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0.8.
숨은책 891
《韓國美術史》
김원룡 글
범문사
1968.4.30.
이 나라에서 ‘서울대(+ 경성제국대)’는 벼슬자리를 쥐락펴락하는 웃머리 노릇을 오래도록 잇습니다. 서울대나 ‘서울에 있는 배움터’를 마쳤어도 조용히 착하게 사랑스레 살림을 펴는 일꾼이 있으나, ‘서울벼슬’을 노리고 거머쥐며 휘두르는 무리가 드셉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은 서울벼슬을 좋아하는 이들 무리를 감싸면서 북돋았고, 떡고물과 떡을 혼자 차지하면서 길(연구·이론)을 그들 마음대로 바꾸거나 비틀었습니다. ‘서울대·고은 시인’을 몹시 좋아하는 유홍준 씨는 ‘서울대 고고학과’를 연 김원룡도 아주 우러릅니다. 김원룡이 어떤 ‘식민사관’에 얼마나 ‘박정희 섬기기’를 했는가 하는 발자취는 본 체 만 체이지요. 《韓國美術史》를 되읽다가 생각합니다. 이런 책은 이름만 ‘韓國○○○’입니다. 이웃나라 ‘日本美術史’라든지 ‘日本○○○’를 고스란히 따왔다고 느껴요. 꾸밈새·판짜임·엮음새에 고스란히 옆나라 손끝을 따온 티가 물씬 납니다. 이제부터 ‘한그림’을 다시 바라보고, ‘한자취(한국사)’를 새로 들여다보는 눈을 틔워야지 싶습니다. “서울대로 가두고 갇혀서 길든 굴레”가 아닌, “‘한사람’으로서 한그림을 빚고 한살림을 여미며 한말을 한글에 담는 한빛”을 헤아릴 때이지 싶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