 옆에 달라붙더니, 개야 할 빨래가 수북하게 쌓여서 한숨을 쉬는 아버지 옆에 오늘 따라 안 달라붙는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왜 한숨을 쉬니. 집에서 집일 거들 사람이 없어서? 천천히 개면 되잖아. 빨래 개는 데에 한 시간이 걸리니? 한 시간 걸리면 어떠니? 느긋하게 하면 되잖아. 나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되어 즐겁게 옷을 개지 못하면, 이 옷을 입을 사람한테도 좋지 못한 마음이 스며들잖아. 나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되어 예쁘게 옷을 갤 때에, 이 옷에도 좋은 숨결과 예쁜 손길이 깃들 수 있잖아.


  빨래를 개는 아버지 곁에서 첫째 아이가 작은 책을 펼친다. 손으로 인형 만드는 이야기가 실린 일본 손바닥책이다. 얼추 마흔 해 남짓 묵은 오래된 책이다. 아이는 이 책에 실린 사진이 예쁘다면서 엎드려서 읽는다. 처음에는 엎드려서 읽더니, 곧 드러누워서 읽는다. 참 좋구나. 참 느긋하구나. 그래, 책은 좋은 몸과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야 몸과 마음에 새록새록 스며들겠지.


  나는 빨래를 개고 아이는 책을 읽는다. 나는 빨래를 차곡차곡 개다가는 사진 몇 장을 찍고 아이는 책을 읽는다. 나는 빨래를 다 개고 아이는 책을 읽는다. 이제 나는 등허리가 쑤시고 결려 옆방으로 건너가 자리에 드러눕는다. 아이는 내도록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4345.7.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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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1
이즈미 카네요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나라, 어떤 사람
 [만화책 즐겨읽기 163] 이즈미 카네요시, 《여왕의 꽃 (1)》

 


  경상남도 밀양 시골마을에서 송전탑을 안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할아버지 세 사람한테 한국전력이 손해배상 10억 원을 물리도록 하려는 소송을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비로소 이 나라 법률 한 가닥을 압니다. 시골에서 논밭을 일구는 할아버지들은 마땅히 당신 삶자리를 지키고 싶을 뿐 아니라, 송전탑이 서고 난 뒤 생길 끔찍한 전자파가 싫습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이런 할아버지들 말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한국전력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하루 손해배상 100만 원을 벌금으로 물리도록 하겠다’ 한 마디입니다.


  법률에 따르면, 한국전력에서 송전탑을 세우려 할 때에는 땅을 ‘강제수용’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도시에서는 어떠할는지 모르나, 시골에서는 한국전력한테 땅을 아주 값싸게 팔고 집을 떠나야만 하는 셈입니다. 이 나라 법이 이렇습니다. 송전탑이 삶터보다 훨씬 대단하니까, 또 시골마을 살림집이야 몇 안 되니까, 게다가 전자파가 논밭 곡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모른다고 하니까, 좀 망가뜨리면 돈으로 갚아 주면 된다 하니까, 법률은 그저 한국전력 송전탑만 지켜 줍니다. 이 나라 사람들을 지켜 주지 않고, 이 나라 시골과 흙일꾼을 지켜 주지 않습니다.


- “요즘 주방에 자양분이 많은 고가의 음식이 있을 때만 생쥐가 나타난다 들었습니다만.” “음.” “근간, 구제작업을 좀 해야겠군요.” ‘죽이겠다고?’ “황비께, 어머님께 전하시지요. 이 아궁은 넓습니다. 속히 나에게 정비 자리를 넘기면, 쥐새끼 모녀쯤은 이곳에 살게 해 줄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18∼19쪽)
- “잘 알았습니다. 토비마마께선 바보라는 걸요. 누가 정비인지는 아왕이신 아바마마다 정하실 일, 저나 어머니께 아무리 말씀하신들 소용이 없지요. 어머니의 처소를 햇볕조차 들지 않는 협소한 곳으로 옮기고 끼니때 상을 안 들이는 그런 짓은.” (20∼21쪽)

 

 

 

 

 


  이 나라에서 도시를 새로 짓거나 넓히는 흐름을 헤아립니다. 이 나라에서는 도시를 새로 짓거나 넓힐 때에 으레 시골마을을 잡아먹습니다. 시골 논밭을 사들여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덮습니다. 논과 밭과 냇물과 멧자락을 몽땅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바꿉니다.


