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밥, 쉰국

 


  이제 참말 여름이다. 아침에 지은 밥이 남으면 낮에 벌써 살짝 쉰내 돌고, 아침에 끓여 남은 국을 저녁에 먹을 수 없으며, 저녁에 남은 밥이나 국 또한 이듬날 아침에 먹지 못하고 버려야 한다. 겨울에는 하루쯤 묵은 밥도 맛나게 먹을 수 있었지만, 여름이니 끼니마다 밥을 새로 지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끼니마다 밥도 국도 새로 하며 아이들과 살아왔다. 스텐냄비로 밥과 국을 끓이니 그때그때 새로 할밖에 없기도 하다.


  아이들이 밥이나 국을 남기면 모조리 아버지 몫이다. 아이들이 밥이나 국을 조금만 먹으면 내가 먹어야 할 몫이 늘어난다. 잘 살피고 가누어야 한다. 아이들이 저희 밥과 국을 제대로 안 먹으면 아무 주전부리 없이 다음 끼니까지 쫄쫄 굶어야 하는 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끼니마다 즐겁게 맛나게 신나게 먹어야지. 더 마음을 쏟고, 더 생각을 기울여 아침저녁으로 아름다운 밥을 차리자.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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