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박물관
인천에서 살아가는 형네 집에 식구들 모두 찾아왔다. 형네 집 뒤쪽 자유공원 언저리를 따라 골목을 걷다가, 인천 송월동에서 살며 동화와 동시를 쓰는 김구연·정송화 님 댁에 들러 인사를 한다. 그러고 나서 중국사람거리 곁을 스치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중구 선린동에 있는 ‘공화춘’ 앞으로 간다. 어, 공화춘 건물이 바뀌었네? 타일로 된 바깥벽과 나무틀로 된 창틀이 사라졌다. 대문이 바뀌고, 간판이 바뀌었다. 뭔가 예스러운 냄새 풍기려고 손을 대었지만, 건물 옛모습을 몽땅 뜯어고쳤다. 인천시 지정문화재라면서. 박물관이라면서. 이렇게 건물 바깥벽과 창틀과 대문과 여러 가지를 죄 뜯어고쳐도 되는가.
공화춘 안쪽으로 들어가 본 일은 없기에 안쪽 옛모습이 어떠한지는 모른다. 이 건물 빈 지 퍽 오래되었으니, 아마 안쪽은 다 낡고 부서지는 모습이었을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자재와 건축솜씨로 새로운 박물관 빚는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짜장면 박물관을 다른 데에 새 건물로 짓지 않고, 오래된 공화춘 건물을 고쳐서 꾸민다고 한다면, 오래된 건물을 고쳐서 꾸미는 까닭과 뜻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만히 생각해 본다. 오래된 공화춘 건물 간판이 비와 햇볕에 바래 나무조각 자꾸 떨어질 적에 곱게 떼어서 정갈히 모시려 하지도 않았다. 지정문화재라 했으면서도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는 알림걸개천만 덩그러니 붙인 채 여러 해 지나가기도 했다. 박물관은 어떻게 짓는가. 박물관 하나 동네 한켠에 어떻게 서는가. 박물관은 동네사람과 나그네(바깥손님)한테 어떤 몫 어떤 구실을 하는 집인가. 제법 돈 많이 들여서 번듯한 박물관으로 꾸몄구나 싶고, 인천 북성동·선린동 중국사람거리 찾아오는 나그네한테 새 볼거리 하나는 되리라 느낀다. 그렇지만, 쓸쓸하다. 4346.6.6.나무.ㅎㄲㅅㄱ
2008년에 '공화춘'을 놓고 쓴 글 하나 : http://blog.aladin.co.kr/hbooks/2053708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