  그런데, 도시를 새로 짓거나 넓히면서, 여러 가지 시설을 함께 두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도시 아파트에서 날마다 버리는 똥오줌과 쓰레기를 건사하는 시설을 곁에 함께 두지 않습니다. 도시 아파트나 가게에서 쓰는 전기를 댈 발전소를 곁에 함께 두지 않습니다. 도시 아파트나 가게에서 쓰는 물을 가두는 댐을 곁에 함께 두지 않습니다. 도시사람은 도시가스를 쓰는데, 도시에는 가스관만 들어가지, 가스기지가 함께 들어가지 않습니다. 도시는 늘 자동차로 움직이는데, 막상 정유공장을 곁에 두지 않습니다. 도시는 스스로 물건을 만들지 못하니까 사다가 쓰지만, 정작 공장을 도시 곁에 함께 두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도시는 도시 곁에 논밭이랑 숲을 함께 두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도시라 하더라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어요. 밥이 없으면 도시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도시는 스스로 논밭을 일구지 않아요. 도시는 곁에 논밭을 두지 않아요. 너무 마땅한 소리인지 모르나, 도시가 서면 도시에서 쏟아지는 쓰레기와 매연과 찌꺼기와 먼지 때문에, 도시 가까운 논밭에서 ‘맑고 좋은 곡식이나 푸성귀나 열매’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되도록 도시하고 멀리 떨어진 논밭에서 ‘맑고 좋은 곡식이나 푸성귀나 열매’를 거두어야 해요. 도시에서 흐르는 끔찍한 매연과 먼지와 쓰레기와 찌꺼기에서 홀가분할 만한 조용하고 한갓진 시골에서야 ‘밥’을 일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도시하고 멀리 떨어진 시골에 공장을 짓거나 발전소를 짓거나 쓰레기매립지를 두거나 댐을 짓는 일은 몹시 나쁩니다. 이렇게 하면 ‘도시사람이 먹을 밥을 더럽히는’ 꼴이거든요. 도시사람이 좋은 밥을 즐겁게 먹고 싶으면, 모든 위험시설과 위해시설과 공장과 발전소 같은 시설이야말로 도시 가까이에 두고, 도시사람 먹을 밥과 물을 낳는 시골 자연은 가장 깨끗하게 건사해야 올바릅니다.


- “날 ‘하늘의 색’이라고 말하는 건 처음 들었어. 난 널 주인으로 삼을 거야. 여기저기 팔려 다니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28쪽)
- “공주, 한동안 못 본 사이 아름다워지셨구려. 과연 미남미녀, 그것밖에 볼 것 없는 소국 황의 정실의 피를 이어받은 공주답군요.” “감사합니다. 토비마마처럼 값비싼 옷이나 고운 연지도 없고, 가진 건 미색뿐이래서요.” (50쪽)

 

 

 

 

 


  칠월로 접어든 시골마을 저녁에 개구리 노랫소리 거의 안 들립니다. 풀벌레 노랫소리 곳곳에서 드문드문 들릴 뿐, 개구리는 무척 조용합니다. 개구리는 우는 철에만 반짝 빛나듯 울 뿐, 다른 때에는 조용히 살아갈까요. 풀벌레와 들새와 멧새는 한 해 내내 꾸준히 노래를 들려주는데, 개구리는 그야말로 한철 반짝이듯 노래를 들려줄까요.


  시골에서 살아가기에 느끼는데, 나는 개구리도 새도 벌레도 노래를 한다고 느낍니다. 바람이 들판을 흔들어 푸른 물결을 이루며 불 적에도, 나뭇가지를 흔들어 나뭇잎이 팔랑팔랑 빛날 적에도, 바람노래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내 귀를 간질이면서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리는 모두 노래라고 느낍니다.

  내 목소리도 노래가 될 만합니다. 옆지기와 아이들 목소리도 노래가 될 만합니다. 아니, 사람들 누구나 노래를 부르며 살아간다 할 만합니다. 말하는 사람이란 노래하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느낍니다. 사람들이 읊는 말이란 모두 시요, 노래이며, 춤이자 꿈이라고 느낍니다.


  다만, 오늘날 도시 문명사회에서는 스스로 노래가 되고 시가 되며 춤과 사랑이 되는 말을 나누는 사람이 자꾸 줄어드는구나 싶어요. 스스로 노래 같은 말을 나누려는 사람이 자꾸 사라지는구나 싶어요. 스스로 아름다이 노래하며 삶과 사랑을 북돋우려는 사람이 자꾸 잊혀지는구나 싶어요.


