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통 놀이터

 


  여름철에 물을 채워 마당 물놀이 즐기는 고무통은 겨울에도 아이들이 들어가서 노는 자리가 된다. 마당은 아이들한테 놀이터가 되는데, 마당 한쪽에 놓은 고무통 또한 새삼스레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한테 놀잇감 아닌 것이 있을까. 아이들한테 놀이터 아닌 곳이 있을까. 아이들은 총알 껍데기로도 놀고, 아이들은 전쟁터에서도 논다. 아이들은 물 한 모금으로도 놀며, 아이들은 피난마을에서도 놀지 않는가.


  무엇이든 놀잇감으로 새로 만들 줄 아는 아이들은 언제나 맑은 빛이 된다. 어디에서든 즐겁게 놀며 웃을 줄 아는 아이들은 늘 밝은 꿈이 된다. 우리 어른은 모두 아기로 태어나 아이들 되어 신나게 놀던 사람이다. 어른들도 아이 마음이 고이 흐르기 마련이다. 어른이 되어 살더라도 맑은 빛과 밝은 꿈을 따사로이 품으면서 살아갈 때에, 보금자리가 포근하고 마을이 아늑하며 지구별이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느낀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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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3-12-14 09:54   좋아요 0 | URL
종규님~
오랜만이네요.
제 딸아이도 여름이면 저 고무통에서 물놀이 하면서 놀곤 했어요>
지금은 어엿한 숙녀가 되었네요~ ㅎㅎㅎ

숲노래 2013-12-14 10:05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군요!
그렇겠네요!
@.@
 

안기는 어린이

 


  손님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지내다가 돌아갈 무렵, 큰아이는 손님한테 덥석 안긴다. 가지 말라면서 팔을 풀지 않는다. 손님이 군내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면 무척 서운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는데, 조금 지나면 이내 잊는다. 아니, 잊는 척할까. 아니, 참말 잊을는지 모른다. 아이는 스스로 새롭게 놀이를 빚고, 마음속에서 만나거나 꿈에서 함께 놀 테니까.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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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짐꾸러미 나를래

 


  우리 집에 나들이를 온 손님이 돌아가는 길에 들고 갈 짐을 나르는데, 산들보라도 하나 나르겠다면서 덥석 집는다. 두 손으로 들 줄은 아직 모르고 한손으로 낑낑대며 꼭 쥐고는 걷는다. 너도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들고 가다가 힘들면 바닥에 놓지 말고 건네주라.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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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 하면서

'서울시 공문서 순화 작업' 일을 거드는데...

아니, '서울시 공문서 1100건 가운데 절반, 또는 절반 남짓 순화하는 일'을

떠맡았는데,

엊저녁에 못한 일을 새벽에 하다가

'프랜대디'라는 말을 앞에 놓고

골이 아파서 그만두고 쉽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적게 배운 사람도 아닐 테고

한국말 모르는 사람도 아닐 텐데

또 영어를 엉터리로 배운 사람도 아닐 터인데

'프랜대디'는 뭔 소리래...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면서

이 일을 하는 맛이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공무원 저희들도 못 알아먹을 말인지

'친구 같은 아버지'라는 뜻을 친절히 달아 주기는 하는데...

 

아이들 사이에 눕자.

아이들도 자고 나도 자자.

'프랜대디'라구? 그럼 '프랜마미'도 있나?

쳇. 이런 마음으로 공무원으로 일해서야 원...

엉터리로 벌써 일은 다 저질러 놓고

이제서야 공문서 순화 어쩌고 하면...

그래도 보도블럭 까뒤집는 데에 돈 안 쓰고

공문서 고치는 데에 돈을 쓴다니 반갑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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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42 : 됐다, 오케이

 


“이제 됐구먼.” 스승님이 오케이 사인을 내린다
《유소림-퇴곡리 반딧불이》(녹색평론사,2008) 90쪽

 

  한국말사전에도 ‘오케이(OK)’라는 낱말이 오릅니다. 말풀이를 살피면 “= 교료(校了)”로 나와요. ‘교료’가 무언가 하고 다시 한국말사전을 뒤지면, “인쇄물의 교정을 끝냄. ‘끝내기’로 순화”라 나와요. 아직 궁금함을 풀지 못해 이모저모 더 살피니, ‘교료’는 일본말사전에 나오는 낱말입니다. 그러면, 일본에서는 ‘오케이’라는 영어를 책 만드는 일에서 쓴 셈일까요. 이런 자리에서 처음 쓰다가 차츰 다른 자리로 가지를 친 셈일까요.

 

 이제 됐구먼 (o)
 오케이 사인 (x)

 

  보기글을 살피면, 한 사람은 “이제 됐구먼”이라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오케이 사인”이라 말합니다. “이제 됐구먼”이라 말한 사람은 시골에서 살며 흙을 만지는 분이고, “오케이 사인”이라 말한 사람은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여러 언론매체에서 일하다가 시골로 삶터를 옮긴 분입니다. 

 


  요즈음 시골사람도 ‘오케이’라 할는지 모르나, 나이든 할매와 할배는 일이 다 되었다고 하면 “됐다” 하고 말합니다. “오케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이제 됐네.” “이제 됐어.” “이제 됐다니께.” “이제 되얐다.” “이제 됐소.” …… 고장마다 마을마다 사람마다 말씨가 조금씩 다릅니다. 때와 곳에 따라 말투가 살짝살짝 다릅니다. 시골에서 살더라도 도시 티 나는 말을 쓸 수 있겠지만, 먼먼 옛날부터 시골에서 짓고 일구며 가꾼 고소한 말빛을 잘 돌아본다면 한결 어여쁘리라 생각합니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제 됐구먼.” 스승님이 이제 됐다고 말씀한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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