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48] 나무이름

 


  이름을 부릅니다. 국어사전에는 ‘꽃이름’이나 ‘나무이름’이나 ‘책이름’ 같은 낱말 안 실리지만, 나는 이런 이름으로 하나둘 부릅니다. 국어사전을 넘깁니다. ‘책명(-名)’이라는 낱말 실리고, ‘풀이름’이라는 낱말 실립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꽃이름’은 없으며 ‘풀이름’은 있다니? 나는 ‘지명(地名)’을 말하지 않고 ‘땅이름’을 말합니다. 나는 ‘인명(人名)’을 말하지 않고 ‘사람이름’을 말합니다. 하나하나 생각합니다. 돌이름, 바다이름, 나라이름, 새이름, 벌레이름, 물고기이름, 길이름 들을 생각합니다. 곁에 있는 살가운 무엇이라면 이름을 살가이 부릅니다. 후박나무도 탱자나무도 감나무도 뽕나무도 이름을 살가이 부릅니다. 언제나 바라보고 늘 마주하는 나무일 때에는 살가운 마음 되어 살가운 목소리로 이름을 부릅니다. 내 마음은 사람마음이면서 나무이름 됩니다. 나무는 나무빛이면서 사람빛 받아안습니다. 내 숨결은 사람숨결이면서 나무숨결 누립니다. 나무는 나무숨결 푸르게 돌보면서 사람숨결 고이 받아들입니다. 삶이 있어 사랑이 빛나고, 사랑이 있어 이름이 환합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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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박물관

 


  인천에서 살아가는 형네 집에 식구들 모두 찾아왔다. 형네 집 뒤쪽 자유공원 언저리를 따라 골목을 걷다가, 인천 송월동에서 살며 동화와 동시를 쓰는 김구연·정송화 님 댁에 들러 인사를 한다. 그러고 나서 중국사람거리 곁을 스치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중구 선린동에 있는 ‘공화춘’ 앞으로 간다. 어, 공화춘 건물이 바뀌었네? 타일로 된 바깥벽과 나무틀로 된 창틀이 사라졌다. 대문이 바뀌고, 간판이 바뀌었다. 뭔가 예스러운 냄새 풍기려고 손을 대었지만, 건물 옛모습을 몽땅 뜯어고쳤다. 인천시 지정문화재라면서. 박물관이라면서. 이렇게 건물 바깥벽과 창틀과 대문과 여러 가지를 죄 뜯어고쳐도 되는가.


  공화춘 안쪽으로 들어가 본 일은 없기에 안쪽 옛모습이 어떠한지는 모른다. 이 건물 빈 지 퍽 오래되었으니, 아마 안쪽은 다 낡고 부서지는 모습이었을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자재와 건축솜씨로 새로운 박물관 빚는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짜장면 박물관을 다른 데에 새 건물로 짓지 않고, 오래된 공화춘 건물을 고쳐서 꾸민다고 한다면, 오래된 건물을 고쳐서 꾸미는 까닭과 뜻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만히 생각해 본다. 오래된 공화춘 건물 간판이 비와 햇볕에 바래 나무조각 자꾸 떨어질 적에 곱게 떼어서 정갈히 모시려 하지도 않았다. 지정문화재라 했으면서도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는 알림걸개천만 덩그러니 붙인 채 여러 해 지나가기도 했다. 박물관은 어떻게 짓는가. 박물관 하나 동네 한켠에 어떻게 서는가. 박물관은 동네사람과 나그네(바깥손님)한테 어떤 몫 어떤 구실을 하는 집인가. 제법 돈 많이 들여서 번듯한 박물관으로 꾸몄구나 싶고, 인천 북성동·선린동 중국사람거리 찾아오는 나그네한테 새 볼거리 하나는 되리라 느낀다. 그렇지만, 쓸쓸하다. 4346.6.6.나무.ㅎㄲㅅㄱ

 

