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0. 2013.6.21.

 


  냄비밥을 끓이면서 작은 감자알 셋을 함께 넣는다. 밥이 익으면서 감자도 천천히 익는다. 밥그릇에 우무를 넣고 감자알 나란히 놓는다. 오늘은 아버지가 몸이 고단하다는 핑계로 국을 안 끓인다. 아니, 이날은 엊저녁 끓인 국을 뎁혀 먹으려 했는데, 남은 국을 냉장고에 안 넣고 부엌 밥상에 그대로 둔 탓에 모두 쉬고 말아 버려서 국을 미처 못 끓였다. 밥상이 너무 허전하구나 싶어 감자·호박·양파·가지·어묵을 볶아서 접시에 따로따로 담아 아이들한테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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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3 09:49   좋아요 0 | URL
ㅎㅎ 산들보라 감자 먹는 모습. ^^
밥에 감자 넣어서 밥알이 묻어 있는 그 감자 먹는 맛도 또한 별미이지요.~
야채어묵볶음도 한접시씩 맛있게 보이네요~ 저도 오늘 반찬으로 해야겠습니당..ㅎ

파란놀 2013-06-23 12:35   좋아요 0 | URL
밥하고 반찬을 하는 일이란 재미있어요.
품과 겨를을 들이는 보람이 쏠쏠해요.
아이들이 잘 먹어 주면 훨씬 즐겁고요~
 

내가 고르는 책

 


  ‘남 눈’으로 바라보면 ‘남 흉내내는 그림’을 그려요. ‘남 눈’으로 헤아리면 ‘남 따라하는 글’을 써요. ‘남 눈’으로 돌아보면 ‘남 꽁무니 좇는 사진’을 찍지요. ‘남 눈’에 휘둘리면 ‘남이 만든 울타리’에 갇혀 내 삶을 잃어요.


  ‘내 눈’으로 바라보면 ‘내 이야기 담은 그림’을 그려요. 그림솜씨가 떨어지더라도 언제나 ‘내 그림’ 되어요. 그럴듯한 작품이나 이름값 얻는 작품이 안 되더라도, 내 사랑 실은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내 눈’으로 헤아리면 ‘내 삶 보여주는 글’을 써요. 글솜씨나 글재주는 없어도 돼요. 글솜씨나 글재주를 키우지 않아도 돼요. 내 삶을 밝히는 글을 쓰면서 글빛을 북돋우면 즐거워요. 내 삶을 사랑하는 글을 쓰면서 글넋을 살찌우면 기뻐요.


  ‘내 눈’으로 돌아보기에 ‘내 마음빛 아로새기는 사진’을 찍습니다. 빛과 그림자로 일구는 사진에 내 삶빛과 삶그림자를 담습니다. 내 눈은 내 눈빛을 밝히고, 내 눈은 내 손길을 어루만집니다. 내 눈은 내 눈길을 넓히고, 내 눈은 내 손빛에 웃음노래를 드리웁니다.


  남이 골라 주는 책이 아닌, 내가 고르는 책을 읽습니다. 남이 추천하거나 칭찬하는 책이 아닌, 내 마음에 와닿는 책을 읽습니다. 남들이 많이 읽는다는 책이 아닌, 내가 즐겁게 읽을 책을 고릅니다. 내 삶을 밝힐 책을 생각하고, 내 삶을 일구는 밑거름이 될 책을 헤아리며, 내 삶을 사랑하는 눈길 어루만지는 책을 살핍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내가 가는 길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내가 사랑하는 삶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나와 어깨동무하는 이웃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내 꿈이 드리우는 쉼터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곱게 빛나는 웃음꽃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씨앗입니다.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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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6-23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침을 주는 글 감사합니다. (__)
'내 눈'으로 보아야 '내 마음'으로 들어오고 '내 삶'이 되는군요.

파란놀 2013-06-23 07:34   좋아요 0 | URL
어느 책이든 스스로 살피고 헤아리며
가장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 느껴
즐겁게 읽으면 되어요~
 

산들보라 꽃을 던져

 


  누나가 곱게 따서 가지라고 노란꽃 하나 건넨다. 산들보라는 이 꽃을 한 번 손에 쥐더니 휙 하고 던진다. 딴 데로 간다. 누나는 산들보라한테 “너, 꽃을 던져!” 하며 소리친다. 이윽고 누나는 제 것으로 삼을 새 꽃 한 송이 딴다. 산들보라는 이리저리 뛰고 달리며 논다.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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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어린이

 


  군내버스를 기다리며 꽃밭에서 논다. 사름벼리는 흰꽃도 노란꽃도 빨간꽃도 파란꽃도 보라꽃도 모두 좋아한다. 요즈음 한창 흐드러지는 수국을 바라보며 자꾸 무슨 꽃이냐고 묻는다. 아이한테는 ‘수국’이라는 이름이 어려울 수 있구나 싶다. 그래서 사름벼리더러 너 스스로 어떤 꽃 같은지 생각해 보고 이름을 붙이라 이야기한다. 그 꽃은 따지 말고 눈으로만 보자 말하는데, 그래도 우리 사름벼리는 슬그머니 두 송이 딴다. 하나는 사름벼리 몫, 하나는 동생 몫.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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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밥, 쉰국

 


  이제 참말 여름이다. 아침에 지은 밥이 남으면 낮에 벌써 살짝 쉰내 돌고, 아침에 끓여 남은 국을 저녁에 먹을 수 없으며, 저녁에 남은 밥이나 국 또한 이듬날 아침에 먹지 못하고 버려야 한다. 겨울에는 하루쯤 묵은 밥도 맛나게 먹을 수 있었지만, 여름이니 끼니마다 밥을 새로 지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끼니마다 밥도 국도 새로 하며 아이들과 살아왔다. 스텐냄비로 밥과 국을 끓이니 그때그때 새로 할밖에 없기도 하다.


  아이들이 밥이나 국을 남기면 모조리 아버지 몫이다. 아이들이 밥이나 국을 조금만 먹으면 내가 먹어야 할 몫이 늘어난다. 잘 살피고 가누어야 한다. 아이들이 저희 밥과 국을 제대로 안 먹으면 아무 주전부리 없이 다음 끼니까지 쫄쫄 굶어야 하는 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끼니마다 즐겁게 맛나게 신나게 먹어야지. 더 마음을 쏟고, 더 생각을 기울여 아침저녁으로 아름다운 밥을 차리자.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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