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32] 작은 사람은 2


 

  작은 풀들 서로 뿌리를 얽어
  비에도 바람에도 푸르게 빛나
  들 숲 멧골 곱게 지킨다.

 


  작은 사람 스스로 작은 사람인 줄 생각하지 못하면, 큰 사람이 되고픈 생각에 스스로 괴롭히고, 이웃과 동무도 힘들게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작은 사람은 작은 사람으로 돌아오겠지요. 큰 사람(이를테면 공룡)들로 이루어진 이 사회는 머잖아 와르르 무너지고 마는 줄 깨닫겠지요. 작은 풀들은 서로 뿌리를 얽어 비에도 바람에도 사르르 소리내며 누웠다가 일어나지만, 큰 공룡은 서로 제 땅 움켜쥐려고 다투고 싸우면서 저마다 스스로 무너져요. 작은 풀들이 있기에 들과 숲과 멧골이 푸르게 빛나요. 작은 풀들이 있어 비에도 바람에도 흙이 쓸리지 않아요. 작은 풀들이 있어 작은 벌레와 짐승과 새가 깃들 보금자리가 생겨요. 작은 풀들이 있어 사람들도 푸른 숨 마시고, 푸른 밥 먹어요. 4346.7.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