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운부천부



 운부천부(運否天賦)라고 하니까 → 앞길은 모른다니까 / 부딪쳐야 안다니까

 영웅도 운부천부만은 극복이 불가하다 → 별님도 하늘뜻만은 못 거스른다

 하늘이 내린다는 운부천부(運否天賦)라는 말처럼 → 하늘이 내린다는 말처럼


운부천부(運否天賦) 좋은 운명이건 나쁜 운명이건 모두 하늘이 내림을 이르는 말



  하늘이 내린다고 한다면 하늘뜻이라는 소리입니다. ‘하늘뜻·하늘마음·하늘내림·하늘베품’인 셈입니다. 이를 “목숨은 하늘에 달렸다”나 “죽음은 어쩔 수 없다”나 “사람 일은 모른다”나 “앞길은 알 수 없다”라 해도 어울립니다. “앞으로 어찌 될는지 모른다”나 “죽을지 살지 모른다”나 “죽을지 모르지만 살 수도 있다”나 “부딪쳐 봐야 안다”라 해도 되고요. ㅍㄹㄴ



그야 뭐 운부천부지

→ 그야 뭐 하늘뜻이지

→ 그야 하늘내림이지

→ 뭐 부딪쳐 봐야지

《아카네 이야기 12》(스에나가 유키·모우에 타카마사/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5)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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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빛

오늘이라는 날



  큰아이랑 저잣마실을 나왔다. 혼자 들 짐을 둘이 든다. 예전에는 아이들 살림까지 모두 혼자 들었고, 이런 몸에 아이를 안거나 업었다. 때로는 두 아이를 두 어깨에 나란히 안는다든지, 한 아이는 업고 다른 아이는 앞으로 안으면서 다녔다. 아이들은 열두어 살 무렵부터 저희 짐을 조금씩 혼자 끝까지 다 들었고, 열너덧 살을 지나자 저희 짐에다가 다른 짐을 하나둘 맡는다. 요즈음은 큰아이가 저잣짐을 조금만 나눠들어도 홀가분하다. 나는 무거울 일이 없고, 힘들 일마저 없다. 슬금슬금 느긋느긋 걷는다.


  언제나 하나이다. 즐겁게 지켜보고 기쁘게 땀흘리면서 새롭게 사랑을 그리면서 걷는다. 등짐도 앞짐도 어깨짐도 손짐도 이 아이들하고 곁님이랑 누릴 오늘빛이라고 여긴다. 등으로는 업고 가슴으로는 안는 두 아이 무게란, 두 아이가 어버이한테 베푸는 숨빛이라고 느낀다. 어릴적을 떠올리면 우리 어머니는 “이렇게 무거운 짐을 들어 달라고 시켜서 미안해.” 하셨고, 나는 “이렇게 무거운 짐을 어머니 혼자 들고서 집까지 오신다면 저야말로 부끄러워요.” 하고 여쭈었다. 어머니하고 다니는 저잣마실은 오래오래 걷고 묵직묵직 나르는 머슴길인데, 등판이 땀으로 홀랑 젖을 만큼 힘을 쏟아야 했다. 그러나 동무하고 뛰놀아도 땀은 똑같이 나는걸.


  고흥군은 오늘부터 유자잔치를 하나 보다. 그곳은 쇠(자동차)를 몰아야 갈 수 있지. 두멧시골에서는 그런 곳에 갈 일이나 갈 까닭이 없다. 서울서 여러 노래꾼을 목돈 쥐어주고서 고흥까기 모셔오는 먹자판에 노닥판인데, 이런 데는 ‘잔치’가 아닌 ‘돈수렁’ 같다. 지지난해에는 서울에서 노래꾼 하나를 부를 적에 ‘10분에 500만 원’부터 여쭈어야 했다는데, 올해는 얼마쯤 쏟아부으려나? 왁자지껄 큰잔치에 벼슬꾼이 우르르 줄서서 찰칵찰칵 찍어서 남기는 자리는 이제 끝낼 노릇이다. 이 시골자락 어린이랑 푸름이가 한복판에 서서 즐기고 나누는 어울림판으로 거듭날 노릇이라고 본다.


  오늘이라는 날에도 거닐며 읽고 쓴다. 두런두런 얘기한다. 집으로 돌아갈 시골버스를 기다리며 또 읽고 쓴다. 해가 기운다. 바람소리가 깊다. 멧노랑(산국) 늦가을빛을 헤아린다. 2025.11.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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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 않아! 보랏빛소 그림동화 22
안느-가엘 발프 지음, 이자벨 카리에 그림, 김지연 옮김 / 보랏빛소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6.

그림책시렁 1667


《죽고 싶지 않아!》

 안느 가엘 발프 글

 이자벨 카리에 그림

 김지연 옮김

 보랏빛소어린이

 2021.9.30.



  몸이 다치는 일이 있되, 마음이 다치는 일은 없습니다. 마음에는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는 오늘을 담을 뿐이라서, 마음이라는 너른바다와 너른하늘에는 아무런 생채기도 못 냅니다. 몸을 내려놓을 수는 있되, 마음은 고스란하지요. 그래서 우리 넋은 옛몸을 내려놓고서 새몸으로 건너갑니다. 아무 몸이 없더라도 오래오래 서로 마음을 이으면서 새롭게 이 삶을 가꿉니다. 《죽고 싶지 않아!》는 어느 날 문득 ‘죽음’이라고 하는 ‘너머길’을 마주한 아이가 둘레 사람들이 자꾸 떠들던 ‘죽음’이라는 낱말에 얽매여서 싫다고 툴툴거리는 하루를 보여줍니다. 아이 어버이는 아이곁에 가만히 섭니다. 아이가 왜 싫어하는지 듣고서 이야기를 폅니다. 아이가 어떻게 툴툴거리는지 지켜보고서 더 포근히 다가갑니다. 삶이란 늘 오늘이되, 어제랑 모레를 잇는 다리입니다. 죽음이란 늘 너머이되, 이승과 저승을 잇는 길입니다. 우리는 몸으로 삶을 느끼고 겪되, 마음으로 삶을 배우고 익혀요. 몸과 마음을 나란히 살피면서 사람으로서 사랑을 폅니다. 이 얼거리를 헤아리면서 아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누구나 바야흐로 ‘어른’으로 섭니다. 어른이란, 아이곁에서 배우는 사랑을 스스로 풀어내면서 노래하는 즐겁고 어진 사람을 가리킵니다.


