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영어] 갤러리gallery



갤러리(gallery) : 1. 미술품을 진열·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 ‘그림 방’, ‘화랑(畵廊)’으로 순화 2. [운동] 골프 경기장에서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

gallery : 1. 미술관, 화랑 2. 미술품점 3. (대형 홀의 위층 뒷면이나 옆면) 좌석 4. (극장에서 가장 표 값이 싼) 최상층 관람석 5. (특히 특정 목적으로 쓰이는) 길쭉한 방 6. (광산이나 지하 동굴의) 수평 갱도[통로]

ギャラリ-(gallery) : 1. 갤러리 2. 화랑. 미술관 3. 골프 경기 등의 관중



영어로는 ‘gallery’일 테고, 이를 ‘화랑·전시관·미술관’으로 옮기기도 하는데, ‘전시터·전시마당’이라든지 ‘그림터·그림마당’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한터·한마당·한뜰·놀이터·놀이마당’으로 옮겨 보아도 어울립니다. 책을 나누거나 선보인다면 ‘책터·책마당·책뜰’로, 빛꽃을 나누거나 선보인다면 ‘빛꽃터·빛꽃마당·빛꽃뜰’이나 ‘빛뜰·빛숲·빛터’라 할 수 있습니다. 구경하는 사람은 ‘구경꾼’이나 ‘사람들’이라 하면 되고요. ㅍㄹㄴ



갤러리나 뮤지엄에서 관람객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쉽사리 이런 사실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 그림밭이나 마당집에서 사람들 움직임을 지켜보면 이를 쉽사리 알 만하다

→ 그림숲이나 살림숲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면 이를 쉽사리 헤아릴 만하다

《사진, 찍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앤 셀린 제이거/박태희 옮김, 미진사, 2008) 9쪽


헌책방과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 헌책집과 그림뜰을 이끄는

→ 헌책집과 그림마당을 꾸리는

《황야의 헌책방》(모리오카 요시유키/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 21쪽


일하던 곳에서 그림책 갤러리를 만들게 되었다

→ 일하던 곳에서 그림책숲을 열었다

→ 일하던 곳에서 그림책마당을 마련했다

→ 일하던 곳에서 그림책 놀이터를 지었다

→ 일하던 곳에서 그림책 한마당을 꾸렸다

《그림책이면 충분하다》(김영미, 양철북, 2018) 115쪽


셀프 브랜딩만 잘 하면 주위 갤러리 따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 나만 잘 보여주면 둘레 따윈 안 쳐다봐도 된다

→ 내 모습만 잘 밝히면 옆사람 따윈 안 봐도 된다

→ 스스로 잘 하면 둘레 모습 따윈 마음쓰지 않아도 된다

《오! 취준의 여신님 1》(아오키 유헤이·요시즈키 쿠미치/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1)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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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그림책 아빠 (2025.10.18.)

― 부산 〈동화서점〉



  익숙한 책을 다시 들춰도 안 나쁘되, 아직 모르는 ‘새책(내가 아직 들추지 않은 책)’을 처음으로 집어들고서 펼치는 손길이 대수롭습니다. 이름난 책을 손에 쥐어도 안 나쁘되, 여태 어떤 눈길(비평·소개·추천)을 받은 바 없지만 오늘부터 내가 먼저 알아보고서 사랑할 책을 헤아리는 손끝이 대단합니다. 대수롭거나 대단할 적에는 “모두 우리한테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아이 손을 잡고서 책집마실을 나온 젊은 엄마뿐 아니라 젊은 아빠도 “아직 낯설거나 모르는 그림책”을 먼저 펼쳐서 반갑게 배울 수 있기를 바라요. 온누리 모든 그림책은 ‘아이 혼자’ 읽는 책이 아닙니다. ‘엄마가 아이한테만’ 읽히는 책이 아닙니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처음으로 새롭게 만나서 눈뜨고 귀열고 마음짓는 첫발을 나란히 내딛는 즐거운 노래꾸러미입니다.


