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이리 자전거 달리고
저리 버스 달리며
그리 하염없이 걸어도

 

푸른 들판
푸른 숲
파란 하늘
파란 바다

 

눈이 상큼히 쉰다.
코가 맑게 쉰다.
귀가 곱게 쉰다.

 


4345.8.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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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책방 사람들

 


  커다란 책방이 새로 문을 연다든지, 커다란 책방이 이제 문을 닫는다든지, 이런저런 커다란 책방 이야기는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 같은 데에 으레 나오곤 합니다.


  조그마한 책방이 새로 문을 연다든지, 조그마한 책방이 이제 문을 닫는다든지, 이런저런 조그마한 책방 이야기는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 같은 데에 거의 안 나오곤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름난 몇몇 정치꾼 이야기만 맨 앞자리에 큼지막하게 다루는 신문이요 잡지이며 방송이에요. 이름이 안 난 정치꾼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는 신문이고 잡지이자 방송이에요. 신문·잡지·방송은 정치라든지 사회라든지 경제라든지 운동경기 이야기를 몹시 크게 다루지만, 이마저도 ‘가장 커다랗다 싶은 사람들’ 언저리에서만 맴돌아요.


  나는 신문을 읽지 않습니다. 나는 조그마한 시골마을 조그마한 보금자리 조그마한 사람입니다. 나는 잡지를 보지 않습니다. 나는 조그마한 살림집 조그마한 어버이 조그마한 사람입니다. 나는 방송을 보지 않습니다. 나는 조그마한 연필 조그마한 사진기 조그마한 주머니로 마실을 다니는 사람입니다.


  조그마한 동네헌책방 한 곳을 찾아갑니다. 버스와 기차와 택시를 갈아타며 일고여덟 시간을 달려 찾아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버스와 기차와 택시를 갈아타며 일고여덟 시간이 걸립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방을 일굽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방을 즐깁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을 손질해서 작은 책방에 갖춥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을 찾아 작은 책방을 드나듭니다.


  작은 책방 사람들은 신문기자도 방송기자도 만나지 않습니다.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를 만나 할 말이 없습니다. 작은 책방에는 100사람이나 200사람이 드나들지 못합니다. 작은 책방은 작은 책방에 걸맞게 작은 사람들이 오순도순 어울릴 수 있을 뿐입니다. 10만 사람이나 100만 사람한테 알려질 만한 작은 책방이 아닙니다. 굳이 1000만 사람한테 알려야 할 작은 책방이 아닙니다. 작은 마을에서 작은 사람 누구나 작은 손길로 사랑하며 아낄 때에 빛나는 작은 책방입니다. 그러니까, 신문글이나 잡지글 하나 없어도, 방송풀그림 하나 없어도, 작은 책방은 어연번듯하게 살림을 꾸려요. 작은 손길이 작은 책방을 살찌우고, 작은 마음이 작은 책을 보듬습니다. 작은 책방이 작은 책들을 아껴 책시렁에 예쁘게 꽂고는, 작은 책손이 작은 책방을 찾아오며 작은 주머니를 열어 작은 살림을 보탭니다.


  부산 연산동에서 작은 헌책방 〈다성헌책방〉 한 곳을 찾기는 퍽 힘들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스스로 작은 눈길 되고 작은 발걸음이 된다면 작은 사랑 깃든 작은 책쉼터를 작은 가슴에 담을 수 있으리라 느껴요. (4345.10.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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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코의 술 애장판 8
오제 아키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귀여운 벌레
 [만화책 즐겨읽기 184]  오제 아키라, 《나츠코의 술 (8)》

 


  가을 들판 나락이 예쁩니다. 누렇게 익는 벼나 누렇게 바래는 볏잎이나 모두 예쁩니다. 피를 뽑거나 김을 매는 일은 고단하다 하지만, 논에서 살아가는 거미나 개구리나 미꾸라지나 모두 예쁩니다. 논을 드나드는 참새나 멧새가 모두 예쁩니다. 새들이 내려앉는 나무가 모두 예쁩니다. 나무가 뿌리내리는 흙이 예쁩니다. 흙을 푸르게 채우는 들풀이 예쁩니다. 들풀을 둘러싸고 살아가는 풀벌레와 개미 모두 예쁩니다.


  예쁘지 않은 꽃이 없다 하지만, 예쁘지 않은 숨결이 없다고 느낍니다. 곧, 모두 예쁜 꽃이요, 모두 예쁜 숨결이며, 모두 예쁜 사람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아우르는 평등은 덧없다고 느껴요. 그저 모두 예쁜 사람일 뿐이에요. 어린이는 하늘이라 섬기면서 어른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도 되는 양 내동댕이치는 일은 달갑지 않아요. 어린이가 하늘이듯, 어린이가 자라서 되는 어른도 하늘이에요. 모든 사람은 스스로 하늘이요, 이웃과 동무 또한 저마다 하늘인 만큼, 하늘사람답게 사랑과 꿈을 키우며 얼크러질 노릇이라고 느껴요.


