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재우는 마음

 


  옆지기가 집에 있어도 집일을 도맡고, 옆지기가 집에 없어도 집일을 도맡는다. 다만, 옆지기가 집에 있으면 아이들이 어머니 옷자락을 잡고 늘어지지만, 옆지기가 집에 없으면 아이들이 아버지 옷자락을 잡고 늘어진다. 두 아이를 혼자 건사하면서 집일을 하고 글쓰기를 하자면 등허리가 휘고 팔다리가 늘어진다. 아이 하나를 안고 설거지를 해 보아라. 아이 하나를 업고 빨래를 해 보아라. 아이 하나를 무릎에 누여 재우며 옷가지를 개 보아라. 아이 하나를 안고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보아라. 아이 하나를 업고 방바닥을 쓸고 닦아 보아라.


  집일은 가시내가 할 일이 아니요, 사내가 나누어 할 일이 아니다. 집일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일인 한편, 사내이든 가시내이든 누구나 옳고 바르며 예쁘고 슬기롭게 할 줄 알아야 하는 일이다.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넋 또한, 어머니만 건사할 마음이 아니라, 아버지도 함께 가꾸며 살찌울 마음이다.


  시골에서는 젊은 아빠들 볼 일이 없어 모르겠는데, 도시에서 지낼 적에 만난 젊은 아빠들이 으레 ‘애들 똥은 도무지 못 치우겠다’고들 말하던데, 애들은 스스로 밑을 닦거나 씻을 수 있을 때까지 어버이가 밑을 닦거나 씻겨야 한다. 애들이 부끄럼을 타니까 혼자 씻겠다고 하지 않는다. 이제 혼자 씻을 만한 나이가 되었으니 혼자 씻을 뿐이다. 이때까지 어버이는 아이들을 정갈히 씻기고 알뜰히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옆지기가 집에 없는 동안 두 아이를 입히고 먹이고 씻기고 재운다. 두 아이랑 함께 놀고 코를 훔치고 투정을 받고 안아 주고 주전부리를 준다. 이마를 쓸어넘이고 이불깃을 여미고 자장노래를 부르고 옷을 갈아입힌다. 용케 두 아이가 나란히 곯아떨어진다. 참말 같은 때에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다가 색색 잠든다.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물 한 잔 마신다. 나도 같이 누울까 하다가 조금 일어나서 버텨 본다. 이 아이들 저녁에 무엇을 차려서 함께 먹으면 즐거울까 어림해 본다. 이제 가을햇살 뉘엿뉘엿 기울 테니까 빨래를 걷어야지. 걷은 빨래는 큰아이하고 함께 갤까. 그러나 큰아이가 여러 날 몸앓이를 하는걸.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씩씩하게 훌훌 털고 일어나 여느 때처럼 개구지게 온 마을 휘휘 젓고 뛰놀기를 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자. (4345.11.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빨래순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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