2008년에 '공화춘'을 놓고 쓴 글 하나 : http://blog.aladin.co.kr/hbooks/2053708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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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로 생각하는 마음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수많은 소리·빛·무늬·냄새·모습을 마주해야 합니다. 자동차는 쉴새없이 달리고, 공장과 기계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모든 흐름은 시간에 따라 끊어지고, 달력과 월급명세서로 이어져요. 날과 달과 철이 아닌, 책과 신문과 교과서에 따라 짜맞추어요. 이런 틈바구니에서 생각을 어떻게 올바로 다스릴 수 있을까요. 틀에 박힌 굴레나 수렁이나 톱니바퀴가 곳곳에 있는데, 어떻게 이곳저곳에 안 휩쓸리거나 안 떠돌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길 걸어갈 수 있을까요.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바람을 마시는 도시사람이요, 바람이 흐르는 냄새를 맡지 않아도 바람을 먹는 도시사람이며, 바람이 드리우는 빛깔을 살피지 않아도 바람을 맞는 도시사람입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개구리와 풀벌레 노래하는 소리, 나뭇잎 지는 소리, 새싹 돋는 소리, 꽃이 피고 지며 씨앗 퍼뜨리는 소리 들을 한 가지도 제대로 듣거나 느끼지 못하더라도, 나물을 먹거나 밥을 먹는 도시사람입니다. 해가 뜨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2교대를 하느니 3교대를 하느니 출퇴근을 하느니 똑같이 일하거나 움직이는 도시사람입니다. 어른은 회사에서 똑같이 움직입니다. 어린이와 푸름이는 학교에서 똑같이 움직입니다. 비가 오든 말든 눈이 오든 말든 똑같이 움직입니다. 사월이든 유월이든 팔월이든 똑같이 움직입니다. 무지개를 생각하지 않고, 구름빛 헤아리지 않는 도시사람입니다. 텔레비전과 손전화로 날씨 정보를 살피지, 살갗과 마음으로 날씨를 읽지 않는 도시사람입니다.


  벼가 싹 틔우고 잎 돋으며 꽃 피어 열매 맺는 흐름을 모르고도 밥을 먹는 도시사람입니다. 냇물과 골짝물과 시냇물 모두 막고는, 시골마을 댐에 가두어 없앤 뒤에, 수도물 마시기는 하되 지난날 사라진 시골마을과 오늘날 댐에 갇힌 물이 어떠한 빛인가를 헤아리지 않는 도시사람입니다. 물 한 방울 어떻게 내 몸으로 스며들어 마시는가를 읽지 못하거나 않는 도시사람입니다.


  곧, 숨결을 모르거나 잊거나 안 느끼는 도시사람입니다. 도시사람은 무엇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나요. 도시사람은 올바르게 사랑하고 꿈꾸며 서로 아끼고 돌보는 길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는가요. 도시사람은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올바른 빛을 어느 만큼 느끼거나 깨닫거나 생각하는가요.


  나무마다 다 다르게 붙는 이름을 곱씹지 않으면서도 종이를 쓰고 책을 손에 쥔다면, 도시사람은 어떤 종이와 어떤 책으로 어떤 삶을 일구는 셈일까요. 풀과 꽃마다 다 다르게 누리는 이름을 돌아보지 않으면서도 자동차를 달리면, 도시사람은 또 시골사람은 어떤 눈빛으로 어떤 이웃을 바라보며 어떤 이야기를 빚는 셈일까요. 올바로 생각하는 마음일 때에 올바로 살아가는 하루가 된다고 느낍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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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는 바다서 살아가는
물고기 먹고

 

제비는 흙에서 살아가는
벌레 나비 잠자리 먹고

 

사람은
바다 들 숲에서
햇볕과 바람과 빗물
마시는
풀과 나무
숨결
먹는다.

