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4. 2013.7.2.

 


  밥상에 하나씩 올려놓는다. 배고픈 아이라면 아버지가 밥상에 올려놓는 것부터 하나씩 먹겠지. 무와 오이를 썰어 접시에 담는다. 곤약을 썰어 접시에 올린다. 밥과 국이 다 되면 불을 끄고 마당으로 내려가 풀을 뜯는다. 풀을 헹구어 다른 접시에 올린다. 이제 밥을 푸고 큰아이더러 수저 놓으라 얘기한다. 마지막으로 국을 떠서 내려놓는다. 다른 찬거리는 밥과 국을 어느 만큼 먹은 뒤에 더 올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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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어린이

 


  아이는 어디에서나 그림을 그린다. 아이는 어디에나 그림을 그린다. 방바닥도 벽도 방문도, 아이한테는 모두 그림판이 된다. 밥상도 책상도 마당도 모두 그림판이 된다. 모래밭도 흙바닥도 그림판이요, 공책이건 수첩이건 책이건 모조리 그림판이다. 그림을 그리는 손은 새로움을 빚는 손이고, 그림을 바라보는 눈은 새로움을 바라보는 눈이다. 4346.7.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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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7.1. 큰아이―공책에 식구들

 


  공책에 한창 글씨쓰기 놀이를 하다가, 더 나아가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 공책 귀퉁이에 그림을 그리다가는 한 장을 척 넘겨 두 쪽에 걸쳐 큼지막하게 그림을 그린다. 한쪽에 제 얼굴 커다랗게 그리고, 다른 한쪽에 네 식구 모습을 따로따로 그려 넣는다. 언제나처럼 동생은 조그맣게 그리고, 온 식구한테 치마를 입힌다. 식구들은 몽땅 긴머리가 된다. 그런데, 네 이름과 동생 이름은 적으면서, 왜 어머니와 아버지 이름은 안 적어 주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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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2] 작은 사람은 2


 

  작은 풀들 서로 뿌리를 얽어
  비에도 바람에도 푸르게 빛나
  들 숲 멧골 곱게 지킨다.

 


  작은 사람 스스로 작은 사람인 줄 생각하지 못하면, 큰 사람이 되고픈 생각에 스스로 괴롭히고, 이웃과 동무도 힘들게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작은 사람은 작은 사람으로 돌아오겠지요. 큰 사람(이를테면 공룡)들로 이루어진 이 사회는 머잖아 와르르 무너지고 마는 줄 깨닫겠지요. 작은 풀들은 서로 뿌리를 얽어 비에도 바람에도 사르르 소리내며 누웠다가 일어나지만, 큰 공룡은 서로 제 땅 움켜쥐려고 다투고 싸우면서 저마다 스스로 무너져요. 작은 풀들이 있기에 들과 숲과 멧골이 푸르게 빛나요. 작은 풀들이 있어 비에도 바람에도 흙이 쓸리지 않아요. 작은 풀들이 있어 작은 벌레와 짐승과 새가 깃들 보금자리가 생겨요. 작은 풀들이 있어 사람들도 푸른 숨 마시고, 푸른 밥 먹어요. 4346.7.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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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14] 빨래순이 되어
― 마을빨래터라는 곳

 


  마을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합니다. 마을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마을 이웃은 이제 없기에, 마을빨래터를 아이들과 치우면서 물놀이를 합니다. 집집마다 따로 물꼭지를 내고, 집집마다 빨래기계 들였으니, 마을빨래터는 모양만 남은 셈입니다. 마을에 젊은 사람 없고, 할매들은 손빨래를 하기 벅차겠지요. 주말이나 명절에 젊은 사람 찾아오더라도 손으로 빨래를 거들 이는 없으리라 느껴요. 마을빨래터는 들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매나 할배가 손발을 씻고 연장을 닦는 곳일 뿐입니다.


  지난날 마을사람 복닥복닥 모여 손으로 옷가지를 비비고 헹굴 적에는 마을빨래터에 물이끼 낄 날이 없었으리라 생각해요. 전기 없어도 물이 흐르고, 기계 없어도 몸으로 움직이며, 아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쉬던 빨래터는 시나브로 휑뎅그렁하게 바뀝니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다른 마을도 빨래터는 휑뎅그렁합니다. 빨래를 하지 않는 빨래터는 차츰 빛을 잃습니다. 빨래를 할 사람이 사라지고, 물놀이를 할 아이들 없는 빨래터는 쓸쓸합니다.


  집안에 빨래기계 들여놓고 단추 한 번 척 누르면 되는 오늘날입니다. 문화가 발돋움했는지, 문명이 뻗어 나가는지, 빨래를 맡아서 해 주는 기계는 집안일을 크게 덜어 준다 할 만하겠지요. 그런데, 빨래기계 나타나 전기와 물을 듬뿍 쓰는 한편 화학세제 널리 퍼지면서, 땅도 물도 더러워집니다. 빨래기계 나타나 마을사람들 빨래터에 모일 일 사라지면서, 마을에 이야기와 노래가 사그라듭니다. 아이들이 더는 빨래터에서 놀지 않으면서, 아이들은 따로 수영장에 갑니다.


  나는 두 아이와 함께 마을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걷어냅니다. 아이들과 함께 솔로 빨래터 바닥을 박박 문지릅니다. 한참 쓸고 문지르니 맑은 물이 졸졸 흐릅니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빨래터를 너른 놀이터 삼아 온몸 흠뻑 적시며 놉니다. 배가 고프도록 놀고 나서 옷을 갈아입는데,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시늉을 합니다. 아이들이 조물딱조물딱 비비고 헹구는 시늉을 하고서 “빨래 다 했어.” 하고 말하면 이 옷가지를 받아 내가 다시 비비고 헹군 다음 물을 죽죽 짭니다. 빨래를 다 마친 옷가지를 작은 통에 담습니다. 청소 연장을 잔뜩 짊어지니, 큰아이가 빨래바구니를 들어 줍니다. 아버지는 빨래돌이 되고, 큰아이는 빨래순이 됩니다. 집으로 돌아가 빨랫줄에 척척 넙니다. 4346.7.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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