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48] 나무이름

 


  이름을 부릅니다. 국어사전에는 ‘꽃이름’이나 ‘나무이름’이나 ‘책이름’ 같은 낱말 안 실리지만, 나는 이런 이름으로 하나둘 부릅니다. 국어사전을 넘깁니다. ‘책명(-名)’이라는 낱말 실리고, ‘풀이름’이라는 낱말 실립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꽃이름’은 없으며 ‘풀이름’은 있다니? 나는 ‘지명(地名)’을 말하지 않고 ‘땅이름’을 말합니다. 나는 ‘인명(人名)’을 말하지 않고 ‘사람이름’을 말합니다. 하나하나 생각합니다. 돌이름, 바다이름, 나라이름, 새이름, 벌레이름, 물고기이름, 길이름 들을 생각합니다. 곁에 있는 살가운 무엇이라면 이름을 살가이 부릅니다. 후박나무도 탱자나무도 감나무도 뽕나무도 이름을 살가이 부릅니다. 언제나 바라보고 늘 마주하는 나무일 때에는 살가운 마음 되어 살가운 목소리로 이름을 부릅니다. 내 마음은 사람마음이면서 나무이름 됩니다. 나무는 나무빛이면서 사람빛 받아안습니다. 내 숨결은 사람숨결이면서 나무숨결 누립니다. 나무는 나무숨결 푸르게 돌보면서 사람숨결 고이 받아들입니다. 삶이 있어 사랑이 빛나고, 사랑이 있어 이름이 환합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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