  가랑비가 가볍게 듣는 낮입니다. 부산 보수동으로 마실을 나온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아주 많지는 않더라도, 빗길을 가만히 거닐면서 이 책 저 책 들여다보는 길손을 꽤 볼 수 있습니다. ‘좋은그림’을 바라며 찰칵찰칵 스치는 사람을 보고, 나긋이 머물며 한 자락 두 자락 품는 책손을 봅니다.


  오늘은 〈동화서점〉부터 깃듭니다. 그림책을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드리려고 이모저모 챙깁니다. 이제 막 그림책에 다가서기를 바라는 ‘나어린 아빠’와 ‘나이든 아빠’한테 드리려고 요모조모 고릅니다. 아기가 태어나기 앞서 어버이 둘이 나란히 읽고 되새길 적에 빛나는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어버이 둘이 함께 읽고 배우기에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커서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을 지나더라도 새삼스레 들추며 눈물짓고 웃음짓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온누리를 돌아보면 “그림책 읽는 엄마”는 늘 있습니다. 아니, 두 어버이 가운데 으레 엄마 쪽만 그림책을 읽기 일쑤입니다. “그림책 읽는 아빠”가 아주 없지 않으나 너무 적거나 드뭅니다. 아빠란, 집밖에서 돈만 많이 벌어오면 될 자리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엄마사랑과 아빠사랑을 나란히 받기를 바라요. 아이는 “어버이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납니다.


  이 나라가 거듭나려면, 젊은 아빠도 나이든 아빠도, 짝맺지 않고 홀로 아재나 할배가 된 사람도, 아이 곁으로 다가가서 그림책을 읽고 동화책을 나누고 만화책을 펼 노릇입니다. 이 나라가 바뀌려면, 나라지기를 맡든 벼슬아치를 하든 하루에 그림책 한 자락씩 아이랑 꼭 읽을 줄 아는 참하고 상냥한 아빠나 아재나 할배로 설 노릇입니다. ‘그림책 아빠’가 적거나 드문 곳은 메마르고 차갑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산적의 딸 로냐》(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9.3.20.첫/2006.10.2.28벌)

#AstridLindgren #IlonWilkand #RonjaRovardotter #RonjaRobbersdaughter

《문제아》(박기범, 창비, 1999.4.30.첫/2017.8.22.68벌)

《수경이》(임길택, 우리교육, 1999.12.15.첫/2009.11.15.13벌)

《꼬마 마녀》(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6.25.첫/2004.8.15.20벌)

#OtfriedPreussler #WinnieGebhardtGayler #DiekleineHexe

《종이비행기》(하야시 아키코 그림·고바야시 미노루 글/박숙경 옮김, 한림출판사,2008.6.3.)

#こばやしみのる #小林實 #林明子 #かみひこうき (1973년)

《아모스와 보리스》(윌리엄 스타이그/김경미 옮김, 비룡소, 1996.7.15.첫/2013.12.15.51벌)

#AMOS&BORIS #WilliamSteig (1971년)

《참새의 빨간 양말》(조지 셀던 톰프슨 글·피터 리프먼 그림/허미경 옮김, 비룡소, 2015.11.23.첫/2022.11.15.8벌)

#SparrowSocks #GeorgeSelden #PeterJLippman (1965년)

《발명가 매티》(에밀리 아놀드 맥컬리 글·그림/김고연주 옮김, 비룡소, 2007.2.6.첫/2017.6.26.15벌)

#MarvelousMattie #HowMargaretEKnightBecameanInventor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앤 이삭스 글·폴 젤린스키 그림/서애경 옮김, 비룡소, 2001.10.8.첫/2007.2.5.18벌)

#SwampAngel #AnneIsaacs #PaulOZelinsky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페트리샤 리 고흐 글·이치카와 사토미 그림/김경미 옮김, 현암사, 2003.10.20.)