 


4346.4.2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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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두꺼비 비룡소의 그림동화 122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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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0

 


책을 읽는 사람들
― 책 읽는 두꺼비
 클로드 부종 글·그림,이경혜 옮김
 비룡소 펴냄,2004.5.7./7500원

 


  아이들은 어느 집에 놀러가든 텔레비전을 봅니다. 어느 집으로 찾아가든 으레 텔레비전이 집 한복판에 있기 때문입니다. 마루에도, 방에도, 오늘날 사람들 거의 모든 살림집 한복판에 텔레비전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시외버스를 타고 인천이나 서울이나 부산 같은 데로 나들이를 갈라치면, 시외버스에 붙은 텔레비전을 자꾸 쳐다볼밖에 없습니다. 머리를 걸상 머리받이에 대고 조용히 쉬려 하더라도 텔레비전은 바로 우리 눈높이에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지 않으면 텔레비전 소리가 우리 귀를 거쳐 우리 머리로 스며들려 합니다. 텔레비전에서 싸우고 죽이는 모습이 나오든, 텔레비전에서 미워하고 때리는 모습이 나오든, 사람들은 멀거니 지켜봅니다. 시외버스 너덧 시간 아무렇지 않게 전쟁과 싸움과 부정부패 이야기 들을 모두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시외버스에 아이들이 탈 때에도 텔레비전을 켜야 할까요. 시외버스에 푸름이가 탈 적에도 텔레비전을 켜야 할까요. 텔레비전에 흐르는 연속극은 으레 12살이나 15살 위만 보도록 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시외버스를 타는 손님 가운데 12살이나 15살 밑인 사람이 있는데, ‘나이 많은 어른’들께서 이녁이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 해서, 옆에 버젓이 아이들 있는 데에도 텔레비전 함부로 켜서 12살 밑이나 15살 밑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방송을 굳이 보아야 할까요.


  더 생각해 보면, 12살 밑이나 15살 밑 아이들이 볼 수 없거나 보지 않도록 하는 영화나 연속극을 어른들이 굳이 찍어서 텔레비전으로 보여주어야 할 뜻이나 값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 그 두꺼비의 주인은 인정머리라곤 하나도 없는 마녀였어요. 한창 재미나게 책을 읽고 있을 때라도 자기가 필요하면 아무 때나 불쑥불쑥 두꺼비를 잡아 가곤 했죠 ..  (4쪽)


  아이들은 언제나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종이책만 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둘레 어른들을 바라보며 말을 배우고 삶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일군 보금자리와 마을을 바라보면서 온누리를 배웁니다.


  어른들이 아름다운 꿈을 피워내어 사랑을 나누면, 아이들도 아름다운 꿈을 피워내어 사랑을 나눕니다. 어른들이 거칠거나 메마른 미움과 다툼으로 어지러우면, 아이들도 거칠거나 메마른 미움과 다툼으로 어지럽습니다.


  곱고 살가운 말로 이야기 주고받는 어른들과 살아가는 아이들은 곱고 살가운 말로 이야기 주고받는 기쁨을 누립니다. 맑으며 싱그러운 눈빛으로 웃음꽃 피우는 어른들과 지내는 아이들은 맑으며 싱그러운 눈빛으로 웃음꽃 피우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 읽으라고 빚는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좋은 꿈과 맑은 사랑 배우라고 빚는 그림책이 아니라,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좋은 꿈과 맑은 사랑 배우도록 이끄는 그림책입니다. 예쁘게 살아가자는 마음을 담는 그림책이요, 신나게 놀고 일하자는 뜻을 담는 글책이며, 착하게 어깨동무하자는 넋을 싣는 사진책입니다.


.. “나를 머리 위에 묶어 놓으려면 일이나 좀 잘하라고요. 이렇게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으니까, 주인님이 얼마나 엉터리로 약을 만드는지 다 보여요.” ..  (18쪽)


  클로드 부종 님 그림책 《책 읽는 두꺼비》(비룡소,2004)를 읽습니다. 《책 읽는 두꺼비》에 나오는 두꺼비는 책을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두꺼비는 사람들이 일군 슬기를 이야기로 엮은 종이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아마 여느 두꺼비라면 애써 종이책 안 읽겠지요. 애써 종이책 안 읽고 삶책을 읽어도 온누리 슬기를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딱히 종이책 안 읽고 사랑책을 읽어도 지구별 꿈빛과 사랑노래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글을 알아 종이책 천 권 만 권 읽은 사람들이 더 똑똑하지 않습니다. 글을 몰라 종이책 한 권조차 못 읽은 사람들이 덜 똑똑하지 않습니다.


