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16.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나태주 글, 열림원, 2019.12.12.
날은 갤 듯 말 듯하면서 구름이 짙다. 이따금 가랑비를 뿌린다. 나래터(우체국)를 다녀오려고 고흥읍에 나간다. 오늘은 길을 걸으며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를 읽는다. 나태주 씨는 젊은날과 달리 늘그막에는 ‘자주 걷고 쉬고 하면서 글을 쓰려고 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숱한 글은 ‘예쁘게 보이는 멋스런 모습’이기를 바랐구나 싶다. 글을 꾸밀 적에는 ‘좋아 보이는 멋진 말씀’이 가끔 나올는지 모르나 하나같이 허전하다. 저잣마실을 다녀오는 하루를 쓰는 글이 아니라면, 부엌살림을 돌보면서 밥을 차리는 글이 아니라면, 빨래를 하고 옷을 개고, 이불에 햇볕을 먹이고서 털고, 아기 기저귀를 갈고서 천기저귀를 삶고, 아이한테 어떤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무엇을 느꼈다는 글이 아니라면 덧없다. 낫질과 호미질로 풀을 만지면서 어떤 냄새를 누렸고, 마을책집으로 사뿐히 책마실을 다녀오며 골목빛을 어떻게 헤아렸고, 철마다 다른 비내음이 어떠한지 들려주는 글이 아니라면 부질없다. 철마다 햇볕이 어떻게 다른지 속삭이는 글이 아니라면, 나무타기를 하고서 바람을 쐰 노래를 들려주지 못 한다면, 글을 왜 써야 할까? 마을 할매 한 분이 거의 기듯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를 다녀오신다. 타고내릴 적에 한참 부축했다. 할매는 올겨울 지나면 시골버스를 더는 못 타실 듯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