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르는 책
‘남 눈’으로 바라보면 ‘남 흉내내는 그림’을 그려요. ‘남 눈’으로 헤아리면 ‘남 따라하는 글’을 써요. ‘남 눈’으로 돌아보면 ‘남 꽁무니 좇는 사진’을 찍지요. ‘남 눈’에 휘둘리면 ‘남이 만든 울타리’에 갇혀 내 삶을 잃어요.
‘내 눈’으로 바라보면 ‘내 이야기 담은 그림’을 그려요. 그림솜씨가 떨어지더라도 언제나 ‘내 그림’ 되어요. 그럴듯한 작품이나 이름값 얻는 작품이 안 되더라도, 내 사랑 실은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내 눈’으로 헤아리면 ‘내 삶 보여주는 글’을 써요. 글솜씨나 글재주는 없어도 돼요. 글솜씨나 글재주를 키우지 않아도 돼요. 내 삶을 밝히는 글을 쓰면서 글빛을 북돋우면 즐거워요. 내 삶을 사랑하는 글을 쓰면서 글넋을 살찌우면 기뻐요.
‘내 눈’으로 돌아보기에 ‘내 마음빛 아로새기는 사진’을 찍습니다. 빛과 그림자로 일구는 사진에 내 삶빛과 삶그림자를 담습니다. 내 눈은 내 눈빛을 밝히고, 내 눈은 내 손길을 어루만집니다. 내 눈은 내 눈길을 넓히고, 내 눈은 내 손빛에 웃음노래를 드리웁니다.
남이 골라 주는 책이 아닌, 내가 고르는 책을 읽습니다. 남이 추천하거나 칭찬하는 책이 아닌, 내 마음에 와닿는 책을 읽습니다. 남들이 많이 읽는다는 책이 아닌, 내가 즐겁게 읽을 책을 고릅니다. 내 삶을 밝힐 책을 생각하고, 내 삶을 일구는 밑거름이 될 책을 헤아리며, 내 삶을 사랑하는 눈길 어루만지는 책을 살핍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내가 가는 길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내가 사랑하는 삶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나와 어깨동무하는 이웃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내 꿈이 드리우는 쉼터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곱게 빛나는 웃음꽃입니다. 내가 고르는 책은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씨앗입니다.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