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174 : 조망(眺望)


지혜의 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에 날개를 펴듯이 변방은 변방 특유의 조망(眺望)을 가지고 있었다
《변방을 찾아서》(돌베개,2012) 13쪽

 

  “지혜(智慧)의 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는 “슬기를 일컫는 신 미네르바 부엉이가”나 “슬기로운 신 미네르바 부엉이가”로 손볼 수 있습니다. ‘황혼(黃昏)’은 ‘저물녘’이나 ‘해거름’이나 ‘해질녘’이나 ‘저녁노을’로 다듬고, “변방(邊方) 특유(特有)의”는 “변방다운”이나 “시골다운”이나 “두메다운”이나 “언저리다운”이나 “둘레다운”으로 다듬습니다. “가지고 있었다”는 “있었다”나 “보여주었다”나 “드러냈다”로 손질합니다.


  한자말 ‘조망(眺望)’은 “먼 곳을 바라봄. 또는 그런 경치”를 뜻한다고 합니다. 다시금 ‘경치(景致)’라는 낱말뜻을 찾아보면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곧, ‘경치 = 모습’인 셈이요, ‘조망’ 또한 ‘모습’을 가리키는 낱말이로구나 싶습니다. 한국말 ‘모습’을 한자말로는 ‘조망’이나 ‘경치’로 적는다고 할 만해요.

 

 변방 특유의 조망(眺望)을 가지고 있었다
→ 시골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 두메다운 모습이 있었다
→ 언저리다운 빛을 드러냈다
→ 시골다운 얼굴이었다
→ 두메다웠다
 …

 

  보기글을 쓰신 분 생각으로는 ‘조망’이라는 한자말이 당신 뜻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한글로만 적어서는 당신 뜻이 제대로 드러난다고는 느끼지 못해 묶음표를 새로 쳐서 ‘眺望’이라고 덧붙였구나 싶어요.


  글이란 글을 쓰는 사람 넋을 보여주기에, 이와 같이 쓸 수도 있고, 이와 달리 쓸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조망’이나 ‘조망(眺望)’처럼 글을 써야 이녁 생각을 남들한테 펼치지만, 누군가는 ‘모습-얼굴-얼굴빛-빛-무늬-결’ 같은 낱말로 이녁 생각을 이웃과 주고받아요.


  살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글을 쓰는 모습이 됩니다. 생각하는 모습이 곧바로 글매무새가 됩니다. 삶이 넋으로 드러나고, 넋이 말로 나타납니다. (4345.11.15.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슬기를 나타내는 신 미네르바 부엉이가 저물녘에 날개를 펴듯이, 시골은 시골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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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 재우는 마음

 


  옆지기가 집에 있어도 집일을 도맡고, 옆지기가 집에 없어도 집일을 도맡는다. 다만, 옆지기가 집에 있으면 아이들이 어머니 옷자락을 잡고 늘어지지만, 옆지기가 집에 없으면 아이들이 아버지 옷자락을 잡고 늘어진다. 두 아이를 혼자 건사하면서 집일을 하고 글쓰기를 하자면 등허리가 휘고 팔다리가 늘어진다. 아이 하나를 안고 설거지를 해 보아라. 아이 하나를 업고 빨래를 해 보아라. 아이 하나를 무릎에 누여 재우며 옷가지를 개 보아라. 아이 하나를 안고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보아라. 아이 하나를 업고 방바닥을 쓸고 닦아 보아라.


  집일은 가시내가 할 일이 아니요, 사내가 나누어 할 일이 아니다. 집일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일인 한편, 사내이든 가시내이든 누구나 옳고 바르며 예쁘고 슬기롭게 할 줄 알아야 하는 일이다.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넋 또한, 어머니만 건사할 마음이 아니라, 아버지도 함께 가꾸며 살찌울 마음이다.


  시골에서는 젊은 아빠들 볼 일이 없어 모르겠는데, 도시에서 지낼 적에 만난 젊은 아빠들이 으레 ‘애들 똥은 도무지 못 치우겠다’고들 말하던데, 애들은 스스로 밑을 닦거나 씻을 수 있을 때까지 어버이가 밑을 닦거나 씻겨야 한다. 애들이 부끄럼을 타니까 혼자 씻겠다고 하지 않는다. 이제 혼자 씻을 만한 나이가 되었으니 혼자 씻을 뿐이다. 이때까지 어버이는 아이들을 정갈히 씻기고 알뜰히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옆지기가 집에 없는 동안 두 아이를 입히고 먹이고 씻기고 재운다. 두 아이랑 함께 놀고 코를 훔치고 투정을 받고 안아 주고 주전부리를 준다. 이마를 쓸어넘이고 이불깃을 여미고 자장노래를 부르고 옷을 갈아입힌다. 용케 두 아이가 나란히 곯아떨어진다. 참말 같은 때에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다가 색색 잠든다.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물 한 잔 마신다. 나도 같이 누울까 하다가 조금 일어나서 버텨 본다. 이 아이들 저녁에 무엇을 차려서 함께 먹으면 즐거울까 어림해 본다. 이제 가을햇살 뉘엿뉘엿 기울 테니까 빨래를 걷어야지. 걷은 빨래는 큰아이하고 함께 갤까. 그러나 큰아이가 여러 날 몸앓이를 하는걸.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씩씩하게 훌훌 털고 일어나 여느 때처럼 개구지게 온 마을 휘휘 젓고 뛰놀기를 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자. (4345.11.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빨래순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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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누리신문(인터넷신문)’에 글을 쓰다

