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로 생각하는 마음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수많은 소리·빛·무늬·냄새·모습을 마주해야 합니다. 자동차는 쉴새없이 달리고, 공장과 기계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모든 흐름은 시간에 따라 끊어지고, 달력과 월급명세서로 이어져요. 날과 달과 철이 아닌, 책과 신문과 교과서에 따라 짜맞추어요. 이런 틈바구니에서 생각을 어떻게 올바로 다스릴 수 있을까요. 틀에 박힌 굴레나 수렁이나 톱니바퀴가 곳곳에 있는데, 어떻게 이곳저곳에 안 휩쓸리거나 안 떠돌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길 걸어갈 수 있을까요.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바람을 마시는 도시사람이요, 바람이 흐르는 냄새를 맡지 않아도 바람을 먹는 도시사람이며, 바람이 드리우는 빛깔을 살피지 않아도 바람을 맞는 도시사람입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개구리와 풀벌레 노래하는 소리, 나뭇잎 지는 소리, 새싹 돋는 소리, 꽃이 피고 지며 씨앗 퍼뜨리는 소리 들을 한 가지도 제대로 듣거나 느끼지 못하더라도, 나물을 먹거나 밥을 먹는 도시사람입니다. 해가 뜨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2교대를 하느니 3교대를 하느니 출퇴근을 하느니 똑같이 일하거나 움직이는 도시사람입니다. 어른은 회사에서 똑같이 움직입니다. 어린이와 푸름이는 학교에서 똑같이 움직입니다. 비가 오든 말든 눈이 오든 말든 똑같이 움직입니다. 사월이든 유월이든 팔월이든 똑같이 움직입니다. 무지개를 생각하지 않고, 구름빛 헤아리지 않는 도시사람입니다. 텔레비전과 손전화로 날씨 정보를 살피지, 살갗과 마음으로 날씨를 읽지 않는 도시사람입니다.


  벼가 싹 틔우고 잎 돋으며 꽃 피어 열매 맺는 흐름을 모르고도 밥을 먹는 도시사람입니다. 냇물과 골짝물과 시냇물 모두 막고는, 시골마을 댐에 가두어 없앤 뒤에, 수도물 마시기는 하되 지난날 사라진 시골마을과 오늘날 댐에 갇힌 물이 어떠한 빛인가를 헤아리지 않는 도시사람입니다. 물 한 방울 어떻게 내 몸으로 스며들어 마시는가를 읽지 못하거나 않는 도시사람입니다.


  곧, 숨결을 모르거나 잊거나 안 느끼는 도시사람입니다. 도시사람은 무엇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나요. 도시사람은 올바르게 사랑하고 꿈꾸며 서로 아끼고 돌보는 길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는가요. 도시사람은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올바른 빛을 어느 만큼 느끼거나 깨닫거나 생각하는가요.


  나무마다 다 다르게 붙는 이름을 곱씹지 않으면서도 종이를 쓰고 책을 손에 쥔다면, 도시사람은 어떤 종이와 어떤 책으로 어떤 삶을 일구는 셈일까요. 풀과 꽃마다 다 다르게 누리는 이름을 돌아보지 않으면서도 자동차를 달리면, 도시사람은 또 시골사람은 어떤 눈빛으로 어떤 이웃을 바라보며 어떤 이야기를 빚는 셈일까요. 올바로 생각하는 마음일 때에 올바로 살아가는 하루가 된다고 느낍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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