#TanyaandEmilyinaDanceforTwo #PatriciaLeeGauch #IchikawaSatomi (1994년)

- 둘이 춤추는 타냐와 에밀리 / 타냐와 에밀리는 두레춤

《외톨이가 된 꼬마 팀》(에드워드 아디존/장미란 옮김, 시공주니어, 2007.9.10.첫/2011.1.10.6벌)

#EdwardArdizzone #TimAllAlone (1957년)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쉘 실버스타인 글·그림/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01.3.1.첫/2007.5.30.16벌)

#UncleShelbysStoryofLafcadio #TheLionWhoShotBack #ShelSilverstein #Lafcadio

《나무하고 친구하기》(퍼트리셔 로버 글·홀리 켈러 그림/장석봉 옮김, 비룡소, 1999.6.15.첫/2020.11.23.40벌)

#BeaFriendtoTrees #PatriciaLauber #HollyKeller

《힐드리드 할머니의 밤》(첼리 두란 라이언 글·아놀드 로벨 그림/정대련 옮김, 시공주니어, 1999.5.20.첫/2003.9.5.6벌)

#HildilidsNight #CheliDurnRyan #ArnoldLobel

《나라를 버린 아이들》(김지연 글·강전희 그림, 진선출판사, 2002.7.1.첫/2004.12.10.5벌)

《조각 이불》(앤 조나스/나희덕 옮김, 비룡소, 2001.1.10.첫/2004.3.2.8벌)

#TheQuilt #AnnJonas

《피터의 의자》(에즈라 잭 키츠/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6.6.7.첫/2010.12.25.46벌)

#PetersChair #EzraJackKeats (1967년)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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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5
에즈라 잭 키츠 지음,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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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19.

그림책시렁 1660


《피터의 의자》

 에즈라 잭 키츠

 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6.6.7.



  아이는 섣불리 ‘내 것’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두 어버이 사랑을 받아 몸을 입고 태어날 적에 ‘내 것’ 아닌 ‘받는 빛’인 줄 밝게 배우고 알아차리면서 이 땅으로 찾아옵니다. 아이는 다 다른 어버이한테 찾아가서 삶을 누리는 동안 ‘어버이가 하는 대로’ 지켜보고 헤아린 끝에 받아들여요. 어버이가 안 한 일을 알기는 어려운 아이입니다. 먼저 어버이가 하는 대로 따라가면서 생각합니다. 《피터의 의자》를 보면, 피터네 엄마아빠가 “피터한테 제대로 말을 않고”서 동생한테 “피터 살림살이”를 하루아침에 다 동생한테 물려주려고 하는 줄거리입니다. 피터는 못마땅할밖에 없어요. 엄마도 아빠도 피터한테 먼저 차근차근 말을 하지 않으면서 서두릅니다. 어버이로서는 갓난아기가 있으면 집일이며 손쓸 데가 한가득이거든요. 이럴수록 맏이인 피터한테 차분히 알려주어야 하고, 함께 보금자리를 꾸릴 노릇입니다. 그러나 두 어버이는 암말도 없을 뿐 아니라 너무 바빠요. 이때에 피터는 혼자 생각에 잠기고 혼자 놀다가 문득 깨닫습니다. 이제 저한테는 ‘예전 걸상’이 너무 작거든요. 피터는 알아차렸지만 곧장 부아를 풀고 싶지 않습니다. 엄마하고 숨바꼭질을 합니다. 엄마는 아이가 건 놀이를 뒤늦게 알아보고는 잘못한 줄 깨닫는데, 아빠는 아직 모릅니다. 이 오랜 그림책은 아름다우면서도 여러모로 엉성하고 모자랍니다. 우리는 두 빛을 나란히 바라보고서 헤아려야지 싶어요.