- “여태까진 아침을 안 먹고 다녔는데, 여기(논)서 한바탕 일하고 나면 얼마나 배가 고픈지 몰라.” (9쪽)
- “농활이라고 해서, 한 달에 2번 정도 오는데, 나로선 큰 도움이 돼. 다들 힘들어 하지만 꽤 즐거운가 봐. 그 사람들은 자기가 먹는 작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자라는지 배우고, 난 내가 지은 작물을 누가 먹는지 알 수 있지.” (116쪽)


  누런쌀을 씻어서 불릴 때면 쌀벌레가 여럿 나옵니다. 이들 쌀벌레는 쌀알을 파먹으며 목숨을 잇습니다. 나와 옆지기와 아이들은 쌀알에 깃든 숨결을 통째로 냠냠짭짭 먹으며 목숨을 잇습니다. 쌀벌레와 나는 서로 같은 목숨입니다. 쌀벌레와 나는 서로 같은 밥을 먹습니다. 쌀을 씻으면서 쌀벌레들을 물에 흘려 보낸다지만, 이들 쌀벌레는 모두 귀여운 벌레입니다. 왜냐하면 쌀을 씻어 식구들 밥을 차리려 힘쓰는 나부터 귀여운 어버이일 테니까요.


  텃밭에서 귀여운 풀을 뜯습니다. 때때로 귀여운 아이들이 아버지 곁에 쪼그려앉아 풀을 함께 뜯습니다. 귀여운 풀을 귀여운 손이 뜯고는, 귀여운 칼을 들고 귀여운 도마에 올린 다음 석석 썹니다. 귀여운 숟가락을 들고 휘휘 섞습니다. 귀여운 양념을 버무리거나 귀여운 된장으로 무칩니다. 귀여운 이로 우걱우걱 씹고, 귀여운 몸뚱이는 귀여운 밥을 귀엽게 삭힙니다.


  보름달이 환한 밤에는 까만 하늘 별이 조금만 보이지만, 초승달이 더 가늘어지는 밤에는 까만 하늘 별이 한가득 보입니다. 동그란 달도 귀엽고 웃음짓는 입꼬리 같은 달도 귀엽습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시골마을 뭇별도 귀엽습니다. 따지고 보면, 밤별 없이 전기로 밝히는 불빛만 가득한 도시 밤모습도 귀엽습니다. 철없는 불빛이라 하더라도 귀엽기는 귀엽습니다.


- “어때요?” “으∼음. 자란 건가. 3일 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데.” “자랐어요! 하하하.” (68쪽)
- “귀여워?” “당연히 귀엽지. 한 포기에 4∼5마리씩 있어. 1마리가 하루에 2∼3마리의 벼멸구를 먹어 주는걸. 이 논엔 1500포기 정도의 벼가 있으니 6천 마리는 필요하지. 결국 이 아이(들늑대거미)들은 하루에 최소 1만2천 마리의 벼멸구를 퇴치하고 있는 거야.” (83쪽)


  잠자리에 들 적에는 틀림없이 작은아이를 내 옆에 팔베개로 토닥이며 재웠는데, 큰아이 밤오줌 누이려 일어날 적에는, 또 아이들 이불깃을 여밀 적에는, 작은아이가 어김없이 저 옆 어머니 다리께에서 잡니다. 어떻게 저기까지 굴러갔는지 알쏭달쏭합니다. 한 바퀴 빙글 구르며 저렇게 갔는지, 스스로 뒤집듯 뒹굴며 저리로 갔는지 아리송합니다.


  귀여운 아이들은 밥투정을 할 때에도 귀엽습니다. 여러 날 바깥으로 마실을 하고 먼 길을 기차와 버스를 타고 돌아온 이듬날, 작은아이는 밥을 도무지 안 먹습니다. 몇 숟갈 먹더니 모두 우웩 하고 게웁니다. 몸이 힘든 모양입니다. 밥을 먹일 수 없겠구나 싶어, 익힌 감자와 삶은 달걀과 미역국만 먹입니다. 그래도 똥은 세 차례 푸지게 눕니다.


  아이들 똥을 치우다가 내 옷자락에 똥이 묻곤 합니다. 작은아이는 자다가 똥을 누기도 하는데, 이부자리에 똥내음 물씬 풍기곤 합니다. 빨래한 지 얼마 안 되는 이불을 새로 빨아야 합니다. 조금 더 덮고 자다가 빨래해도 될 텐데 싶지만, 작은아이는 조금 더 자주 빨자는 뜻일 수 있어요. 아버지한테도 이제 바지 새로 갈아입으라는 뜻일 수 있어요. 작은아이가 아버지 몸에 똥을 발라 놓고는, 아버지도 말끔히 몸을 씻으라는 뜻일 수 있어요.