- “토뿐 아니라 황 역시 아의 동맹국입니다. 정비인 황비의 딸을 안 내보낼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전 아버님께서 말을 걸어 주셔서 기쁩니다.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49쪽)
- “내가 토비에게 이기든 지든, 곧 전란이 닥칠 거야. 하지만, 사실 난 천하의 정세 따윈 아무래도 좋아. 내가 이기고 싶은 건 소중한 존재를 위해서야. 그리 오래는 살 수 없는 어머니를 위해서 …… 한순간이라도 좋아. 어머니가 아국으로 시집오길 잘했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 나를 낳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 (56∼57쪽)

 

 

 

 

 


  이즈미 카네요시 님 만화책 《여왕의 꽃》(대원씨아이,2010) 첫째 권을 읽습니다. ‘역사에 있는’ 이야기인지 ‘역사에 없는’ 이야기인지 알 길은 없으나, 아무튼 퍽 먼 옛날 옛적 어느 무렵 이야기를 그린 《여왕의 꽃》입니다. 먼먼 옛날 네 나라가 서로 치고받으면서 겉보기로만 평화를 지킬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늘 전쟁을 일삼으면서 겨우 버티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리하여, 임금 자리에 있는 사람이든, 임금을 모시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든, 여느 살림을 꾸리는 사람이든, 누구라도 느긋하거나 사랑스레 살아가지 못합니다.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든, 더 많은 돈을 거머쥐든, 무언가 서로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얼거리가 됩니다. 서로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밥을 나누거나 꿈을 나누거나 생각을 나누는 흐름이 못 됩니다.


  먼먼 옛날 어느 네 나라는 왜 군대를 일으켜 서로서로 쳐들어가려 할까요. 먼먼 옛날 어느 네 나라 임금 자리는 왜 생겼을까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어느 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전쟁무기를 만들거나 높은 성벽을 쌓아야 나라를 지킬까요. 나라를 지킨다 할 때에는 무엇을 지키기에 ‘나라 지키기’라 말할 만한가요. 임금 한 사람을 살리고자 백성 백 사람이나 만 사람쯤 죽어도 ‘나라 지키기’라 말할 만한가요.


- “그럼 왜 그대들은 하쿠세이를 꺼리지? 같은 물을 마신다고 해서 털 색깔이 옮진 않아. 그건 사람이나 말이나 마찬가지. 사람은, 자신과 다른 걸 두려워하게 마련이지. 미지의 대상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건 당연해. 하지만, 그 공포의 정체를 들여다보면 그냥 울보 꼬마일지도 몰라.” (131∼132쪽)
- “소국일지 몰라도 성도 마을도 매우 아름다운 나라. 난 이 나라에 폐를 끼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허나 아녀자를 탓하는 그 비겁한 모습을 보니, 과연 침공당할 만한 나라로군요.” (143∼144쪽)

 

 

 

 


  나와 옆지기와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 나라를 헤아려 봅니다. 이 나라는 참말 어떤 나라일까 헤아려 봅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아끼는 나라라 할 만한지, 서로가 서로를 시샘하거나 미워하는 나라라 할 만한지, 서로가 서로를 돕고 보살피는 나라라 할 만한지, 서로가 서로를 밟거나 등치려는 나라라 할 만한지 헤아려 봅니다.


  한겨레 남녘마을은 어떤 나라인가요. 한겨레 북녘마을은 어떤 나라인가요. 한겨레 살아가는 중국 한켠과 러시아 한켠과 중앙아시아 한켠은 어떤 나라인가요. 한겨레 살아가는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요.


  내 이웃은 누구이고, 내 동무는 누구인가요.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요. 모든 사람들이 전쟁무기나 싸움무기를 내려놓으면 곧바로 평화뿐 아니라 문화나 복지가 살아숨쉴 텐데, 모든 사람들이 도시를 내려놓고 문명사회를 내려놓는다면 이 나라 이 땅 이 겨레한테 얼마나 좋은 숲과 삶과 사랑이 시나브로 피어날 만할까 궁금합니다. (4345.7.10.불.ㅎㄲㅅㄱ)

 


― 여왕의 꽃 1 (이즈미 카네요시 글·그림,장혜영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10.8.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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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마을과 송전탑

 