#PetersChair #EzraJackKeats (1967년)


ㅍㄹㄴ


《피터의 의자》(에즈라 잭 키츠/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1996)


높은 빌딩이 완성되었어

→ 높은집이 다 됐어

→ 집을 높이 쌓았어

6


저건 내 요람인데, 분홍색으로 칠해 버렸잖아

→ 내 포근터인데, 발갛게 입혀 버리잖아

→ 내 둥지인데, 발그레하게 바뀌잖아

10


엄마의 말을 못 들은 척했어

→ 엄마 말을 못 들은 척해

24


피터가 집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곧 눈치챘어

→ 피터가 집에 들어온 줄 곧 눈치채

→ 피터가 집에 들어온 줄 곧 알아채

27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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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페트리샤 리 고흐 글, 김경미 옮김 / 현암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19.

그림책시렁 1657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

 페트리샤 리 고흐 글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김경미 옮김

 현암사

 2003.10.20.



  못 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잘못을 하는 아이도 없습니다. 못 하는 어른도 없고, 잘못을 하는 어른도 없습니다. 없고 없고 또 없고 없는 얼거리를 받아들이기는 안 쉬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나 어른은 언제나 ‘할’ 뿐이고, ‘하면서 배우는’ 삶입니다.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는 “Tanya and Emily in a Dance for Two”를 옮겼습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몹시 반깁니다. 모든 어린이는 춤꾼이자 노래꾼인걸요. 모든 어린이는 가만히 못 있습니다. 모든 어린이는 아침에 번쩍 눈을 뜨고서 저녁에 사르르 눈을 감을 때까지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고 달리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끝없이 조잘조잘 수다를 피우게 마련입니다. 예부터 푸른별 모든 나라 모든 마을 모든 살림집은 마당이 있고, 골목이 있고, 마을숲이 있고, 마을을 벗어나면 드넓게 들숲메바다가 이었습니다. 어린이는 ‘흉내쟁이’가 아닙니다. 어린이는 늘 ‘함께’ 춤을 누립니다. 어린이는 언제나 ‘나란히’ 노래하며 웃습니다. 이런 춤짓이나 저런 노랫사위를 ‘흉내’내는 듯 보일지라도, 나란히 서서 함께 웃고 떠들면서 왁자지껄 이야기를 지피는 어린이입니다.


#TanyaandEmilyinaDanceforTwo #PatriciaLeeGauch #IchikawaSatomi (1994년)


- 둘이 춤추는 타냐와 에밀리 / 타냐와 에밀리는 두레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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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16.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나태주 글, 열림원, 2019.12.12.



날은 갤 듯 말 듯하면서 구름이 짙다. 이따금 가랑비를 뿌린다. 나래터(우체국)를 다녀오려고 고흥읍에 나간다. 오늘은 길을 걸으며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를 읽는다. 나태주 씨는 젊은날과 달리 늘그막에는 ‘자주 걷고 쉬고 하면서 글을 쓰려고 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숱한 글은 ‘예쁘게 보이는 멋스런 모습’이기를 바랐구나 싶다. 글을 꾸밀 적에는 ‘좋아 보이는 멋진 말씀’이 가끔 나올는지 모르나 하나같이 허전하다. 저잣마실을 다녀오는 하루를 쓰는 글이 아니라면, 부엌살림을 돌보면서 밥을 차리는 글이 아니라면, 빨래를 하고 옷을 개고, 이불에 햇볕을 먹이고서 털고, 아기 기저귀를 갈고서 천기저귀를 삶고, 아이한테 어떤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무엇을 느꼈다는 글이 아니라면 덧없다. 낫질과 호미질로 풀을 만지면서 어떤 냄새를 누렸고, 마을책집으로 사뿐히 책마실을 다녀오며 골목빛을 어떻게 헤아렸고, 철마다 다른 비내음이 어떠한지 들려주는 글이 아니라면 부질없다. 철마다 햇볕이 어떻게 다른지 속삭이는 글이 아니라면, 나무타기를 하고서 바람을 쐰 노래를 들려주지 못 한다면, 글을 왜 써야 할까? 마을 할매 한 분이 거의 기듯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를 다녀오신다. 타고내릴 적에 한참 부축했다. 할매는 올겨울 지나면 시골버스를 더는 못 타실 듯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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