  호젓한 가을은 깊습니다. 낮에는 퍽 따스해 앙상하던 나무들이 모조리 새잎을 틔우기도 합니다. 깊은 가을처럼 높은 하늘이요 너른 구름입니다. 한가을에 새로 돋는 푸른 잎사귀는 바알간 감알과 예쁘게 어울리기도 하고, 파랗게 눈부신 하늘하고 새삼스레 얼크러지기도 합니다.


  하나같이 귀엽습니다. 한결같이 예쁩니다. 귀여운 몸짓이 귀여운 숲을 빛내고, 예쁜 숨결이 예쁜 터를 가꿉니다.


- “하지만 농작물에는 원래 가격이란 게 없어. 작물에는 풍작일 때가 있는가 하면 흉작일 때도 있지. 많이 거두면 가격이 떨어지고 그 양이 적어지면 가격은 오르고.” “당연하잖아요. 그게 가격이란 거니까.” “그럼 극단적으로 흉작이 됐을 때는 어쩔 거지? 이 무 하나에 가령 50만 엔의 가격이 붙으면 어쩔 거야?” (118∼119쪽)
- “난 점점 늘 거라고 생각했어. 처음엔 힘들어도 차차 농사짓는 기쁨을 알게 되면 모두들 자청해서 와 줄 거라고 믿었지. 내 생각이 짧았어.” (136쪽)


  오제 아키라 님 만화책 《나츠코의 술》(학산문화사,2011) 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사랑 담은 귀여운 술을 빚고 싶은 시골 아가씨 나츠코 씨는 언제나처럼 흙이랑 씨름을 합니다. 흙에 뿌리를 내리는 나락을 날마다 새롭게 들여다봅니다. 하루하루 다르게 자라는, 아니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기쁘게 웃으며 바라봅니다. 마치 어머니처럼, 어머니가 아이들 날마다 새롭게 자라는 모습을 기쁜 웃음으로 바라보듯, 논에서 나락이 천천히 새롭게 씩씩하며 튼튼히 자라는 모습을 밝은 낯빛으로 바라봅니다.


  곧, 스스로 귀여운 넋이기에 볍씨를 귀여운 숨결이라고 여길 수 있어요. 스스로 귀여운 몸짓이요 손짓이며 눈짓이기에 논자락 볏포기를 귀여운 ‘작은 숲’이라고 여길 수 있어요. 스스로 귀여운 사랑이요 꿈이기에 앞으로 귀여운 쌀알로 자라 귀여운 술 한 방울로 다시 태어날 모습을 기다릴 수 있어요.


- “옛날얘기가 아니야! 난 미래를 말하고 있는 거라고! 먹을 것이 남아도는 시대 따위 역사로 보면 아주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아. 식량자급율이 고작 30%에 불과한 이 나라엔 이제 곧 굶주림이 찾아올 거야! 논밭을 꼐속 없애기만 하는 이 나라에 말이야!” (142쪽)
- “안녕, 나츠코 씨.” “안녕. 오늘 아침도 잡초 뽑으러 온 거야?” “으응, 매일 아침 했더니 이젠 뽑을 잡초도 없어. 그냥 보고 싶어서.” (222쪽)


  내 눈길이 사랑을 빚습니다. 내 눈길이 미움을 빚습니다. 내 눈빛이 믿음을 이룹니다. 내 눈빛이 슬픔을 이룹니다. 내 눈결이 꿈을 돌봅니다. 내 눈결이 아픔을 돌봅니다.


  어떤 삶을 아끼고 싶은가요. 어떤 하루를 누리고 싶은가요. 어떤 생각을 추스르고 싶은가요. 어떤 길을 걸어가면서, 어떤 벗을 사귀고, 어떤 날을 빛내고 싶은가요.


  모든 실마리는 내 가슴속에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이란 내 가슴속에서 꺼내면 돼요. 하고 싶은 놀이란 내 가슴속에서 찾으면 돼요. 하고 싶은 이야기란 내 가슴속에서 펼치면 돼요.


  새벽녘 희뿌옇게 트는 동을 함께 바라보아요. 아침녘 보랗게 밝으면서 노랗게 트이는 하늘을 함께 바라보아요. 하늘빛은 내 마음빛이에요. 햇볕은 내 사랑볕이에요. 구름빛은 내 말빛이에요. 바람소리는 내 목소리예요. (4345.10.12.쇠.ㅎㄲㅅㄱ)

 


― 나츠코의 술 8 (오제 아키라 글·그림,최윤정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11.11.25./90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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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신문에 띄우는 글.

