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족욕 足浴


 족욕의 효능이라면 → 발씻이가 좋다면

 족욕이 필요한 이유는 → 발씻이를 하는 뜻은


  ‘족욕탕(足浴湯)’은 낱말책에 없고, ‘족욕(足浴)’은 “[의학] 두 발을 온수와 냉수 속에 교대로 담가서 마찰하는 물리 요법. 혈액 순환을 촉진하여 두통, 현기증, 불면 따위를 치료한다”처럼 풀이하면서 싣습니다. 그러나 우리말로는 ‘발씻이·발씻기·발씻다’라 하면 됩니다. 발을 씻는 곳이라면 ‘발샘·발씻이샘’이라 하면 되어요. ㅍㄹㄴ



산책을 이어가다가 족욕탕을 발견했다

→ 마실을 이어가다가 발씻이샘을 본다

→ 나들이를 하다가 발샘을 찾는다

《한 달의 고베》(한예리, 세나북스, 2025)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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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획 劃


 획이 굵다 → 붓이 굵다

 획이 가늘다 → 붓이 가늘다

 글자의 획이 그대로 → 글씨 줄이 그대로

 한 획 두 획 정성껏 쓰다 → 한 글씨 두 글씨 힘껏 쓰다


  ‘획(劃)’은 “1. [미술] 글씨나 그림에서, 붓 따위로 한 번 그은 줄이나 점 2. 글씨나 그림에서, 붓 따위를 한 번 그은 줄이나 점을 세는 단위 3. 역수(易數)의 괘를 나타내는 산가지에서 가로 그은 표시. 양(陽)을 나타내는 ‘-’과 음(陰)을 나타내는 ‘--’를 이른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줄·금’이나 ‘바·밧줄·샅바’로 손봅니다. ‘붓’이나 ‘긋다·금긋다·끗’으로 손보고요. ‘글씨·마디’나 ‘자락·짝·톨’로 손볼 만합니다. ‘새·새로·새롭다·새줄·새금·새눈’으로 손볼 자리도 있어요. ㅍㄹㄴ



우리 문학계에 하나의 충격을 던져주고 분명하게 획을 그었던 젊은 작가들의 문제작이다

→ 우리 글밭을 일깨우고 뚜렷이 한 줄을 그은 젊은 글꽃이다

→ 우리 글판을 두들기고 똑똑히 금을 그은 젊은 글빛이다

《숨쉬는 책, 대표작가 대표작품》(이청준 외, 오상, 1982) 5쪽


긴 혀를 꺼내 들고도 일획을 긋지 못하였으나

→ 혀를 길게 꺼내 들고도 한 줄도 못 그었으나

→ 혀를 길게 꺼내 들고도 한 끗도 못 그었으나

《노끈》(이성목, 애지, 2012) 33쪽


내 인도 여행의 획을 긋는 기차다

→ 인도 마실을 새로 긋는 칙폭이다

《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윤선영, 북로그컴퍼니, 2017) 114쪽


단 한 글자에 7획뿐이었지만

→ 딱 한 글씨에 7마디이지만

《한 달의 고베》(한예리, 세나북스, 2025)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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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0.8.

숨은책 832


《풍차 Molen》 2호

 화란문학회 엮음

 외대 화란문학회

 1982.1.



  서울에서 ‘대학생’으로 한동안 살던 무렵, 살림돈을 벌려고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면서 으레 쓰레기통을 뒤졌습니다. 하루일을 마친 새벽 04:30 즈음부터 빈 짐받이에 실을 헌옷이나 헌책을 살피며 골목을 다시 돌고, 한국외대 학생회관 쓰레기통도 들여다봅니다. 저는 50원이 아쉬워서 굶거나 서서읽기를 하는데, 둘레에서는 “다 읽은 책이야” 하면서 가볍게 버려요. 저는 2007년까지 새옷을 안 사다시피 했습니다. 늘 줍거나 얻었습니다. 버림받은 더미를 뒤적여서 읽을거리를 찾던 1994년 어느 날 ‘과방 청소’를 할 적에 언니들이 ‘낡은종이’라 여기며 버리던 뭉치에서 《풍차 Molen》을 보았어요. “아니, 이 책을 왜 버려요?” “낡은 문집을 누가 봐? 그냥 버려.” “네? 어, 어…….” ‘네덜란드말 학과 발자취’가 고스란한 꾸러미 스무 자락이 버림받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한 자락을 겨우 건사합니다. 나중에 뉘우칩니다. 내 몫으로 하나를 건사한다면, 이웃 몫으로 너덧은 더 건사해야 하는데, 그만 모두 불쏘시개로 사라집니다. 헌종이를 되살려 새종이로 삼는 일은 훌륭합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일구고 땀흘린 자취를 담은 책이나 꾸러미(수첩·회지·일기·기록)는 하나라도 챙겨야 할 텐데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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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0.8.

숨은책 891


《韓國美術史》

 김원룡 글

 범문사

 1968.4.30.



  이 나라에서 ‘서울대(+ 경성제국대)’는 벼슬자리를 쥐락펴락하는 웃머리 노릇을 오래도록 잇습니다. 서울대나 ‘서울에 있는 배움터’를 마쳤어도 조용히 착하게 사랑스레 살림을 펴는 일꾼이 있으나, ‘서울벼슬’을 노리고 거머쥐며 휘두르는 무리가 드셉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은 서울벼슬을 좋아하는 이들 무리를 감싸면서 북돋았고, 떡고물과 떡을 혼자 차지하면서 길(연구·이론)을 그들 마음대로 바꾸거나 비틀었습니다. ‘서울대·고은 시인’을 몹시 좋아하는 유홍준 씨는 ‘서울대 고고학과’를 연 김원룡도 아주 우러릅니다. 김원룡이 어떤 ‘식민사관’에 얼마나 ‘박정희 섬기기’를 했는가 하는 발자취는 본 체 만 체이지요. 《韓國美術史》를 되읽다가 생각합니다. 이런 책은 이름만 ‘韓國○○○’입니다. 이웃나라 ‘日本美術史’라든지 ‘日本○○○’를 고스란히 따왔다고 느껴요. 꾸밈새·판짜임·엮음새에 고스란히 옆나라 손끝을 따온 티가 물씬 납니다. 이제부터 ‘한그림’을 다시 바라보고, ‘한자취(한국사)’를 새로 들여다보는 눈을 틔워야지 싶습니다. “서울대로 가두고 갇혀서 길든 굴레”가 아닌, “‘한사람’으로서 한그림을 빚고 한살림을 여미며 한말을 한글에 담는 한빛”을 헤아릴 때이지 싶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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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텃새



참새를 하루 내내 지켜보면

짹짹짹이 아니라

찌빗찌빗 찟찟 쫏 쫑 주루루

짯짯 쫍 쪼비비 째비비

갖은 가락으로 수다를 한다


참새 곁에 박새와 딱새가 앉고

이 둘레로 할미새와 동박새가 오고

어느새 굴뚝새와 때까치가 끼고

직박구리 콩새가 따라와서

함께 놀자고 한다


마당과 뒤꼍을 나무로 두르니

한 해 내내 새롭게 노래집이다


2025.2.16.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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