#Je veux pas etre mort #AnneGaelleBalpe #IsabelleCarrier


ㅍㄹㄴ


《죽고 싶지 않아!》(안느 가엘 발프·이자벨 카리에/김지연 옮김, 보랏빛소어린이, 2021)


어두운 게 싫으니까요

→ 어두워 싫으니까요

→ 어두우면 싫으니까요

1쪽


죽는 게 싫어요. 추운 게 싫으니까요

→ 죽으면 싫어요. 추우면 싫으니까요

→ 죽는다면 싫어요. 추워서 싫거든요

5쪽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요

→ 늘 함께 있고 싶어요

→ 언제나 함께 있고 싶어요

9쪽


너의 마음대로 쓰고 그리고 만들 수 있지

→ 네 마음대로 쓰고 그리고 지을 수 있지

11쪽


지루할 때도 할 게 참 많아

→ 심심할 때도 할 일이 많아

→ 따분해도 참 할 일이 많아

19쩍


누군가에게 말을 걸 수도 있지

→ 누구한테 말을 걸 수도 있지

→ 이웃한테 말을 걸 수도 있지

19쪽


그런 생각 대신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

→ 그렇게 보지 말고 이렇게 봐

→ 그렇게 여기지 말고 이렇게 봐

→ 그렇게 말고 이렇게 봐

→ 그때에는 이렇게 보면 돼

2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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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98 : 있 생각했 동상이몽同床異夢 중 현실 -게 되었을 때의 기분 참담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가 동상이몽同床異夢 중이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참담하다

→ 같이 꿈꾼다고 여긴 이가 다른꿈인 줄 깨달으면 끔찍하다

→ 꿈이 같다고 본 이가 딴꿈인 줄 깨달으면 슬프다

→ 한꿈이라고 여긴 이와 어긋나는 줄 깨달으면 캄캄하다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곽아람, 아트북스, 2009) 103쪽


꿈이 같든 다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몸과 마음이 다른걸요. 때로는 한꿈을 바라볼 테지만, 으레 다른꿈과 다른길을 헤아리면서 어울립니다. 꿈과 삶과 뜻과 길이 다 다른 줄 찬찬히 짚을 적에 한결 즐겁게 아우르면서 함께 힘을 내거나 나란히 걷곤 합니다. 이 보기글은 “동상이몽同床異夢”처럼 한자를 밝히기도 하지만 덧없습니다. “- 중이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참담하다”처럼 일본옮김말씨를 붙이는데, 한데 묶어서 “어긋나는 줄 깨달으면 캄캄하다”쯤으로 단출히 손질합니다. ㅍㄹㄴ


동상이몽(同床異夢) : 같은 자리에 자면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각각 딴생각을 하고 있음을 이르는 말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현실(現實) : 1.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 2. [철학]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 3. [철학] 사유의 대상인 객관적·구체적 존재 4. [철학] 주체와 객체 사이의 상호 매개적·주체적 통일

기분(氣分) : 1. 대상·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 ≒ 기의(氣意) 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 3. [한의학] 원기의 방면을 혈분(血分)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참담(慘澹/慘憺) : 1. 끔찍하고 절망적임 2. 몹시 슬프고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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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97 : 향해 여정의 목적 목적지 도달 것 스릴


꿈을 향해 가는 여정의 목적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지 스릴이 아니다

→ 꿈을 바라보며 나아갈 뿐, 아슬아슬하게 가지 않는다

→ 꿈으로 가는 길일 뿐, 아찔하게 가지 않는다

→ 꿈길을 갈 뿐, 짜릿한 길이 아니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120쪽


꿈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하루입니다. 꿈으로 가는 오늘입니다. 꿈길을 가면서 이 삶을 돌아봅니다. 바라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할 마음은 없습니다. 짜릿짜릿 느끼려는 길이 아닌, 하루하루 새롭게 일구는 발걸음입니다. 꿈씨앗이 싹터서 자라는 동안 차근차근 온힘을 기울입니다. ㅍㄹㄴ


향하다(向-) : 1. 어느 한쪽을 정면이 되게 대하다 2. 어느 한쪽을 목표로 하여 나아가다 3. 마음을 기울이다 4. 무엇이 어느 한 방향을 취하게 하다

여정(旅程) " 여행의 과정이나 일정”을 뜻하고 ≒ 객정(客程)

목적(目的) : 1.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 2. [심리]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의 관념. 또는 목표로 향하는 긴장 3. [철학] 실천 의지에 따라 선택하여 세운 행위의 목표 4. [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서, 사실이 존재하는 이유

목적지(目的地) : 목적으로 삼는 곳 ≒ 신지

도달(到達) : 목적한 곳이나 수준에 다다름. ‘이름’으로 순화

스릴(thrill) : 공연물이나 소설 따위에서, 간담을 서늘하게 하거나 마음을 졸이게 하는 느낌. ‘긴장감’, ‘전율’로 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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