 


 책으로 보는 눈 189 : 사람으로 가는 길

 

 

  겨울에 대통령을 뽑습니다. 이 자리에 나선 어느 분은 ‘ㅂㄱㅎ’라고 당신 이름을 적습니다. 제가 잘 모르니 모른다 할 텐데, 한국에서 정치를 한다고 나선 이 가운데 이녁 이름을 ‘JP’나 ‘DJ’나 ‘YS’나 ‘MB’처럼 알파벳 아닌 한글 닿소리로 적도록 하자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지 싶습니다. 한국사람한테는 한국글인 한글이 있기에 한국에서 지내며 이웃과 동무하고 한글로 내 마음을 나누면 돼요.


  2012년 1월부터 부산문화재단은 ‘ㅂㅅㅁㅎㅈㄷ’처럼 기관 이름을 적는다고 합니다. 이 또한 모르는 노릇인데, 한국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가운데 알파벳 아닌 한글 닿소리로 기관 이름을 적은 일로는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들 영어에만 눈길을 보내고, 영어를 해야 먹고살 수 있는 듯 말하며, 영어 아니면 지구마을을 못 이루는 듯 여깁니다.


  기관 이름을 한글 닿소리로 적는대서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즐겁게 일하면서 이웃과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씨일 때에 비로소 훌륭하다 할 만합니다. 이름은 어여삐 적는다지만, 하는 일은 볼썽사납거나 얄궂다면 껍데기가 될 테지요. 언론놀이 하듯 밖으로는 한글사랑·한국사랑인 듯 외치지만 속으로는 옳고 바르며 참답고 착하게 한국말을 아끼거나 사랑하지 않는다면 겉치레가 될 테지요.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이름을 쓰거나 가장 대수롭게 들여다볼 대목이라면 ‘사람으로 가는 길인가’랑 ‘사랑으로 가는 길인가’라고 느껴요.


  안동 시골마을에서 놀이밥 먹으며 살아가는 편해문 님이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소나무,2012)라 하는 책을 내놓으며 “닭장 안에서 조금의 자존감도 느낄 수 없었던 닭들이 다른 닭들을 존중한다는 것은 당치 않은 이야기다. 왕따는 바로 존중받지 못하고 관심받지 못한 아이들이 벌이는 존재의 드러냄이다(35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놀 터와 동무와 겨를이 없도록 온누리를 꽁꽁 닫아거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아끼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돌보지 않는 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환하게 알겠지요. 초등학교가 초등학교 구실을 안 하는 한국이에요. 어린이집이나 고등학교도, 중학교나 대학교도, 배움터 구실을 못 하는 한국이에요. 모든 교육기관이 배움터 아닌 입시학원이에요. 삶을 나누는 배움마당 아닌 영어와 지식을 외우는 시험터예요.


  미국에서 교사란 어떤 사람이고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던 이들이 《가르친다는 것》(양철북,2012)이라는 만화책을 묶습니다. 가르침과 배움을 들려주는 만화책은 “우리는 학생들을 볼 때 무엇을 보나? 누구를 보나? 똑같은 얼굴들? 지능지수와 시험 성적? 결함들? 아니면 가능성(34쪽)?” 하고 묻습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내 어버이를 바라보면서, 대통령 후보를 바라보면서, 이웃을 바라보면서, 여기에 책 한 권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생각하나요. 대학교는 왜 들어가야 하고, 고등학교나 중학교는 왜 다녀야 하나요. 무엇을 배워야 하고, 서로서로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요.


  한가위를 지난 달이 차츰 이울며 날씬한 초승달이 됩니다. 시골마을에서는 초승달이 밝게 보이고, 달 곁 별들 모두 반짝입니다. 풀벌레 노랫소리 호젓합니다. (4345.10.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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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가는 책읽기

 


  밖에서 나흘 지내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부전역에서 순천역까지 4시간 25분 길인데, 그저 눈을 감으며 쉬고플 뿐이다. 작은아이 안고 달래며 자장노래 불러 재우고서 한참 뒤, 큰아이는 혼자 스티커책 뜯고 놀다 걸상에 엎어져 잠든다. 홀가분해졌다 할 만하나,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지는 못한다. 온몸이 찌뿌둥하다.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마실이라 종이책을 못 읽는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아이들이 커서 저희 옷을 저희 가방에 챙길 수 있으면 내 가방은 가벼울 수 있고, 아이 붙잡으랴 달래랴 부산하지 않으면서 종이책 즐길 수 있겠지. 그러니까, 오늘은 오늘대로 이렇게 살아가며 책을 생각하고 아이들을 살피며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라 하겠다. (4345.10.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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