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0.8.

숨은책 832


《풍차 Molen》 2호

 화란문학회 엮음

 외대 화란문학회

 1982.1.



  서울에서 ‘대학생’으로 한동안 살던 무렵, 살림돈을 벌려고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면서 으레 쓰레기통을 뒤졌습니다. 하루일을 마친 새벽 04:30 즈음부터 빈 짐받이에 실을 헌옷이나 헌책을 살피며 골목을 다시 돌고, 한국외대 학생회관 쓰레기통도 들여다봅니다. 저는 50원이 아쉬워서 굶거나 서서읽기를 하는데, 둘레에서는 “다 읽은 책이야” 하면서 가볍게 버려요. 저는 2007년까지 새옷을 안 사다시피 했습니다. 늘 줍거나 얻었습니다. 버림받은 더미를 뒤적여서 읽을거리를 찾던 1994년 어느 날 ‘과방 청소’를 할 적에 언니들이 ‘낡은종이’라 여기며 버리던 뭉치에서 《풍차 Molen》을 보았어요. “아니, 이 책을 왜 버려요?” “낡은 문집을 누가 봐? 그냥 버려.” “네? 어, 어…….” ‘네덜란드말 학과 발자취’가 고스란한 꾸러미 스무 자락이 버림받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한 자락을 겨우 건사합니다. 나중에 뉘우칩니다. 내 몫으로 하나를 건사한다면, 이웃 몫으로 너덧은 더 건사해야 하는데, 그만 모두 불쏘시개로 사라집니다. 헌종이를 되살려 새종이로 삼는 일은 훌륭합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일구고 땀흘린 자취를 담은 책이나 꾸러미(수첩·회지·일기·기록)는 하나라도 챙겨야 할 텐데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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