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나뭇잎을 쓰다듬으면

곱게 먹은 햇볕과

시원하게 마신 바람과

달콤히 머금은 빗물과

고소히 받아들인 흙내음이

손끝을 거쳐

물씬

터집니다.



4347.527.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삶빛

 


두 눈으로 숲을 늘 보니
푸른 내음 퍼지는
말 한 마디

 

마음 깊이 사랑을 늘 가꿔
맑은 숨결 흐르는
노래 한 가락

 

손으로 밥을 짓고
발로 땅을 디디고
귀로 이야기를 듣고
입으로 사근사근 속삭이면서
얼굴에는 웃음을 띄워
따순 빛 밝히는
오늘 하루

 


4347.5.27.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32] 찻삿

 


  시외버스를 탑니다. 고흥부터 서울까지 달리는 시외버스에 네 식구가 타니, 네 사람 몫 표를 끊습니다. 어른 두 장을 끊고 어린이 두 장을 끊습니다. 버스에 손님이 거의 없으면 버스 일꾼은 “아이 표는 안 끊어도 되는데.” 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버스에 손님이 있을는지 없을는지 우리가 알 길은 없습니다. 네 식구가 움직이면 표를 넉 장 끊으니 버스삯을 만만하지 않게 씁니다. 네 식구가 기차를 타면 기찻삯을 냅니다. 배를 탄다면 뱃삯을 치르고, 비행기를 탄다면 비행기삯을 뭅니다. 택시를 타면 택시삯을 내요. 자가용을 몰지 않기에 누군가 우리 식구를 실어 나릅니다. 누군가 우리 식구를 태워서 옮겨 주면 고맙다는 뜻으로 삯을 치릅니다. 찻삯 얼마를 들이면 어디이든 가뿐하게 나들이를 할 수 있습니다. 4347.5.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외버스 에어컨

 


  시외버스는 에어컨을 켠다. 바깥은 햇볕이 제법 뜨거운데, 시외버스를 타니 에어컨 바람이 흘러, 아이들이 춥다고 말한다. 어른도 춥지 않을까. 어른은 딱히 더 생각하지 않으며 에어컨을 켜지 않는가. 자동차를 몰면 으레 에어컨을 켜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가. 창문을 열어 바깥바람을 쐬려는 어른은 차츰 사라지지 않는가.


  자동차마다 에어컨을 켜니, 자동차를 타면 바깥이 어떤 더위인 줄 잊는다. 건물마다 에어컨을 켤 테니, 건물에 깃들 적에도 바깥에 어떤 햇볕이 흐르는지 알 길이 없다.


  여름에 여름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된다. 겨울에 겨울을 느끼지 않는 나라가 된다. 봄과 가을에도 봄빛과 가을볕을 모르는 사람이 된다. 4347.5.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정몽준한테 10억을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삶을 곱게 가꾸면 아름답습니다. 돈이 적으면 적은 대로 삶을 아름답게 일구면 아름답습니다. 삶은 돈으로 가꾸거나 일구지 않습니다. 그런데, 돈을 한 사람이 너무 많이 움켜쥐면 이녁 스스로 무너지거나 흔들립니다. 이녁이 거머쥔 돈이 아직 많지 않다고, 더 모으거나 움켜쥐어야 한다고 여기기 일쑤입니다.


  책을 많이 건사하든 적게 건사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집에 책을 만 권이나 십만 권을 건사할 수 있습니다. 즐겁게 읽은 책을 즐겁게 건사합니다. 그러나, 읽지 않은 책을 잔뜩 그러모으기만 한다면, 이 책을 읽을 사람한테 가지 못해요. 그예 모으기만 하는 책은 책이 제 빛을 잃게 하고 맙니다.


  정몽준뿐 아니라 이건희 같은 사람도 돈을 대단히 많이 거머쥡니다. 혼자 거머쥔 돈이 아주 어마어마합니다. 이들은 이 돈을 어떻게 쓸까요. 이들은 이 돈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정몽준한테 10억을 넘는 돈은 이웃한테 나누어 주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이건희한테 10억을 넘는 돈은 이웃한테 나누어 주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이녁 딸아들이나 피붙이한테 나누어 주고 싶을 적에도 10억까지만 나누어 주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숲을 가꾸고 농약을 없애며 평화와 평등을 이루도록 하는 길이 이녁 돈 10억을 뺀 나머지를 쓰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마을을 보살피고 바다를 돌보며 골골샅샅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는 밑틀을 다지는 데에 이녁 돈 10억을 뺀 나머지를 쓰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누구라도 10억 원이 넘는 돈을 벌거나 받는다면, 10억을 뺀 나머지는 이웃을 사랑하고 아끼며 얼싸안는 곳에 쓰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4347.5.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