  삶을 알 때에 똑똑합니다. 삶을 사랑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삶을 꿈꾸며, 삶을 짓고, 삶을 노래할 때에 싱그러이 빛나는 마음밭 됩니다.


.. 그날부터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마녀는 두꺼비가 일러 주는 대로 약을 만들었지요. 두꺼비는 책을 읽고 거기 써 있는 대로 수프 속에 침을 찍 뱉었고요 ..  (27쪽)


  책을 읽으면서 삶을 새롭게 북돋울 때에 즐겁습니다. 책을 읽지만 삶을 새롭게 북돋우지 않을 때에 자꾸자꾸 책꽂이 부피만 늘립니다. 책을 읽으면서 사랑을 새롭게 빛날 때에 기쁩니다. 책을 읽지만 사랑을 새롭게 빛내지 않을 때에 서재를 키우고 장서를 널리 자랑할 만하겠지만, 마음자리에 사랑씨앗 드리우지 못합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서로를 아끼는 사랑을 읽는 넋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서로를 돌보며 보듬는 꿈을 읽는 얼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환한 웃음꽃으로 이야기밭 일구는 몸짓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넉넉한 보배를 기꺼이 나눌 줄 아는 무지개빛 손길을 펼치는 매무새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어른들이 책을 읽습니다. 서로서로 손 마주잡고 책을 읽습니다. 종이책 하나 읽기도 하고, 구름 흐르는 소리 읽기도 하며, 풀꽃 피고 지는 산뜻한 빛깔 읽기도 합니다.


  좋은 새벽이 찾아옵니다. 하얀 아침이 밝습니다. 따사로운 낮이 흘러 들과 숲과 멧골에 푸른 숨결 넘칩니다. 포근한 저녁이 되어 바다가 잔잔합니다. 새까만 밤이 되면서 달이랑 별이랑 춤춥니다. 하루하루 모두 책입니다. 유채꽃도 갓꽃도 책입니다. 민들레 꽃씨도 좀꽃마리 꽃씨도 책입니다. 아이들이 맨발로 뛰놀며 웃습니다. 까르르 웃으면서 새로운 책 하나 태어납니다. 아이들이 새근새근 잠듭니다. 느긋하게 눈을 감고 꿈나라로 찾아가면서 새삼스러운 책 하나 찾아옵니다. 4346.6.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그림책 읽는 아버지)

 

..

 

(아이구, 책 찍은 사진파일을 인천으로 안 가져왔네요 ㅠ.ㅜ 사진은 못 붙입니다... 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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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05 11:04   좋아요 0 | URL
오늘도 함께살기님의
좋은 새벽같은, 하얀 아침같은, 들과 숲과 멧골에 푸른 숨결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글,로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
<책 읽는 두꺼비>, 감사히 담아가요.~

파란놀 2013-06-05 21:00   좋아요 0 | URL
에고고, 즐겁게 읽어 주시는 마음 그대로
언제나 좋은 책들 만나시리라 믿어요~

후애(厚愛) 2013-06-05 15:36   좋아요 0 | URL
올리는 글들이 참 좋습니다.^^
저도 <책 읽는 두꺼비> 담아갑니다~

파란놀 2013-06-05 20:59   좋아요 0 | URL
생각 밖으로...
그러니까 이 책을 사서 읽기 앞서
생각하던 대목하고 사뭇 다른
재미난 이야기가 흘렀어요.

서양사람들은 그림책을 그리며
이런 웃음과 재미를 담는구나 싶더군요 @.@

책이 예쁘니, 저도 '좋다고 느낄 만한 글'을
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