  경상남도 밀양 시골마을을 가로지르는 송전탑을 못 놓도록 가로막은 시골 할아버지 세 사람한테 자그마치 ‘손해배상 10억’ 원을 물도록 해 달라는 고소장을 한국전력이 법원에 냈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시골에서 논밭을 부치는 할아버지한테 ‘하루 100만 원’씩 손해배상을 하라고 말했다는데, ‘법률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송전탑을 지으려 할 때에는 ‘땅을 강제수용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골마을 할아버지들은 당신 논밭을 지킬 뿐 아니라, 송전탑이 설 때에 생기는 무시무시한 전자파가 무서워 송전탑을 못 놓게 하려고 하는데, 할아버지 피를 말리고 죽음으로 내모는 법이요 한국전력이며 송전탑일 뿐 아니라, ‘도시에 모자라는 전기를 시골에 발전소를 지어 멀디먼 길을 송전탑을 세워 실어나르는 도시 문명사회 오늘날 얼굴’이라고 하겠다.


  밀양에 발전소가 있을까? 밀양에 발전소가 있다면 이 발전소는 전기를 어디로 보내려 하는가? 밀양 시골마을을 지나도록 한다는 송전탑은 왜 세워야 할까? 왜 도시에 발전소를 안 지어서 시골을 망가뜨리려 하나? 아니, 시골 논밭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멍에와 굴레를 뒤집어씌우는가? 흙을 일군 사람은 알 텐데, 논으로 삼거나 밭으로 삼을 만한 흙이 되도록 하려고, 흙일꾼은 열 해나 스무 해 땀을 흘린다. 때로는 더 긴 나날을 삽과 곡괭이와 괭이와 호미와 가래로 일구고 갈아서 기름진 땅으로 만든다. 논 한 뙈기나 밭 한 자락 공시지가는 무척 싸다 하겠으나, 이 값싼 땅이 논이나 밭이 되기까지 얼마나 살가운 숨결과 땀방울이 배었는지를 헤아릴 노릇이다. 돈으로 따질 수 없고, 돈으로 따지지 않는 사랑이 깃들었으니까.


  포스코 회사에서 전남 고흥 나로도에 지으려 하는 발전소를 떠올린다. 고흥군수는 발전소를 받아들이려 하는지 안 받아들이려 하는지, 하는 생각을 여덟 달이 지나도록 아직 안 밝힌다. 발전소를 지으면 발전소 둘레뿐 아니라, 송전탑이 설 마을도 망가지고,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이 흐르는 마을도 망가질 뿐더러, 발전소에서 내보내는 열폐수가 흐를 바닷마을도 망가진다.


  전남 고흥 나로섬은 안쪽 나로와 바깥 나로, 한자로 ‘내나로’와 ‘외나로’가 있는데, 안쪽 나로 한쪽에 있는 예쁜 시골, ‘소영마을’ 바닷가를 한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송전탑이 이 마을을 가로지르면, 또는 이 마을 옆 삼암산을 지나면, 이 예쁜 바닷마을은 어떻게 망가져야 할까. 발전소 매연과 열폐수에다가 송전탑이랑 전자파까지, 더더구나 발전소를 들락거릴 끝없는 자동차들이 뿜을 매연이랑 시끄러운 소리는, 고요하고 예쁜 바닷마을을 얼마나 무너뜨릴까. (4345.7.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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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7-09 22:53   좋아요 0 | URL
사진이 참 아름답네요.
그러게요, 얼마나 망가져야 할까요. 아휴.

파란놀 2012-07-10 03:04   좋아요 0 | URL
사진이 아름답다기보다,
사진으로 담긴 마을이 아름답습니다...

너무 커져 버린 도시가 작아지면서
시골로 바뀌지 않는다면,
더 커지려는 도시를 먹여살려야 하니
시골이 더 망가져야 해요...

책읽는나무 2012-07-13 17:57   좋아요 0 | URL
이쪽 시골도 버스 타고 지나다보니 큰 송전탑이 우뚝 우뚝~
밀양도 이쪽과 가까워 그송전탑들이 밀양과 연결될 것인가?
생각이 드는군요.ㅠ

파란놀 2012-07-14 05:00   좋아요 1 | URL
밀양이 아니더라도
송전탑은
한국 곳곳에 지나치게 아주 많답니다...

모두들 시골 논밭을 망가뜨리며 세운 녀석들이에요...

http://www.gh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77

이 글을 한 번 읽어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