 


  ‘시골 누리신문’에 글을 쓴다. 이제 이레쯤 되었다. 따로 어느 신문이나 잡지나 사외보에 글을 써 주지 않더라도, 나는 나 스스로 좋아하면서 글을 쓴다. 내 누리집에 올려서 내가 읽고 즐기면 되기에, 굳이 이곳저곳에 글을 보내는 일을 하지 않았다. 나한테 따로 글을 써 달라고 얘기하는 곳에만 거의 자원봉사와 같이 글을 써서 보냈다.


  몇몇 ‘서울 누리신문’에 글을 써서 보내면, 글삯을 받을 수 있다. 내 이름도 여러모로 널리 알려질 만하다.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누리신문’에 글을 써 보았는데, 누리신문이라 하더라도 밑뿌리가 서울이라면 으레 서울 이야기만 다룬다고 깊이 느꼈다. 더욱이, 서울에서도 누리신문 도움돈이나 광고를 대 줄 만한 정치나 경제나 큰 시민단체 이야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느꼈다. 작고 작으며 작은 사람들 이야기는 ‘서울 누리신문’에서는 다룰 수 없는 대목이로구나 하고 느꼈다. 진보를 말하는 종이신문이나 누리신문도 이 틀에서는 거의 다르지 않다. 진보이든 보수이든 중도이든, 다들 정치 이야기만 다루려 할 뿐, 작고 작으며 작은 사람들 알콩달콩 사랑꽃 피어나는 이야기는 다루려 하지 않는다. 아니, 다룰 수 없다고 해야 옳지 싶다. 왜냐하면, 서울에 있는 종이신문이나 누리신문 일꾼은 스스로 ‘작고 작으며 작은’ 사람이 아니니까. 크고 크며 큰 이야기에 눈길을 두면서 스스로 크고 크며 큰 자리로 올라서고픈 생각을 하니까.


  나는 아직 ‘작고 작으며 작은 사람들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서 작고 작으며 작게 살림을 꾸리면서 기자로 일하는 사람을 못 본다. 글을 쓰는 이 가운데에는 크고 크며 큰 마을을 떠나거나 크고 크며 큰 서울을 떠나는 이가 가끔 있지만, 기자나 지식인이나 교수나 학자 가운데에는 크고 크며 큰 서울이나 도시를 떠나는 이가 아주 드물거나 거의 없다. 어쩌면 어쩔 수 없겠지. 기자가 일할 곳, 교수가 일할 곳, 지식인이 일할 곳은 온통 서울이나 커다란 도시에 있으니까. 시골에는 기자나 교수나 지식인이 일할 곳이 없다고 여길는지 모르니까.


  책이란 무엇일까. 신문이란 무엇인가. 이야기란 어떠한 사랑이 될까. 시골마을 사람들과 오순도순 나누려고 글을 쓰면서 신문을 엮거나 책을 내놓는 사람은 이 나라에 몇쯤 있을까. 나는 ‘시골 누리신문’에 글을 보내기로 하면서, 내 둘레 작고 작으며 작은 이웃들이랑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가이 지내는 꿈을 꾼다. (4345.11.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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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꿉놀이 1

 


  안동 편해문 님한테서 선물로 받은 ‘나무소꿉’은 두 아이가 언제나 잘 갖고 노는 소꿉놀이가 된다. 다만, 두 아이는 소꿉놀이를 흐드러지게 즐긴 다음 아무렇게나 팽개친다. 하나하나 찾아서 갈무리하는 몫은 늘 아버지가 맡는다. 아직 두 아이가 제대로 갈무리하기는 어려울는지 모르나, 밥상 밑이든 책상 뒤이든 숨겨 놓는 녀석은 동생이다. 누나는 예쁘게 놀고 예쁘게 건사할 줄 안다. 그래서, 밥을 먹다가도 문득 소꿉놀이를 하곤 한다. 조그마한 나무칼로 곤약을 퍽 예쁘장하게 썬다. 그나저나, 네가 썰었으면 네가 먹어야지, 그렇게 담기만 하고 내버려 두니? (4345.11.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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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는 아이]라는 게시판을 새로 연다.

아이들 노는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보다가

틈틈이 '놀이 사진'만으로도

이야기를 갈무리하겠다 싶어

이제 비로소 게시판을 열어 본다.

 

그동안 찍은 '우리 아이들 노는 모습'을

하나하나 갈무리하기란 힘들지만,

오늘부터 새 놀이를 새롭게

담고 누리면 되리라 생각한다.

 

아픈 두 돼지들아,

얼른 둘 다 나아서

새 아침에

또 새 놀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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